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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인과 잭은 이곳에서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낸 사이입니다.
케인이 잭에게 어렸을 적 부터 지독한 소유욕과 집착을 드러낸 건 고아원 사람들이라면 전부 알 만한 사실입니다.
계절이 지나고 15살이 된 아이들은 고아원에서 나가야 할 때가 왔습니다.
그리고 이 겨울이 지나면 잭은 15살이 됩니다.
──── 1. CHAPTER ────오래된 관계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가 떨어져 바닥을 구릅니다.
낡았지만 단단한 나무로 우아하게 덧댄 바닥 위로 반지가 널찍하게 튀어 올랐다가 떨어집니다.
반지는 잭의 손가락 두께보다 아주 조금 더 큽니다.
이 반지를 선물해준 케인의 고의적인 선택이라죠.
차차 나이를 먹으면 손이 더 커질테니 몇 년 후까지 고려한 크기입니다.
반지를 줍기 위해 허리를 숙인 잭보다 누군가가 좀 더 빨랐습니다.
떨어진 반지를 주운 케인의 손가락에도 잭과 똑같은 반지가 끼워져 있습니다.
언제 왔지? 기척이 들리지는 않았는데 이상한 일이죠.
흠이 간 곳은 없는지 반지를 세심하게 살펴보던 케인이 입을 엽니다.
상처가 걱정되기 보다는 잭이 반지를 몸에서 떨어 뜨렸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습니다.
반지를 몇 번 더 살펴보던 케인이 잭의 손가락에 직접 반지를 끼워줍니다.
케인:반지 버릴 거면, 나한테 버려. 바닥이나 쓰레기 통에 버리지 말고...
잭:어, 그, 그게 아니라… (재빠르게 눈을 굴렸다. 형의 기분을 상하게 하면 안되는데.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반지가 다시 빠지지 않도록 주먹을 꾹 쥐고 반댓손으로 덮었다. 변명하지 말아야지.)
반지 좋아! 형이랑 같이… 맞춘 거잖아. 내가 얼른 클게. 미안해…
케인:응. 네가 얼른 커서 반지가 딱 들어 맞았으면 좋겠어. (반지를 끼운 손을 잡아 엄지로 네 손가락을 지분거렸다.) 반지가 맘에 안 들면, 하나 더 맞춰줄게. 바로는 못 하고, 일단 이 겨울이 지나서 우리가 이 고아원에서 나가게 되면... (네 손을 바라보는 것을 거두고 고개를 들어 네 눈과 마주쳤다. 그리고는 가볍게 눈웃음.) 반지 말고 다른 것도 많이 해 줄 테니까. 원하는 게 있으면 말 해. 나중에라도 들어줄게...
잭:응, 얼른 크면… (그 때는 이 반지가 손에 맞을까. 작아지면 어떡하지? 순간적으로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지만 네가 손가락을 지분거리는 손길에 얕게 움찔했다가 바로 고개를 저어보였다.)
나, 나는 반지만 있어도 되는데… (시선이 아래로 깔리려 할 즈음에는 자연스레 마주치는 시선과 이어지는 가벼운 눈웃음에 긴장이 조금 풀렸다. 형도 기분이 상한 건 아닌가봐.)
나중에! 나중에 생각나면 얘기할게. 지금은 반지만으로도 기뻐. (그리고 짧게 뜸을 들이다가) …벌써 코앞이야. 우리끼리 괜찮을까…?
케인:고아원에서 모아준 돈도 있고... 원장님은 좋은 분이시니까 우리가 무사히 독립할 수 있게 잘 도와주실 거야. 그리고 혼자 나가는 게 아니라 우리 둘이잖아. 설마 내가 믿음직스럽지 못한 건 아니지?
잭:설마, 그럴리가! 나는 형이 아니었다면 여길 나가는 게 정말 무서웠을 거야. 나 혼자… 내가 무슨 수로 뭘 할 수 있겠어…. (도르륵, 바닥으로 떨어진 눈동자가 발 코를 쳐다보다가 흘끔 너를 올려다보았다.) …나는 형만 믿을게. 알았지?
케인:응, 나만 믿어줘. (네 손을 들어 올려 손등에 짧게 입맞춤한다.)
잭:응…. (손등에 입술이 닿으면 얕게 움찔했다. 아, 방금 바보 같아보였을지도 몰라… 하지만 익숙해지질 않는 걸. 입꼬리를 삐죽거리다가 손가락을 꼼질거리는 시간을 보낸 후에야 고개를 조금 내밀어 까치발을 들고 네 뺨에 살짝 입맞추었다. 어, 이마에 했어야 했나? 그런 생각도 조금.)
케인:(푸핫, 네 입맞춤을 받자마자 은은한 웃음이 환하게 바뀌었다. '아, 이러는데 어떻게 얠 안 사랑해.' 몸을 당겨 널 꽉 끌어 안는다.
아아, 이 세상에 하나 뿐인 나의 잭!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아이인가. 넌, 오롯이 나의 것이어야만 해...)
복도에 난 유리 창으로 한기가 새어 들어옵니다.
창 밖 아래로 겨울의 고요한 풍경이 보입니다.
고아원의 넓은 마당에는 나무 테이블 몇 개와 밧줄로 만든 그네.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낮은 탁상이 있지만 지금은 전부 눈 아래에 파묻혀 있습니다.
고아원을 나가기 전, 잭의 마지막 겨울을 하얗게 덮어버리려고 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두꺼운 눈입니다.
케인의 신발과 바지 끝이 축축하게 젖어 있습니다.
이유를 물으면 고아원 안으로 진입하는 문 앞에 난 길을 쓸고 왔다고 합니다.
고아원 내부에 젖은 신발을 신고 들어오면 안될텐데 ….
케인:(네 옷을 살살 쓸면서) 아까 안은 것 때문에 네 옷도 젖었는데... 미안. 같이 올라가서 갈아 입을래?
잭:어? (그렇게 젖었나? 제 옷을 내려다보았다가 뒷목을 긁적였다. 갈아입어야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거절할 이유가 없다는 게 더 크니까. 고개를 끄덕이고는 옷자락에 손바닥을 문지르다가 그 손을 네게 내밀어보였다.)
케인:(내민 손을 꼭 잡고 계단을 올랐다.) 아... 발이 너무 차가워. 얼어 붙을 것 같아...
잭:어, 너무 젖은 거 아니야? (걱정스러운 눈치로 네 발치를 흘끗 거리다가 손을 마주 꾹 잡고 걸음을 조금 더 빨리했다.) 빨리 옷 갈아입고 이불 안에 들어가있자! 발이 얼면 어떡해….
케인:(사실 그렇게 까지 추운 건 아니지만... 걱정해 주는 것이 꽤나 기분 좋은 모양이다.) 응, 빨리 가자.
발이 얼어 붙을 것 같아서 제대로 걷지 못하겠다는 핑계 아닌 핑계를 대면서 잭에게 어리광을 부립니다.
꼭 이런 일이 아니더라도 케인은 잭에 자신에게 주는 관심을 즐기기 때문에 자주 이런 상황이 연출되곤 합니다.
케인은 누구에게나 호의적이면서도 남에게 잘 부탁을 하지 않습니다.
이런 면을 보이는 건 상대가 오직 잭이라서겠죠.
케인이 말하는 선물은 고아원을 나가기 전, 마지막으로 받게 되는 일종의 의식 같은 선물입니다.
15살이 되어 매년 고아원을 졸업하는 아이들은 고아원에서의 마지막 겨울을 기념하면서 받고 싶은 선물을 하나씩 받을 수 있습니다.
터무니없는 물건은 고아원에서 준비하기 어려울지 몰라도 대부분 쉽게 구할 수 있는 선물을 택하기 때문에 선물 전달식은 어렵지 않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아원에서 보내는 겨울은 춥고 고되지만 아이들이 겨울을 기다리는 이유가 바로 여기 있습니다.
잭:아직 못 정했는데… (눈이 허공을 돌다가 네 쪽으로 굴러서 슬금, 조그마하게 웃는다.) 형아 새 신발 사주세요, 라고 할까? 겨울 신발. 도톰하고 따듯한 걸로!
케인:... ...내 선물이 아니고 네 선물이잖아, 잭.
잭:어, 안 돼? (눈을 반대로 굴리다가 너를 본다.) 그럼 사이즈가 큰 걸로! 형이 발 시려우면 내가 가끔 빌려줄게. 어때?
케인:... ... ...(네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뚱한 표정으로 쳐다보다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 ...며칠 동안 생각한 게 고작 그거야?
잭:(네 한숨에 얕게 움찔하며 잡은 손을 꿈질거렸다. 마음에 안 드나봐. 어쩐지 시무룩해져서 툭 떨어진 고개가 바닥을 쳐다본다.) … … 나, 나는 형이 준 반지가 있으니까… 받고 싶은 선물… 없는데… 형이 골라주면 안 돼…?
케인:(마음에 드는 대답을 듣자마자 눈을 반짝인다.) ...정말, 그렇게 해도 돼? 내가 무슨 선물을 할 줄 알고...
잭:(네 반응이 나아지자 이쪽도 기운을 차린다. 바로 고개를 들고 시선을 마주하며 그대로 끄덕였다.) 형이 주는 거면 다 좋아. 형이 골라주는 걸로 받을래. (따라붙는 웃음 또한 당연한 것이었다.)
케인:(작게 끄덕이며) 응, 좋아. 네가 분명 마음에 들어할 만한 걸로 준비해 볼게.
잭:듣기기준치: | 60/30/12 |
굴림: | 5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잭과 케인 가까이에서 누군가의 발소리를 들었습니다.
바로 뒤에서 들린 그 발소리는 낡은 바닥 때문에 몇 번 끼익. 소리를 내며 이어집니다.
잭:…?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케인을 올려다봤다.)
케인:(소리난 곳을 바라보다가 다시 잭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아무렇지 않은 듯 미소를 지었다.) ... ...응? 왜?
잭:(내가 잘못 들었나? 가만히 눈을 깜빡이며 너를 올려다보고 있다가 고개를 젓고 따라 웃어보였다.) 얼른 가자!
케인:응. (고개를 끄덕이고 잡은 네 손을 꽉 잡고서 계단을 올랐다.)
잭:(분명 소리가 난 것 같았는데. 이상하다 생각하며 나란히 계단을 걸어 올랐다.)
어느정도 나이가 찬 아이들은 고아원에서 독방을 배정 받습니다.
몇년 전, 고아원 내에서 발발한 전염병 때문에 많은 아이들이 죽었기 때문에 방이 넉넉한 편이니 나이 찬 아이들을 굳이 한 방에 몰아 넣을 이유도 없습니다.
방문은 두껍고 단단한 티크 (Teak) 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짙은 골격을 가지고 규칙적인 패턴이 새겨진 문 앞에 세련된 팻말로 케인의 이름이 걸려 있는게 보입니다.
케인:아, 옷은 네 방에서 갈아입고 와도 돼. 나는 씻고 갈아입을 거라서.
잭:(방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것도 아닌데 괜히 이상한 기분이 들어서 손을 더 꾹 붙잡고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서있다가 천천히 손을 놓았다.) 응… 갈아입고 올게. …형 나오기 전에 먼저 들어와서 앉아있어도 돼?
케인:...응. 당연하지. (제 손을 꽉 잡는 것이 맘에 들었는지,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갔다 와.
잭:(쓰다듬어주는 손길에서야 비로소 마음을 놓고 웃는 낯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금방 올게!
옷을 갈아입고 와서, 케의 방에 들어서자 깔끔하게 정리 된 작은 방이 보입니다.
작은 창문이 하나 있고 어두운 암막 커튼이 달려 있습니다.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면 침대가 두 개라는 정도?
협소하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작은 옷장 안에 평소 K케인이 입는 옷들이 걸려있고 신발 몇 켤레가 가지런하게 신발장에 놓여 있습니다.
문과 등진 곳에 마련되어 있는 책상도 눈에 들어옵니다.
방이 워낙 좁아 세세하게 들여다 보지 않아도 무엇이 있는지 다 보일 정도입니다.
[창문] [책상] [옷장] [신발장] [침대] 를 볼 수 있습니다.
잭:(익숙한 방인데도 곧 떠날 거란 생각을 했더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침대를 만지작거렸다.)
같은 방에서 함께 지냈다고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쌍둥이 형제의 물건은 어디에도 없지만 케인과 똑같은 얼굴이었다니 낯설다는 기분은 들지 않습니다.
잭:(어차피 이제 오래 있을 것도 아니고 침대가 두 개씩이나 되는데… 여기서 자면 안되나?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저으며 괜히 시선을 돌려
책상을 보았다.)
고아원 내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는 수업에 관한 책이 꽂아져 있습니다.
케인과 잭이 지금보다 어렸을 때 서로 주고 받았던 편지들도 잘 보관되어 있습니다.
책상 위에는 원목으로 조각된 심플한 탁상 액자 두 개가 세워져 있습니다.
첫번째 액자에는 케인과 케인의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찍혀 있는 오래된 사진이 들어 있습니다.
케인의 쌍둥이는 잭이 고아원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겨울 날 나무 뿌리에 발이 걸려 절벽으로 떨어져 사망했습니다.
시신을 수습한 뒤 고아원에서 짧은 장례를 치뤘고 무덤가에 묻었다고 들었죠.
고아원에 적응하기도 전, 누군가의 장례식에 참여해야 했기 때문에 케인의 형제에 대한 죽음은 잭의 기억에 또렷하게 박혀 있습니다.
잭: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47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가물 가물한 기억 속에서 세심하게 떠올려 보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신의 하나 뿐인 혈육을 잃었던 케인의 표정은 … 무심했습니다.
그렇게 표현하는게 정답이라고 느껴질 만큼 감정에 어떤 변화도 없었습니다.
형제가 누워있는 관을 내려다 보던 케인은 전혀 슬퍼보이지 않았습니다.
쌍둥이 형제가 나란히 찍혀 있는 액자 옆에 놓아둔 두번째 액자.
잭이 고아원에 들어오고 나서 1년이 지났을 때 찍었던 사진이죠.
기본적으로 사진 속 케인과 잭은 서로 멀뚱한 표정을 지은 채 손을 잡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던 고아원 선생님이 지시한 일입니다.
어느 날은 꽤 깊은 숲까지 같이 산책을 하기도 했고 마을로 내려가 보기도 했죠.
잭이 경험하는 모든 것의 처음은 케인과 함께였을 겁니다.
잭:(추억에 젖게 하는 책상을 보면서, 나갈 때 모두 가지고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창문쪽으로 돌렸다.)
두꺼운 암막 커튼으로 반쯤 가려져 있는 창문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모두 막고 있습니다.
커튼 사이로 미약하게 번지는 빛이 케인의 책상 위를 비춰주고 있을 뿐입니다.
커튼을 걷고 창 밖을 보면 고아원의 뒷 길이 보입니다.
고아원은 사유지 숲 안에 존재하지만 그런 것 치곤 꽤 규모가 큽니다.
마차 두대가 함께 들어와도 거뜬한 대문이 떠오릅니다.
그에 비해 뒷길은 철 없는 녀석들이 몰래 마을로 놀러갈때나 이용하는 길입니다.
청소부가 사용하는 빨래터와 우물이 있지만 추운 겨울날씨 때문에 꽁꽁 얼어버려 지금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곳입니다.
잭: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3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소복하게 쌓여진 눈 위로 짙게 남은 발자국을 발견합니다.
발자국은 고아원 뒷문을 넘어 숲 안쪽까지 쭉 이어져 있습니다.
숲에서 나온 건지. 숲으로 들어간 건지 알 수가 없습니다.
발자국을 발견한 잭은 숲에 깊게 들어가지 말라고 당부하던 빌헬름 원장의 말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특히 지금같이 혹독한 계절에는 더 곤란한 일입니다.
원장의 말을 듣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아이들이 많지만 유독 겨울에는 몸을 사리곤 했는데 ….
잭:(도대체 누굴까. 스쳐지나가는 무언가는 뒤로 접어두고 고개를 돌리다가 슬금,
옷장을 열어보았다.)
옷장 안에는 겨울 옷 몇 벌이 옷걸이에 걸려있거나 반듯하게 개어져 있습니다.
겨울옷이라고는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겨울을 나는 옷에 비하면 턱없이 얇은 소재입니다.
이정도면 바람이 옷 안에 그대로 다 들어 올 지경입니다.
방금 전 복도에서 만난 케인의 차림새도 그닥 따뜻해보이는 착장은 아니었죠.
이렇게 대충 입고 다니면서 겨울에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니 … 새삼 대단하다 싶어집니다.
잭: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6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옷걸이에 걸어 둔 겉옷 몇 벌에 이상한 것이 묻어 있습니다.
손을 뻗어 확인해보면 낙엽의 질감을 가진 투명한 무언가입니다.
그럴 정도였다면 눈이 묻어 옷이 축축했어야 겠죠.
옷은 젖어 있지도 않고 헤져 있지도 않습니다.
잭:이게 뭐지… (몇번인가 더 만져보다가 툭툭 털어내고는 문득 젖어버린 케인의 신발이 신경쓰여
신발장을 살핍니다.)
나무로 만들어진 신발장은 두 개의 나무 합판을 덧댄 조악한 모습입니다.
신발장 가장 아래에는 내부 신발이 올려져 있고 케인이 가지고 있는 신발들이 적은 종류로 놓여 있습니다.
방금 전 까지 케인이 신었던 신발은 눅눅하게 젖어있고 신발장 발자국이 또렷하게 남아 있습니다.
...딱히 앉아서 기다릴 수 있는 곳은 없으니 잭은 다시 비어있는 침대에 걸터 앉습니다.
잠시 창 밖을 보며 멍하니 기다리다, 케인이 젖은 머리를 말리면서 욕실에서 나옵니다.
케인:(침대에 앉아있는 너와 눈이 마주치자 살살 눈웃음을 짓는다.) 그냥 자고 갈래?
잭:(어떻게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알아채곤 하는 걸까. 삐죽이며 솟는 입꼬리를 참지 못하고 웃는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돼?
케인:(방 중앙에 위치한 작은 난로 안에 대충 마른 나무를 놓고 성냥을 꺼내어 장작 위로 작은 불씨를 던졌다.) 응, 당연하지. 침대도 두개고, 여분 이불과 배게도 있는 걸.
잭:(서늘했던 공간이 작은 난로로 인해 따듯해져가는 걸 멍하니 지켜보다가 너를 흘끔이고는 괜히 발을 꼼지락거리며 배시시 웃는다.) 그럼 자고 갈래… 나도 옷 갈아입고 왔어!
케인:그래, 좋아. (네 옆에 걸터앉아 네 어깨에 고개를 기대었다.) 나 없는 동안 방에서 뭐 했어? 그냥 바깥 구경?
잭:그냥 이것 저것… …방 구경했다고 하면 혼낼 거야? (형은 좀처럼 화를 내는 사람은 아니지만. 기분 상하려나. 어깨와 목께에 간지럽게 와닿는 머리칼을 흘끔 거리며 물었다.)
케인:아니, 뭐 할 수도 있지. 근데 방에 별 거 없는데... (가볍게 웃으며) 구경할 게 있었어?
잭:책상에 액자랑… 편, 편지도 있고… (말하는 데 왜인지 약간 긴장이 되어서. 형도 추억을 소중히 생각해주는 걸까? 살짝 두근거리는 채로 계속 흘끔거렸다.)
케인:아하... 액자... (책상 위의 액자를 빤히 보았다가 일어나서 죽은 쌍둥이 형제와 함께 찍은 액자를 안 보이게 살짝 돌렸다.) 그리고?
잭:(돌아간 액자의 뒷판을 꿈뻑이며 보다가 너를 올려다보며 말을 잇는다.) 아, 옷장에… 옷에! 이상한 게 묻었어. 형은 깔끔한 거 좋아하잖아… 세탁실에 갖다 놓을까?
케인:...옷장 안 까지 봤어? (저벅저벅. 걸어가 옷장 문을 열어 옷에 붙어있는 것을 확인하고 가볍게 털어냈다.) ...아니, 됐어. 별 거 아니니 신경 쓰지 마.
잭:…어, 그냥… 있길래… (눈을 데굴 굴렸다. 말하지 말 걸 그랬나? 눈치를 흘끔 보다가 소심하게 제 옆자리를 톡톡 두드리며 네 반응을 살폈다.)
케인:(아무렇지 않은 듯 침대 쪽으로 돌아와서 침대 아래에 넣어 두었던 상자 안에 여분의 이불과 베개를 꺼내 잭에게 건넸다.) 자, 베개랑 이불 받아.
잭:(어쩐지 시무룩해졌다. 마음대로 옷장을 열어봐서 기분 상했나봐. 옆에 앉아줄 줄 알았는데… 네가 건네준 이불과 베개를 받아 품에 꾹 안고 있다가 옆으로 털썩 누워 이불에 고개를 파묻는다.)
난로 안에 불씨를 던진 후 케인의 방은 몸이 노곤하게 풀릴 정도로 따뜻해졌습니다.
밖은 고요한 어둠이 가라 앉았고, 눈이 시릴 것 같던 풍경도 무채색으로 가라 앉았습니다.
고아원 주변에 세워 둔 투구 야외등 몇 개만 쓸쓸하게 빛을 내고 있습니다.
타닥 … 타닥 … 작은 난로 안에서 나무 타는 소리만 들립니다.
자리에 누운 케인이 잭 쪽으로 몸을 돌리더니 어둠 속에서 잭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입을 엽니다.
케인:...여길 나가게 되면 하고 싶은 거 있어?
잭:…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가 이불 속에서 얼굴을 조금 꺼냈다.) 음, 그냥… 형이랑 여기저기 구경 다니고 싶어. 여행이라는 쪽이 더 어울리나?
케인:여행...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다가 눈을 감았다.) ...좋네. 나는... 그냥, 너랑 계속 같이 있으면 돼. 어디든지 간에...
잭:…나도. (은은하게 기쁜 것을 감추지 못하고 답한 뒤에 조금 꾸무적거리는가 싶더니 자그마한 목소리로 묻는다.) …형아 침대로 건너가도 돼?
케인:응? 아, 당연하지. (옆으로 꾸물거리다 네가 들어올 자리를 만들어 주고는) 자, 들어와.
잭:(이불도 베개도 침대에 내버려두고 후다닥, 몸만 네 침대 위로 올려 기어코 한 자리를 차지한 뒤 괜히 네 품에 고개를 부비작거렸다.) 따듯하다, 그치?
케인:응... (네가 들어오자마자 어깨에 얼굴을 부비적거리다 팔을 허리에 감고 꼬옥 안아주었다.) ... 역시, 따뜻하네. 기분 좋아.
잭:(저보다 몸집이 큰 탓에 네가 자신을 안아줄 때면 팔이 남을텐데도 불구하고 꼬옥, 맞닿을 정도로 안아주는 것이 좋았다. 형이 알지 모르겠지만… 가끔은 그게 좋아서, 그걸 확인하고 싶어서 안길 때도 있었더라지. 팔을 마주 뻗어 너를 한껏 끌어안고서 괜히 목덜미에 고개를 부비적거리다가 얕은 웃음을 흘렸다.) 나도 좋아. 이 다음에 고아원에서 나가면… 그 때는 큰 침대를 사자. 응? 나는 하나면 될 거 같아. 형은?
케인:...응. 나도 좋아. 매일 한 침대에서 같이 자자. (네 말이 퍽이나 맘에 들었는지, 조금 더 힘을 주어 꽉 안았다. 아아, 네 미래에 당연하게 내가 자리 잡고 있는 것이 너무 좋아. 그래. 이게 맞는 거야. 내 옆에는 내가 있어야 해, ■■ 따위가 아니라... 내가.)
잭:으하하─ (웃음이 조금 길다. 너와 함께 같은 침대에서 잠을 자고, 눈을 뜨며 하루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함께하는 삶은… 외롭지도 무섭지도 않을 것 같아서. 나는 형이 좋아. 작게 속삭이듯 말하고는 갑갑할 법도 한 품 안에서 기분 좋은 얼굴로 웃으며 조금 더 붙어보겠다고 얕게 꾸무적대었다.)
밤은 그렇게 깊어지고 잭과 케인은 서로를 안은 채로 잠에 듭니다.
얼굴을 쓸어 내리는 차가운 온도가 느껴집니다.
잠결에 제대로 눈이 떠지지 않지만 잭의 얼굴을 만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역시 케인 밖에 없습니다.
아침이 밝았나? 눈을 떠 확인하고 싶지만 사방이 어두운 탓에 눈 앞은 흐리기만 합니다.
케인의 손길을 받고 있는데 어딘가 이상합니다.
손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물컹하고 … 따갑습니다.
손가락보다 더 길고 유연한 무언가가 얼굴 위를 옮겨 다니고 있는 느낌입니다.
잭: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32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하지만 문 밖으로 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혼란스러움을 잠재우고 문 아래를 보자 껍질이 달린 긴 꼬리가 문 너머로 사라지는 게 보입니다.
잭:SAN Roll기준치: | 40/20/8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2
하지만 이 늦은 시간 케인 방에 찾아 올 사람은 또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잭에게 다시 찾아 온 깊은 잠은 영문을 알 수 없는 정적과도 같습니다.
──── 2. CHAPTER ────정체를 알 수 없는 배회 들려오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잭은 눈을 뜹니다.
두텁게 창문을 막아서고 있던 커튼도 햇빛을 전부 잡아먹지는 못했는지 외등같은 빛이 사이 사이로 새어나옵니다.
잠결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바로 옆 침대에서 잠들어 있어야 할 케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케인의 침대에 손을 대자 부재를 알리는 차가운 온기가 감돕니다.
그래도 가기 전, 난로에 장작은 가득 채우고 간 모양인지 난로 불은 여전히 타오르고 있습니다.
커튼을 걷자 눈이 화하다고 느껴질만큼 새하얀 눈이 주변에 전부 내려 앉아 있습니다.
잭:(케인은 어디갔지. 멍하게 상체를 세우고 앉아 케인의 부재를 느끼고 있다가 노크 소리에 고개가 느릿하게 돌아간다. 꼭 악몽을 꾼 것만 같아… 몸이 무거운 기분이라 생각하며 느릿하게 걸어가 방문을 열었다.)
잭이 문을 열면 잭의 또래로 보이는 아이가 서 있습니다.
이 고아원 내에서 오랜 시간을 지낸 잭이 상대를 모를리는 없습니다.
에이서는 빠른 눈치로 케인의 방 안을 한 번 훑어 봅니다.
에이서와 케인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고아원 내에서도 유명한 사실입니다.
맥 에이서:방에 갔는데 없길래 혹시나 해서 와봤어요.
원장님께서 부르세요. 점심을 드신 후 원장실로 찾아가 보세요.
잭이 고아원에 들어온 이후 원장과 독대를 하는 건 처음입니다.
잭:(왜지? 곧 고아원을 나가기 때문인가? 멍하니 에이서를 쳐다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응, 그럴게. 형, 아니… 케인은 어디 갔는지 알아?
맥 에이서:...저야 모르죠. 지금 상황으로 봐선 잭이 더 잘 알 것 같은데요.
잭:음… 알았어. 괜히 물어봤네. 미안. (데면데면하게 뒷목을 긁적이기나 하다가 정말 문득, 자기도 모르게 툭 말을 뱉었다. 잠이 덜 깼나?) 근데 케인은 왜 싫어해?
맥 에이서:네, 네? 아... 그냥... 뭐. 솔직히 이 고아원 애들 중에서 케인을 좋게 생각하는 건, 잭 밖에 없을 걸요. 솔직히 무슨 생각하는 지도 모르겠고, 사람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도 기분이 나쁘고... (머리 긁적...) ... ... 사실 아침에 케인을 봤어요.
밖에 나간 것 같던데. 잭:(그렇게 기분 나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툭하면 시비거는 놈들이 더 기분 나쁘지 않나? 편향적으로 생각하며 물끄러미 너를 보고 있다가 뒷 말에 눈썹을 들썩였다.) 아, 그래? 알려줘서 고마워. 나는 일단… 점심 먹으러 가봐야겠네. 수고했어, 에이서.
맥 에이서:...예, 그리고... 그. 이렇게 남의 방에 와서 자는 건... 하지 마세요. 곧 고아원을 나간다 해도 이런 행동은 원장님이 좋아하지 않으세요.
잭:뭐어… 알았어. 가봐. (어차피 곧 나가는데 뭘. 시큰둥하니 바닥을 툭툭 차다가 네게 손을 휘적였다.)
케인이 그동안 이렇게 이른 시간부터 숲에 들어간 적은 없었는데.
숲이 위험하다는걸 알면서도 왜 매번 숲에 들어가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고아원에서는 붙지 좀 말라고 해도 꼭 붙어 있던 케인은 무슨 영문인지 숲에 갈 때 만큼은 잭을 데려가지 않았습니다.
일단 식당을 가고 나서 생각해 보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케인이 없다고 해서 하루가 굴러가지 않는 건 아니니까요.
잭은 자고 일어난 후 부스스한 머리와 옷차림을 정돈하고 아직 타오르고 있는 난로불을 끕니다.
●:고아원에는 매주 ‘사냥 시간’ 이 존재합니다. 고아원에 머물고 있는 사람 중 총을 다루는데 익숙한 이들이 숲으로 향합니다. 고아원은 거대한 사유지 숲에 있는 만큼 야생 동물들의 위협에 열약합니다. 산에 살고 있을지도 모를 곰과 멧돼지. 몸집이 큰 동물을 고아원 주변에서 쫓아내거나 사냥합니다. 전문적인 수렵 교육을 이수한 사람들만 참여하는 사냥 시간에는 케인 역시 속해 있습니다. 잭은 수렵 교육을 받지 않아 같이 갈 수 없습니다.
잭: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난로 위에 반으로 접힌 쪽지가 올려져 있는 걸 발견합니다.
겉으로 봤을 때는 그냥 특별할 것 없는 작은 종이였는데, 자세히 보니 잭의 이름이 앞에 적혀 있습니다.
쪽지를 펼치자 케인이 써두고 간 짧은 문장이 보입니다.
[잠시 나갔다 올게. 괜히 밖에 나오지는 마. 난 언제든 네가 어디 있는 지 알 수 있어.]
고아원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식사를 하기 위해 모인 자리니 조용한게 이상하겠지만요.
잭과 같은 나이인 아이들은 식당에 들어서는 잭을 보자 아는 척을 합니다.
자신들의 옆에 앉으라며 의자를 내어주니 굳이 앉지 않을 이유도 없습니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 노릇하게 구운 닭고기가 들어 간 토르티야. 고다 치즈 두 조각. 채소와 과일을 섞은 샐러드 한 그릇에 과일 주스입니다.
잭:(털퍽, 옆자리에 앉아 토르티야를 한 입 베어물며 생각했다. 케인 바보. 내가 원장실에 있으면 케인도 모를걸. 그런 생각을 하며 우물거리다가 옆자리에 앉은 이와 시시콜콜한 농담을 나누며 웃었다.)
포크를 들고 점심 식사를 이어나가던 아이들이 저들끼리 수근 수근거립니다.
공유 할 이야기가 있는 모양인데, 고아원 선생님들의 눈치를 보는 모습이 아무래도 은근한 비밀 이야기인것 같습니다.
잭과 가깝게 앉아 있는 무리 중 한 명이 다시 몸을 숙인 채 말합니다.
빌헬름 원장 방에 있던 거.
잭:어엉… 또 뭔데? (입안에 든 것을 꼭꼭 씹어 삼키며 적당히 맞장구를 쳐준다.)
고의든, 고의가 아니든 이야기에 낀 무리가 된 이상 메티의 말을 무시하기는 어렵습니다.
메티처럼 사고를 몰고 다니지 않는 잭이 원장의 방에 가봤을리 만무합니다.
순식간에 그 무리들 뿐만 아니라 식사를 하고 있던 다른 아이들도 몰려 들었습니다.
비비안 메티:창백한 유리로 만든
‘나자르’가 있었잖아. 너희 그것도 몰라?
잭:(나자르? 한쪽 눈썹을 들썩이며 남은 토르티야를 입에 밀어넣고 메티를 쳐다본다.)
비비안 메티:부적!! 불길하고 사특한 것을 가려내 준다는 물건이야. 나도 처음 봤어. (어깨를 으쓱이며 식당을 둘러본다.) 이런 깊은 숲 속에 있는 고아원에서는 볼 수 없는 물건이잖아. 그래서 아주 이상하다는 거지.
잭:(그걸 알고 있는 네가 더 특이한데. 그런 생각을 하며 우물거리다가 콕, 샐러드를 찍어 아삭거렸다.) 우리 고아원에 불길한 거라도 있다는 거야?
비비안 메티:음...... 고아원이 아니야. 내 생각엔 … 저기. (손가락을 쭉 뻗어 식당 밖에 있는 숲을 가리킨다.) 숲에 있다는 거지. 옛날부터 유명했잖아? 이 다음 말을 듣고 나서는 너도 생각이 달라질 걸?
원장실과 연결된 서고에 그런 것들이 한가득 있다는 소문이 있어. 부적 같은 게 전부가 아니야. 말 그대로 그런 ‘물건’ 이나 ‘자료’들이지. 겉으론 점잖아 보여도 사실은 이런 거에 환장하는 분일지도 모른다는 거야.
메티가 무슨 말을 더 하기도 전에 고아원 선생님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의 흥미를 전부 분산시킵니다.
한 번 이야기에 불이 붙어 재미를 본 아이들이 얼마나 곤란한지 알기 때문일 겁니다.
메티와 아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순진한 얼굴로 마저 점심을 먹습니다.
케인이 오늘 아침 숲으로 갔다는걸 알고 있잖아요?
전부터 이상한 소문이란 소문은 다 가지고 있던 숲입니다.
잭:(뭐라는 거야. 그럼 숲에 자주 들어가는 우리 형이 위험하다는 거잖아. 애초에 그런 위험한 게 있으면 형이 갔을리가 없지. 그렇게 생각하는 한 편, 떼를 써도 단 한 번도 데려가주지 않았던 것이 스쳐 지나갔으나… 산짐승이 있다잖아. 당연한 거야. 난 형을 믿어. 저 혼자 으적으적, 남은 샐러드를 다 씹어먹고 모든 걸 해치운 뒤 식판을 반납했다.) …형 보고 싶다.
케인이 걱정되는 바람에, 점심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식사를 마친 잭 가야 할 곳은 정해져 있습니다.
티크 나무로 만들어진 빌헬름의 방 문을 두드립니다.
케인의 방과 마찬가지로 유려한 나뭇결이 눈에 들어옵니다.
문이 열리는 틈 사이로 원장의 얼굴이 보입니다.
원장은 손수 자신의 앞에 있는 의자를 빼냅니다.
잭:(흘끔, 눈치를 보다가 원장님이 빼준 의자에 바른 자세로 앉았다.)
빌헬름:별 건 아니고, 고아원을 나가면 지낼 거처를 정하기 위해 불렀단다.
고아원에서 더 돌봐줄 수는 없지만 나가게 된 후 무슨 일을 할 지. 어느 곳에서 살게 될 지를 함께 정해주는 건 고아원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잭:(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 같다고 예상은 했으니까. 흘끔, 원장님의 얼굴을 보다가 시선을 내렸다.) …케인은요? 케인이 생각해둔 곳이 있을텐데….
빌헬름:...케인은... ... 정한 곳이 있던 것 같은데... 그 아이를 따라가려고?
잭:(고개를 두어번 끄덕이고 원장님의 얼굴을 제대로 쳐다보았다.) 네, 같이 가기로 했는데… 안되나요?
빌헬름:아니, 그럴리가. (누구보다 인자한 웃음을 보였다.)
잭:자료조사기준치: | 30/15/6 |
굴림: | 65 |
판정결과: | 실패 |
원장의 책상 위에 우측에는 상당수의 책들이 쌓여져 있습니다.
원장의 성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이 깔끔하게 정리 된 책들이 보입니다.
빌헬름:그래, 일단 거처는 케인을 따라간다 했고... 일은 할 거니? 하고 싶다면 잘 아는 곳으로 추천장을 써줄 수도 있단다.
잭:일은… 해야겠죠? 앞으로는 지원 받을 곳도 없고… (시선이 다시 아래로 내려간다. 제 발치를 내려다보고 있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원장님께서 좋은 곳에 추천장을 써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주시는 대로 받을게요.
빌헬름:그래, 그럼 괜찮은 곳을 골라 놓을테니, 나중에 부를 때 다시 한 번 얘기하자꾸나. 받고 싶은 선물은 정했고?
잭:(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어지는 선물 얘기에 표정이 조금 풀린다.) 아, 그것도 케인이 정해주기로 했어요. 다음에 케인이랑 같이 와도 돼요?
빌헬름:(살짝 머뭇거리다가 끄덕인다.) ... ...그래. 당연하지.
근데... ... 잭. 선생님이 보기에 케인은... 너무, 그래. 너무 가깝게 지내지는 말아. 이제 성인인데 누구에게서든 독립해야지.
잭:… …. (원장님까지 케인을 불편히 여기고 있나? 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도맡아 해주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라서. 어쩐지 속에서부터 스멀스멀 불쾌감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원장을 빤히 쳐다보다가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하지만 혼자보단 둘이 낫잖아요. 고아원을 나가게 되면 온전히 혼자가 될텐데, 케인과 함께라면 든든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제가 모르는 다른 이유가 있나요? 혹은 저한테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요?
심리학기준치: | 60/30/12 |
굴림: | 71 |
판정결과: | 실패 |
빌헬름:...아니, 그런 게 아니고... 네가 나가기 전, 마지막 조언을 해주는 거란다...
빌헬름 원장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원장실 문이 열립니다.
문이 열린 곳에는 아침에 봤던 에이서가 서 있습니다.
특유의 무표정을 가진 에이서는 원장을 향해 한 번 인사하더니 곧 입을 엽니다.
맥 에이서:말씀 중에 죄송해요. 원장님. 손님이 오셨어요.
빌헬름:뭐? 어제 눈이 너무 많이 와서 딱히 찾아 올 사람이 없을텐데?
마차 문을 열어보지 않은 에이서는 손님이 누구인지 모르는 것 같습니다.
평소에도 고아원을 찾는 손님이 없는데 어젯밤엔 눈보라까지 몰아쳤으니까요.
대체 이 혹독한 환경을 헤치고 고아원에 찾아 온 손님이 누군가 싶습니다.
의자를 끌고 일어 선 빌헬름은 잭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원장실을 나섭니다.
탁. 문이 닫히고 원장실에는 혼자 남았습니다.
●:메티의 말이 신경 쓰인다면 잭은 빌헬름의 방에서 나자르에 대해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또는 방금 전 봤던 원장의 수많은 책에 대해 알아 볼 수도 있습니다.
잭:(별 이상한 사람이 다있네. 그런 생각을 하며 주변을 두리번 거리다가 쌓여져 있던 책을 슬쩍 살펴보기 시작했다.)
책상 위에는 많은 종류의 책과 서류가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티크 나무의 인테리어 용도> 책을 펼쳐보면 티크 나무에 관한 세세한 정보가 인쇄 되어 있는 게 보입니다.
나무의 대략적인 수명. 크기. 생김새. 잎이 트는 계절 … 티크 나무로 만든 아름다운 인테리어 물건도 보입니다.
대부분 책상과 의자. 그리고 문을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잭: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5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티크 나무로 만든 단단한 문이 인쇄된 페이지 아래에 작은 글씨로 작가의 말이 덧붙여 있습니다.
색도 옅고 글자 크기도 작아 잘 눈에 띄지 않습니다.
<티크 나무는 오래전 부터 악마를 쫓아내는데 사용되곤 했다. 이상할 정도로 전염병이 자주 발생하거나 아이들이 죽어나가는 곳은 대부분 악마들이 영악한 소란을 일으킨 것으로 그들의 힘을 일부 차단하는 용도로 쓰인다. >
잭:(전염병이 돌았던 것 때문에 예민해지신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책을 다시 돌려놓고 나자르에 대해 찾아보았다.)
잭:운기준치: | 60/30/12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추가로,
[벽에 걸어둔 옷] [손님용 테이블] [작은 방]을 볼 수 있습니다.
잭:(흘끔… 주변을 둘러보다가
벽에 걸어둔 옷을 살펴본다.)
고급스러운 소재로 만든 원장의 겉옷이 걸려 있습니다.
코트. 차분한 가디건. 방수용 우비 등 종류는 많습니다.
조금 자세히 살펴보자 모피 코트 주머니에 빠져나온 목걸이 일부가 보입니다.
이게 뭐지? 목걸이 줄을 빼내자 깨끗한 유리가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런 미신이 섞인 악세사리 정도야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거죠.
잭:(얼마나 겁이 많으면 나자르를 목걸이로 까지… 잘그락대는 것을 보고 있다가 주머니에 챙겨 넣었다. 형한테도 보여줘야지. 그리고 두리번 거리다
손님용 테이블을 살펴보았다.)
깔끔한 테이블보 위로 찻잔과 설탕. 티스푼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잭이 원한다면 각설탕 몇 개는 가져 갈 수 있습니다.
잭:(킁. 설탕의 향을 맡다가 각설탕을 하나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작은 방을 흘끔 본다.)
마찬가지로 티크 나무로 디자인 된 문이 보입니다.
원장실 문보다 좀 더 작아서 작은 문 너머에 있는 방도 그렇게 클 것 같지는 않습니다.
메티가 말했던 ‘자료’나 물건들이 이 방 안에 있을까요?
잭:(원장님도 숨기는 게 많은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문고리를 돌려보았다.)
문고리를 돌려 보면 철컥. 하는 쇳소리와 함께 문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원장 빌헬름의 방을 대충 둘러보자 다시 문이 열립니다.
돌아보니 에이서와 빌헬름이 그대로 서 있습니다.
손님이 왔다고 하더니. 중요한 사람이 아니었나?
이만 돌아가는게 좋을 것 같아 잭이 자리에서 일어났을 때, 원장이 조용히 잭의 이름을 부릅니다.
빌헬름:너한테 손님이 찾아왔구나. 지금 같이 가야겠어.
잭을 찾아 올 사람은 딱 한명 밖에 없습니다.
긴 협탁 하나와 조악한 쿠션을 놓은 의자 몇 개. 그리고 싸구려 그림을 걸어 둔 액자가 전부입니다.
뒤늦게 모닥불을 켰는지 응접실 내부는 서늘합니다.
똑. 똑. 노크를 하고 들어 가자 오랜만에 보는 신부님이 앉아 있습니다.
손님이 찾아오면 응접실을 비워주는 것이 예의이기 때문에 원장과 에이서는 잭과 신부를 응접실에 두고 사라졌습니다.
고요한 내부에 신부의 목소리가 조곤 조곤 들려옵니다.
제이슨 코넛트:여긴 별 일이 생길 것 같은 기운이 가득인데.
응접실 내부와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는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는 신부 제이슨의 표정이 어딘가 어색합니다.
기분이 나빠 보이는 것도 같고 역겨워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합니다.
잭이 재차 물으면 제이슨은 추운 곳에서 밤을 꼬박 보내 몸이 좋지 않다고 둘러댑니다.
티가 나는 거짓말이라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습니다.
잭:심리학기준치: | 60/30/12 |
굴림: | 8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제이슨 코넛트:이 고아원에 어두운 기운이 가득 차 있어요.
어두운 기운? 신부는 그 기운이 악마의 기운이라고 말합니다.
8년 전. 이곳에 처음 방문했을 때 느꼈던 그 기운.
잭:듣기기준치: | 60/30/12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출처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한 소리였습니다.
응접실 안에 있는 유리창 너머로 에이서가 바쁘게 숲 속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지금은 지정된 사냥 시간도 아니기 때문에 더욱 의아합니다.
수북하게 쌓인 눈 위로 발자국만 이리저리 찍혀있습니다.
조금 더 창 밖을 바라보면 숲 속에서 케인이 걸어나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엽총을 들고 한 손에는 묵직한 무언가를 들고 있습니다.
케인이 걸어 온 곳은 새하얀 눈 위로 붉은 피가 선명하게 흩어져 있습니다.
에이서와 케인이 마주보며 대화하지만 당연히 소리는 들리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풍경을 깬 건 또 다시 신부 제이슨의 말입니다.
잭:(안 다쳤으면 됐다, 싶어서. 겨울이라 먹을 게 없어서 내려왔나… 창 밖을 흘끔거리다가 시선을 돌려 신부님을 쳐다보았다.) 네?
제이슨 코넛트:이제 곧 고아원을 나가야 한다는 걸 알아요. 정해둔 곳이 없다면 성당에 와서 지내는 건 어떤가요? 잭만 좋다면 신학 수업을 받을 수 있게 해줄게요.
잭:아… …음, (충분히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다가 조심히 입을 열었다. 기분이 상하기 않게 하기 위한 연기에 불과하지만.) 저는 이미 갈 곳을 정해서… 그래도 종종 인사 드릴게요.
제이슨 코넛트:아...어디요? 그래도 성당에 오면 지원 받을 수 있을 텐데... 어린 나이니 공부에 전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안 된다면 어쩔 수 없지만... 혹시 어디로 갈 건지 물어봐도 되나요?
잭:이미 갈 곳을 정해서, 일할 곳도 원장님께서 봐주신다 하셨어요. 이렇게 와주실 줄 알았으면 좀 더 천천히 정했을텐데요… 죄송해요. 신경 써주시는 거 알아요. 잊지 않고 종종 찾아 뵐게요. (죄송한 마음을 담아 고개를 꾸벅이다가 웃는 낯으로 신부님을 마주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괜찮아요. 아무리 저라도 못 갈 곳으로 갈 생각은 없으니까요. 그보다 따듯한 차라도 한 잔 하시지 않으시겠어요? 추운 마차에서 밤을 보내셨다면서요. 걱정이 되네요.
제이슨 코넛트:...이거 참 아쉽네요. 차는 뭐, 괜찮습니다. 이미 한 잔 먹어서.
그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도중 제이슨 신부의 눈에 잭이 끼고 있는 반지가 들어옵니다.
제이슨 코넛트:(인상을 찌푸리며) ...그게 뭐죠?
잭:그런가요? 모쪼록 몸 조심하세요, 신부님. (고개를 까딱였다가 네 물음에 시선이 내려가 반지를 보았다. 크기가 맞지 않아 헐거운 반지를 보고 있다가 손을 적당히 내려 감춘다.) 아, 선물 받은 거예요.
제이슨 코넛트:근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97 |
판정결과: | 실패 |
(잭의 팔을 우왁스럽게 잡아 당겼다.) 이 반지... 누가 줬어요?!
잭:왜, 왜요? (몸이 끌어당겨지면서 당황하다가 인상을 구겼다.) 이, 이러지 마세요…!
제이슨 코넛트:아니, 누가 준 거냐니까요?! 일단 그 반지 빼요. 아주 불순하고 흉물스러운 물건 이라고요...!
근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잭:하지마세요, 왜이러세요…! 이, 이거 소중한 반지란 말이에요! (욱신거리는 팔에 인상을 더 구기고 몸을 웅크려 신부의 손길을 피했다.)
그 순간, 케인이 응접실 문을 열고 들어옵니다.
짐승을 사냥하고 온 케인의 몸에는 동물의 피가 묻어 있습니다.
우왁스럽게 잭을 제이슨 신부를 한 번 보더니 다가가서 잭을 제이슨에게서 빼내옵니다.
응접실에서 나온 케인은 잭을 데리고 고아원 뒤로 향합니다.
인적이 드문 이곳에는 어제 창 밖으로 봤던 발자국 따윈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습니다.
케인:...괜찮아? 그 신부가 무슨 짓 했어?
잭:(반지가 빠지기라도 할까 손톱자국이 생길 정도로 꾹 쥐고 있던 손은 잘게 떨리고 있었다. 신부님께서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아도 강압적인 성인 남성의 모습은 겁을 주기에 충분했으므로. 지금 여기엔 케인과 나 뿐이야. 그걸 되뇌이며 눈을 꾹 감고 떨리는 숨을 천천히 들이내쉬다가 떠듬떠듬 입을 열었다.) 바, 반, 반지… 반지를 가져가려고… … 형… 피, 피냄새가 나…
케인:...아, 미안해. (살짝 뒷걸음질 해, 거리를 두었다. 극도로 불안해진 널 달래주고 싶었지만, 피투성이인 몸으로 차마 안아줄 수가 없기에 허공에 손을 몇 번 쥐었다 폈다가 손을 떨구었다.) ...그 신부가 갑자기 왜 그러는데? 왜 응접실에 너랑 그 신부만 있었던 거야? 혹시 그 신부가 너한테 성당에 가자고 그랬어...?
잭:모, 몰라. (풍기는 피냄새보다 형이 멀어지는 게 더 싫다고 하면 뭐라고 할 거야? 머릿속이 새카맣게 물들었다가 하얗게 새어버리는 것을 반복하며 제 옷자락을 꾹 쥐고 있다가 종국에는 눈물이 고여 얕게 훌쩍이며 네쪽으로 한 걸음 내딛었다.) 성, 성당에 오라고… 반지가, 몰라… 갑자기 화를 냈어… 혀, 형아, 그냥 안아주면 안 돼…?
케인:...('빌어먹을 종교쟁이 새끼. 성당에 가자고 한 것도 마음에 안 들어 죽겠는데, 반지까지 빼 가려고 해?' 라고 생각하다가 네 말을 듣고는 화났던 것이 거짓말같이 가라앉았다.) ...아, 안아 달라고? 하지만, 나 완전 피투성이인데... 네 옷이 더러워질 거야...
잭:…그, 그래도… (우물쭈물 거리다가 눈물이 비집고 나와 뺨을 타고 흐르면 찬 바람에 시린 감각이 느껴졌다. 옷자락을 쥐고 있던 손을 풀어 네쪽으로 살짝 벌리고는 네 발치를 보고 있다가 고개를 살살 들어 너를 올려다보았다.) 아, 안아줘… 그래도 되니까… …
케인:(울먹이는 눈으로 쳐다보다가 조심스레 다가가 피투성이인 몸으로 널 꽈악 안았다. 숨 쉬기 힘들 정도로. 그렇게 한참 있다가 몸을 떼고, 습관인 듯 네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표정을 숨겼다.) ...성당 가지마. 안 갈 거지? 나랑 같이 있어준다고 했잖아. 여행도 가고 싶다며. 네가 원하는 건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다 해줄게. 자세히는 말 할 수 없지만... 나 지금도 너랑 함께 있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어. 나랑 있어줘. 응? 잭...
잭:(훅 풍겨오는 피냄새도 이 안정감을 이길 수는 없었다. 아, 나는 이 품이 없으면… … 숨 막히게 끌어안아지는데도 이정도로 끌어안아주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떨리는 손으로 너를 마주 안으며 무거운 숨을 크게 들이 내쉬었다. 가슴팍이 달싹이면 당연하게도 네게 닿는 것이 안정감을 주고, 안심이 되면 차츰 불안이 가라앉고…) 안 갈 거야. 안 간다고 했어… 나한텐 형밖에 없는 거 알잖아. 나도 노력할게… 반지도 안 뺏기려고 힘냈어…
(눈에 고여있던 눈물이 흘렀으나 더이상 무섭지 않았다. 머리까지 시린 찬 바람 내음과 피 냄새, 그 아래 미미하게 깔려있는 케인의 체향. 그를 천천히 들이내쉬면서 네 목덜미에 고개를 부볐다.) 나랑 함께 있어줘…
케인:(어깨에 고개를 묻은 채 끄덕이다가 훌쩍이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 네 얼굴을 바라보았다. 피투성이인 손으로 네 뺨을 감싸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면, 손가락이 지나간 자리로 선명하게 핏자국이 생겼다. 아, 사랑스러워. 내가 없으면 불안해 하는 존재라니.) 네가 가고 싶은 곳은 어디든 같이 따라갈게. 뭘 하든 같이 할게. 나랑 둘이서만 살자. 난 네가 고아원을 나가게 되는 순간만 기다렸어...
잭:(이따금씩 케인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을 하고는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는 케인과 같은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나도 형과 단 둘만 남고 싶어. 이 고아원엔 형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그런 생각을 하며, 창백하게 질린 뺨이 얼고 그 위를 체온이 담긴 손이 핏자국을 내는 것에 안정감을 느끼기나 했다.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손바닥 안에 고개를 기대어 부비작댄다.) 어서 이 겨울이 지났으면 좋겠어…
잭: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92 |
판정결과: | 실패 |
케인의 등 뒤로 낯설고 흐린 형체가 보입니다.
고아원 전부가 거대한 사유지 숲에 둘러싸인 형태이니 이상할 게 없지만 숲 아래 나무 뒤에 서 있는 무언가가 보입니다.
그 형체는 순식간에 숲 안 쪽으로 사라집니다.
… 어쩐지 이 고아원에서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무언가가 자꾸만 잭의 주위를 배회하고 있습니다.
제이슨 신부는 쏟아진 눈을 전부 치울 때 까지 고아원에 머물기로 했습니다.
대부분 사소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지만요.
가끔 케인의 이야기가 나오긴 했지만 신경 쓸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이번주 주말에 드디어 선물 전달식을 진행합니다.
선물을 받은 고아원 아이들은 그때부터 온전히 15세, 나가야 할 아이들로 취급 받습니다.
숲에 간 것 같은데 이유는 말해주지 않았습니다.
분명 숲은 출입이 제한 된 곳일텐데도 원장 역시 케인에게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요.
벌써 저녁 시간이 넘었는데도 케인은 숲에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철 없는 아이들이 오밀조밀하게 만들어 둔 눈사람을 보고 있는 잭의 눈에 에이서가 들어옵니다.
한 손에는 누군가의 코트를 든 채로 고아원 관리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고아원 관리인:지금 당장 마을 병원에 데려가야 해.
맥 에이서:원장님 허락 없이는 고아원을 벗어날 수 없어요. 지금 빌헬름 원장님은 자리를 비우신 상태 …
고아원 관리인:그러니까 에이서 너에게 부탁하잖니! 열이 펄펄 끓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큰 일이 날 거야. 몇 년 전 고아원에 전염병이 돌았다는 사실을 벌써 잊었어? 그때처럼 아이들이 죽어나갈 수도 있어!!
빌헬름 원장의 허락 없이는 고아원을 나갈 수 없지만 아픈 아이가 있다고 하니 갈등이 생기는 모양입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원장이 자리를 비운 상태입니다.
들고 있던 코트를 잭에게 건네더니 원장실 옷걸이에 걸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맥 에이서:...마을로 내려 가서 의사라도 찾아볼 거예요. 이 코트 좀 원장실에 놓아주세요.
잭:(요 며칠간 기분이 좋지 않은 참이었다. 이 상태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스스로 알고 있으면서도 티를 낼 수 없었고, 입 밖으로 내는 것은 더더욱 할 수 없었다. 속으로 삭히는 동안 외적인 요소에 별 것도 아닌데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많아지자, 머리는 세상 모든 것을 둔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요컨대, 열이 펄펄 끓어 아픈 아이와 그를 두고 난처한 이들을 보고도 별 감정이 들지 않았다는 뜻이었다. 그저 시키는 대로 움직일 뿐. 알겠다는 양 고개를 주억이고 코트를 끌어 쥔 채 터벅여 원장실을 향해 걸어나갔다.)
잭은 군말없이 에이서의 부탁대로 빌헬름 원장의 옷을 가져다 두기로 합니다.
원장실 문이 열리자 평소와 똑같은 내부가 드러납니다.
초를 켜지 않아 어둡고 칙칙하게 느껴지는 빌헬름 원장의 방에서 잭의 그림자만 자유롭게 흔들거립니다.
에이서에게 부탁 받은대로 원장의 옷을 벽에 걸린 옷걸이 위에 걸어두고 방을 나가려는 그 때,
잭은 마른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은 이상한 추위를 느낍니다.
잭: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고개를 돌리면 이전에는 굳게 잠겨 있었던 ‘작은 방’ 에서 흘러 들어오는 추위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문 가까이 다가가자 사각. 사각.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습니다.
전에는 잠겨 있었는데. 원장이 문을 열어두고 갔나?
잭: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주위를 둘러보면, 탁자 위에 촛대와 성냥이 놓여 있습니다.
이걸로 간소하게나마 불을 피워볼 수 있을 것 같긴 합니다.
잭:(능숙하게 양초 위에 성냥으로 피운 불을 붙였다. 촛대를 떨어트리지 않게 꽉 그러쥐고 작은 방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촛불에 불을 붙이자 심지가 얼었는지 몇 번 성냥불이 사그라들다가 곧 미약하게 불이 붙습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가 완전히 촛불 위에서 초가 일렁입니다.
방 안은 마치 겨울 산 한복판에 있는 것처럼 춥습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내부에서 누군가 멈칫, 잭을 돌아보는 게 느껴집니다.
누구지? 얼굴도, 형체도 알아보기 힘든 그 무언가는 창문을 넘어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잭:(나를 아는 사람? 누구지? 눈가를 가늘게 좁혔다가 얕은 숨을 뱉으면 입김이 피어올랐다. 그대로 성큼, 방 안으로 걸음을 내딛으며 촛대를 쥔 손을 쭉 뻗었다. 상대의 얼굴이 보이도록.) 누구야?
두려움을 이기고 들고 있는 촛불을 그 가까이 가져다대자 ...
아니, 케인?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한데...
케인과 닮은 이는 굳게 입을 다문 채 잭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잭: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그 얼굴은 케인의 모습과 비슷하지만 잭은 그에게서 케인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낍니다.
잭은 눈 앞의 존재가 케인의 죽은 쌍둥이라는 걸 알아차립니다.
잭:SAN Roll기준치: | 38/19/7 |
굴림: | 2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잭이 이 고아원에 들어오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은 날이었죠.
땅에 묻히는 자신의 쌍둥이 형제의 관을 바라보던 케인의 얼굴은 어땠더라?
잭:… …(비현실적인 상황에 몸이 덜컥 굳는다. 혹은 이 말도 안되게 추운 기온 때문일지도. 아니면, 어쩌면… 왜 내 곁에는 형이 없지? 뒤로 웅크리면제 덩치 정도는 숨겨지던 그 등에 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가도 되냐고? 나한테? …왜? 여태, 그럼, 어떻게… 띄엄띄엄 끊어지는 생각들 사이로 침묵이 내려앉고 촛농이 녹아 내리는 와중에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바보처럼 입을 꾹 다물었다. 긍정도 부정도 하지 못한 채였다.)
■■:...물었잖아. 혹시 내 말이 잘 안 들리나?
(손가락으로 널 가리켜 웃는다.) 네 옆에 가까이 가도 되냐고 물었어.
잭:(아니라고 하면 안 올 거야? 묻지도 못할 말만 머릿속에서 맴도는 와중에 손 끝이 빳빳하게 굳어 잘게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속으로는 거절의 말을 수십도 넘게 떠올렸지만 정작 제가 한 행동은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짓이었다.) ….
잭이 허락하면 쌍둥이 형제가 아주 천천히 잭에게 다가옵니다.
빌헬름 원장의 방에서 작은 발소리가 들려옵니다.
서로의 얼굴이 아주 자세히 보일 정도로 마주 닿은 거리에서 보이는 그의 모습은 …
케인과 똑같은 머리칼에 똑같은 눈동자 색, 눈매는 그와 다르게 살짝 다른...
그럼에도 불구하고 케인의 쌍둥이 형제인 것은 명확했습니다.
잭을 바라보는 그 ‘시선’에서 집착에 얽힌 욕망이 드러납니다.
손을 뻗어 잭의 뺨을 쓸어 내리는 그 손길은 조금 까칠하고, 조금 따갑습니다.
잭:(다가오는 모습을 보면 볼 수록 몸이 굳어서, 아… 나는 도망칠 수 없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두려움인지 공포인지 모를 것을 느끼면서도 떨리는 시선이 오로지 네게만 닿아 떨어질 생각을 않는다. 손길이 뺨에 닿으면 눈에 띄게 움찔했다가 입술을 달싹였다.) …모, 모르겠, …죄, 죄송해요….
■■:...케인이 안 알려줬나보네, 기억해 줘.
내 이름은...
순식간에 긴 파충류로 변한 ‘그것’ 은 유연하게 창문을 넘어서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 단단한 껍질을 가지고 통나무 같은 굵직하고 거대한 몸통을 가진, 사람이 아닌 모습.
잭:SAN Roll기준치: | 37/18/7 |
굴림: | 69 |
판정결과: | 실패 |
2
잭: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그것’ 이 있었던 자리에는 낙엽처럼 쉽게 바스라지는 투명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허리를 숙여 바닥을 살피자 그 파충류의 몸에서 떨어져 나온 허물 조각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잭: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며칠 전 케인의 방 옷장에서 봤던 알 수 없는 것과 똑같은 조각이라는 것 역시 깨닫습니다.
그제서야 작은 방 내부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책들이 몇 권 꽂혀 있는 작은 책장.
방금 보았던 ‘그것’이 잠들어 있었던 흰 이불과 옷.
한 눈에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 부적같은 물건들 …
어쩌면 원장은 잭이 알지 못하는 종교나, 기운을 믿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혹은 이미 그런 것들에게 잠식 당했거나, 마음을 빼앗겼다거나 ….
●:[책장] [이불] [서랍장] [벽]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잭:… (제, 제정신이 아니야. 털퍽─ 힘이 빠져 바닥에 주저앉자 양초가 위험하게 흔들렸다. 그 불을 보면서 생각했다. …케인, 은 알고 있었던 걸까? 어쩌면, 형이 위험할지도 모른다고… 속였다거나 하는 일은 일부러 뒤로 미뤄두고 눈 앞의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몸을 겨우 일으켜
책장을 뒤적여본다.)
고작 책 몇권을 끼워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협소한 크기를 가진 책장입니다.
책장에는 읽을 수 없는 언어로 된 낡은 책들이 꽂혀 있습니다.
잭:운기준치: | 60/30/12 |
굴림: | 4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운기준치: | 60/30/12 |
굴림: | 81 |
판정결과: | 실패 |
운기준치: | 60/30/12 |
굴림: | 12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나이트건트’ 에 관한 책을 볼 수 있습니다.
핸드아웃 확인 후,
이어서 ‘나자르 본주우’ 에 관한 책을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오닉스’ 에 관한 책을 볼 수 있습니다.
핸드아웃 확인 후,
잭:외국어 Roll기준치: | 1/0/0 |
굴림: | 35 |
판정결과: | 실패 |
(책들을 다시 밀어넣고 두리번 거리다가 이불을 살펴본다.)
방금 전까지 누군가가 누워있었던 흔적이 남아있는 이불입니다.
이불은 주름이 잡혀 있고 작은 방 바닥을 거의 다 채울 만큼 크기가 거대합니다.
빌헬름 원장이 꽤 신경을 써준 걸지는 몰라도 두께도 두툼합니다.
이불에는 조금 전 발견했던 허물 조각과 비슷한 것들이 이리저리 놓여 있습니다.
잭:(허물을 꺼림칙하게 보고 있다가
서랍장을 뒤적였다.)
서랍장을 열자 가득 채워져 있는 기이한 물건들이 보입니다.
달랑 달랑 흔들리는 해골 인형부터 이상하게 생긴 토마토 뱃지 ….
저주 인형을 닮은 섬뜩한 장식품. 읽을 수 없는 글자가 적힌 부적. 보석으로 장식된 장신구.
두 손을 전부 사용해도 담지 못할 정도의 많은 양입니다.
빌헬름 원장은 이 많은 물건을 대체 어디에 사용하려고 했던 걸까요?
그 물건들이 내뿜고 있는 기운들이 작은 방 전체를 가득 채우고 있는 기분이 듭니다.
잭: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서랍장을 뒤져도 특별히 눈에 익은 물건이나 잭이 알 만한 부적은 나오지 않습니다.
잭:(더 볼 것은 없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벽을 살폈다.)
벽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림들이 화려한 액자 속에 보관되어 걸려 있습니다.
기하학 문양을 가진 것도 있고 바라보기만 해도 온 몸의 솜털이 삐죽 솟아 오를 만큼 악몽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그림도 있습니다.
거대한 파충류의 모양새를 닮은 두 마리의 괴물.
탈피를 하고 있는 곳은 어느 저택 안 입니다.
잭:듣기기준치: | 60/30/12 |
굴림: | 1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빌헬름 원장의 방 밖에서 누군가의 발자국 소리가 들려옵니다.
누구지? 발자국 소리는 계속 가까워지다 이내 원장실 문 앞에서 멈춰섭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자 열려 있는 작은 방 문 너머에서도 희미한 빛이 새어 들어옵니다.
작은 촛불이 아닌 랜턴을 들고 있는 제이슨 신부는 잭을 보고 조금 놀란 표정입니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잭을 만났다는 사실과 빌헬름 원장의 방에 이런 곳이 있었다는 것도요.
작은 방에 몸을 들인 제이슨 신부는 ‘과연 ….’ 이라며 작은 감탄사를 내뱉습니다.
불길한 곳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 판단이 확신이 되었다는 말도 함께.
제이슨 코넛트:처음부터 이런 곳인 줄 몰랐던 제 잘못이 크죠.
알았다면 잭 보내지 않았을텐데 …
이제와서 전혀 소용없는 말을 하며 제이슨 신부는 빌헬름 원장의 방을 본격적으로 살피기 시작합니다.
바스라진 허물 조각을 발견한 제이슨 신부는 이곳에 무언가 있었다는 걸 알아 차립니다.
제이슨 코넛트:(이불을 만지작 거리다...) 여기에 무언가 있었던 것 같은데... (고개를 돌려 잭을 바라본다.) 잭은 봤나요?
잭:… …나, 나는 아무것도 못 봤어요… (왜 나는 말하지 못했지? 신부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저번에 보였던 모습이 겹쳐보이는가 하면, 본능적으로 왜인지 알리면 안될 것 같다는 기분이 들어서… …왜였을까?)
제이슨 코넛트:그렇군요. 흠... (다시 고개를 돌려 이불에 붙어있는 허물을 만지작 거리다가 책장으로 걸음을 옮겨 샅샅히 훑어본다.)
잭도 그러했듯, 책을 뒤지는 손이 분주합니다.
제이슨 코넛트:잭이 이곳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빌헬름 원장에게 비밀로 할테니 잭도 당연히 그렇게 해주실 거죠?
잭:…네. (여기서 내가 이 말이 아니면 무슨 대답을 할 수 있다고…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이 장소에 누군가가 침범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원장이 가만 있지 않을테지만 ….
천천히 서적을 읽어 내리던 제이슨 신부가 대수롭지 않게 말합니다.
제이슨 코넛트:그러고보니 숲으로 갔던 고아원 아이들 무리가 정문으로 들어온 걸 봤거든요. 아마 케인도 숲에서 돌아온 것 같아요.
항상 숲에서 나온 직후에는 잭에게 곧장 오던 케인이였습니다.
제이슨 신부는 케인이 고아원 아이들을 묻어두는 무덤가로 간 것 같다고 합니다.
오래 전 고아원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전염병이 돈 후 다량으로 죽어간 아이들을 묻어 둔 무덤가가 존재합니다.
그 후로도 고아원 아이들이 목숨을 잃을 때 마다 고아원은 그곳에 아이들의 묘지를 세웠습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는 으슥하고 불안한 분위기를 가득 풍기는 곳이라 발걸음을 잘 하지 않는 곳인데 이상한 일입니다.
잭:(기분이 이상하고, 울렁거리고, 나는 이런 와중에도 섭섭함을 느꼈던 것 같고… 불안감이 차오르기도 했던 것 같다. 토기가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촛대를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옷자락을 꾹 쥐었다가 입을 손바닥으로 막고 신부에게 꾸벅, 인사를 건넸다. 그 후에는 마치 도망가 달아나듯 케인을 찾아 나섰다.)
잭이 빌헬름 원장의 방에서 나가려고 하자 제이슨 신부가 잭의 손목을 붙잡습니다.
제이슨 코넛트:이 방 안에 머무른 좋지 않은 기운을 정화시켜 드릴게요.(눈을 감기고 몸 여기저기를 털어주다 손을 맞잡고 주기도문을 외우고 나서야 잡은 손을 놓아주었다.)
닿아 있었던 제이슨 신부의 손이 떨어져 나갑니다.
. 이제 정말 가봐도 돼요. 라고 말하는 신부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
이번에는 잭이 케인을 만나러 가봐야 할 것 같습니다.
쌓인 눈을 푹푹 밟고 도착한 이곳은 고아원 뒷 편에 위치한 커다란 무덤가입니다.
죽어가는 아이의 수가 많을 수록 무덤의 부지는 갈 수록 커졌습니다.
무덤 주위에는 빽빽한 나무들이 둥글게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고아원에서 새어나오는 빛이 침범하지 않습니다.
가로등이 하나 세워져 있기는 하지만 자주 고장나기 때문에 큰 기대를 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밤임에도 불구하고 눈 속을 부리로 파헤치는 까마귀떼가 보입니다.
리고 그 너머로 무덤 하나를 지긋이 응시하는 케인의 모습이 보입니다.
한 손에는 사냥용 총을 들고 있고 이번에도 동물을 사냥하다가 왔는 지 주위로 뜨거운 피 냄새가 진동합니다.
잭이 케인 곁으로 다가가면 케인은 고개를 들어 잭을 응시합니다.
잭:… (보자마자 한다는 말이 겨우 그거야? 왜 내가 피 냄새에 익숙해져야하고, 언제나 믿는다던 형에게 온통 숨기는 것이 잔뜩 있었다는 사실을 남에게서 알아야만 했으며, 시린 날씨 만큼이나 춥고 외로워야만 하는 건지. 그 모든 걸 뒤로하고 형의 관심은, 중요한 건 그런 거지. 나를 좋아한다고 했잖아. 입 안에서 엉킨 말은 소리가 되지 못했다. 그저 벌어지지 않도록 입을 꾹 다문 뒤 울기가 싫어 눈가를 비비다가 네 발치를 쳐다보며 겨우 입을 열었다.) …그게 중요해?
케인:...그럼 뭐가 중요한데? (지저분하게 파헤쳐진 무덤 앞 쪽에 총구를 팍-하고 꽂았다.) 걔가 이 무덤에 있어야 하는데 없어... 없다고!! 이거 말고 중요한 게 뭐가 있어? (위기감을 느낀 표정으로 너를 바라보았다.)
...만났잖아. 그렇지? 응? 걔가 너한테 뭐라고 했어? 말 해!!
잭:…읏, … (바보처럼 비집고 나오는 눈물이 싫었다. 새빨개진 눈가를 하고서도 울지 않겠다고 버티던 것 조차 우스워지게 눈물이 흘렀다. 나여야하잖아. 그보다 중요한 건 나였어야했잖아. 이미 형의 1순위에서 박탈 당했다는 생각에 좀처럼 서러움을 감추질 못했다. 형은 내가 없어도 되는 거지. 네게 직접 묻는 대신 머릿속으로 결론을 내리고 고개를 숙인 채 소맷자락으로 눈을 비비다가 울음에 잠긴 목소리롤 답했다.) …싫어, 말, 안, 안할 거야.
케인:(대답을 듣자, 한 번도 네게 지은 적 없었던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 .........뭐, 걔가 나보다 훨씬 같이 잘 해줄 테니까 같이 가자고 하던?
역시...그 때, 제대로 죽였어야 했는데...
잭:… … (아, 형은 지금 정말 내가 중요하지 않구나. 내 반응이 어떤지는 중요하지가 않은 거구나. 언제든 내 표정, 목소리, 조그마한 반응 하나까지 섬세히 살펴주던 형은 어디로 갔지? 아니면, 그런 것에 익숙해진 제가 잘못된 것이었을까? 한 번도 본적 없던 차가운 표정에 마음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제대로 발을 딛고 서있는 것 조차 힘이 들어서,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만약, 정말 그런 말을 들었더라도… 나는 당연히 고민할 필요도 없이 형을 선택했을텐데. 그만한 믿음 조차 주지 못한 걸까. 소리없이 어깨를 들썩이며 눈물을 흘리다가 그대로 웅크리고 앉아 무릎 사이로 고개를 파묻은 채 귀를 손바닥으로 막아버렸다. 더는 듣고 싶지 않으니까….)
케인:(웅크리고 귀를 막는 널 보고 나서야, 그제서야 잘못된 것을 눈치챘다. 아, 이게 아닌데... 네게 화내려고 한 게 아니었다.
'그냥, 나는 이 상황이... ...' 천천히 웅크린 네 옆으로 다가가 같이 마주 앉아 그 때처럼, 널 다시 안아 주었다.) 미, 미안해. 잘못했어... 화내서 미안해. 난 네게 화내려고 한 게 아니야. 알잖아. 그냥 이 상황이 불안해서 그랬어... 응? 잭... 형이 미안해. 그러니까 울지마...
잭:… …내, 힉, 내가, 별로 중, 중요하지, 않은 거지… (여전히 울음기를 머금고 있는 목소리가 어물대며 물었다. 이렇게 됐어도 나는 여전히 형이 좋으니까. 형이 아니라고 해줬으면 좋겠어서… 언제나 익숙했던 품이 오늘은 왜 따듯하게 느껴지지 않는 걸까. 형이 잘못했으니까, 내가 이렇게 말해도 아니라고 해줘. 더 끌어안아줘… 그런 생각을 하며 네 품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 너를 마주하지도 않은 채로 훌쩍이기만 했다.)
케인:...잭, 그럴리가. (품에서 살짝 떨어져 네 얼굴을 잡아 양 뺨을 어루만졌다. 아마 네가 느끼기엔 원장실에서 마주했던 '그것' 과 똑같이 차갑고 까칠한 느낌이었을 것이다. 그 느낌은 마치, 네가 사랑하는 형이 그 괴물과 똑같다고 말하는 것 마냥...) 내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너야. 나이가 찼는데도 불구하고, 이 고아원에 남아있는 이유도 너고, 매번 숲에 나가는 이유도 너고, 전부 다...
나는 널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 걸. 요즘 신경쓰지 못한 것 같아서 미안해, 우리가 고아원에서 나가기 전까지는 처리해야 해... 너도 봤잖아.
내 형제를. 난, 그 아이가 죽은 줄만 알았어... 아니! 분명 내가 죽였는데... 근데 그 때 죽지 않았던 것 같아. 나와 네 주변을 끊임없이 배회하면서 내내 널 탐내고 있어. 당연한 사실이지.
내가 그 녀석이고 그 녀석이 곧 나야. … 우린, 지독하게 잘 맞거든.
케인이 자신의 쌍둥이 형제를 죽이려는 이유도 바로 이것입니다.
쌍둥이 괴물로 태어나 서로 지독하게 잘 맞았기 때문에.
케인이 잭을 갈망하고 집착하는 만큼, 그 쌍둥이 형제 역시 그럴 테니까.
잭:(평소와 같은 감촉이 느껴지지 않아도 '케인'은 '케인'이었으므로. 이미 비밀을 간직한 작은 방에서 읽은 책의 내용을 충분히 인식 했어도 상관없었다. 잔뜩 굳어 움찔거리던 아까와는 다르게 양 뺨을 어루만져주는 손길에 자연히 뺨을 기대고 얕게 부비작대었다. 눈물이 타고 번지다 손을 적셔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그냥… 우리끼리 살면 안 돼? 모를만한 곳으로 떠나서 살자… 이 고아원에 내려버려두고 가자. 응? (수많은 이유들을 뒤로하고 제가 이것을 원하는 이유는 단 하나. 형이 더이상 그를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정말 어린애 같은 그 이유 하나 때문이었다. 형은 지금 나를 위해 무언가를 죽이는 것 정도는 아무렇지 않다는 것처럼 들려. 알아? 입속으로 말을 삼키고 가만히 너를 바라보다가 마주 끌어안았다.)
나한테는 형 밖에 없다는 거 알잖아….
케인:(그래, 그럴 수 있었으면 이미 널 데리고 저 멀리 도망쳤을 거야. 근데 그게 안된다고.
분명 죽였는데도 다시 일어나서 우리 주위를 망가뜨리는 걸 보면 모르겠어? ...하지만, 이 일에 네 잘못은 하나도 없다. 나도 잘 알고 있으니 아무 말 못하고 널 안고 있기나 하는 거겠지. 속에서 끓고 있는 감정을 다시 꿀꺽, 삼킨다. 더 이상 말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 더 알아봤자, 애꿎은 너만 마음고생 하겠지.) ...그래, 나도 알아. (몸을 살짝 떼었다가, 네 손에 눈길이 갔다.)
케인이 반지를 끼워주었던 그 손가락은 텅 비어있습니다.
케인:...반지가 맘에 안 들어? 아니면 너무 커서 흘리고 다니는 거야?
잭:… (아까까지 배신을 당한 것처럼 무너져 내렸던 것은 언제고, 금세 네게 기대어 너를 끌어안고 이제 다 좋아질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평소처럼 목덜미에 고개를 부비작거리고… 어? 반지 이야기에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급히 제 손을 내려다보았다. 진짜로, 정말 비어있잖아… 사색이 된 얼굴로 너를 올려다본다.)
아, 아니야, 방금까지 있었는데… 진짜야! 형이 준 반지를 내가 함부로 대할리가 없잖아… (울음을 그친 것이 무색하게 다시 울먹이기 시작했다.)
케인:...괜찮아. (네 작은 손을 어루만지다 양 손으로 포개어 입술을 맞추고 너와 시선을 맞추었다.) 내가 너에게 준 반지잖아. 몇 번이라도 찾아서 네 손에 다시 끼워줄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
잭: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4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가로등 불빛도 하나 없는 어두운 밤 아래에서 본 모습이 정확할지는 모르겠지만 케인의 눈동자와, 그 시선은 인간의 것이 아닌 기분이 듭니다.
케인:(일어서서 네 앞머리를 정리해주다 눈 옆에 흐르는 것을 조심스레 닦아주었다.) 이제 곧 끝날 일이야. 조금만... 조금만 버티자.
잭:(와닿는 입술의 감촉은 여느 때와 같았다. 평소와 같은 눈빛이 아니어도 좋았다. 나는, 어쩌면…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도 몰라. 사랑 받을 수 없게 태어나 분에 넘치게 사랑 받고 있으니, 그 대상이
인간이 아닐지라도. 그게 형이라면… …
가만히 눈을 감고 네 손길에 무방비하게 낯을 내민 채로 있다가 다시금 너를 끌어안았다. 그 후에는 전에 그랬던 것처럼 까치발을 들어 네 뺨에 입술을 누른다. 이게 자신이 네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답이었으니.) 응, 나는 형만 믿고 기다릴테니까… 나 혼자 두지마…
케인은 잭의 말에 느리게 끄덕이고는, 시선은 숲 안 쪽으 미끄러집니다.
정확히는, 숲 안 쪽으로 이어진 길고 두꺼운 것이 기어 들어간 흔적.
어쩐지 날이 밝으면 또 눈이 내릴 것 같은 기분이듭니다.
──── 4. CHAPTER ────성인이 되기를 기다리며 그날 밤 봤던 케인의 쌍둥이의 모습과, 케인이 사실은 인간이 아니라는 것 외에도 골치 아픈 일이 생겼습니다.
그 뜻은 곧 겨울이 끝난다는 소리와 같습니다.
싱그러운 봄에 돋아나는 새 생명을 맞이하며 고아원과 작별할 것 같았는데 …
아이들의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종아리를 넘어 설정도로 깊게 쌓인 눈이 보입니다.
잭:(하늘에 구멍이 뚫린 거 아닐까? 멍하게 쌓인 눈을 바라보고 있다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리자 저절로 고개가 돌아갔다.) 아, 형아…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고 옆으로 가 붙어 팔에 고개를 부볐다.) 인사 했어. 응, 난 이제 됐어.
케인:그래. 잘했어. (여느 때처럼, 네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조금 신경 쓰일 만한 것은 곧 나갈 거라는 듯이 두터운 옷을 입은 것 정도.)
고아원 무덤에서 함께 돌아온 후, 잭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았던 케인의 차림새는 어제와 다릅니다.
두터운 옷을 입고 발목까지 올라오는 장화를 신었습니다.
케인 뿐만 아니라 ‘사냥’에 참여하는 소수의 고아원 아이들 옷도 똑같습니다.
고아원에서 나가기 전 치르는 마지막 사냥 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케인:그럼, 다녀올게. 추운데 나오지 말고... 감기 걸릴라.
잭:(보내기 싫은데. 시무룩한 기색을 숨길 생각도 없이 티를 내며 너를 흘끔거리다가 너를 와락 끌어안아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떨어지며 말했다.) 다치면 안 돼… 무사히 돌아온다고 약속해줘. 응?
케인:응, 당연하지. 내가 피범벅이 되어 돌아왔어도 다친 적은 없잖아. 안 그래? (네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손을 잡아 올려 손등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다녀올게.
형제가 그 모습을 하고 숲으로 사라졌는데 ….
숲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은 선택 받은 고아원 아이들 뿐입니다.
8년 동안 자신의 죽음을 꽁꽁 숨겨두었던 존재입니다.
조금 섬뜩하기는 해도 어쨌든 케인의 살아있는 형제니까요.
결국, 케인은 잭을 고아원에 두고 숲으로 갔습니다.
이제 숲에서 돌아오기만 기다리면 될 텐데, 그런 잭을 제이슨 신부가 자신의 방으로 부릅니다.
신부가 묵고 있는 방에 들어서자 침침한 내부가 보입니다.
벽에 작은 십자가를 걸어두고 제이슨 신부가 짧은 기도를 올립니다.
잭: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제이슨 신부의 방에서 빌헬름 원장 방에 있던 서적들과 그림.
그리고, 가방 안에 넣어둔 짐이 문 앞에 놓여져 있기도 합니다.
제이슨 신부가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제이슨 코넛트:곧 마차가 다시 올 거예요. 눈 때문에 좀 늦어졌지만 큰 문제는 없어요.
아무도 없을 때 떠나는 게 좋겠어요. 저번에도 말했 듯이 이 고아원은 저주 받았거든요. 잭에게도 그 저주가 옮았을 지도 모르지만 성당에서 정화식을 진행해줄게요.
잭:…무슨 소리 하시는 거예요? (정말 몰라서 묻는 게 아니라, 난 당신을 따라갈 생각이 없는데 무슨 소리냐고. 되도 않는 소리를… 그렇지 않더라도 나는 더이상 당신을 따르지 않는데. 미간을 좁힌 채 신부를 쳐다보다가 뒤로 두어걸음 물러섰다.) 저는 안 가요. 그렇게 불안하시다면 신부님만 가세요, 어서.
제이슨 코넛트:...도대체 뭐가 문제지? (잭의 팔을 쎄게 잡아 끌었다.) 잔 말 말고 따라와! 내가 편하게 지내게 도와주겠다는데 왜 거절하는 거야?!
잭:윽, 싫,
싫어─!!! (이렇게까지 큰 소리를 내본 적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소리를 지르며 팔을 뿌려치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이젠 기억도 나지 않아야할 저편의 그를 떠올리게 하는 이 신부가 싫었다. 싫어, 싫어, 싫어! 여전히 무섭고 두려웠으나 그럼에도 이제는 싫다는 감정이 더 크게 올라왔다. 내게는 형이 있으니까. 그러니까, 나는 여기서 떠나면 안되니까…) 불편해, 싫어! 난 당신이 싫다고! 원장님께 이를 거야, 이거 놔!!!
제이슨 코넛트:(잭의 입을 틀어막고, 이전의 부드러웠던 모습과는 정 반대로, 눈을 부라린 채로 노려보았다.) 널 이곳에 보낸 건 기회를 주기 위함이었어. 좋은 가정으로 가서 좋은 자식으로 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고, 내가 이곳에 널 넣었으니 꺼내는 것도 내가 해야 할 일인 것 뿐이야.
날 따라 가지 않아? 악마의 기운을 끔찍할 정도로 두르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신이 그걸 용서할 것 같아? 케인이 악마라는 걸 정말 몰라? 그 자식과 멀어져야 해!!!!
잭:읍, 윽…! (아무리 소리를 쳐도 손바닥 안에서 묻힐 뿐인 것이 억울해 발버둥을 쳤다. 좋은 가정도 좋은 자식도 필요 없어. 내가 원한 건 오로지 나와 늘 함께하며 날 사랑해주고,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존재였으니까. 알지도 못하면서 제게 화를 내고 억지로 통제하려드는 이는 이미 제
아비와 별 다를바가 없었으므로. 생각했다. 나는 그 때보다 훨씬 자랐고, 아직 손찌검을 당하지 않았으니까… 기회는 지금 뿐이라고. 난 케인이 정말 악마라도 상관 없어. 알지도 못하면서… 나는 입을 최대로 벌려 신부의 손바닥을 콱 씹었다. 그러자마자 신부를 뿌리치고 문 밖으로 달음박질을 쳤다.)
악마에 씌인 건 너겠지, 이 미친 신부!!!
잭:민첩기준치: | 60/30/12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제이슨 코넛트:민첩기준치: | 50/25/10 |
굴림: | 23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신부를 뿌리치고 문 밖으로 빠르게 달음박질 쳤으나, 신부가 빠르게 잭의 팔을 다시 잡아당깁니다.
제이슨 코넛트:왜 예전보다 이곳의 기운이 많이 약해졌는지 그때 빌헬름 방을 뒤지고 나서 알았지. 빌어먹을 악마의 쌍둥이가 함께 붙어 있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웃기지도 않지. 죽은 줄 알았던 쌍둥이 한쪽이 살아있었다니 ... 그것도 빌헬름이 숨겨 주고 있었다니. 원장이 너무 멍청해서 소름이 돋을 정도야. 넌 지금 악마한테 속고 있어. 그 사특한 것이 네 정신을 쥐고 흔들고 있어.
날 따라 와. 그것들에게서 완전히 벗어나게 해줄게. 어차피 그들은 더 이상 살지 못 할 거야.
제이슨 코넛트:사냥에 나선 녀석에게 말해뒀거든.
케인과 그의 형제는 악마이니 총을 쏴서 그대로 죽이고 오라고! 아무리 악마지만 성체도 아니고, 인간의 형태로 자랐으니 죽는 건 문제가 아니야.
눈치가 좋은 녀석이야. 평소에도 케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나봐?
잭: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62 |
판정결과: | 실패 |
사냥 시간에 참여하고, 케인와 사이가 좋지 않은 사람...
잭:듣기기준치: | 60/30/12 |
굴림: | 86 |
판정결과: | 실패 |
이번에는 정말로 사냥 당하는 쪽이 케인이 될지도 모릅니다.
잭:근력기준치: | 40/20/8 |
굴림: | 2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민첩기준치: | 60/30/12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잭은 제이슨 신부의 손을 뿌리치고 급하게 고아원을 빠져나와 숲으로 향합니다.
제이슨 코넛트:숲으로 들어갔다가 사냥감으로 낙인 찍혀서 죽고 싶어? 잭, 네가 사슴인지 토끼인지, 멧돼지 새끼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냐고?! 이렇게 어두운데!!! 이제 더 이상 반지도 없는 주제에 케인이 올 수 있을 것 같냐고!
언덕도 몇 개 넘었고 숨이 차도록 걸었지만 여전히 케인의 모습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갈 수록 잭은 숲에 대한 기묘한 기운을 받습니다.
숲에 사는 야생동물들의 번뜩이는 시선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단단하고 커다란 나무들이 구역을 둘러싸고 있습니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물 웅덩이가 셀 수 없이 존재하고 뾰족한 가시 잎을 가진 것들이 빠듯하게 주변을 채웁니다.
사냥을 나가는 아이들에게도 허락되지 않은 공간.
잭: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6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한 눈에 봐도 오래 된 저택은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저택의 커다란 문 앞에 '누군가' 쓰러져 있습니다.
잭:(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서 목 밖으로 나올 것만 같았다. 이 이상한 숲도, 나무도, 저택도… 다른 건 다 아무래도 상관 없으니 쓰러져있는 이가 케인만은 아니길. 허겁지겁 뛰어가서 살펴본다.)
케인과 함께 사냥 구역으로 들어갔던 에이서 입니다.
오른쪽 팔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저택 앞에 쓰러져 있습니다.
●:에이서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응급처치 판정도 가능)
잭:(상대를 살피기 위해 닿았던 손이 피에 젖었으나 나는 안심했다. 케인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그리고… …여기서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에이서, 나는 네가 싫지는 않아. 더더욱 죽는 걸 내버려둘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 다만… …
너는 케인을 죽일 거잖아. 그러니 나는 너를 도울 수 없어. 비록 네가
죽게된다고 해도. 나를 위해 무자비한 선택을 했던 형처럼, 나도… 이런 것까지 감수하고서라도 지키고 싶은 게 있는 거니까. 미안하게 됐어. 손을 벌벌 떨고 달뜨게 숨을 들이 내쉬면서도 결심이 흐트러지지는 않았다. 혹여라도 네가 살아 돌아올까봐, 총으로 형을 쏴버릴까봐… 염치없이 네 몸을 뒤지기까지 한다.)
단지 상처의 고통 때문에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맥 에이서:...지, 지금... 무, 무슨 짓이에요? ...다친 사람두고 지금 뭐하는 건지 알고나 있는 거예요...?
잭:… …다 듣, 듣고 왔어… 네, 네가 형을 죽이기로 했다며. 그럼 나는, 너, 너를 살려줄 수 없… 없어. (눈을 질끈 감아도 피냄새가 코를 타고 뇌까지 흘러들어오는 기분이었다. 볼품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더듬어가면서도 기어코 그 말을 꺼내놓고는 불안정한 숨을 달래기 위해 심호흡을 하며 다시 눈을 떴다.) …원, 원망해도 좋아.
맥 에이서:미친... 미쳤어?! 내가 똑똑히 봤어, 케인이 스스로 악마로 변하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끔찍한 생김새였다고!!! 그건 사람이 아니었고 ... 파충류같이... ...두 다리와 팔 없이 끈적거리는 아주 불쾌한...무언가였다고. 그 놈을 죽여야 해...
그런 악마 새끼는 죽여야 한다고!!! 직접 보지 못해서 믿기 힘든 거야? 그러면 이 저택에 들어가서 똑똑히 보고 와. 네가 그렇게나 죽고 못사는 케인의 진실된 모습을...
잭:…있잖아, 에이서. (아랫 입술을 꾹 물고 있다가 파르르 떨며 어거지로 웃음을 지어보였다.) 모르는 게 아니야… 나도 알고 있어. …나는 형이 정말 악마래도 상관 없어. 그 어떤 끔찍한 모습을 하고 있대도… 형이 나를 놓지 않는다면… 나는 형을 계속 사랑할 거야. (어쩌면 이건… 가족, 형제, 친구… 그 모든 것을 떠난 사랑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보다 더 자연스러울 수도 없어. 나는 언젠간 결국 형을 사랑하게 됐을 거야.
눈물을 떨어트리며 벌벌 떠는 손으로 상처를 헤집었다. 이 이상 그런 말을 퍼트려서는 안 돼. 나와 형은, 우리는… 그렇지 않아도 떠날테니까. 그러니까… ….) 안녕, 잘 가…
(피범벅이 된 손을 꺼내면 눈 밭을 붉게 물들여간다. 눈 앞에 있는 형체를 외면하고 비틀거리며 일어나 저택 안으로 걸어갔다. 짧은 새 몇번을 넘어지는데도 일어나서, 울먹이는 소리로…) 형, …형아, 거기 있어…? 나, 윽, 흐… 나 좀 안아줘…
상처가 깊어진 에이서의 몸은 차갑게 굳어갑니다.
그가 다시 일어나면, 분명 케인을 죽였을 게 분명합니다.
에이서를 뒤로하고, 자신 앞에 거대한 저택을 바라봅니다.
이 저택에 누군가 있다면. 그리고 그게 케인이라면 …. 저택 안으로 들어가 봐야 합니다.
이 순간, 손가락에 끼워져 있지 않은 반지가 그립습니다.
대문을 열자 녹이 슨 소름끼치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저택 입구로 가는 길은 울창한 정원처럼 꾸며져 있어 과거에는 화려하고 웅장한 모습을 자랑했을 것 같습니다.
분수대로 보이는 낡은 조각상이 이끼와 젖은 풀로 덮여 있고 부서진 벤치와 울타리들이 보입니다.
숲 안에서 자라는 나무라고는 생각이 되지 않을 만큼 기괴하고 음산한 모양새입니다.
저택 안으로 걸어 가면서 잭은 비틀린 추위를 느낍니다.
저택 밖에 있었을 때와는 차원이 다른 추위 때문에 손가락을 구부리는 것도 힘이 들 지경입니다.
잭이 누구를 만날 때마다 이런 추위를 느꼈는지.
문을 여나요?
잭:허어엉… 형아… (눈물을 흘리는 족족 얼어붙는데도 눈물을 멈출 수가 없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부재를 심히 느끼며 힘겹게 문을 열었다. 이 안에는 어쩌면 제가 찾는 '케인'이 없을지 모른다는 걸 알면서도…)
누군가 그 안으로 들어간 듯 문틈 사이로 어두운 저택 내부가 보입니다.
거미줄이 흔들리고 저택 안에 있는 모든 것들은 낡아 있거나 무너져 있습니다.
숨이 막히고 구역질이 날 것 같은 냄새가 훅 끼쳐옵니다.
잭:건강기준치: | 50/25/10 |
굴림: | 83 |
판정결과: | 실패 |
어느 대부호가 지은 별장인지 저택의 내부는 거대하고 어둡습니다.
위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전부 무너져 있고 중앙 계단 가운데 걸려 있는 액자가 눈에 띕니다.
아마도 저택 주인 초상화가 걸려 있었을 그 곳에는 그 흔적만 남아 있을 뿐 어떤 그림도 보이지 않습니다.
잭:듣기기준치: | 60/30/12 |
굴림: | 89 |
판정결과: | 실패 |
잭: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68 |
판정결과: | 실패 |
발 밑을 조심해 저택 아래로 내려가자 좁은 공간이 드러납니다.
그 안에서 마치 소용돌이를 치듯 몸을 웅크리고 있는 무언가와 마주합니다.
잭:SAN Roll기준치: | 35/17/7 |
굴림: | 84 |
판정결과: | 실패 |
3
그 '괴물' 을 이렇게 자세히 보게 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껍질이 벗겨져 여기저기 잔 상처가 난 피와 움푹 패인 살점. 이 어두운 곳에서 또렷하게 빛나는 길쭉한 눈동자.
잭:관찰력기준치: | 65/32/13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에이서가 쏜 총으로 인해 괴물은 옆구리에 총상을 입은 상태입니다.
그 상처를 숨기려는 듯 괴물은 몸을 더 깊숙하게 웅크리다가 잭을 발견하자 고개를 듭니다.
잭을 향한 독점욕과 그리움을 담고 있는, 저 괴물의 눈동자가 정말 케인인가요?
번뜩이는 눈을 가지고 그 '괴물' 이 점점 잭에게 다가옵니다.
벗겨진 허물과 비릿하게 흐르는 피를 흘리면서.
여기서 더 몰리면 그대로 잡아 먹힐지도 모릅니다.
●:주머니에 있는 나자르 본주우가 뚜렷한 존재감을 소유한 채 그대로 느껴집니다.
사용하나요?
잭:(눈물이 자꾸만 얼어 붙어서 눈가가 시리고 따끔거렸다. 그런 와중에도 눈 앞에 있는 것을 어떻게든 보겠다고 눈꺼풀에 힘을 주다가 점점 다가오고 있는 것이 정말 형인지, 아닌지를 모르겠어서…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형이 아니면 어떡해? 내가, 내가 여기서… 죽어버리면 우리 형은… 얼어붙은 눈물샘에서도 여전히 온기를 머금은 눈물은 흘러나왔으므로. 다시 또 뺨을 얼리며 주머니에 든 것을 겨우 꺼내 들었다. 한번만 기회를 달라고. 형인지 아닌지, 확인할 기회를…)
나자르 본주우를 꺼내자 부적에 그려진 눈에서 아주 강렬한 빛이 나타납니다.
괴물 뿐만 아니라 잭의 눈 역시 멀어버리게 만들 정도로 환한 빛이 저택의 지하에 가둬진 채 마구 요동칩니다.
눈이 타들어 가는 고통을 겪으며 괴물이 몸부림 칩니다.
잭:SAN Roll기준치: | 31/15/6 |
굴림: | 97 |
판정결과: | 대실패 |
3
광기의 발작 - 실시간기억상실: |
마지막으로 안전했던 장소에서 떠난 후로 일어난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합니다. 이 증상은 1D10 라운드 동안 계속됩니다. |
For 9 rounds. |
비늘을 가진 거대한 몸집이 중심을 잡지 못한 채 넘어지고 그의 두 눈이 움푹 패인 것 처럼 타들어갔습니다.
기억에서 잊고 싶을 정도로 끔찍한 몰골입니다.
하지만 그러는 와중에도 괴물은 잭을 향해 기어오고 있습니다.
잭:듣기기준치: | 60/30/12 |
굴림: | 67 |
판정결과: | 실패 |
더 이상 '앞'을 보지 못하게 된 괴물이 잭을 향해 말을 꺼냅니다.
■■:잭... 나, 나도 널 기다렸어. 나도 널 사랑할 수 있어. 아니, 사랑해. 사랑해, 잭. 제발, 나도 그 녀석과 같이 사랑할 수 있도록 해줘...
잭:…혀, 형이 아니잖아… (기어오는 검은 것을 보다가 다시금 울음을 터트리고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내가 여기까지 어떻게 왔더라? 손에 묻은 피를 봐도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나는 형을 보러 온 건데… 에이서가 형을 죽이면 어떡하지? 뺨이 얼다 못해 시리게 굳어가는 걸 알면서도 울었다.) 혀, 형은? 우리 형아… 형 어딨는지 알려줘어…
■■:... ...("형이 아니잖아." 이 말 한마디로 심장이 타 들어가는 것만 같았다. 왜? 내가 이렇게까지 비참해져야 하지? 날 배신한 건 그 녀석이고, 억울하게 죽임까지 당했어. 왜... 내가 아니고 계속해서 그 녀석을 찾는 거야? 왜?) ... ...나는 안 되는 거야? 나는... 네 옆에 있지 않아서? 나, 나도... 제발 나도 함께 있게 해줘...
잭:(터져나오는 눈물을 손등으로 비비면 그대로 번져 얼굴이 온통 핏물로 얼룩졌다. 이제는 퍽 익숙한 피 냄새를 맡으면서 떠듬대는 목소리로 답했다.) …혀, 형이… 형이 안된다고… 읏, 나, 나도 몰라…
(형을 닮은 얼굴, 목소리… 형과 닮은 듯 닮지 않은 모습은 이제 어디에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너를 형과 겹쳐보았다. 그래서였을 것이다. 매몰차게 굴지 못한 것은…) 모, 모르잖아. 나는… 너, 너를 몰라. 너도 나를… 모르잖아… 어떻게 형이랑 같겠어…
살을 에는 듯한 매서운 한기를 내뿜으며 잭의 주위를 끔찍한 몰골로 배회하는 괴물.
그것은 저택 지하실을 나가는 길목을 막고 있습니다.
마치 자신을 떠나지 말아 달라는 것 마냥...
지하실에 있는 어린 아이들의 뼈와 그들을 잡아 먹은 흔적이 역력합니다.
괴물에게 묘한 죄책감이 들지만 끔찍한 광경 때문에 나가고 싶은 마음은 더 커집니다.
반지가 있었다면 … 케인이 이곳에 있는 잭을 알아차릴 수 있을텐데.
괴물의 존재 앞에서, 다시 어둠 때문에 아무 것도 보이지 않게 될 때 쯤.
들려오는 음성은 …. 이 숲에 들어 온 잭으로부터 뚜렷한 목적을 소유하고 있는 존재입니다.
답지 않게 이마에 땀이 조금 맺혀 있고 숨이 가빠 보이는 게 뛰어온 것 같기도 합니다.
케인의 형제는 두 눈이 먼 상태로 오직 소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뱀과 닮은 그 모습을 가진 채 자신을 보호하려는듯 두꺼운 피부와 몸을 똬리처럼 틀어 꽁꽁 몸을 둘러 싸고 있습니다.
아무리 저택이 낡았어도, 이 저택이 다 으스러져가는 … 저택일지라도 이 정도의 추위를 느끼긴 쉽지 않습니다.
잭:건강기준치: | 50/25/10 |
굴림: | 43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케인의 형제가 만든 온도라면 케인 역시 그럴 수 있다는 거겠죠.
하지만 잭은 지금껏 케인의 옆에서 이토록 강한 추위를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잭의 등 뒤에서 허리를 감싸는 손길이 느껴집니다.
그 온도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너무 명백합니다.
반지를 가지고 있는 녀석이 생각보다 이상한 사람이라 조금 놀랐거든. 가니까 너는 없고... 이상한 놈이 널 탐내려고 하길래...
이 세상의 소리가 맞는지도 의문이 들 정도로 축축한 저택 안에서 잭과 케인.
그리고 케인의 형제가 내는 껍질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케인이 가지고 있던 사냥용 총의 총구가 천천히 고개를 듭니다.
이 순간을 정말 기껍게 기다려온 존재마냥 자신의 형제에게 겨누고 있는 총구에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습니다.
엽총을 겨누는 케인의 품에는, 단지 잭만이 있을 뿐입니다.
케인의 쌍둥이 형제는 잭의 성장을 오래도록 지켜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러나 그 형제의 바람이나 갈망의 깊이는 케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네. 그들은 너무 닮게 태어난 ‘쌍둥이’니까.
케인의 상체 아래까지 올라오는 기다란 엽총에서 총알이 발사되었습니다.
정말 ‘사냥’을 하듯. 그게 언제 사람이었냐고 비웃는 것 마냥, 정확히 괴물의 머리를 뚫었습니다.
묻어 두었던 눈이 소용돌이 치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의 새하얀 빛과 눈보라가 시야를 잠식합니다.
둔탁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떨어지는 그 거대한 괴물의 꼬리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쌍둥이 형제가 정말 죽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잭:듣기기준치: | 60/30/12 |
굴림: | 3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총성 이후에 나지막하게 케인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죽은 형제의 시체를 내려다 보는 케인의 표정은 8년 전, 형제의 관을 내려다볼 때와 똑같습니다.
매서운 독점욕과 … 희미한 안도가 일렁일 뿐입니다.
역겨운 냄새가 코 안쪽으로, 폐부 깊은 곳으로 스며듭니다.
저택 밖에 세워져 있는 티크 나무들의 가지가 흔들리는 소리와 썩은 물웅덩이의 파동.
케인:그거 아니? 방금, 정각이 지났어. 곧 이 빌어먹을 고아원을 나갈 수 있다는 소리야.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지 넌 상상도 못 해. 지난 8년 간 어떤 마음으로 바라왔는지…
넌, 평생 모르겠지.
중얼거리는 케인의 목소리는 이제 잘 들리지도 않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잭은 깊은 수마에 떨어집니다.
매운 연기와 피부 위로 선명하게 느껴지는 열기에 잭은 눈을 뜹니다.
눈물이 맺힐 정도로 따가운 먼지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가 없을 정도입니다.
머리가 아파서 제대로 된 판단을 하기도 힘듭니다.
잭:건강기준치: | 50/25/10 |
굴림: | 87 |
판정결과: | 실패 |
숨을 내쉴 때 마다 잿더미가 쌓인 것 처럼 답답하고 텁텁한 기분이 듭니다.
잭도 모르게 기침 소리가 여러 번 튀어나옵니다.
잭이 누워 있는 곳은 케인의 방, 침대 위 입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 나 방문을 열자 보이는 건 케인의 방 바로 앞까지 덮쳐 온 불길입니다.
케인의 방 앞을 덮치지 못한 건 역시 티크 나무로 만들어진 문 때문일까요?
불길은 케인의 방을 조금도 침범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이지만 어쨌든 고아원 밖으로 나가야 하는 건 확실합니다.
잭:(뭔가… 무슨 일이 있었던 것 같은데. 신부를 뿌리치고 숲으로… 어라, 내가 숲에 갔던가? 어지러운 머리를 부여잡고 짤막한 기침을 내뱉었다. 어쩐지 폐부에 들어찬 것이 매운 연기가 아니라 어떤 역겨운 냄새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나 뜨거운 불길 앞에 있는데도 뭐가 그렇게 시린지를 모르겠어서… 옷자락을 끌어내리며 팔을 문지르고, 불길이 코 앞에서 일렁이는 꼴을 보고 있다가 뒤늦게 주변을 두리번 거렸다. 형은 어디갔지? 창문으로 다가가 힘을 주어 창문을 열어보았다.)
새어 들어오는 뜨거운 열이 바깥과 맞닿아 창문이 뻑뻑해져 열기 어렵습니다.
잭:근력기준치: | 40/20/8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창문마저도 쉽게 열리지 않아 망연자실하던 그 때,
그대로 무너질 것 같은 고아원 안에서 케인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 뜨거운 열기는 어디가고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온도가 자리를 차지합니다.
잭:(보자마자 눈물이 차오르는 이유는 무언지, 온통 먹먹하게 덮힌 머릿속에서도 불안을 모두 잊게해주는 단 하나의 존재, 손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온도에서 안정감을 느끼는 기묘한 상황…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너를 끌어안았다. 한껏, 온 힘을 다해…) …어디 갔다 이제와…
케인:미안해. 고아원이 좀 넓어서 애 먹었거든... (한껏 자신을 끌어안은 너를 보며 만족스럽게 웃어 보인다.) 얼른 나가자. 높은 층이라서 제일 먼저 무너질 거야.
케인을 따라 고아원 밖으로 나온 건 금방입니다.
무서울 것 없이 솟구치던 불길이 케인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못했으니 당연한 말이겠죠.
고아원 밖으로 나오자 마굿간 근처에 모여 있는 아이들이 보입니다.
두려움을 느낀 말이 마굿간 안에서 흥분해 날뛰고 어른들은 물 양동이를 두 손 가득 들어 나르면서 화재를 막아보기 위해 발버둥입니다.
지금 서로에게 축하 인사를 건네고 있을 때가 아닌 걸 알면서도 진심으로 기뻐하고 있는 표정입니다.
고아원 아이들과 관계자들은 전부 밖으로 대피했지만 빌헬름 원장과 제이슨 신부의 방문은 누군가 밖에서 단단하게 잠갔는지 열려있지 않습니다.
거대한 불길이 고아원의 기둥과 창문. 오래된 복도를 전부 잡아 먹습니다.
고아원 주변으로 불을 끄기 위해 물 양동이를 든 사람들이 뛰어 다니고 아이들의 울음소리가 들립니다.
불씨가 떨어지는데도 케인은 눈 하나 깜박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주변에는 살을 파고들 듯 한 한기가 느껴집니다.
정확하게는, 케인이 직접 잭에게 반지를 끼워줬던 그 손을.
네가 돌아올 수 있는 곳을 없애고 싶었어. 물론, 네가 가게 될지도 모를 곳 역시.
그러니 이제 나와 함께 가는 거야. 이 숲을 벗어나 내가 네 옆에 영원히 있을 수 있게 해줘.
널 아주 오랫동안 사랑해왔어...
잭:(열 다섯이 되었음을 축하받는 순간에 생각했다. 아, 모두가 울음을 터트리고 삶과 죽음을 오가며 정든 곳의 막을 내리는 순간… 나는 새로 태어나게 된 것이구나. 붉지 않은 손을 내려다보는 것이 어색하다는 생각을 했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러다 그 위로 네 손이 닿으면 시선은 자연히 올라 너와 마주하게 되고… 이어지는 말에 머릿속을 번잡하게 채운 것들은 모두 내려놓기로 했다. 나는, 여기에 온 적 없는 거야. 그렇게 다 잊기로. 어쩌면 나는… 인간으로써의 삶을 마감하고 형과 같이 다시 태어난 건 아닐까? 그런 나도 사랑해 줄거야?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가 시야 안에 케인을 가득 담은 채 기쁜 웃음을 지었다.)
나는 형이 없으면 안되는 거 알잖아. 형과 함께라서 기뻐. 나는 앞으로도 형이랑 쭉 함께할 거야, 그렇지?
케인:응, 잘 알지... 네가 내 기대에 맞는 반응을 해줘서 너무 기뻐... (주머니에서, 잃어버렸던 검은 오닉스 반지를 다시 잭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 조금 손을 본 것인지, 아니면 그 새 조금 더 성장한 건지 반지는 전과 다르게
잭의 네 번째 손가락에 딱 맞아 들어갔다. 반지가 딱 맞는 것이 맘에 들었는지, 환하게 웃으며 네 손을 들어 올려 손등에 입을 맞추었다. 전과 다르게... 아주 소중하단 듯 오랫동안 입술을 붙이며.)
나는 영원한 네 겨울이 되어, 눈보라에 네가 잠식되게 할 거야. 내가 질려도 빠져나갈 생각은 하지 마.
사랑해, 잭.
잭:(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생각이 나면 나는 눈을 감았다. 숨을 들이키면 그대로 온 장기가 시린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이제 영원히 이 온도에서 살게 되는 거야. 내겐 이것 뿐이야. 내가 어떤 모습에 어떤 사람이어도… 형은 나를 사랑해줄테니까.
손가락에 딱 맞는 반지가 기꺼우면서도 아쉬웠다. 내가 더 자라게 되면 이 반지는 더 못 끼게 되는 걸까? 그건 싫은데. 형은 언제 어디에 있더라도 내가 어디 있는지 알아야 하는데.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가 손등 위로 네 입술이 마치 소중하다는 양 오래토록 붙어있으면 귀가 뜨거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수줍은 듯한 웃음을 지으며 가만히 바라보다가… 차마 웃음을 참지 못하고 소리내어 웃고는 까치발을 들어 네 낯에 뺨을 살살 부비다가 시선을 마주했다. 입술을 달싹이고, 뒷목까지 홧홧한 것은 분명 열기 때문이리라 생각하며… 콧대가 부딪힐 정도로 어리숙한 주제에 입술을 겹쳤다. 맞닿은 입술 만큼은 따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꾹 맞대고 있다가 발을 땅에 딛고 네 옷자락을 그러쥔 채로,)
나는 그 겨울에서 살고, 죽을 거야. 그 안에서 영원히 살게 해줘. 나는 이미 형의 소유니까… …
…나도. 사랑해, 형아.
케인의 사랑 고백을 어떻게 거절 할 수 있을까요?
케인은 오래 전 부터 잭의 주변을 끊임없이 맴돌았습니다.
오직 잭만을 소유하고, 집착하며 욕망하고 사랑하기 위해서.
인간의 눈이 아닌 괴물의 시선 끝에는 잭만 존재합니다.
오직 잭이 성인이 되기만을 기다려 온 … 그런 괴물.
인간이 아닌 그와 함께하는 이후의 인생이 어떨지 상상할 수 있을까요?
잭을 위한 케인의 애정은 어딘가 불쾌하고 찝찝한 면이 존재합니다.
좁은 틈도 내어주지 않겠다는, 비이성적이지만 당신에게 필요한 사랑.
자신의 쌍둥이 형제를 자신의 손으로 죽일 정도로 사랑한다는 데 어떻게 그 사랑을 거부할 수 있겠나요.
불에 타고 있는 고아원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화염에 잡아먹히고 있는 풍경 때문인지 잭의 추위를 물리고 있는 케인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소란 속에서도 케인이 다시 끼워준 반지의 감촉이 선명하게 느껴진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숲을 나서는 순간 이곳을 괴롭혔던 깊고 하얀 눈도 그칠겁니다.
고아원에서 케인과 맞이한 첫번째 15살의 밤이자
──── Ending 3. ────MAD LOVE ●:이성 1D5+2 회복. 추위에 대한 면역 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