─────── ✷ ───────
케인이 연락이 안 된지 한 달 쯤 됐을라나요.
찜찜한 기분으로 이전과 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는 그때, 문자 한 통이 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잘 지내시나요. PM 21:06 한 달이나 연락도 안 됐던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연락을 보냈다니... 이거 영 짜증이 나는데요.
잭:(이게 정신이 나갔나. 미간을 찌푸리며 몇 글자 되지도 않는 문자의 내용을 계속 훑어보다가 헛웃음을 뱉고 툭툭, 액정을 두드려 답했다.)
PM 21:10 미쳤냐?
케인 데이븐포트:다짜고짜 욕... 저는 그냥 잘 지냈는지 물어본 건데요. 여튼, ...그 동안 많이 심심하셨나봐요? 바로 답장을 하시고. 아니면 저 말고 다른 사람 괴롭히고 다니시나요? PM 21:14 잭:(아까 했던 말을 정정하지. 정신이 나간 건 확실한 것 같다. 그러니까… 그렇게 빌빌 기던 놈이 갑자기 대뜸 연락을 하며 뻗대는 이유가 궁금해지는 참이었다. 몇대 쳐맞으면 또 조용해질 거면서.)
PM 21:16 네가 제정신이 아니라는 건 알겠네. 뭐하자는 거야?
케인 데이븐포트:연락이죠, 연락. 궁금하시면 만나보시던가요. 아, 점심이나 저녁에 식사나 할까요? 시간 괜찮으시죠? 일도 없으시잖아요. PM 21:17 잭:(믿는 구석이라도 있는 모양이지? 이 녀석이 의기양양한 거라면 딱 그거 뿐이다. 뭔가 뒷배가 생겼거나, 나를 엿먹일 방법이 생겼거나. 한 달간 연락이 안 된 것은 아마 그 때문일테다. 웃기는 새끼네. 뭐, 어울려주지 못할 것도 없으니 뭣 때문인지 정도는 봐줄까.)
PM 21:18 더러우니까 내 앞에서 토하지마. 시간 장소 보내놔.
스케쥴을 보고 있는지, 10분 정도 있다가 문자 한 통이 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SLOAN RESTAURANT 1401 MAIN ST FALLS CHURCH VA 22042 PM 21 : 28 잭:(내용을 확인한 후, 별 다른 답은 하지 않았다. 미친 새끼. 뭘 준비해놨나 보자.)
지금부터 30분 뒤.저는 당신을 사냥할 거에요. 밖에 나오자 밤 바람의 쌀쌀함이 뺨을 스칩니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통유리로 된 레스토랑의 너머로 케인이 홀로 앉아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지난 한 달 간의 공백이 무색하게도 달라진 것 하나 없는 얼굴이네요.
잭이 안으로 들어가면, 케인은 잭 앞에서 지어본 적 없는 웃는 표정으로 잭을 반깁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왔어요? 여기에 앉아요. (맞은 편을 가리킨다.)
역시 미친 건가? 한 달 간, 뭘 하다 왔길래 이러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습니다.
잭:(별로 달라진 것도 없는 것 같은데. 글쎄, 무기라도 준비했으려나? 그럴 성격은 안 됐지.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안으로 들어서자 믿겨지지 않는 상황의 연속이라 너를 덤덤히 쳐다보던 것도 잠시, 미간이 구겨졌던 것 같다.)
뭔 꿍꿍이야? (의자를 뒤로 빼면서도 너를 한참 쳐다보다가 쯧, 혀를 차며 맞은 편에 앉았다.)
케인 데이븐포트:...글쎄요? 꿍꿍이 있어 보여요? 하하하... (메뉴판을 둘러본다.) 제가 살게요. 골라보세요.
잭:꿍꿍이가 있는게 아니라면 네가 미쳐버린 거겠지. 왜, 한 달간 안보니까 내가 애틋해지기라도 했나? (메뉴판을 탁 빼앗아와 훑어보다가 네 앞으로 툭 던졌다.) 스테이크 미디움.
케인 데이븐포트:음... (메뉴판을 천천히 둘러보다 고개를 들고선 네 얼굴을 똑바로 마주한다. 그리고 의뭉스러운 눈웃음.) 저도 스테이크요. 다른 건? 와인은 안 마셔요?
잭:술도 못 쳐마시는게 와인은 왜? (해산물을 좋아했던 것 같은데. 영 꺼림칙한 기운을 지울 수 없다 생각하며 시선을 바로 마주하고서 미간을 구겼다.) 뭘 쳐 웃어?
케인 데이븐포트:왜요, 제가 웃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나빠요? 사람이 참 못됐네... (벨을 눌러 웨이터가 오면 네가 시킨 메뉴와 자신의 메뉴를 천천히 말한다.) 음... 등심 스테이크 미디움...그리고 다른 하나는 레어요. (웨이터가 알겠다는 듯이 짧게 끄덕이고 인사 후 자리를 떠나면 다시 시선은 네 차지. 제 3자들이 보면, 사람 좋은 눈 웃음으로 보이겠지만, 네게 이런 웃음을 보여줄 리가 없기에 찜찜함이 가득할 것이다.) 음... 저 없이 어떻게 지내셨어요?
잭:좋을리가 있나. 너야말로 내가 쳐 웃으면 좋겠냐? (생긴건 반반한데, 그렇다고 이런 걸 원하는 건 아니었다. 나보고 어쩌라고 자꾸 쳐 웃다 못해 이런 걸 물어보는 건지.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가 적당히 웃음을 지어내주었다.) 다시 만나면 갈아마실까, 떡을 만들까 고민하고 있었지. 왜? 뭘 바라고 묻는 거냐?
케인 데이븐포트:하하하, 그럴리가. 괴롭힐 사람이 갑자기 없어졌잖아요. 궁금하죠. 다른 사람을 괴롭힐지, 아니면 저만 죽어라 기다릴지... 안 말해줄 거예요?
잭:여태까지의 내 말을 못 알아들은 모양인데… (한 손으로 턱을 괴고 너를 물끄러미 보며 입꼬리를 여전히 유지한 채로 답한다.) 너랑 내가 무슨 살가운 사이 씩이나 된다고 그런 소리를 하냐는 거지. 나한테 관심이 많은가봐?
케인 데이븐포트:그럼요. 돌아오고 나서 당신한테 먼저 연락했는데요? 안 기쁜가? (테이블에 놓여있는 물병을 들어 잔을 천천히 채웠다. 꼴꼴꼴... 탁. 그리고 꿀꺽. 네게 시선을 떼지 않은 채로 잔을 들어 올려 물을 마셨다.) ... ...음. 제가 살려 했는데 반응이 별로니 밥을 살 마음도 들지 않잖아요. 아, 말은 이렇게 해도 살 거니까 걱정 마세요. 아쉬운 마음에 말하는 거니까.
잭:어딜 다녀왔는데? (네 모든 말을 거두절미하고 삐딱한 답을 내놓으면, 한쪽 눈썹이 위로 솟았다가 내려오고나서는 아까와는 다르게 조금 삐딱한 웃음을 짓는다. 온통 삐딱한 채로. 지금 이게 딱 너를 대하는 태도일 것이다.)
케인 데이븐포트:음...그냥, 뭐. ...(잠깐 생각하다가) 영국 다녀왔어요. 특별한 건 없죠?
잭: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30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자세히 보아하니, 케인의 오른쪽 귀에 일그러진 모양새의 흉터가 있습니다.
잭:그건 내가 원하는 답이 아닌데. (별 생각 없이 손을 뻗어 네 귀의 흉터를 만진다. 글쎄, 눈에 띄어서 인가.)
케인 데이븐포트:(네가 손을 뻗어 귀를 만지자 놀란 모양인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몸을 뒤로 뺐다. 힘이 들어가지도 못해 쓰지도 못하는 오른쪽 손으로 겨우 귀를 가렸다. 이제야 그가 알던 케인의 표정이 나오기 시작했다.) 뭐, 뭐하시는 거예요? 갑자기...
잭:(뭐야? 실실 잘만 웃고 뻗대더니 손이 닿자마자 굳는 꼴 하고는. 느릿하게 눈을 한번 깜빡였다가 눈을 접어 웃는다.) 내가 뭘. 못보던 흉터가 생겼길래. 그거, 내가 만든 거 아니잖아? 누가 그래놨어?
케인 데이븐포트:...휴, 흉터요? 모르겠는데요... 뭐... 저도 모르게 생긴 거겠죠... (네 눈치를 보며 귀를 가린 손을 천천히 내렸다.)
잭:아니, 그랬을리가 없는데. 넌 겁쟁이잖아. 이런 흉터가 남을 정도인데 모르게 생겼을리가. (네가 손을 내리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말릴 새도 없이 손을 뻗어 다시 흉터를 만지작거렸다. 흉터가 생긴 부위를 중점으로 귀를 문질러가며 힘을 주어 매만지다가 삐딱하게 웃는다.) 똑바로 말 안 할래?
케인 데이븐포트:흣, 으... (문질문질. 귀를 만지는 감각에서부터, 그 감각이 점점 목 아래로 내려가 야릇함이 스멀스멀 몸에 올라오는 듯 했다. 움찔... 급하게 네 손을 잡아 떼어내려 했으나, 한 손은 힘에 들어가지도 않아 역부족이었다.) 하, 하지 말라니까요...! 몰라요. 이렇게 해도 모르는 데 어떻게 해요?
잭:(느긋하게 네 반응을 지켜보며 살살 귓바퀴를 따라 손가락을 굴렸다. 떼어내려 해봤자 소용도 없는 손으로 낑낑대는 꼴이 우스워 낮게 웃음이 새었던가. 귓볼을 손가락 사이에 끼워 귀 뒷부분에서부터 귓볼까지 뼈 마디로 문지르며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그럼 기억날 때까지 해볼까 싶은데. 왜, 싫어?
케인 데이븐포트:흐으... 시, 싫... 싫어요. 앗... (초반의 느긋함은 어디 갔는지, 다시 예전 모습으로 돌아와서는 제발 그만 하라는 말만 서너 번 반복했다. 그러면서 얼굴도 점점 붉게 달아오르는 꼴이 참 안쓰럽게도 보일 것이다. 귀가 다른 사람보다 예민한 탓에 네가 잡은 귀 아래로 목과 귀가 움찔대는 것이 선명하게 보였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네 앞에서 작게 신음을 내다 눈이 마주쳤다.) ...하, 읏... 다, 다른 사람들이 보잖아요. 그만해요. 곧 음식도 나올 테고...
잭:(그래. 이게 케인 데이븐포트지. 어울리지도 않게 폼을 잡고 있는 꼴이 구겨지는 걸 보아하니 오히려 더 극대화되어 와닿는 게 퍽 마음에 들었다. 점점 달아오르는 낯과 움찔대는 모습을 지켜보다보니 어쩐지 속이 타 바짝 마른 입술을 혀로 축였다. 입을 채 다물지 않은 채 너를 꿰뚫어 보는 듯한 시선은 마치 먹이를 목전에 두고 입맛을 다시는 짐승과 궤가 같았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왜? (툭. 걸리적대는 신발을 벗어내고는 발을 뻗어 너의 발목에서부터 종아리를 타고 올라가 허벅지를 발 끝으로 간질였다.)
케인 데이븐포트:히익...! (상상치도 못한 짓에 당황해 몸이 굳었다.) 이, 이상한 짓 하지 마시라고요...! (탁자 아래로 손을 넣어 발을 밀어내려는 찰나...)
잭:(네가 이렇게 기겁하는 걸 보고 그만둘리가. 참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치라고 생각하며 적당히 사람 좋아보이는 웃음을 지어냈다. 나오는 음식과 간단히 곁들여진 설명을 들으면서… 발은 점점 안쪽으로 파고들어가 네 중심부를 느릿하게 쓸어내었다.)
케인 데이븐포트:가, 감사합니다... (이 와중에 인사는 잊지 않는다. 웨이터가 자리를 뜨면, 자신을 괴롭히는 발을 치우려다 안되겠다는 듯, 팔을 다시 꺼내 테이블 위에 있는 포크를 들어 올렸다.) 이, 이걸로 찌를 거예요. 그러니까 그만하세요...음식 나왔잖아요...! 당신은 먹을 거 앞에서 이러고 싶어요...?!
잭:찌를 수는 있고? (찌르려면 찔러 보던지. 그정도의 태도로 네게 대꾸하며 고개를 까딱였다. 스테이크를 썰기 위한 나이프를 들고 손에서 빙글, 돌려보다가 시선이 다시 네게 닿으면 발에 힘을 주어 네 중심부를 꾸욱 누른 채 비벼대기 시작했다.) 먹고 싶으면 먹어. 안 말릴테니까.
케인 데이븐포트:(네 말에 반박도 못하고, 나온 음식 앞에서 점점 고개를 숙여갔다. 네 발 끝에서 희롱 당해, 점점 아래가 부푸는 꼴은 진심으로 추하기 그지 없었다. '씨발... 평범하게 식사 좀 하자고. 그 하나 하는 게 이렇게 어렵나?
잭:케인, 안 드세요? 식겠는데. (그런 것치고 이쪽도 고기에 손을 댈 생각은 별로 없어보였지만. 제 발 아래서 점점 부풀어가는 것을 만족스레 여기며 바지 안에서 답답하게 느껴질 안쓰러운 것을 계속해서 문지르고, 누르고…)
케인 데이븐포트:('왜 갑자기 존댓말이야...') ... ...그, 그만해요. 언제까지...흣... ... 이럴 거냐고요. 차라리 식사 끝나고 하면 되잖아요... ... (중간에 신음이 섞인 채, 겨우 말을 이어나갔다. 숨을 헐떡이는 채로 그와 눈을 마주하면, 이 상황이 마음에 드는 듯 한 쪽 입꼬리를 올려 웃고 있는 것이 실로 짜증나는 상황이 아닐 수가 없었다.) 아, 그만... 아, 흣... (찌릿거리는 감각이 아래를 타고 내려오면, 허리를 잘게 떨다가 다시 고개를 숙인 채로 몸이 들썩였다. 뭐, 예상 가는 대로 바지 안에서 사정해버렸다. ...아, 최악이야. 어떻게 이런...)
잭:식사 끝나고 나랑 뭘 하려고? (킬킬, 듣기만 해도 짜증이 솟을 웃음소리를 내뱉으며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운다. 웨이터가 오가고 사람들이 음식을 먹고 있는 식당 한복판에서 신음을 내며 움찔대는 꼴 하고는. 누가 보아도 명백히 사정해버린 듯한 네 모습과, 미묘하게 따듯한 감이 느껴지는 중심부를 느릿하게 꾸욱 짓밟으며 포크를 들어 스테이크를 썰기 시작했다.) 그렇게까지 원하면 어울려줄 수도 있고. …드시라니까요? 기껏 레어로 시켜놓고. (부러 얄궂은 낯으로 너를 바라보며 입안에 고기를 밀어넣었다.)
케인 데이븐포트:(고개 숙인 채로 가쁘게 숨을 쉬다가, 네 발에 또 다시 꾸욱 눌려지면, "아읏..." 하고 짧게 신음을 내뱉었다. 누가봐도 이상한 사람 같은데, 여기서 고개를 어떻게 들지. 수치심에 눈물을 뚝뚝 떨구었다.) 이, 이제 그만...하세요. 다 했잖아요. 한 번... ... 했다고요.
잭:(순순하게 구는 꼴을 보며 했던 생각은 딱 하나였다. 진작 이렇게 굴 것이지. 상체를 기울인 채 손을 뻗어 네 턱을 붙잡아 고개를 들게 하면, 눈가가 벌겋게 물든 채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꼴이 마음에 들어서. 저도 모르게 눈썹을 꿈틀하며 한참 들여다보고 있다가 놔주었다. 고개가 조금 가까워졌던가?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입술을 부비진 않았으니 됐겠지.) 나머지는 식사 후에? (일부러 놀리는 투를 내며 웃고는 천천히 발을 뗀다.)
케인 데이븐포트:...하, 한 번 했으니 됐잖아요.... ... (한참동안 음식을 바라보다가 접시를 밀어내고는) 안 먹을래요. 당신이나 먹어요... ...
잭:(제 몫의 고기를 입에 밀어넣고 씹어대다가 네가 하는 짓을 보고는 한쪽 눈썹을 들썩였다. 밀어낸 접시는 자연히 제쪽으로 왔으니… 피가 저민 고기를 썰어내어 네 입 앞에 내밀어보였다.) 먹어.
케인 데이븐포트:시, 싫다고요. 당신이나 먹어요... (거부하는 듯, 고개를 피했다.) 이런 기분으로 식사가 되겠냐고요...!!
잭:왜 못 먹어? (핏물이 떨어지는 고기를 들고 너를 쳐다보고 있다가 손을 뻗어 턱을 콱 붙잡고 입술 위에 고기를 문대기 시작했다.) 먹으라고. 내가 권유하는 것 같아?
케인 데이븐포트:으붑... 흡... ...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를 제 입술에 문대면, 고기의 핏물이 입술 사이로 들어와 그의 식욕을 자극했다. 아니, 자극한 수준이 아니었다. 뭔가의 버튼이 눌려진 듯, 입을 벌려 거진 날 것의 고기를 한 입에 넣어 우물우물 씹어 댔다. 입술 사이로 퓻, 하고 튀어나오는 핏물을 보니 평소의 신사적인 모습과... 아주 거리가 멀게 느껴졌다. 오히려 신사가 아니라 야만인 같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듯 했다. 목구멍 아래로 씹은 고깃덩이를 넘겼다. 불편한 표정으로 우물거리다가 입을 열어 하는 말이... 참 가관이었다.)
지금 시뻘건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는데,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잭:(제정신인가? 너에 대한 감상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 눈을 한번 깜빡였다가 고개를 까딱. 평소와는 확실히 다른 모습에 미간을 찌푸리기도 했으나 그뿐이었다. 접시를 네쪽으로 다시 밀어내며 제 몫의 고기를 입에 썰어 넣었을 뿐.) 별 미친 새끼를 다보겠네. 거기서 핏물이 떨어지고 있는 건 아는 거지?
케인 데이븐포트:...네? 그, 그럴 수도 있죠... 제 취향이잖아요.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고기를 빤히 보다가 한 점 더 썰어서 입에 넣었다. '역시 너무 익었어. 너무 방치해서 먹은 것도 있긴 한데...' 이런 생각을 하며 괜히 앞에 있는 이를 째려보았다.) ...그만 먹을래요. 당신이나 많이 드세요.
잭:(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네 얼굴을 위아래로 훑어보다가 픽 웃으며 제 몫의 고기를 깔끔하게 해치워나갔다.) 누굴 돼지 새끼로 아나… 뭐, 그걸 못 먹을 정도면 생고기 정도는 가져와야 드시겠다?
케인 데이븐포트:... ... ...빨리 드세요. (네 말에 딱히 대답은 하지 않았다. 뭐, 말해봤자 이상한 거에 꼬투리나 잡아서 사람 미치게 만들 게 뻔하니까.)
잭:(빨리 먹으라는 말에 되려 턱을 괴고 겨우 한 두 조각이나 남았을까 싶은 고기를 칼로 툭툭 찌르며 너를 빤히 쳐다보기나 했다.)
잭:아니, 빨리 먹으라니까 먹기 싫어져서. 왜 명령질이야?
케인 데이븐포트:...그럼 먹지 말던가... 저 먼저 갈래요... (자리를 정리하고 일어난다.)
잭:(네가 일어나면 식기를 내버려두고 네 손목을 콱 잡아 당겼다.) 어딜 가?
케인 데이븐포트:...집에 갈 건데요. 당신이라면 한 시라도 같이 있고 싶겠어요?
잭:내가 사이좋게 밥이나 쳐먹으려고 여길 왔겠냐? (손목에서 팔로, 위치를 바꾸어 더 가까이 잡아당겼다.) 그건 네 사정이지. 난 널 보내줄 생각이 없거든. 같이 나가야겠는데?
케인 데이븐포트:...그럼 빨리 먹던가요. 여기에 더 있기 싫어요. 아니면 그만 먹고 나가던가.
잭:왜이렇게 먹기 싫어해? (천연덕스럽게 네 어깨 위로 팔을 걸쳐 손으로 감싸쥔 뒤 자연스레 옆자리를 차지하고 섰다.) 갈까?
케인 데이븐포트:(가까워진 네 가슴께를 떼어내기 위해 밀어내었다.) ... ...저 그럼 화장실만 갔다가 가면 안 돼요...?
잭:왜 그런델 혼자 가? (삐뚤게 웃어보이며 네 손을 툭 쳐내고 네 의사와는 상관 없이 화장실을 향해 걸었다.)
케인 데이븐포트:('자, 잠깐... 들어가면 안 되는 거 아냐?' 급하게 벽을 잡아 화장실에 들어가지 못하게 버텼다.) 아, 아... 안 갈래요. 생...생각 없어졌어요... 그냥 나가서 계산해요...
잭:(어깨를 쥔 손에 힘을 꾹 쥐었다.) 왜? 화장실 가고 싶다며. 내가 그런 것까지 못하게 하는 사람은 아닌데… 아, 아니면 해주는 쪽이 쥐향인가? (물끄럼… 시선이 길어진다.)
케인 데이븐포트:봐! 이상한 거 하려고 그러잖아요! 안 간다고요... 그냥 나가요. 할 생각 없어요.
잭:알았어, 알았어. 보내준다니까? (킬킬. 장난스러운 웃음을 뱉다가 어깨를 툭툭, 두어번 두드려주고 손을 떼었다.)
케인 데이븐포트:(뒤돌아 끝까지 경계하면서 겨우 화장실 안으로 들어간다. 몇 분 후, 씻은 손을 탈탈 털고 나오며,) 계산은 각자 해요. 사 줄 마음 없어졌어요.
잭:그래? (네가 씻은 손을 보며 과연 손만 씻고 나왔을까? 따위를 생각했던가. 네 주변을 느릿하게 걸어 맴돌다가 어깨를 툭, 반대쪽 옆구리를 툭. 웃으며 턱을 잡았다가 놓으면 제 손에 네 지갑이 들려있었다.) 네 지갑은 아니라는데?
케인 데이븐포트:허... ... ... ... ... ...하다하다 도둑질까지 해요??????
잭:내가 뭘? 네가 사준다며. (지갑을 열어 뒤적이다가 카드를 꺼내 들었다.) 사줄 거지?
케인 데이븐포트:싫어요!! (카드를 빼앗으려고 팔을 이리저리 뻗어 댔다.) 내놔요, 이거 도둑질인 거 몰라요???
잭:응? (휘적대는 너를 피해 몸을 이리저리로 기울다가 얄팍히 웃는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굴 줄이야. 내가 그렇게 좋아?
케인 데이븐포트:...아, 뭐라는 거야 짜증나게...
케인 데이븐포트:...진짜 아... (편두통 때문에 아픈 머리 잡고서) 당신 마음대로 해요...
잭:애초에 곱게 굴었으면 좀 좋냐? (태연히 제 것인양 카드로 계산을 마치고는 지갑에 넣어 툭, 네 가슴팍에 밀어붙여 돌려준다.)
케인 데이븐포트:... (싸가지...............)
잭:(턱 밑을 툭 건드렸다가 어깨 즈음의 옷을 콱 쥐고 잡아당겨 식당 바깥으로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케인 데이븐포트:흐앗... 왜, 계속 거칠게 구는데요...! 놔요 이거...! (버둥...)
잭:니가 한 달씩이나 잠수를 쳐 타셨으니까요. 그것도 몰라? (버둥거리면 더 힘을 줘서 팍 당겼다.)
케인 데이븐포트:알겠어요. 어디 도망 안 가니까 그, 그만 하시라고요!!! (발버둥 치다가 길바닥에 넘어져 버린다.) 악!! 아, 아파...
잭:왜? 또 도망가보시지. 한 달씩이나 잠적을 쳐 탈 정도면 그정도 배짱은 있어보이는데. (바닥에 엎어진 너를 발로 툭 찼다가 뒷덜미를 집어 다시 들어올렸다.) 미적대지 말고 가자고.
케인 데이븐포트:잠깐만요... 지, 지금 어...어디 가는데요?!
잭:왜, 길 한복판에서 쳐맞고 싶어? 전엔 싫다고 빌빌 기더니. (콱. 뒷덜미를 더 밭게 쥐고 너를 노려보듯 쳐다본다.)
케인 데이븐포트:...그, 그냥...어디 가는지 물어보는 거잖아요......
잭:(눈을 가늘게 뜨고 쳐다보다가 픽 웃는다.) 어디로 가고 싶은데?
잭:(웬일로?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가 잡고 있던 것을 놔주고 등을 툭 민다. 걸으라는 것처럼.)
케인 데이븐포트:... ... 왜... 왜요. 집까지 따라오게요?
잭:뭔 개소리야. 당연하지. 그럼 내가 널 갑자기 왜 놔주는데?
케인 데이븐포트:... ... ... (지친다는 표정으로 아무 말 없이 걷는다.)
잭:(적당히 거리를 두고 네 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케인의 집 방향으로 저벅저벅...그렇게 몇 분을 걸었을까요.
케인의 집 방향이긴 하지만 조금 어두운 골목이 나옵니다.
가방에서 테이저건을 꺼내 당신의 몸에 가져다댑니다.
──── SCENE #01 END────Exposition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면, 창도 하나 없는 작은 방에 누워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립니다.
새하얀 벽지가 푸른빛 조명을 받아 기묘하게 빛납니다.
제 몸을 살피면 몸에는 아무 상해도 없습니다.
잭: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77 |
판정결과: | 실패 |
곧 귀에 거슬리는 마이크 노이즈가 방 안에 울려퍼집니다.
끼이익, 하는 기묘한 소리는 귓가를 신경질적으로 울립니다.
그 소리는 방안 전체를 가로지르고 저 너머의 바깥까지 진동시킵니다.
목을 가다듬는 소리만으로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잭:뭐야, 씨발… (인상을 쓰며 이마를 붙잡고 상체를 일으켰다가 소리가 나는 쪽을 찾아 고개를 두리번거렸다.)
케인 데이븐포트:[... ...역으로 잡혀온 소감은 어떠세요?]
잭:지금 뭐하자는 거야? (내 목소리가 들리긴 하는 건가? 그러니까, 그래. 분명 테이저건에 맞은 기억이 난다. 그리고… …
나를 납치했다고? 그 겁쟁이가?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뱉었다가 눈가를 찌푸렸다.) 복수라도 하겠다고?
케인 데이븐포트:[...복수까진 생각 없었는데... 그 쪽이 그렇게 행동하지만 않았어도 제, 제가 이렇게 까진 하지 않았을 걸요...?]
잭:(얼씨구, 말까지 더듬고. 그래. 어떻게 날 이런 독방에 데려오기까진 한 모양이지만… 뭘 제대로 저지를 깜냥은 없을 것 같다. 별로 위협이 되지도 않는군. 이젠 명백히 너를 비웃는 소리를 내고서 침대에 걸터 앉아 어깨를 으쓱인다.) 내가 뭘? 그래서 이제 어쩔 건데?
케인 데이븐포트:(네 질문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음..." 소리를 짧게 내고서 목소리를 조금 가다듬고서 하는 말은-) [뭐라 해야하지... 최근 들어서 날 것의 고기밖에 못 먹게 되었거든요. 소, 돼지... 닭. 음... 여러가지 먹어봤는데 다른 것도 궁금해서... 아, 걱정 마세요. 아무리 그래도 죽이진 못하겠죠. 그냥 조금만... 맛 좀 보려고... ]
잭:(날 것 이야기에는 오늘─시간이 채 다 지나지 않았다면─ 네가 보였던 모습이 떠올라 스스로 납득을 했던 것 같다. 그러다 이어진 말이 무슨 뜻인지를 깨달았을 때 인상이 팍 구겨지긴 했지만.) 설마 사람 살을 쳐먹어보겠다는 거야? 미친 새끼가 따로 없네.
케인 데이븐포트:[...자기는... 안 미친 줄 아나...]
[여튼, 이 건물에 당신이랑 , 저밖에 없어요. 당신이라면 당장에 빠져나갈 생각부터 하겠지만... 어려울 거예요. 30분 후에 당신의 살을 도려낼 예정이거든요. 음... 따로 궁금한 거 있어요?]
잭:말이 안 통하네. (그야 너를 관찰해왔던 바, 호기심이 남들에 비해 왕성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어도 사람 고기 맛이 궁금해서 이런 짓을 하다니. 아니, 궁금하던 차에 나 같은 놈이 있으니 겸사겸사 잘 됐다 쪽에 가까운가? 어느 쪽이던 간에 네게 순순히 뭔가를 내어줄 생각 따위는 없었으므로 몸을 일으켰다.) 네 계획을 깨트려서 안타깝지만 30분 뒤에 난 이미 없겠지. 더 할 말은 없고?
케인 데이븐포트:[음... ... ... 나름 '사냥'이니까 동등한 위치에서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CCTV는 이 대화 이후 전원을 내릴 거거든요. ...아, 아닌가. 내리지 말까요...]
잭:사냥? (픽, 웃음이 새었다. 아니 안 웃을 수가 있어야 말이지. 지가 나를 어떻게 이길 건데? 그런 생각을 하다가 어깨를 으쓱인다.) 더 말할 건 없어 보이네. (그러고는 정말 마이크 소리가 나던 말던 밖을 나가기 위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케인 데이븐포트:(... ...날 완전히 무시하잖아...)
잭:(주변에 아무것도 없나? 벽을 더듬어본다.)
케인도 더 할 말은 없다는 듯, 마이크가 툭 끊깁니다.
주변을 둘러보면, 벽에는 아무것도 없고 천장 오른쪽 구석에 달린 CCTV를 발견합니다.
잭:(CCTV를 꺼놓겠다고? 한쪽 입꼬리를 삐딱하게 올리고 CCTV를 향해 중지 손가락을 쳐들었다가 문을 찾아 밖으로 나선다.)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벽, 그리고 우측으로 길게 뻗어진 복도입니다.
복도 또한 푸른 조명으로 장식되어 있어 스산한 분위기를 풍깁니다.
앞으로 조금 걷다보면 안내 데스크가 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지도 위 파란 글씨입니다.
잭:(여긴 뭐하는 건물이야? 한쪽 눈썹을 들썩였다가 데스크 위의 지도를 살폈다.)
잭: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지도 위에 블루 바이오 : 별관 안내도 3F 라고 적혀있습니다.
블루 바이오의 3층인가 보군요. 어디선가 들어봤는데...
잭:(블루 바이오? 뭐 이런데에 데려왔지. 여기랑 연줄이 있었던가? 머리를 굴리다가 30분 뒤 자신을 사냥하겠다던 너를 떠올린다. 웃기지도 않지만… 혹시 모르니 무기로 쓸만한 것을 찾기 위해
비품실로 가기로 하고, 지도를 대강 훑어 외운 후 걸음을 옮겼다.)
철제 선반들에 물건들이 가득 담겨있는 비품실입니다.
바구니들을 이용해 물건들이 차곡차곡 담겨있습니다.
잭:(바구니 안에 있는 물건을 슬쩍 본다. 뭐가 들어있는지.)
수첩, 볼펜 몇 자루, 대본... 누가 생각나지 않나요?
잭:(뭐 이딴걸 준비해뒀지? 애초에 이 건물을 빌린 건가? 이 층 자체를 빌렸나? 말이 안되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대본을 들어 팔락 거리다가 주변에 뭔가 더 볼 건 없는지 살펴본다.)
잭:(딱히 쓸만한 건 없네. 턱가를 긁적이다가 옆이었던
약품실로 들어간다.)
근력으로 깨부순다고 해도 안에서 발견되는 것은 라벨 없는 약들이 전부입니다.
잭:(허술하네. 뭘 이렇게 대충 해놨어? 그런 생각을 하며 열려있는 약장을 차례대로 살핀다.)
TV 광고에서 봤던 것, 병원에서 처방해줬던 것, 약국에서 비상용으로 두어번 샀었던…
생각해보니 블루 바이오... 약을 구매했을 때 많이 접해봤습니다.
그 중에는 이 회사의 가장 유명한 '진통제'도 들어있습니다.
잭:(왜 여기를 납치 장소로 골랐을까. 날 것만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건 이 회사와 모종의 실험을 진행한 건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진통제를 집어들었다.)
잭:(진통제를 둘러보다가 주머니에 넣는다. 진통제는 어느 경우든 잘 쓰이는 편이니까.)
잭:(다른 열린 약장을 둘러본다. 이게 다 본 건가?)
안을 살펴보면 간단한 종이밴드, 붕대, 거즈 따위의 도구들이 있습니다.
옆에는 약들도 쌓여있지만 무슨 약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잭:(미심쩍은 약은 챙겨봤자 도움이 되지 않을테니 붕대와 거즈 따위를 조금 챙겨둔다.)
모두 똑같은 약병, 똑같이 희뿌연 액체가 담긴, 동일한 모양새의 약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습니다.
하나 꺼내서 들어보거나 흔들어 본다면 크게 점성 없는 액체들이 담겨있는 병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잭:(뭐지 이건? 고개를 갸웃했다가 어깨를 으쓱이며 한 병 챙겨준다. 뭔진 몰라도 눈에 맞으면 아프긴 할테지.)
약품실은 다 둘러본 것 같습니다.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습니다.
잭:(여긴 뭐 이렇게 애매하게 쓸데가 없지. 그런 생각을 하며 옆의 방으로 바로 옮겨왔다. 여긴 어디야… 기록 보관실?)
역시나 푸르스름한 조명이 비춰지고 있는 안에는 컴퓨터 한대와 책장 서너개, 캐비넷이 보입니다.
잭:(여긴 조명이 다 왜 이 모양이야? 눈가를 찌푸렸다가 컴퓨터를 만져본다.)
바탕화면에 보이는 것은 익숙한 웹 브라우저의 아이콘과 특정 기관에서 사용하곤 하는 관리용 프로그램이 전부입니다.
◈:웹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검색이 가능합니다.
잭:(웹을 클릭해 블루 바이오에 대해 검색해본다.)
◈: 블루 바이오 │ 푸른색 종이상자의 포장이 익숙한 제약회사. 블루 바이오의 문이 완전히 닫힌지 3개월. 아직도 도주한 총 책임자에 대한 행방은 묘연한 상태다. 약 8년간 극비리에 시행되었던 인체 실험이, 한 내부고발자에 의해 사회에 드러난 현재. 경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한편 약국이나 병원 측에서는 기존에 블루 바이오에서 공급받던 약품의 재고들을 처리하는데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약의 성능은 뛰어나지만, 윤리적으로 문제가 되는 기업의…. 잭:(아, 이런 기사를 읽었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 인체 실험… 이럴 줄 알았지. 데이븐포트는 진통제를 꾸준히 먹어왔으니 그런 과정에서 관여가 생겼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마우스를 딸깍이다
블루 바이오의 인체 실험에 대해 더 나오는 건 없는지 살펴본다.)
◈: 인체 실험 │ 적은 용량으로도 안전하게 마취가 가능한 마취제를 개발했던, 블루 바이오가 오늘로써 몰락한다. 한 내부고발자의 폭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한 방송사에게 직접 메일과 영상을 전달하여 블루 바이오의 잔인하고 비윤리적인 실험 환경을 폭로했다. 블루 바이오는 그간 피험자들에게 약물을 강제로 투여. 그 결과를 실험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잭:(아, 아까 챙긴 무취의 약은 마취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잠깐. 데이븐포트가 이런 실험에 휘말렸을 것 같지는 않은데… 약을 많이 섭취하기는 했을테니 그 과정에서 뭔가 문제가 생긴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무언가를 더 찾아볼까 하다가도 방구석에 앉아있는 게 아니니 검색은 이쯤 하자 생각하며 책장을 살펴본다.)
붙어 있는 라벨을 살펴본다면, 그것이 전부 사람의 이름임을 알 수 있습니다.
잭:(익숙한 이름이 있는지 빠르게 훑어본다.)
C... 구간을 살펴봐도 익숙한 이름이 나오지 않습니다.
잭:(역시. 대충 다른 파일철들을 훑어보았다.)
◈: 제레미 화이트 │ 나이 : 34세 투여 결과 : 급격한 체중 감소가 보고됨. 야뇨증 증상을 보임. 환각, 환청에 시달림. 허공을 바라보며 통칭 '에이미'라는 자와 대화를 끊임없이 이어나감. '에이미'에게는 친절하나, 그 외의 사람에게는 적대적임. 그저께는 내 슬리퍼가 자신의 것이라며 고래고래 화를 냄. 슬리퍼를 품에 쥐어주자 조용히 돌아갔다. 몸에 '에이미 화이트'라는 문신이 있다. 에이미는 그의 약혼녀, 혹은 결혼 상대로 추정됨. 엠버 그린 │ 나이 : 28세 투여 결과 : 끊임없이 춤을 춤. 타인을 모두 관객으로 치부하는 경향을 보임. 자신의 춤을 감상해주지 않으면 극도로 신경질을 냄. 무사히 지나가려면 몇 분간 춤 추는 모습을 지켜봐 주어야했다. 대화는 잘 되는 편. 감정의 기복이 크다. 며칠 전에는 춤을 주다가 발목을 접질렀으나 아프지도 않은지 계속 행동을 이어나가다 연구원들에 의해 저지당함. 늘 '댄서가 꿈이었다'라는 말을 달고 사는 중. 어제는 너무 힘들어서 그냥 지나쳐가려 하다가, 귀를 물어 뜯겼다.
페리 핑크맨 │ 나이 : 29세 투여 결과 : 통칭 PP. 성적으로 문란함. 모든 접촉을 성적으로 해석함. 화장실에 가는 길에 마주쳤다가 내게 추태를 부렸다. 가까이 하지 않는 게 좋겠지.
잭:(별 미친 새끼들이 다있군. 아니지, 이 좆같은 회사가 미친 새끼들을 양성해낸 거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파일철을 덮어버리고 캐비넷을 열어본다.)
잭:(이건 또 왜 잠겨있어? 억지로 열 수 있다면 열어본다.)
잭:근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캐비넷의 문을 여는데 성공한 잭의 눈 앞에 펼쳐진 것은….
캐비넷 안에서 다량의 혈액이 뿜어져 나옵니다.
마치 좁은 통로에 피 한 바가지를 들이 부은 것처럼, 캐비넷은 문을 열기가 무섭게 잭에게 비릿하고 시뻘건 혈액을 토해냅니다.
잭:아, 씨발! (순간적으로 욱한 마음에 욕을 참지 못하고 내뱉었다가 뚝, 뚝… 점도 있게 떨어지는 붉은 핏방울들을 못마땅히 내려다보았다. 이래서는 걷는 곳마다 흔적을 남기게 되잖아. 신경질적으로 혀를 차며 대충 툭툭, 손으로 피를 털어내었다.)
SAN Roll기준치: | 70/35/14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1
캐비넷을 닫을 수도 없을 정도로 그 세기는 거칠고, 잭은 이미 흠뻑 젖었습니다.
귓가에는 흡사 파도치는 것 같은 소리가 울립니다.
즉시 기록보관실을 빠져나오면 문을 닫는 순간 소리도 사라지고, 피는 더 흘러나오지 않습니다.
이제 잭이 지나다니는 길에는 발자국이 찍힙니다.
잭:하, 씨발… (작게 욕을 읊조리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분명 이 층에 화장실이 있었는데. 피에 절어버린 머리를 신경질적으로 쓸어넘기고 낯의 피를 손으로 훑어내다가 화장실을 발견하고는 그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몸을 씻을 수도, 간단하게 핏자국을 지워낼 수 있어요.
잭:(세면대 쪽으로 가서 수도꼭지를 열어본다. 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고는 최소한 간략하게 피를 닦아내기 시작했다. 얼굴이나 손, 발 같은 것들.)
세면대에서 몸을 씻고 있자면, 핏물이 일렁이는 세면대 배수구에서 무언가 위로 올라오고 있음이 보입니다.
부글부글 거품과 함께 무엇인가 위로 둥둥 떠올라 좀처럼 물이 빠지지 않습니다.
잭:(이게 뭐지? 인상을 쓰며 끄집어 낸다.)
SAN Roll기준치: | 69/34/13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2
(살점을 바닥에 패대기 치고 손을 마저 닦았다. 씨발… 뭐야, 여긴?)
자세히 보면 그것은 사람의 살점이 아니라, 돼지나 소고기의 조각임을 알 수 있습니다.
복도 저 끝, 직원 휴게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는 케인.
그의 손에 들린 것은… 길고 커다란 산탄총입니다.
잭:(씨발… 저건 살점만 조금 먹겠다, 수준이 아니잖아? 진짜 미쳐버린 건가? 한달 동안 여기 끌려와서 실험이라도 당한 거 아니야?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히 움직여본다.)
은밀행동기준치: | 20/10/4 |
굴림: | 64 |
판정결과: | 실패 |
은밀행동기준치: | 65/32/13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 SCENE #02 END────Inciting action 계단을 내려갈 때, 뭔가 시선이 느껴진 것 같은데...아무래도 착각이겠죠.
2층에 도착하면, 곧장 안내 데스크가 있습니다.
데스크 위에는 블루 바이오 : 별관 안내도 2F 라는 문구가 붙어 있습니다.
잭:(계단 위쪽을 힐끔였다가 안내도를 빠르게 살핀다.)
지도를 보던 잭은 오른쪽 복도 끝의 방 이름이 안내도에 적혀 있지 않음을 쉽게 눈치챌 수 있습니다.
◈:데스크 안 쪽에 무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살펴볼까요?
안쪽을 살펴보면 각종 응급처치 도구들이 즐비해 있습니다.
잭:(여기저기 즐비해놓는군.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응급처치 도구들을 챙긴다.)
◈:응급처치 도구 - 사용시 체력 회복 1 포인트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문에는 단조롭게 '보관실'이라고 쓰여있습니다.
잭:근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21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문을 여는데 성공하면 보이는 것은, 아니 그 전에 먼저 코에 와닿는 것은…
차게 식힌 피, 물에 희석된 피 냄새가 코끝을 타고 올라 뇌리까지 깊게 잠식합니다.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밖으로 깊게 배어나오는 날것의 냄새.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가면, 잭은 적나라히 볼 수 있습니다.
천장에서부터 내려온 수많은 갈고리, 그 갈고리 하나하나마다 걸려있는 날고기들.
소, 돼지, 양…. 군데군데 남아있는 가죽이 아니었다면 정체를 알아보지도 못했을 법한, 그렇고 그런 둥근 모양의 고기들.
잘 정돈된 갈비뼈 사이로 뚝뚝 흘러내리는 핏방울은 이 도륙이 불과 얼마 전에 진행되었음을 증명합니다.
잭:(씹… 뭐 이런 좆같은 공간이 다있어. 이것도 데이븐포트가 한 짓인가? 미간을 찌푸리며 방 밖으로 나오다가 이름이 적혀있지 않던 맞은 편 방의 문을 열어본다.)
정말?
정말?
정말정말정말?
눈치챙겨
잭:(아무래도 찝찝하니 바로 옆인 방송실에 먼저 들어가본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케인의 말대로 꺼진 마이크와 모니터들, 서랍이 딸린 책상이 보입니다.
모니터 화면은 총 열 두개로, 네 개씩 세 줄.
◈:잭은 전원을 켜서 케인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확인할까요?
잭:(확인해본다. 산탄총을 들고 있는 미친 새끼는 어디 쯤 있을지.)
구석의 한 모니터 화면에 케인의 모습이 언뜻 비췄다가 사라집니다.
그곳이 어디인지 깨닫기도 전에, 갑작스레 모니터 화면이 지지직거리는 노이즈로 뒤덮입니다.
서서히 점멸하던 모니터는 곧 완전히 먹통이 되어버립니다.
잭:(씨발… 이 새끼는 내가 어디있는지 알았나? 아까 비웃을 때와는 달리 긴장을 한 채로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서랍이 딸린 책상을 살펴본다.)
그러나 보이는 것은 현재 별관의 내부가 아닙니다.
열 두개의 화면은 잘 맞춰진 퍼즐처럼 하나의 장면을 출력하고 있습니다.
. 그것은 다름아닌… 환자복을 입고 병상에 앉아있는 케인의 모습.
케인은 병상 위에 앉아있고, 흰 연구원 가운을 입은 사람이 케인에게 다가옵니다.
음소거된 화면이라 소리가 들리지는 않지만 저 벌어진 입만으로도 케인이 비명을 지르고 울 있다는 게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리고 케인의 옆으로는, 마찬가지로 환자복을 입고 병상에 오른 많은 사람들의 모습도 비춰집니다.
누군가는 구속복까지 착용한 채 몸을 뒤틀고 있고, 누군가는 계속해서 빙글빙글 춤을 춥니다.
또 누군가는 허공에 대고 손을 뻗으며 보이지 않는 무언가와 이야기합니다.
잭은 그 혼란한 현장이 어디인지 금방 알아봅니다.
그도 그럴게, 병상마다 익숙한 로고가 붙어있는걸요.
로고 특유의 파란 빛이 기이한 곡선을 그리며 눈앞에서 흐드러지는 것만 같은 감각입니다.
잭:(허리의 고통 때문에 임상실험에 참가했던 건가? 영상 속 몇몇은 아까 읽은 파일철에서 읽은 이들과 닮아있었으므로 로고가 없었더라도 금방 알아챌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적어도 지금 저 데이븐포트도 정상은 아니라는 걸… …평소에 제가 알던 그가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까지 미치고 나면 뒷목에 소름이 돋고 식은 땀이 흐르는 기분이었다. 아까 뭐라 그랬더라. 난폭성? 귀를 물어뜯었다고? 산탄총을 들고 있던 네 모습과 겹쳐 떠오르자 조용히 숨을 삼킨다.)
SAN Roll기준치: | 67/33/13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주사기 속 희뿌연 약물이 케인의 몸으로 스며듭니다.
어느새 케인은 양팔을 축 늘어뜨린 채 병상에 드러눕고, 연구원 가운을 입은 사람들은 사라집니다.
제 옆자리의 많은 사람들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여기까지 보면 영상이 다시 CCTV 화면을 비춥니다.
그러다 문득, 케인은 뭔가 눈치챈 사람처럼 CCTV 화면을 바라봅니다.
CCTV 화면 하나가 노이즈와 함께 곧바로 암전합니다.
잭:(전원이 켜져있다는 걸 알아챘나? 그럼 바로 여기부터 확인하러 올텐데. 주사기 같은 건 없나? 급하게 책상의 서랍을 열어본다. 마취제를 가지고 있으니 주사기를 가지고 있으면 충분히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몰려오는 감각을 애써 모른척한다.)
사진은 하나같이 흑백인데, 피가 조금씩 튀어있습니다.
사진 한장을 집어들어 뒤를 돌려본다면 붉은색 글씨로 이렇게 써져 있습니다.
잭:(이거 뭐야, 씨발… 언제 찍힌 거야? 놀랍지도 않은 일이기는 하다만 불길하게 여기 있을 이유는 또 뭔지. 설마 다 데이븐포트 건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 사진을 뒤집어 봤을 때 인상을 팍 구겼다. 별 좆같은 새끼가 뭐라는 거야… 누가 순순히 먹게 둔대? 죽음을 목전에 두고 오히려 반발심이 튀어나와 끈덕지게 살아남는 오기는 하루 이틀 일은 아니었으므로. 사진을 찢어발기다가 문득 책상 위가 눈에 들어왔다.)
잭:자료조사기준치: | 60/30/12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 기사 │ 대부분의 피험자들은 정신병원에 수감되어야 할 정도로 심히 망가진 상태다. 그들이 보이는 증상은 제각각이지만, 그것이 설명 못할 광증이라는 사실은 똑같다. 연구진측은 블루 바이오에서 시행된 강제 임상 시험의 결과가 피험자들의 뇌신경 일부에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하는 가설을 내 놓았지만 실제로 관련 검사 내에서는 어떤 이상도 검출되지 않았다. 이에 가설은 새로운 방향으로 돌아갔다.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PTSD 혹은 일종의…. 잭:(어쩌라는 거야, 씨발. 좆같은 기사를 내팽겨치고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문 밖에서 소리가 나는지 문에 귀를 대어 들어본다.)
문 밖에선 다행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습니다.
잭:(문을 조심히 열고 나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이름이적혀있지 않은 방의 문을 살짝 열어본다. 여긴 뭐하는 데야?)
역시 문은 조명을 받아 푸르게 빛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테이블이 하나, 의자가 하나.
잭:(이 정신병동 같은 공간은 뭐지? 눈살을 찌푸렸다가 의자에 앉아있는 이를 발견하고는 덜컥, 몸이 굳는다.)
…여기 있었냐?
잭이 가까이 다가가도, 말을 걸어도 케인은 눈길을 돌리지 않습니다.
아, 이것은 케인의 기억 중 일부, 그러니까 어디까지나 구현된 환영에 불과합니다.
케인은 잭의 접근에도 아랑곳 않고 테이블 위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흰 접시에 놓인, 깔끔하게 정돈된… 생고기 한덩이가 덩그러니 놓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습니다.
핏물을 빼지도 않은건지 벌건 물이 죽 흘러나와 테이블 위에 아무렇게나 튑니다.
그리고 케인은 그것을 서툰 솜씨로 썰어서, 천천히 입에 밀어넣습니다.
바들바들 떨리는 손이 미약한 거부감을 내비춥니다만 그것은 한시일 뿐입니다.
입 안에 있는 것을 씹고, 천천히 혀 위에서 굴리다가, 꿀꺽 소리와 함께 삼킵니다.
그리고 마치 폭발한 광증의 산물처럼, 케인은 테이블 위에 허겁지겁 손을 올립니다.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를 손에 우악스럽게 그려쥐고 이를 박아 넣습니다.
질긴 근육과 살점을 거칠게 물어뜯고 뭉게가며 입 안으로 밀어넣습니다.
케인이 움직일 때마다 고기에서는 핏물이 떨어집니다.
곧 그것은 완전한 혈액으로 변하고, 잭의 시야는 케인의 입과 턱을 따라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붉은 혈류에 집어삼켜집니다.
케인은 그 모든 고기를 게걸스럽게 먹어치웁니다.
뼈가 씹히면 씹히는대로, 그래서 내 혀가 베이면 베이는대로.
짐승처럼 살점을 짓이기던 케인은 곧 고기를 모두 집어 먹고도 만족하지 못한 사람처럼 피가 가득 묻어있는 손을 입에 넣고 진득하게 핥아올립니다.
파르르 떨리는 눈꺼풀이 케인의 쾌락을 여념없이 드러냅니다.
호흡이 거칠게 달아오르고, 그는 입을 열어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잭:SAN Roll기준치: | 67/33/13 |
굴림: | 6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잭:(미친 새끼. 뭘 조금만 맛을 봐? 씨발놈의 새끼. 나도 저렇게 쳐먹으려던 거겠지. 역겹다는 생각을 하면서 입을 막았다. 속이 울렁거리는 게 느껴져서. 그와 엇비슷하게 제 이름이 불렸을 때엔 역설적이게도 웃음이 났다. 이 순간에 나를 떠올렸다는 거지.
나를 고깃덩이처럼 먹어치우려고. 아, 내가 사람보는 눈은 틀리지 않았다니까. 차게 식은 눈으로 이 미치광이의 과거의 편린을 보고 있다가 고개를 돌렸다. 산탄총을 든 '진짜 미치광이'가 언제 올지 모르니까. 발소리를 죽여 복도 쪽으로 움직인다.)
의문의 방을 나가기 위해 문을 여는 순간...
방송실에서 나온 케인이 잭의 바로 앞에 서 있습니다.
잭:(아 씨발. 한발 늦었네. 허탈하게 웃으며 문고리를 잡고 서있다가 한쪽 눈썹을 까딱인다.) 도망 안치면, 정중하게 한 입만 먹게?
케인 데이븐포트:...알잖아요. 저 폭력 안 좋아하는 거...
당신이 괜찮다면 손 한 쪽만 내주세요. 기왕이면 오른손으로.
잭:그거야 내가 예전에 알던 너고. 방금 보니까 그 말도 썩 믿음직스럽진 못한데. 내가 너한테 다 뜯기지 않을 거란 확실을 어디서 받을 수 있는 거지? (어차피 이 방 안에는 도망갈 곳이 없으니 적당히 말을 주고 받으며 장소를 옮겨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와중에도 오른손을 달라는 꼴을 보아하니 '미치광이'라는 이름은 잘 지었단 생각을 하며 물끄러미 너를 쳐다보았다.)
케인 데이븐포트:음... 뭘 어떻게 해야 믿어주실 건데요? 각서라도 써 볼까요?
잭:각서 같은 거야 내가 다 씹어먹히고 난 후에는 의미 없는 거고. (눈을 느릿하게 한 번 깜빡이는 사이 스쳐지나간 생각에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는다.) 내가 마취제를 좀 가지고 있는데… 이 회사 안엔 주사기가 없나? 네가 내 손을 먹어 치우는 동안 나는 네 목에 마취제를 겨누고 있는 걸로 할까 싶은데. 여차하면 주삿바늘이 목에 들어가겠지만, 네가 약속을 지킨다면 그럴 일은 없을 거야. 어때, 받아 들일 건가?
케인 데이븐포트:마취한 다음에 절 납치해서 이상한 짓이라도 하면 어쩌게요? 솔직히 저보다 당신이 훨씬 신뢰가 없어요. 그리고, 애초에 정말 당신을 잡아먹을 생각이었으면 이미 죽여버린 후에 먹고도 남았어요. 안 그래요?
잭:이봐, 나도 당신이랑 맞춰주려고 날뛰지 않고 참아주고 있잖아. 그럼 서로 합의를 봐야지. 몸으로 붙었을 때 당신이 날 이길 자신은 있고? 그쪽이 날 봐주고 있다는 식으로 말하지 마. 우린 동등한 거야. 알아 들어?
케인 데이븐포트:(산탄총을 들어올려 철컥. 네 가슴에 겨눴다.) 동등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잭:(아, 씨발. 잘못 건드렸네. 입꼬리를 올려 픽 웃다가 고개를 까딱이고 너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죽이겠다고? 폭력적인 걸 싫어한다던 사람 치고는 꽤 파격적인 행보네. 응?
케인 데이븐포트:싫어하는 거지, 못 할 이유는 없어요. 이 공간.. 저희 둘 밖에 없잖아요? 아, 설마 이만큼 다녔으면서 아직도 모르는 건가?
잭:(에이, 씨발… 그나마 상대는 육탄전에 익숙하지 않으니 지금 당장 방법을 찾아야했다. 내 손은 문고리를 잡고 있고, 문 사이에 총이, 문지방 너머에는 데이븐포트가… 이대로 문을 닫으면 총을 밀쳐낼 수 있을텐데. 네가 그 사이에 방아쇠를 당길지 아닐지가 도박이라. 당기는 순간 난 백퍼센트 죽는 꼴인데. 하하, 씨발. 이건 좀 너무하잖아. 그런 생각을 하며 물끄러미 너를 쳐다보다가 입을 열었다.) 알았어, 알았다고. 차라리 각서를 쓰지. 여긴 펜도 종이도 없으니 자리를 옮기자고. 그래, 아까 삼 층에… 수첩과 펜이 있던데. 어때?
케인 데이븐포트:...(눈을 데굴데굴 굴리다가 총을 내린다.) 3층 말고, 1층에도 있어요. 1층으로 내려갈까요?
잭:(1층이면 오히려 좋지. 눈을 한번 깜빡였다가 웃으며 총구가 닿았던 자리를 문지르고 네 옆으로 스치듯 지나쳐나온다.) 대화로 해결하자고, 가급적. 응?
잭:(좆 같은 새끼. 총만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게. 뭐 무기로 쓸만한 건 없나? 눈에 띄지 않게 눈동자만 굴려 주변을 살피면서 1층을 향해 내려갔다.)
──── SCENE #03 END────Rasing action 계단을 통해 내려오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당연하게도 정문입니다.
하지만 정문은 쇠사슬로 문고리가 잠겨있습니다.
자물쇠 또한 존재하며, 케인이 옆에 붙어있기에 근처에 갈수도 없습니다.
케인은 상담실에서 펜과 종이를 가져오겠다면서 자리를 비웁니다.
잭:(조금 움직이는 정도로 날 죽여버리진 않겠지. 주변을 둘러보다가 정문으로 나갈 수는 없으니 다른 루트를 확보하거나 무기를 얻기 위해 경비실로 가본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우리가 생각하는 경비실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것이 펼쳐집니다.
. 그 안에 있는 것은 익숙한 분위기가 아니라…
케인이 들고 있던 것과 다를 바 없는 산탄총, 수류탄부터 권총까지.
작은 단도부터 식칼 같은,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흉기들도 가득 널려있습니다.
그러나 총을 꺼내들어 안을 살펴본다 하더라도, 장전된 총알은 없습니다.
잭: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5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무기들 사이에서, 마취총과 마취제 여섯개를 발견합니다.
또한, 사람이 쓸 정도로 큰 대형견용 입마개도 보이네요.
잭:(총알이 없는 총은 쓸모가 없다. 하지만 마취제가 구비된 마취총은 다르지. 그를 챙겨 들면서 대형견용 입마개에 시선을 흘끔 주었다가, 바지춤에 챙겨 묶어두고 총의 구동 방식을 확인해본 뒤에 마취제를 장전해두고 바닥에서 단도를 들고 휘둘러본다. 가벼워 눈에 띄지 않을 것을 확신한 후에야 소매 안으로 밀어넣어 숨겨두고 경비실 바깥으로 나와 문을 닫는다.)
밖으로 나오니, 케인이 은은하게 웃으며 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 그 안에서 무기 챙겼죠?
잭:(매번 타이밍이 안 맞네.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시선을 마주하다가 자연스럽게 거리를 쟀다. 산탄총과 마취총의 사거리를 비교하면서 고개를 까딱인다.) 아니, 무기라기보단 뭐랄까… 호신용품? 이거 봐요. 재밌는게 있던데? (하고, 자연스럽게 제 바지춤에 달린 입마개를 보여준다.) 이런건 어떠신지? 잘 어울릴 것 같은데.
케인 데이븐포트:당신이나 해요. 그런 데엔 관심 없어. (산탄총을 들어 올려 네 쪽으로 겨눈다.) 먼저 말로 해결하자 했으면서 제가 펜이랑 종이를 챙겨오는 사이에 무기를 챙기다니... 이러시면 저도 좋게 나올 순 없죠.
잭:정말? (툭. 입마개를 손으로 가볍게 쳤다가 제 입가를 두드리고는 웃는 낯으로 천천히 걸어 너와 거리를 좁혔다.) 그야 그쪽이 무서운 걸 어떡해? 나도 두렵고 공포를 느낀다고. 아까 같이 볼 걸 그랬나. 그 쪽이 생고기를 우악스럽게 뜯어먹던… 아, 그만하자. 쏠린다. (욱, 하고 토기가 올라오는 소리를 냈다가 고개를 저으며 너를 다시 볼 때는 웃는 낯이었다.) 각서 써야지?
케인 데이븐포트:(네 헛소리에 인상을 썼다. 이 새끼가 지금 뭐라는 건지. 상황 파악이 안 되나.) ...저는 아까 상담실에서 썼어요. ( 종이와 펜을 바닥에 던지고는 총구로 종이를 짚어 네 쪽으로 밀어 넘겼다.) 싸인만 하면 돼요,
잭:(별 내용은 없군. 글씨를 읽어 내리다가 뒷목을 긁적이며 너를 보았다.) 이거 뭐, 지키지 않았을 시의 사항은 없나? 그정돈 적어둬야 나도 보험이 되지 않겠어?
케인 데이븐포트:...지키지 않을 리 없으니까. 정 못마땅하다면 당신이 적어요.
잭:그럴까? (네 말에 고개를 까닥이고는 바닥에서 펜과 종이를 주워 들고 적당히 벽에 종이를 대고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재산을 을에게 모두 물려주기로 하고 갑은 앞으로 을이 벌이는 모든 행동에 반항하기 않을 것. 성에 차지는 않지만 적당한 거래 내용을 적어 싸인을 하고 네게 확인해보라는 듯 종이를 접어 네 쪽으로 던져주었다.)
...뭐 하자는 거예요?
케인 데이븐포트:이런 내용을 보면 누구라도 죽이고 싶을 걸요?
잭:그러니까, 그쪽이 내 오른손 외에 다른 건 건들지 않겠다는 말이 진심이었다면 그건 아무 의미도 없는 종이쪼가리가 될 뿐인데 왜 화를 내. 아니면 나를 더 먹어치울 생각이셨나?
케인 데이븐포트:하하... (약간의 지침이 섞인 웃음. 그냥 확 먹어버려도 괜찮지 않아? 이런 쓰레기 새끼가 사회에 있어봤자 뭐가 좋다고.) ...그냥 다 먹는 게 낫겠죠? 뭣 하러 손만 먹고 남겨둬요. 다 먹을 수 있는 상황에서. 그렇죠?
잭:갑자기 왜 태도가 변하고 그래. 난 우리가 사이좋게 잘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안 그래? 그쪽도 기껏 먹을 고기가 상하는 건 원치 않을 거 아냐? (웃으며 느릿하게 네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아, 근데 내가 술도 하고 담배도 한 몸이라. 어떻게 입맛에 괜찮을지 모르겠네?
케인 데이븐포트:필요 없어요. 난 당신이면 돼.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바로 총구를 잭의 오른손에 겨누어 방아쇠를 당긴다.)
잭:민첩기준치: | 80/40/16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뭘 그렇게 또 로맨틱… 아, 씹…! (능청맞게 웃던 것이 무색하게 총구를 피해 옆으로 굴렀다. 바로 몸을 일으켜 너를 향해 마취총을 겨눌 때의 표정은, 이미 웃음은 온데간데 없고 굳어있는 채였다.) 누가 순순히 먹혀준대?
케인 데이븐포트:...이제야 상황파악이 되시나. 잘 피해봐요. 저도 잘 피해볼테니까. (네가 마취총을 든 와중에도 겁내지 않고, 다시금 네 오른손을 집요하게 겨누었다. 그리고 다시...)
케인 데이븐포트:사격(라/산)기준치: | 40/20/8 |
굴림: | 3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잭:민첩기준치: | 80/40/16 |
굴림: | 5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총알이 손 옆 살갗을 스쳐 피가 팍. 하고 터집니다.
잭은 뜨겁게 아려오는 고통을 무시하고 마취총을 들어올려 케인에게 겨눕니다.
잭:아하, 하… 씨발놈. (욱신, 욱신. 피가 울컥이며 살갗 밖으로 흘러나올 때마다 고통이 느껴졌다. 조금만 더 늦게 피했어도 내장은 이미 다 파열됐겠지. 좆같은 새끼… 속으로 중얼거리며 이를 악 물었다가 왼손으로 마취총을 고쳐 쥐고 삐뚜름하게 웃음을 지어보였다.) 난 어떤 병신이랑 다르게 양손잡이라. 안타깝게 됐네? (말이 끝나는 것보다 한 템포 빠르게 방아쇠를 당겼다.)
잭:사격(권총)기준치: | 55/27/11 |
굴림: | 95 |
판정결과: | 실패 |
마취탄이 가볍게 케인의 옆을 스쳐 지나가고...
케인 데이븐포트:사격(라/산)기준치: | 40/20/8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잭:민첩기준치: | 80/40/16 |
굴림: | 7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케인이 쏜 총알은 한 번 더 잭의 살갗을 스쳐 지나갑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손목. 아프겠다. 그렇죠? 손 병신은 내 쪽이 아니라 당신 같은데?
잭:(한번에 제대로 쐈어야 했는데. 오른쪽 손과 손목이 의도치 않았음에도 볼품없이 떨리는 꼴을 보다가 마취제를 재장전했다. 세 발 쐈으니 두 발 남았나. 심호흡을 하며 너를 쳐다보았다.) 왜, 다음엔 다리 병신 만들어줘? (이번에도 역시 말이 끝나는 것보다 빠르게 방아쇠를 당긴다.)
사격(권총)기준치: | 55/27/11 |
굴림: | 59 |
판정결과: | 실패 |
케인 데이븐포트:... ... (고개를 숙여 작게 키득거린다.) 하하... 병신새끼.
아, 좀 안쓰러운데 도망 갈 시간이라도 드릴까요?
잭:(좆같은게 누굴 동정해? 다시 마취제를 장전했다. 이렇게까지 못 맞출 일도 아닌데. 느릿하게 숨을 들이내쉬었다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운다.) 왜, 꼴에 허리가 낫고 싶기라도 했나? 그래서 여기 왔어? 근데 결과는 어때? 사회에 내놓지도 못할 쓰레기 새끼가 다됐네. 밖에서도 그렇게 역겹고 게걸스럽게 쳐먹어 댈거야?
(다시 너를 겨누고 서서 물끄러미 너를 쳐다본다.) 내가 오늘 여기서 죽어도 네가 병신이란 사실이 바뀌진 않아. 너도 알지? (동시에 방아쇠를 당긴다.)
사격(권총)기준치: | 55/27/11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케인 데이븐포트:민첩기준치: | 50/25/10 |
굴림: | 52 |
판정결과: | 실패 |
──── SCENE #04 END────Climax 케인은 언뜻 손을 뻗은 것도 같지만, 그는 어떤 것도 해보지 못하고 기우는 몸뚱어리에 함락당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하하하. 하하하.......... ... 아, 발버둥 치면 뭐라도... ...되는구나. ... ...축하해요. 멀쩡하게 나가겠네...
잭:그러게 지랄말고 해치웠어야지. 뭘 하고 싶었던 거야? 복수? (저벅, 저벅. 일부러 느긋하게 걸어와 네 얼굴 앞에 피범벅이 된 손을 내밀었다.) 어쩌나, 난 스친 거라 누구처럼 못 써먹을 병신이 되는 건 아닐텐데. 안타깝게 됐어. 그렇지? (피가 묻은 손으로 네 눈가를 쓸었다가 그대로 머리칼을 넘겼다.) 어떻게, 아직 걷고 싶어? 허리는 건들지 말까? (명백히 조롱을 담은 투로 네게 속삭이며 웃는다.)
케인 데이븐포트:...왜... 그냥 죽여요... ...
잭:무슨 소리야, 내가 널 왜 죽여? 나는 너를 죽일 생각이 없다니까. 누구 좋으라고 그런 짓을 해.
쉽게 빠져나가려고 하지마, 케인. (진심으로 즐거워 웃는 낯으로 너를 바라보며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주더니, 그대로 머리채를 잡아 올려 시선을 맞추었다.) 주무시고 깨어나시면 또 봅시다, 케인 데이븐포트씨?
잭:(아, 잠들었네 이거. 이미 마취제를 맞고 넘어질 때 머리에 충격이 있었을테니… 머리를 내치는 대신 가만히 바닥에 내려놓고 산탄총에 든 총알을 빼놓고 일어서서 너를 내려다보았다. 진짜 병신은 몸이 문제가 아니라 복수랍시고 히히덕대다가 제 꼴을 지키지 못한 네 모습일텐데. 오늘이 지나면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겠지. 다음에는 무슨 짓을 해야 다시는 이런 짓을 생각하지도 않게 될까… 심심한 고민을 하며 상담실을 향해 걸어나갔다.)
여기서 전등을 찾아 켜면, 희끄무레한 붉은빛 조명이 방안을 가득 메웁니다.
방의 온 벽이 글자로 도배되어 있다는 사실을요.
직접 글자를 쓴 종이들을 떼어서 벽에 다닥다닥 붙여놓은 모양새입니다.
살펴보면, 눈에 띄는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경찰 조사와 간단한 검진 후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내게는 당장에 보이는 이상이 없는 듯 하였다. 몇몇은 정신병원에 수감되었다고 한다. 나는 특별한 증상이 없어서 다행이다. 이미 몇 개월을 갇혀 있었는데, 병동이라면 지긋지긋하니까. 그나저나 우리에게 주입한 약은 뭐였을까. 도대체 뭘 유도한 걸까.
실험을 받은 몇 개월간은 거의 먹지 못했기에, 간만에 정육점을 좀 들렸다. 쇠고기 몇 근을 사 왔다. 어떻게든 요리해 먹어볼까 싶었다. 그러나 맛은 최악이었다. 너무 바싹 익었다. 너무 많이 익혀버렸다. 고기가 씹히는 감각이 끔찍하다. 종잇조각을 씹는 것 같다. 결국 다 먹지 못하고 버렸다.
◈:새벽에 일어나보니 목이 말랐다.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낮에 사왔던 고기가 비닐봉지에서 흘러나와 냉장고에 아무렇게나 널부러져 있었다. 분명 목이 말랐던 것 같다. 배고프진 않았던 것 같다. 그랬던 것 같은데.
고기를 날 것 그대로 먹기 시작했다. 왜 그런지는 모른다. 그냥, 그렇게해야만 목구멍으로 살점이 넘어간다. 나는 온갖 것을 먹는다. 핏물이 떨어지면 떨어지는대로, 살이 이에 끼면 끼는대로 먹어치운다. 그건 맛이 있다. 씹는 맛도 좋다. 나는 분명 원래 이러지 않았던 것 같은데.
무언가를 더 원한다. 그런데 그게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떤 것을 더 탐한다. 그러고보니 뭔지 알 것 같기도 하고.
잭:(아, 안타까운 데이븐포트. 한입 정도는 먹어볼 수 있게 해줄 걸 그랬지. 이렇게나 나를 바라는 줄 알았더라면. 바스락, 벽에 붙은 종이를 하나씩 떼어 살피다가 바닥에 구겨 버리면서 픽 웃음을 뱉어냈다. 그렇게 품위와 예의를 지키던 놈이 밑바닥에 쳐박히게 된 꼴은 안타깝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어딘가 못마땅하기도 했다.
이건 내가 했어야만 했고, 나만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어떤 놈들이 감히. 약물 따위에 져버린 너도 딱히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미 일어난 일을 어쩌겠는가.
아, 이대로 너를 데려가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마취제도 남았고, 내겐 시간이 많고… 우리에겐 대화가 필요할 것 같으니까. 밖에 나갈 준비를 해볼까. 입꼬리에 제법 만족스러운 웃음을 걸친 채 열쇠를 찾아 방을 뒤졌다.)
잭: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13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붉은 조명 아래에 반짝거리는 무언가가 눈에 밟힙니다.
밖에 나오면, 마취탄을 맞고 쓰러져 있는 케인이 눈에 들어옵니다.
잭:(찾아낸 열쇠를 주머니에 밀어넣고 케인을 내려다보다가, 자물쇠를 먼저 열어 쇠사슬을 풀어놓고 다시 돌아와 너를 어깨 위로 둘러매었다. 짐짝이나 다름없이 힘 빠져 늘어진 것을 들고 나섰다. 여전히 제게는 마취제와 입마개가 있었으며, 잠에서 깨어난 네가 어떤 표정을 지을지 생각해보면 그게 또 즐거운 일이라. 어떻게든 네게 또 다시 절망을 줄 수 있어 잘 되었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너와 함께 이 빌어먹을 건물을 빠져나왔다.)
잭이 케인을 데리고 건물을 나가자마자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세계가 일그러지며 여태껏 보아온 천장이 흐트러져 사라집니다.
당신은 곧 무너질 몸에 대비하지만, 발은 여전히 땅을 디딘 채 굳건히 서 있습니다.
이 상황을 모른 채 당신의 품에 쓰러진 케인을 바라봅니다.
케인이 준비했던 것 처럼 잭도 준비해둬야겠죠.
──── SCENE #05 END────Denou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