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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24
TRPG 백업 고흐의 목성 2024. 4. 24. 19:17

 

 

고흐의 목성 w.TR구구
 

[CoC 시나리오]고흐의 목성 : 포스타입 포스트

(세션카드는 @P3ACHB0X 님의 커미션입니다.) 개요 화가인 탐사자는 어느 날 편지 한 통을 받습니다. 의뢰인은 어느 시골 마을 저택의 주인어른. 그림 한 편을 그려달라는 내용이었고, 어렵지는 않았

trgugu.postyp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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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ll of CthulhuCoC 7th fanmade scenario
타이틀
GM MIKKI| PL SODA
KPC | PC 케인 데이븐포트
Written by 99
2024.04.08
───────  ───────
▌ 1. 케인에게
당신은 기차를 타고 이동 중입니다.
짐은 간소할 수도, 많을 수도 있습니다.
이번에는 꽤 긴 여행이 될 것 같았거든요.
어쩌면 문득 기차 안에서 이 이야기의 전말이었던 편지를
다시 한번 되새겨보았을지도 모릅니다.
편지는 왼쪽 주머니에 넣어왔기 때문에 다시 읽어볼 수 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편지를 다시 꺼내어 읽어본다.)
핸드아웃위
편지
핸드아웃아래
케인 데이븐포트:(기대된다... 높은 보수에다 숙식까지 제공해주니 분명 좋은 사람들이겠지?)
그렇습니다.
당신은 한 편지로 의뢰를 받았고,
현재 약도가 그려진 곳을 향해 이동중이었습니다.
심지어 봉투 안에는 마부에게 지불할 몫으로 금전이 세 닢씩이나 들어있었는 걸요!
세 닢이라니, 마부에게 지불할 몫으로는 과한 양입니다.
원한다면 일부를 챙길 수도 있겠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한 닢만 줘도 되지 않나...)
(주머니에 꽁쳐둠)
주머니에 몰래 잘 챙깁시다.
귀한 집안에서 어쩌다가 당신에게 그림을 의뢰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케인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 편지나 의뢰를 이해했틀 것이며
그렇기에 지금 이 머나먼 길을 떠난 것이겠지요.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기차는 역에 도착합니다.
당신은 기차에서 내려 마차를 잡고 이동합니다.
각종 미술도구나 개인 짐 탓에 이동하거나 짐을 싣는 과정이 여간 부산스럽습니다.
마차는 오래 달려 한 시골 마을 입구를 지나쳐 들어갑니다.
입구 표지판에는 '윙쿨룸'이라 적혀 있었습니다.
고즈넉하고 한산한 마을은 길 양옆으로 밀밭이 펼쳐져 있고,
조용합니다.
마을에 진입해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는 한 저택 앞에 멈춥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와... 이쁘다. 여기인가? (내려도 되는지 눈치 보는 중)
마부는 당신이 내릴 때까지 기다리는 대신,
짐을 내려줄 모양인지 문을 열어줍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감사합니다. (마차에서 내린다.) 어... 금전 한 닢이면 될까요?
마부: 예, 그럼요. 감사합니다. (짐을 꺼내어 내려주고난 뒤에 손을 내밀었다.)
케인 데이븐포트:(금전 한 닢을 손에 쥐어주며) 감사합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가볍게 인사하고는 짐을 챙겨 저택 쪽으로 향했다.)
저택의 마당은 넓고 정원 중앙에 작은 분수가 보입니다.
고급스러운 장식용 조각상이 세 개 정도 있습니다.
이 컨트리 하우스는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적어도 한 세기 이전에 지어진 것 같아요.
그래도 정원은 주기적으로 관리하는지 잔디가 깔끔하고 싱싱하고,
담쟁이덩굴이 건물 벽을 타고 멋들어지게 오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마중 나온 이는 아무도 없고,
어느새 마부까지 떠나 당신 혼자 남았습니다.
이 한산하고 조용한 땅에서 고저택과 마주 보고 있자니 기묘한 기분이 듭니다.
 ✷  관찰력 or 지능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관찰력
기준치:80/40/16
굴림:2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저택의 창문들이 유독 어둡게 보입니다.
커튼이라도 다 쳐놓은 걸까요?
케인 데이븐포트:(마차 소리라면 안에서 다 들렸을 텐데, 아무도 나오지도 않고... 창문 커튼은 다 쳐 놓고. 이상하긴 하지만 뭐...)
(저택의 문앞에 섰다. 심호흡 한 번 하고... 똑똑똑) 안녕하세요, 안에 계시나요~?
당신이 문을 두드리면 안에서 끼익 거리며 문이 열립니다.
중년남성의 옷차림을 보아하니 사용인처럼 보입니다.
아주 정중하게 탐사자의 짐을 들어주며 인사합니다.
사용인: 데이븐포트님이시지요? 먼 길 오며 불편하지는 않으셨습니까.
주인어른께서 기다리고 계시니, 안으로 드시지요.
케인 데이븐포트:아, 네. 안녕하세요! 오는데 딱히 불편한 점은 없었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되세요.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저택 안으로 발을 내딛는다.)
▌ 2. 윙쿨룸에 어서오세요!
사용인의 안내를 받아 당신은 1층의 응접실로 향합니다.
당신의 짐은 다른 사용인들이 그가 묵을 방에 미리 가져다두겠다며 가져간지 오래입니다.
과한 대접을 받으며 당신이 응접실 안으로 들자,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커튼이 쳐진 창문들입니다.
햇볕이 이렇게 따듯한데도 이질적으로 모든 커튼이 쳐져 있습니다.
의뢰인인 주인어른이 당신을 반깁니다.
주인 어른:환영합니다, 데이븐포트 씨. 내 부탁을 들어주어 감사합니다.
마중 나가지 못한 것은 미안합니다.
우리 모두 사정이 있어서.
들어오며 마을 전경은 좀 구경했습니까?
어떤가요, 참 아름다운 마을이지요?
케인 데이븐포트:아, 네! 사정이 있으시다니 충분히 이해합니다. 마을이 정말 이쁘더라고요. 혹시 이 마을 전부가 주인 어른 소유지인가요...?
주인 어른:마을 전부가 제 소유지는 아니지만, 이 아름다운 윙쿨룸은 예술가를 위한 곳이라 말할 수도 있지요.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할 수 있거든요.
당신도 마음에 들어할 겁니다. (퍽 흡족해보이는 얼굴로 웃어보였다.)
본론으로 들어가볼까요. 데이븐포트씨는 목성을 본 적 있습니까?
케인 데이븐포트:아하~ (그의 말에 가볍게 웃다가 황당한 질문을 듣고는)
...네? 목성이요?
주인 어른:하하, 저는 별을 아주 좋아합니다. 몇 년 전에 망원경으로 하늘을 보았는데, 그때 우연히 보았던 목성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 모습에 매료되어 푹 빠져버렸죠.
별 뿐만 아니라 그림도 좋아하니, 이 목성 그림 한 점을 꼭 갖고 싶었습니다. 실력있는 이를 수소문 하다보니 당신에게 닿더군요.
케인 데이븐포트:아하... 아, 망원경으로 보는 거 말하신 거구나... 하하, 저는 또 직접 가봤냐는 줄 알았네요. (민망한 듯 눈썹을 매만졌다.) 그럼 저도 목성을 볼 수 있는 걸까요? 아무래도... 밤에 볼 수 있겠죠?
주인 어른:미안하지만, 이 저택은 책이나 그림에 햇빛이 닿지 않도록 하기 위해 커튼을 치고 있으니 걷을 수는 없겠습니다.
다만, 본적이 없다면 서재에 관련된 자료들이 많으니 참고해도 좋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별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림도 좋아하죠.
(잠시 뜸을 들였다가 웃는 낯으로) 당신이 여기서 머물며 그림을 그려주길 원합니다. 그렇지, 보수도 원하는 만큼 얼마든지 줄 수 있고요. 머무는 기간 동안의 숙식 제공은 물론이고, 최대한 대접하도록 하겠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아하. 그렇구나... 하긴 종이는 햇빛을 많이 받으면 색이 바래지니까... 그럴 수 있겠네요. 이해합니다. (근데... 낮에 커튼 걷는다고 하진 않았는데... ... 왜 혼나는 기분이지?) 여튼 그 점은 숙지해 두겠습니다.
제 최대한을 끌어내어 주인 어른께 보다 멋진 목성으로 보답해 드릴게요. 이런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인 어른:하하, 이렇듯 흔쾌히 받아주시니 마음이 흐뭇하고 기쁘군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이 저택에서 머무는 동안 당신도 윙쿨룸의 매력에 빠지시게 될 겁니다.
(못내 흐뭇한 웃음을 지으며 답하다가 목을 가다듬고 말을 잇는다.)
그럼, 이 저택에서 지내는 동안 지켜주시길 당부할 규칙 네 가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번거롭더라도 지켜주시길 부탁드리지요.
핸드아웃위
규칙
핸드아웃아래
주인 어른:(천천히 네 가지 규칙에 대해 넌지시 일러주었다.)
케인 데이븐포트:오... (뭔가 엄청 많다...!) ...그럼 그림을 완성할 때까지 마을에도 나갈 수 없는 건가요...?
주인 어른:그렇습니다. 죄송하지만 이 저택에만 머물러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리지요.
설명을 듣고 있으면 어디선가 시선이 느껴집니다.
당신이 고개를 돌리자 응접실 문틈으로 당신을 노려보는 사람을 발견합니다.
이 사람은 한참이나 당신의 얼굴이 뚫릴 정도로 째려보다가 갑자기 휙 가버립니다.
그러든 말든… 주인 어른은 당신에게 작업실 겸 쉴 수 있는 게스트룸으로 안내할테니
사용인을 따라 이동하면 된다고 전하네요.
식사는 함께하거나, 불편할 경우 방으로 가져다준다고도 해요.
당신은 사용인을 따라 방이 있는 2층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 3. 케인의 방 (2층 게스트 룸)
당신이 묵을 게스트 룸입니다.
2층 복도 끝에 있으며, 문에서 들어와 바로 보이는 벽은
채도 낮은 붉은 커튼이 모두 가리고 있습니다.
한쪽 2벽이 모두 큰 창문으로 이루어졌나 봅니다.
침대 하나와 협탁, 옷장, 그리고 빈 캔버스가 놓인 이젤이 보입니다.
사용인은 '기본적인 도구는 데이븐포트 씨도 챙겨왔을 테지만, 작업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요청해달라'고 말합니다.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언제든지 벽면의 벨을 울려달라 전합니다.
푹 쉬기를 권고하며 사용인은 이만 자리를 뜹니다.
현재 시간은… 점심 쯤이고,
당신은 저택을 구경하거나 바로 그림 작업에 들어가도 좋겠습니다.
혹은 이제 막 집에 도착했으니 조금 쉬는 것도 괜찮겠네요.
케인 데이븐포트:읏챠... (가방을 열어 짐을 풀어 정리했다. 한, 20분 정도 정리했나, 며칠 간 지낼 곳인데 지금 아니면 저택에 뭐가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겠다 싶어 저택 구경을 하기로 마음 먹었다. 일단, 본인이 지낼 방부터.)
침대는... (일단 앉아봄. 푹신한가?)
침대는… 푹신합니다. 게스트 룸의 침대지만 신경을 쓴 것이 보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편하다. (침대에서 양 팔 벌려 천사 만들다가... 벌떡, 일어나 마저 방을 둘러보았다. 협탁, 비어있는 옷장. 그리고 캔버스... 그냥 기본 적인 건 다 있네, 다행이다. 이제 나가서 저택이라도 둘러봐야겠다. 라 생각하며 방 밖으로 나가 저택을 둘러보았다.)
▌ 4. 첫째날 저택탐사
당신은 어찌되었든 손님의 입장이기 때문에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습니다.
당연히 주인이 있는 방은 들어갈 수 없고,
지금은 기껏해야 서재나 응접실 같은 곳이 전부입니다.
사용인 구획은 저택 내의 관계자가 아니면 들어갈 수 없겠어요.
저택을 절대 나가지 말라는 규칙이 있었으니 정원 구경도 진작 접어야 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그래도 정원까지 못나가게 하는 건 너무하지 않나. 이건 진짜 이유를 모르겠네...)
정말 가슴 아픈 사연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그 정돈 아냐.)
2층에는 욕실이나 여러 객실, 주인어른의 방, 공부방 등이 보입니다.
아 넵
대부분 문이 잠겨있거나 주인이 있는 방인지라 들어가기 난감한 곳 뿐입니다.
아무래도 2층은 지금 당장 둘러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그럼 1층으로 내려가 봐야지...)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은 현관문 바로 맞은편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큰 계단의 벽면 또한 그림이 액자에 걸려 있습니다.
연극이나 책의 한 장면을 그린 것들이 많습니다.
주인어른이 그림을 좋아한다는 건 빈말이 아닌 듯 합니다.
당신의 그림도 아주 후한 값에 쳐주겠죠?
케인 데이븐포트:(진짜 예술을 좋아하시는 구나. 예술 애호가 중에서는 천문학을 좋아하는 사람 또한 엄청 많으니까... 근데 그 중에서 왜 목성을 제일 좋아하는 지는 궁금하네. 제일 커서 그런가... 흠, 열심히 그려드려야겠다.)
1층으로 내려왔습니다.
넓게 트인 홀, 그 옆에 따른 응접실과 서재를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오, 넓다... (일단 눈에 제일 잘 들어오는 홀부터...)
현관문 바로 맞은편의 큰 계단 안 쪽에 있는 홀입니다.
높은 천장에는 샹들리에가 번뜩이고,
사용인 몇 명이 청소 중인지 빗자루를 쓸다가 당신을 보고는 공손히 고개를 까딱이며 인사합니다.
그리고는 이어 복도 반대편에서 훌쩍이며 들어오는 메이드가 보입니다.
다른 사용인들이 화들짝 놀라며 메이드에게 다가가 달래주는 모습이 보입니다.
누가 괴롭혔어? 괜찮아요?
상냥한 말에 메이드는 결국 울음을 터트립니다.
또 도련님이니?
지난 번에는 제이슨이었죠?
그 사람은 미쳤다니까…
쉿, 들을라…
사용인들은 저들끼리 작게 속삭거리며 메이드를 달래주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뭔가 끼어들면 안 될 것 같은 느낌...)
(빠르게 응접실로 자리를 피한다.)
(아니다. 서재로.)
응접실로 자리를 피하려던 당신은
응접실 앞에 자리한 사용인을 보고는 조용히 방향을 바꾸어 서재로 향합니다.
서재
안으로 들어서면 모든 창문에는 커튼이 쳐져 있습니다.
벽을 가득 채운 서가는 물론이요, 천장까지 닿을 정도로 수많은 서가에 장서가 빼곡합니다.
예로부터 장서의 질과 양은 집의 품격을 결정한다고 하지요.
바깥 도시의 도서관도 부럽지 않을 방대한 양입니다.
그래도 대부분 장르 별로 잘 정리되어 있기 때문에, 당신이 찾는 책이 있다면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당신은 천문학 코너와 동화책 코너를 볼 수 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멋지다... 이래서 햇빛에 민감했구나. 일단 천문학 코너부터...)
당신은 「목성의 기록」이라는 책을 발견합니다.
책을 넘기다보면 여러가지 목성 그림이 보입니다.
목성의 눈, 혹은 폭풍이라고도 불리는 대적점의 그림도 있네요.
계속 보다보니 뭔가 섬뜩한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어쨌든 참고용으로 좋을 것 같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책... 가져가도 되나?)
그림을 그리는 데에 필요하다면 챙겨가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사용인에게 언질을 주면 되겠어요.
케인 데이븐포트:(흠, 일단 챙기고... 동화책 코너도 있네. 이 저택 도련님 때문에 만들어 놓은 건가...?)
고저택이라 그럴까요?
세월이 오래된 동화책도 간혹 보입니다.
어느 정도였냐면, 어떤 책은 유독 심하게 찢어져 대놓고 당신의 눈에 띌 정도입니다.
책 제목은 「액자 속 여인」이라 적혀 있습니다.
문구가 적힌 왼쪽 페이지는 절반 쯤 찢겨 나갔고,
오른쪽 페이지의 벽에 걸린 액자 속에서 행복하게 웃는 여인의 그림은
거의 날카로운 것으로 난도질 당한 듯이 너덜너덜합니다.
세월의 흔적이 아니라 누군가가 일부러 그런 것만 같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음, 뭐지... 책을 아끼는 분이 이걸 가만히 두진 않았을 텐데. 언질이라도 해둘까...)
(일단 동화책을 꽂아 두었다.)
책은 수두룩하게 남아있지만, 이 책들을 모두 둘러보려면 하루는 커녕 며칠을 있어도 모자랄테니
아쉬워도 이만 보고 밖으로 나서기로 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서재를 뒤로 하고 밖으로 나왔다. 옆 응접실 구경이라도 해볼까...)
서재에서 나와 응접실을 구경하려 발을 뗀 당신의 눈 앞에는
아직도 홀에 모여 웅성거리고 있는 메이드들이 보입니다.
당신과 눈이 마주친 메이드들은 저들끼리 시선을 돌리고 머뭇거리더니
하고 싶은 말이 있는 듯 하지만 주저하며 서로 눈치를 보기 바쁩니다.
무슨 일인지라도 물어볼까요?
케인 데이븐포트:(모여있는 메이드 무리에 조심스레 다가갔다.) 저, 아까부터 계속 눈이 마주쳐서 그런데... 혹시 저한테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메이드:저어… (머뭇거리다가 겨우 말을 이었다.) 나리께서도 조심하시길 바라기에 감히 말씀드려요.
이 말을 서두로, 사용인들은 도련님의 흉(?)을 봅니다.
메이드:얼마 전 새로 온 메이드가… 뭘 잘 몰라 '오늘은 날이 좋은데 정원에서 다과를 즐기는 건 어떠신가요?' 라고 도련님께 권하자, 죽고 싶냐는 둥… 누굴 죽이려 작정했냐는 둥 대뜸 화를 내시지 뭐예요…
한 사용인이 말문을 트자 다른 사용인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얹습니다.
메이드:주인어른께서 새로 들여온 풍경화를 한 사용인이 직접 벽에 걸고 있을 때는 어떻고요. 검은색 물감을 탄 물을 양동이 째로 들고 와서는 벽에 들이 붓던 걸요…!
검은색 물이 사용인에게도, 심지어는 도련님께도 튀었는데 그대로 시큰둥하게 사라져버리셨어요.
맞아, 맞아… 주인 어른 뿐만 아니라 윙쿨룸의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예술을 사랑하는데, 도련님은 이곳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그림을 지독히 싫어하시더군요….
늘 화가 나있고, 사람들을 못살게 굴고, 혼자만 계시고…
케인 데이븐포트:... ...그림을 싫어한다고요?
메이드:네에, 유달리 도련님께서는 그림을 싫어하신다니까요…
이 윙쿨룸에서 말이에요!
케인 데이븐포트:...관심 없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까지 싫어하는 건 조금... 해를 입히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네요. ...하지만 주인 어른과 도련님 사이에 미술 관련으로 무슨 일이 있었을 수도 있고...? 아무리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라도 자식은 관심이 없는데 그거에 대해서 강요를 받는다면, 아무리 아무 감정이 없던 것이라도 싫어지기 마련이니까요. 음... (저택을 둘러보니, 보통 좋아하는 게 아닌 것 같으니 말이야... 자식이 그렇게나 싫어하는데도, 굳이 이렇게 까지 예술로 도배를 해놓나...?)
메이드:나리의 말씀도 맞아요… 하지만 여기는 윙쿨룸인 걸요! 윙쿨룸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곳이에요. 윙쿨룸의 사람들은 모두 친절하고 예술을 사랑하는데…
(한 메이드가 말을 꺼내자 저쪽에서 말을 받아 잇는다.)
윙쿨룸의 저택에서는 하고 싶은 것을 무엇이든 할 수 있거든요. 심지어는 소원을 들어주기도 하는걸요!
한달 전 들어온 한 사용인이 잃어버린 가족을 찾게 해달라고 늘 빌었는데, 정말로 일주인 전에 가족을 찾았어요.
기적 같은 이야기라 신문에도 실렸었죠.
케인 데이븐포트:...? (그냥 우연 아닌가?)
한참 당신을 두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떠들어대던 사용인들은
슬슬 눈치를 보며 이야기를 마무리합니다.
나리께서는 귀한 손님으로 오셨기에 도련님께서도 그리 심하게 굴지는 않으시겠지만… 부디 너무 가까이 가시지 않기를 바란다, 며
후다닥 도망치듯 사라집니다.
어찌 보면 외부인에게 제 주인의 흉을 본 것인데,
이것이 뒷담화인지 충고인지 애매하기만 합니다.
너도나도 뛰어가는 사용인들의 발소리만 허공을 메꿉니다.
케인 데이븐포트:(기분이 찝찝하네... ... 괜히 들었다...)
어쩐지 찝찝하네요. 모르는 편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어요
아, 대화를 나누는 사이 응접실 앞에 있던 사용인이 사라졌습니다.
응접실로 가볼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응접실에 슬쩍 들어가본다.)
응접실
당신이 주인어른과 인사를 나눈 방입니다.
역시나 모든 창문에 커튼이 쳐져있습니다.
방이 넓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그렇게 답답하지만은 않지만,
창문이 훤히 보였다면 멋들어진 정원이 한눈에 들어왔겠지요.
테이블 위에는 오늘자 신문이, 벽면의 수납장에는 정리된 지난 일자의 신문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신문들을 살펴본다.)
오늘자 신문
1면에 실린 기사입니다.
《예기치 않은 월식》이라는 헤드라인의 기사는, 최근 들어 하늘에 달이 뜨지 않기 시작했다고 말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어... 몰랐네... (다른 날 신문도 펄럭)
수납장의 신문
일주일 치 신문이 정리되어 있습니다.
 ✷  관찰력 or 자료조사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관찰력
기준치:80/40/16
굴림:4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  지능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지능
기준치:75/37/15
굴림:34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어딘가 익숙한 이 내용…
아! 아까 사용인들에게서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신문에까지 났다고 하더니… 거짓은 아니었나 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무리 생각해도 윙쿨룸이 소원을 들어준다고 하기엔... 우연 아닌가?)
우연일까요, 정말일까요. 기묘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신문을 살피고 있던 와중 종이 여섯 번 울립니다.
벌써 저녁 식사 시간인 듯 합니다.
마침 사용인이 당신을 데리러 오네요.
다이닝룸에서 간단히 식사를 할 수도,
불편하다면 방에 올라가 따로 먹을 수도 있겠습니다.
다이닝룸에서는 주인어른과 당신, 단 둘이서만 식사를 해야하니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어쩌지? 그래도 한 번은 같이 먹어야 하지 않을까...)
가, 같이 식사할게요.
사용인은 친절하게 당신을 다이닝룸으로 모십니다.
다이닝룸에 도착하자 부담스럽지는 않을 정도지만, 충분히 성의가 느껴지는 저녁 성찬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당신의 입맛을 몰라 최대한 다양하게 준비를 했다고 하는 군요.
성찬 메뉴 중에는 해산물 요리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와... 맛있겠다...! 아, 감사합니다. (자리에 앉는다.)
주인 어른:하하, 많이 들어요. 요리사도 제법 품을 들여 준비한 모양이니 충분히 즐겨주시면 기쁘겠습니다.
제가 아들이 있긴 한데… 잭은 방에서 혼자 먹는 편이라서요.
식사는 저희 둘이 해야겠습니다. (사람 좋게 웃으며 수저를 뜨라는 듯 손짓하고 먼저 수저를 떴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감사합니다. (그가 권하는 대로 먼저 한 입 먹었다. 보이는 것과 같이 맛이 좋았다. 사실 가리는 게 없어서 모든 음식을 잘 먹긴 하지만 확실히 돈 있는 곳에서 대접하는 식사인지라 음식의 맛이 훌륭하다 생각했다.) 아... 그, 도련님은... 좀 예민하시다고... 듣기로는 그림을 싫어하신다고 해서요.
주인 어른:아, 벌써 데이븐포트 씨의 귀까지 닿았군요. 부끄럽지만 그렇습니다. 아들내미가 여간 말썽을 피우는 게 아니라… 하하, 이거 참. 죄송하지만 미리 양해를 구하겠습니다. 언제 어떻게 튀어나올지 모르는 녀석이라서요.
하지만 저희 아들을 제외한 모든 윙쿨룸의 사람들은 예술을 좋아하니까요. 데이븐포트 씨도 분명 이 윙쿨룸을 좋아하게 되실 겁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네. 이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짧게 웃음.) 아, 그 서재를 가봤습니다. 책이 진짜 많더라고요! 웬만한 도서관 마냥 엄청 방대해서 놀랐습니다. 근데... 동화책 코너에 있던 책 중 한 권이 찢겨있더라고요. 책을 많이 아끼시는 것 같던데, 혹시 찢겨져 있는 걸 모르나 싶어 염려 차 말씀드립니다.
주인 어른:역시 그렇죠. 제가 아끼는 저의 유산들입니다. (네 칭찬에 기분이 좋아진 듯 한층 높은 텐션으로 웃다가 답해왔다.) 아, 이런… 아마도 잭일 겁니다. 어릴 때 읽던 책이니 아마 최근 일은 아니겠지만… 나중에 사용인에게 확인하라 일러야겠군요. 신경 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정중히 인사하고는 마저 들라며 손짓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하하. 별 거 아닌데요. (가볍게 웃으며 끄덕거리고는 마저 식사를 이어나갔다.)
이렇게 어색한 듯 어색하지 않은 식사가 이어지다가 끝을 맺습니다.
식사를 모두 마쳤으니 휴식과 겸해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방으로 이동할 수 있겠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슬슬 방으로 가볼까...)
당신은 다시 계단을 올라 2층 게스트룸으로 돌아옵니다.
휴식을 취할까요, 작업을 진행할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조금...쉬는 게 좋지 않나...?)
(침대에 풀썩 누움)
휴식을 조금 취하기로 합니다.
침대에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자기 등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납니다.
고개를 돌리면 아까 전 당신을 째려보던 사람입니다.
그는 제 팔짱을 끼고 짝다리까지 짚은 불량한 자세로,
못마땅하다는 듯한 시선을 당신에게 던집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벌떡;;) 앗, 아. 아... 어. 안, 안녕하세요. 도련님. 아, 이렇게 갑자기 들어오실 줄 몰라서... ... (침대에서 벗어나 바로 네 앞으로 다가갔다.) 무슨 하실 말씀이라도...
잭:(삐딱하게 서서 너를 내려다보고 있다가 미간을 잔뜩 구긴 채로 입을 열었다.) 도련님은 무슨… 너 내가 누군지 알아?
(가까이 오자 저보다 위로 자리한 눈을 보고 영 심기 불편한 표정을 짓고 있다가 툭, 정강이를 가볍게 차며 말을 이었다.) 내가 누군지 아냐고.
케인 데이븐포트:아, 아... 아니. (맞을 때마다 주춤거리며 뒷걸음질을 했다.) 그, 주인 어른께서 아들이 하나 있다고 들었습니다. 딱 보기에 분위기도 엄청, 고혹적이시고... 그, 옷차림도 사용인들과는 다르니까... 이 저택의 도련님이구나 싶어서... 도련님이라고 말씀 드렸습니다 . . .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 ... ... 아, 저는 잠시... 그, 주인 어른과의 계약으로 (손 휙휙휙 돌리며) ...머무는...! 네... ...그냥 무시하셔도 좋습니다.
잭:손을 놀리러 온 건지 혀를 놀리러 온 건지 알 수가 없네. 그 세치혀를 뽑아야 조용해질 거냐? (네 반응에도 아랑곳않고 불쾌해하는 티를 팍팍 내며 너를 쳐다보다가 돌연 너를 비웃듯 픽, 바람 새는 웃음을 뱉는 듯 하더니…
펼쳐져 있는 이젤을 보았다가 다시 너를 보고, 다시 이젤을 보면서 성큼 다가가 발로 이젤을 걷아찼다.) 여기가 어딘지나 알고 온 거냐? 난 너 같은 놈이랑 친하게 지낼 생각 없어. 내가 왜 왔는지 알려줘?
케인 데이븐포트:... ...그럼 왜 오셨는지 아, 알려주실 수 있으실까요... ...?
잭:쫓아내러 온 거야. (표정이 싹 식어 아무 것도 담기지 않은 채 너를 쳐다보고 있다가 이젤에서 네쪽으로 다가가 너를 툭, 툭. 계속 밀쳐 결국엔 침대에 다리가 걸려 넘어지게 만들었다.)
여기서 편하게 그림이나 그리면서 지낼 수 있을 것 같지? 얼마를 불렀는지는 몰라도, 네깟 놈의 수준으로는 받을 수도 없을 돈을 갈취하면서. 그리란대로 허허실실 쳐 웃어가며 그리겠지. 안 그래?
케인 데이븐포트:으, 으악... (침대에 다리가 걸려 뒤로 넘어져 침대 위로 풀썩 주저앉았다. 물론 하도 말이 많으니 예상은 했지만 생각보다 망나니 같은 모습에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 상냥하신 주인 어른의 아들이라고? 거짓말...) ... ... ...아, 아직 자세한 금액은 듣지 못하고... 그냥 많이 쳐준다 하셔서... ... ... 도대체 왜 그러시는 지...
잭:말귀도 못알아쳐먹는 새끼를 데려다가 앉혀놨네. 그 좆같은 그릴 줄 알면 그만이라 이거지? (헛웃음을 뱉으며 네 이마를 손가락으로 쿡, 쿡. 힘주어 밀었다.) 너도 결국 돈 빨아먹으러 온 거 아니야. 내 말이 틀려?
케인 데이븐포트:... (자기도 모르게 기분 나쁜 표정을 지었다. 아무 것도 안 했는데, 왜 이렇게 까지 와서 초면인 사람에게 직업적 모욕을 주는 거지 싶어 욱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그렇다. 오늘 하루만 보는 것도 아니고 며칠을 봐야 하는데 참는 것이 맞겠다 싶었다. 입술을 잠깐 깨물었다가 다시 고개를 숙였다.) 도... 돈 벌어야 저도 살 수 있으니까요. 이런 기회를 마다하는 것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하는데... (고개를 들어 은은하게 웃어 보이며) 혹시 오늘 안 좋은 일이 있으셨던 걸까요? 기분이 많이 안 좋아 보이는데... 방으로 가셔서 쉬시는 게...
잭:어쭈, 사람을 내쫓네? (한쪽 눈썹을 들썩이다가 들으란 듯 숨을 크고 깊게 들이내쉬더니 무릎을 들어 네 명치를 꾸욱 누르며 내려다보았다.) 이게 딱 너랑 내 위치야. 알아들어? 돈 때문에 기어들어온 주제에…
오늘 당연히 안 좋은 일이 있었지. 어떤 돈에 미친 화가라는 새끼가 기어 들어와서 자리를 잡고 있잖아. 너라면 기분이 좋겠냐? 어디서 내쫓고 지랄이야… (콱. 힘을 주어 명치를 팍 찍어 누르고는 혀를 차며 무릎을 치워냈다.)
언제까지 버티나 보자. 내가 아주 불편하게 해줄게. (너를 노려보듯 내려다보다가 휙 돌아서 나가버렸다.)
케인 데이븐포트:(소리가 나면 바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켜 앉고는 닫힌 문 쪽을 바라보았다. 화가 나고, 억울하고 황당하단 감정이 숨겨지질 않았다. 애초에 방에 아무도 없으니 숨길 필요는 없다만.) 하... 미친. 뭐 하는 애새끼야...? (딱 봐도 어린 것 같은데... 하고 말을 덧붙였다. 가정 교육을 안 받았나. 라고 하기엔 주인 어른이 진짜 좋은 분인지라... 아. 이래서 사람들이 성악설을 믿는 건가? 오늘부터 믿을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도대체 무슨 악감정이 있어서 저렇게 재수 없게 구는 걸까요?
그렇게 재수 없는 도련님을 맞이한 것 밖에 없는데,
종이 열 번 울립니다.
벌써 열시인가 봅니다.
사용인들도 모두 사용인 구획으로 돌아가는 듯합니다.
별 수 없네요… 당신도 슬슬 잠에 드는 것이 좋겠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씩씩대며 이불 정리하고 바로 잠듦... 화내기엔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 . . .. )
▌ 5. 첫째날 저녁
당신은 잘 준비를 했습니다.
아침부터 먼 거리를 이동했으니 피곤했을테고,
아직 익숙하지 않은 생활 반경이나
괜히 외부인에게 심술 맞게 구는 도련님.
…어쩌면 그냥 심술 맞은 사람일지도 모르겠지만요.
친절하지만 기묘한 생활규칙을 제시하는 사람들까지…
이상하게 오늘 하루는 고단한 기분입니다.
하루종일 커튼을 쳐 놓으니 이제 바깥의 시간이 잘 가늠이 되지 않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당신이 어디가서 이만한 돈을 받고 호사를 누리겠어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합시다.
피로가 쌓은 케인은, 이만 푹신한 침대에 파묻혀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  정신력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정신
기준치:50/25/10
굴림:11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은 잠결에 인기척을 느꼈지만…
피로감에 억눌려 그대로 다시 잠들어버립니다.
긴 하루였어요
푹 잠듭시다.
▌ 6. 둘째날, 불편한 아침
날이 밝으면 당신은 찌뿌둥한 몸을 일으킵니다.
따스한 아침 햇살 같은 건 두꺼운 커튼 탓에 들어오지도 않습니다.
기껏해야 커튼 끝자락 너머로 희미하게 들어오는 밝은 빛이 아침임을 증명합니다.
푹신한 침대 시트 위에서 청한 잠이지만,
썩 기분 좋은 기상은 아닌 것 같아요.
잠기운을 떨치고 몸을 일으키면
당신의 눈에는 황당한 풍경이 먼저 들어옵니다.
어젯밤 가져다 놓았던 캔버스가 찢어져 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허?
아니... 이, 무슨... ...
(찢어진 캔버스를 살펴본다...)
날카로운 것으로 난도질한 것만 같습니다.
수습이 불가능할 정도로 중간 부분이 위에서 아래로, 대각선으로.
많이도 그었네요.
셀 수도 없을 정도의 직선으로 그은 구멍이 가득합니다.
이렇게 찢어져 있다면 같은 캔버스로는 작업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누가?
 ✷  지능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지능
기준치:75/37/15
굴림:47
판정결과:보통 성공
문득 당신은 자신을 미워하던 잭이 그런 것이 아닌지,
합리적 의심이 스멀스멀 들기 시작합니다.
내가 아주 불편하게 해줄게.
어쩐지 길을 잘못 든 것만 같습니다.
그 외에 방에 다른 문제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방을 살피고 있으면 종이 여덟 번 울립니다.
곧 식사 시간이라며 사용인이 데리러 오겠죠.
아무래도 주인어른이나 사용인에게 말해 새 캔버스를 받아야겠습니다.
아침 식사를 위해 나갈 준비를 합시다…
케인 데이븐포트:하... 스트레스받아. (가볍게 씻고 옷 갈아입고 캔버스 챙겨 들고 아래로 내려간다.)
아침 식사를 위해 준비를 마치고 객실에서 나오면
사용인이 꾸벅 인사를 합니다.
"잠은 편히 주무셨습니까?"
식당까지 이동하며 대화를 나눌 수도 있겠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잠은 잘 잤습니다만... (캔버스를 슬쩍 들어 보여준다.) 아침에 일어나니 캔버스가 이리 되어있어서요. 제가 어제 작업을 하다 잤으면 얼마나 심란했을지... 하...
사용인:이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대꾸한다.) 식사가 끝나 방으로 돌아가실 때 쯤 미리 준비해놓도록 하겠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 (끝이야? 그 반응이 끝이냐고.) 아, 아... 네.
사용인:(반응 없이 침묵하다가 아주 약간 딱하게 바라보았다. 마치 도련님께 미운털이 박힌 것 같으니 힘내라는 눈빛으로…)
케인 데이븐포트:(걍 울적함... 주인 어른한테 일러야지 ㅠ)
울적하게 식당에 도착하면 간단한 식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역시나 자리에는 주인어른 뿐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아... 좋은 아침입니다. (울적하게 자리에 앉음)
주인 어른:좋은 아침입니다. 잠자리가 불편하지는 않았습니까? (당신을 반기는 기색으로 물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잠자리는 좋았는데요... (머뭇거리다가 심란한 표정으로 캔버스를 들어 보여주었다.) ...자고 일어나니 캔버스가 이렇게 되어있더라고요. 아마, 제 생각엔 도련님이 한 일이 아닐까 싶은데... 어제, 제 방에 들어와서 돈에 미친 화가라고 그러고 차마 입에 올리기도 힘든... 욕을 하며 그림을 모욕하고 가셔서... 마음이 많이 좋지 않습니다...
주인 어른:이런, 새 캔버스는 사용인에게 일러 준비해두도록 하겠습니다. (팔꿈치를 식탁에 올리고, 손깍지를 낀 채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 아이가 조금 짖궂은 구석이 있습니다.
그게 조금인가요?
주인 어른:잘 타일러 볼테니, 너무 마음에 담아두지 마세요.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을 잇는다.) 예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사춘기가 늦게 온 건 아닐지. 몇 년 전부터 여길 나가고 싶어하더니 점점 사람을 믿지 않고 혼자 있기를 원하더군요. 하지만 몸이 약해 바깥으로 나갈 수는 없었습니다.
 ✷  지능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 아, 아니. 주인 어른... 제가 작업을 안 했으니 망정이지, 작업하고 잠들었으면 작업한 그림이...
지능
기준치:75/37/15
굴림:94
판정결과:실패
주인 어른:압니다. …다들 제 아들내미를 두고 수근거리는 것도. 아무리 타일러보아도 영 바뀌는 것이 없으니, 미칠 노릇인 건 저일지도 모릅니다. (짙은 한숨을 쉬었다가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았다.)
사용인들을 괴롭히거나, 그림을 망가뜨리는 행동은 곧 나아질 겁니다. 당신의 그림을 보면 아마 감명 깊어, 그 애도 분명 나아질테죠. (기대감이 서린 낯으로 너를 바라보며 웃고 있다.)
케인 데이븐포트:(겠냐고요????) ...아하. 네... 하하하. 나아졌으면... 좋겠네요. 하...하하!.. ....하... ................. ...............
주인 어른:하하, 그 애는 제가 꼭 잘 타일러 놓겠습니다.
기분이 많이 상하신 것 같은데, 데이븐포트 씨께 재밌는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어느 정도 체념한 듯 하다...) 아... ...네. 얼마든지요.
주인 어른:윙쿨룸의 저택은 적어도 한 세기동안의 역사를 안고 있지요. 놀랍게도, 이 저택은 소원을 이루어 준답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한 것 기억하십니까?
윙쿨룸은 소망하는 자를 배신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윙쿨룸을 사랑하고, 윙쿨룸도 우리를 사랑하지요.
특히나 이곳에서 태어난 것, 만들어진 것은 각별히 아껴줍니다.
잭도 몸이 저렇게 약하지만 저택 안에서는 건강하게 지낼 수 있지요.
주인 어른:데이븐포트 씨를 마중 나가지 못한 것은 윙쿨룸의 사람들 모두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모두 윙쿨룸 덕에 살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러니 우리는 윙쿨룸을 사랑하지요.
어느새 종이 울립니다.
주인어른이 식사를 마무리합니다.
필요한 것이 있다면 언제든지 사용인들에게 요청하라 말하면서요.
케인 데이븐포트:....................................................................................
(이게 맞아? 아... 어지러워...)
(터덜터덜 방으로 올라감...)
당신도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향하려 하자,
식당에서 벗어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사용인이 말을 겁니다.
"새 캔버스를 가져다 놓았습니다. 지금 바로 작업하시겠습니까?"
벌써 이틀 째인데 아직 아무것도 그리지 못한 상황이니,
미리 작업해두는 게 좋을지도 모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네. 혹시 브라운 톤의 유화 물감을 더 요청 드릴 수 있을까요. 생각보다 많이 필요할 것 같아서... (찢길까봐...)
사용인:알겠습니다. 또 필요한 것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요청해주시고, 방에서는 벨을 울려주시면 됩니다.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었다.)
케인 데이븐포트:네... 감사합니다... ...
▌ 7. 둘째날 점심
당신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방에 들어오면, 잭이 침대에 앉아 있습니다.
다소 불량한 자세로 붓 하나를 빙빙 손가락 사이로 돌리기도 합니다.
이젤 위에는 사용인이 가져다 놓은 것인지, 새 캔버스가 놓여 있습니다.
다행히 아직 '누군가' 망가뜨리기 전입니다.
잭은 뻔뻔하게 내 집에서 내가 돌아다니는 것이 무엇이 문제냐는 듯,
아무 짓도 안 하겠다는 듯…
당신에게 그림이나 그리라 말합니다.
잭은 마른 붓으로 침대 위의 먼지나 쓸고 있습니다.
잭:얼마나 잘 그리는지 구경이나 하러 온 거야.
아주 뻔뻔하기 그지 없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 (무시한 채로 협탁에 유화 물품 다 꺼내서 세팅하는 중...)
잭:(네가 붓에 물감을 묻히고 캔버스 위에 올릴 때까지 기다리다가 그 순간이 되자 팔을 툭 쳤다. 대각선으로 쭉 붓자국이 난 캔버스를 쳐다보다가 픽 비웃는다.)
케인 데이븐포트:(젯소라서 캔버스 하얀색으로 칠하는 중이라 타격 없음) 아이고, 도련님. 팔에 근육이 없으신가 봐요!!! (완!전! 걱정되는 얼굴로) 왜 이렇게 주체를 못하시지...? 아직 젊으신데... 조심 좀 해주세요.
잭:말 못 들었어? 나 병신이라 저택 밖으로도 못 나간다고. 아직 그건 못들었나보지? 사용인이든 애비든 안 떠들었을리가 없는데. (시큰둥하게 반응하며 네 낯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네게 타격이 없는 것처럼 보이자 아무 물감이나 짜내서 붓에 묻힌 뒤 네 얼굴에 붓질을 하기 시작했다.)
케인 데이븐포트:?
(칠하는 거 가만 보고만 있음;;;;) 뭐, 뭐하세요?
잭:뭐가? (대꾸도 제대로 안 하고 붓질을 하다가 네 눈 위로 덮을 것처럼 붓을 가져다 댄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아 미친... (바로 얼굴 뒤로 뺌) 아 진짜, 유치하게 뭐하시는 거예요?! 하지 마세요!!
잭:뭐? 미친? (네 머리를 후려치려다가 말았는지 손이 허공에 떠있다. 손가락을 느릿하게 까딱였다가 붓을 탁, 바닥에 내던지고 침대에 다시 걸터 앉아 말했다.) 집중 못 하겠으면 그냥 집에 돌아가는 게 낫지 않겠어?
케인 데이븐포트:(눈 똑바로 뜨고 바라봐) 도련님은요? 도련님은 밖에 좀 나가서 햇빛이나 쬐고 오시죠? 워낙 집에만 갇혀 사니까 괴팍해지신 것 같은데. 사람이 좀 나가서 비타민 D도 얻고 활력도 얻어야지. 원...
잭:(너와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고 있더니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켜 성큼, 네 쪽으로 다가가 어깨를 콱 쥐었다. 그대로 점점 움켜쥐듯 손을 움직여 네 목덜미를 손아귀 안에 쥐어 눌러놓고 이마가 서로 맞닿을 정도로 가까워진 후에야 입을 연다.) 내가 재밌는 얘기 하나 해줄까?
(이어 고개를 틀어 귀에 대고 낮게 속삭였다.) 여기 사람들은 저택 밖으로 나가면 다 뒤져. 알아?
(뒤에 따라 붙는 소름 끼치는 웃음이 진담인지 농담인지 구분을 어렵게 했다.)
케인 데이븐포트:큽...케흑... (아프다면서 손아귀 힘은 왜 이렇게 쎈 건지! 네 팔목을 꽉 잡아 제 목을 짓누르는 것을 떼어내려 했다. 하지만 이어서 말한 재밌는 얘기 를 듣고는 점점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이거 진짜인가? 무슨 저주라도 걸린 거야? 그럼 나도 걸린 건가...? 아, 여기 사람들...이니까. 아닌 건가...?) ...이, 일단...일단 알겠어요. 목... 목 좀, 콜록...! 놔주세요...!!
잭:(살고 싶으면 좀 더 발버둥쳐야하는 거 아닌가. 이대로 죽여버려도 될 것 같은데. 그런 충동에 휩싸여 네 목을 쥔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덩치에 비해 큰 손이 감싼 목은 손 사이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감싸졌으며, 그 안에서 숨통이 죄여 컥컥대는 모습을 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다. 목소리가 잦아들고 네 몸에서 힘이 빠지다 못해 쓰러지기 전에 손에 힘을 풀고는 머리칼을 쓸어 넘겨준다.)
퀴즈 하나 낼게.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툭툭, 정신을 차리라는 양 네뺨을 두어번 쳤다.)
케인 데이븐포트:헉, 커흡... 헤윽... (점점 힘이 들어가는 손은 제 기도를 막기 충분했다. 숨은 점점 가빠오고, 입안은 점점 쩍쩍 말라가고, 머리는 점점 하얘지고, 눈은 금방이라도 죽을 것 마냥 뒤집혀져서는... ...
네 손 목을 꽉 잡고 살고 싶은 마음에 바르작 거렸던 것이 점점 잦아들며 몸 전체에 힘이 빠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 걸까? 하고 생각했을 때, 네 손에 힘이 빠졌다. 급하게 들어오는 산소는 폐를 괴롭히는 감각으로 느껴졌고, 그것을 감당하지 못해 연신 기침을 해 댔다. 사람을 이렇게 죽기 직전까지 내몰아 놓고, 만족하는 듯이 머리를 쓰다듬는 꼴이... 참 가증스럽기 짝이 없었다. 그리고, 쉴 틈 없이 나에게 이상한 퀴즈를 내놓았다. 지금 상황에 그런 퀴즈를 내고 싶나? 처음 메이드들에게 이 미친놈을 감싼 내가 한심했지. 얘가 뭐가 불쌍하다고.)
콜, 콜록... 케흑... ... 모, 몰라요. 제가 어떻게 알아요...! (뺨 옆으로 눈물이 또륵, 흘렀다. 무서워서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생리적으로 나온 거다. 아마도...)
잭:(살아있는 사람. 목덜미를 움켜쥐고 숨을 앗으면 죽어가면서도, 손을 풀어주면 절박하게 숨에 매달리며 다시 살아나는 꼴이 좋았다. 동시에 부러웠고, 질투가 나서 견딜 수 없었다. 너만 혼자 자유로워서, 나는… 이래서 외지인이 싫었다.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침범해서 네가 뭘 할 수 있다고. 뺨 옆으로 흐르는 눈물을 엄지 손가락으로 살살 문질러 눈가까지 올라와 그를 매만지다가 손자국이 선명히 남은 목덜미를 손끝으로 간질이듯 건들였다.)
우리가 병이 있고, 저택이 우리를 너무, 너무… 사랑해서. 이 안에서만 살 수 있다고 치자고. 그럼 우리는 저택 덕분에 살고 있는 걸까, 저택 때문에 죽는 걸까?
(다시금 목을 조르고 싶다는 충동이 찾아와 셔츠 깃을 만지작거리다가 시선을 마주했다. 눈물 때문에 뿌옇게 번진 눈동자를 한참 쳐다보다가 눈가를 살살 문질러 닦아주었다.)
케인 데이븐포트:... ...그게 무슨... (네 손이 목 근처로 스쳐 지나갈 때마다 방금 목을 졸랐던 공포감이 떠올라 움찔움찔 몸을 떨어 댔다. 목 근처에 있던 손은 뺨 쪽으로 올라가 자신의 눈물을 닦아 주었고... ... 지금 이게 뭐하자는 건지. 병 주고 약주는 건가? 역겹다는 듯, 손을 팍- 쳐내고 겨우 몸을 일으켜 네 품에서 빠져나왔다.) ...뭐, 그래서... 지금 이, 이런 행동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불쌍한 본인을 이해해 달라는 거예요, 뭐예요?!
잭:(작은 손짓 하나에도 흠칫대며 떨어대는 꼴이라니. 저보다도 큰 몸집을 가진 주제에 이런 작은 손길 하나에 벌벌 떨고, 그런 와중에도 기가 죽지 않아 제게 날을 세우는 모습이 참 우스웠다.) 내가 언제 날 불쌍히 여겨달라고 했어? (네 말 한마디에 이를 어찌나 악물었는지 목의 핏대가 섰다. 그대로 네 뒷머리채를 콱 잡아채 고개가 젖혀질 정도로 당기며 말을 잇는다.)
겨우 네까짓게 날 불쌍하다고 해? 넌 그럴 자격이 없어. 네가 뭔데, 감히… (그대로 빨갛게 올라온 목덜미를 내려다보다가 머릿속으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다. 어쩌면 머리가 아니라 저 깊은 속의 어떤 것이 꿈틀거린 것일지도 모르고. 가만히 들여다보고, 또 한참이나 쳐다보다가 그 목덜미에 콱, 이를 세워 박아넣는다. 질긴 듯 하면서도 연한 살갗이 찢겨지는 감각이 느껴지면 그 자리를 혀로 핥아올리면서 머리채를 잡은 그대로 너를 잡아 끌어 침대 위에 눌러내렸다. 내가 바라는 건 단 하나, 넌 과연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까?)
케인 데이븐포트:(갑작스레 뒷머리채가 잡히자 놀라 몸이 굳었다. 하지만 몸이 굳은 건 굳은 거고, 머릿속으론 화가 나 미칠 지경이었다.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그렇게 말 나올 수 밖에 없지 않나? 지금 본인이 먼저 시비 걸어 놓고 내가 하는 말은 하나같이 거슬린다는 듯, 용서가 안된다는 듯이 말하면, 도대체 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는 건지... 사람을 도대체 얼마나 우습게 보는 건지. 애초에 위에 말했던 것이 사실이어도 그건 네 사정이고. 나는 그냥 네 아버지가 시켜서 그림을 그리러 온 것 뿐이라고! ... ...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뭐, 위에서 말했다시피 몸이 굳어 있으니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버티고 있는 와중에 네가 목에 이를 세워 박아 넣었다. "아악!!" 하는 비명과 동시에 생각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 '아, 이 사람이랑 말이 안 통하겠구나.') 아, 아...아파...! (급하게 목덜미를 감싸 옆으로 눈을 돌려 너를 노려봤다.) 미, 미친... 당신 미쳤어?! 지금 이게 무슨 짓이야... 무슨 흡혈귀 새끼도 아니고...! 아... 으...
잭:(몸은 잔뜩 굳어 벌벌 떠는 주제에 소리치기는. 노려보는 시선이 가소롭다는 듯 너를 내려다보다가 입술에 묻은 피를 혀로 핥아내었다.)
차라리 피를 뽑아 그림을 그리지 그래? 아니, 아니야… 역겨워서 견딜 수가 없네. (저 스스로 말해놓고 헛구역질을 하는 시늉을 하더니 자연스럽게 네 위에 올라타며 가벼히 웃음을 흘렸다. 손은 거침없이 네 품을 헤집고 다니다가 셔츠 위로, 바지 안으로… 손을 어거지로 밀어넣으며 네 사타구니를 더듬어 만지기 시작했다.)
기왕 역겨운 김에 조금 더 해보자고. 네가 제 풀에 지쳐 나가 떨어지는지, 기어코 네가 날 이겨먹고 이 빌어먹을 좆같은 저택에 가둬두는지… 재밌지 않겠어? 판돈이라도 걸까? 넌 어디에 걸래? (도망가거나 발버둥치지 못하게 네 허벅지 위에 힘을 주고 앉아 속옷 위로도 윤곽이 생길 정도로 계속해 좆대가리를 주물대었다.)
케인 데이븐포트:뭐, 무...무슨... (생각치도 못한 행동에 얼굴 빛은 점점 창백해져 갔다. 지금이라도 잘못했다고 빌어야 하나?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못한 게 없었다.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 아무리 자신이 우습게 보였어도, 이건 아닌 것 같았다. 다급하게 네 허벅지를 잡아 손톱을 세워 눌렀다.) 당신, 지금 무슨 짓 하고 있는 지 알기나 해...?! 애초에 나, 남자끼리... (몸을 최대한 버둥댔지만, 짓누른 힘이 더 쎘는지, 전혀 빠져 나올 수 있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고개 뒤로 살짝 보이는 성기가... ...
다시 고개를 원래대로 돌렸다. 자신 앞에 있는 아무거나 잡아서 때리거나, 찌르거나, 하고 싶었지만... 아무래도 침대이다 보니 하등 필요 없는 이불, 베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결국은...) 사... 사, 살려주세요!!! 이 사람 좀 데려가세요, 제발!!!
잭:아하, 반응 좋고. 애초에 이렇게 할 걸 그랬어. 그렇지? (보란듯 낮게 소리를 내어 웃으며 네 좆을 계속해 주물러대다가 시끄러운 소리에 베개를 들어 네 얼굴 위로 내리 눌렀다. 솜 따위에 얼굴이 막힌 네 목소리는 더이상 바깥으로 퍼지지 못함에 만족스러움을 느꼈다.)
계속 지껄여봐. 누가 널 도와줄 수 있을지… 이름이 뭐였더라. 아, 아까까진 기억하고 있었는데.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졌다가 베개를 떼어내고는 네 턱을 잡고 입술을 물어 당겼다가 그대로 빨아 춥, 하는 소리를 내고는 입안으로 혀를 밀어넣어 치열을 훑어가며 입천장, 혀아래, 혀 뿌리 끝 목젖 언저리까지. 온갖 구석을 정성껏 훑어내며 점차 위로 몸을 조금씩 끌어올려 중심부끼리 맞닿으면 그대로 허리를 움직여 비비적대기 시작한다.)
케인 데이븐포트:(베개가 얼굴을 덮쳐오자 소리 지를 수 없는 것은 둘째치고, 숨 쉬기가 어려워 힘겹게 가슴을 부풀려 베개 틈 사이의 공기를 빨아들였다. 그래봤자 계속 짓누르고 있는 탓에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지만. 결국은 아까와 똑같다. 숨 쉬기도 힘들고, 뭐라고 하는 지도 모르겠고, 머릿속이 점차 뿌얘지고... 그 와중에 허리 아래로 지분대는 것이 불쾌하기 짝이 없다 생각할 쯔음에 베개가 걷혔다.
켈록, 허윽... 하... 겨우 숨이 트이는 줄 알았더니, 바로 입술을 물어 제 혀를 집어넣어 입 안을 희롱했다. 혀는 물론이고, 치아, 입 천장, 혀 아래... 이곳저곳 괴롭힘 당하고 있다가 아래에 묵직한 것이 맞닿는 느낌이 들었다. 분명 그가 하는 행동에 몸에 피가 싹 식는 느낌이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아래는 어느 정도 주물렀다며 빳빳하게 서있는 꼴이 역겹기 짝이 없었다. 네 어깨를 잡아 힘껏 밀쳐 입을 떼어내자마자, 네 뺨을 후려쳤다.) ...미친. 네, 네가 사람이야? 어떻게 이런... 이, 이...몰상식한 행동을... 네 아버지도 이러는 거 알고 계셔? 내가 이러는 거 가만히 당하고 있을 것 같아? 내가 가서 다 말할 거야... 네가 오늘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전부 다!!
잭:(아. 성인 남성의 손아귀라고 고개가 팍 틀어지다 못해 입안이 터졌는지 비릿한 맛이 느껴졌다. 혀로 볼 안쪽을 문지르다가 그대로 입 밖에 내밀면 붉게 젖어있는 것이 침과 섞여 네 위로 늘어지듯 떨어졌다. 그런 채로 너를 보고 있다가 입꼬리를 올려 실실, 어깨까지 들썩여가며 웃다가 느릿하게 입맛을 다시며 네 셔츠자락을 틀어쥐고서는 온 힘을 다해 뺨을 내려쳤다. 때린 이쪽의 손바닥이 얼얼하다 못해 욱신거릴 정도로.)
개기지마. 내가 사람이 아니면 뭐, 짐승 새끼쯤 되나? 차라리 그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 이렇게 제정신이 아닌 채로 사느니…. (중얼거리듯 말하다가 너를 차게 내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 가서 말해. 내가 당하는게 좀 쳐맞고 가둬지는 거 말곤 뭐가 있겠어? 그 새끼가 날 죽일 것도 아닐텐데. 너야말로 정신차려. 애비가 원하는 게 너인 것 같아? 존중해주는 게 너겠어? 아니, 아니지. 네가 아니라 네가 그리는 그림을 원하는 거야. 넌 그냥 도구에 불과해. (네 허벅지 위에서 몸을 치워내며 억지로 바지와 속옷을 함께 끌어내려 오금에 손을 대어 다리를 팍 들어올렸다. 그대로 무릎을 들어 네 중심부를 꾹꾹 눌러 비비며 말했다.) 지랄할 기운이 더 남았나?
케인 데이븐포트:(뺨을 맞고도 실실 웃는 것을 보니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한 치의 고민 없이 바로 셔츠자락을 잡고는 내 고개가 들리자마자, 바로 손이 날라왔다. 제대로 맞았는지, 머리통이 울리는 듯 했고, 삐― 하고 울리는 이명까지 찾아와 정신을 차리기 어려웠다. 사실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다. 어느 정도 각오하고 때렸지만... '아. 조금 어지러운데.' 뭔가 역시 잘못 맞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리고 난 후, 줄줄이 내뱉는 말들은 잘 들리지도 않았다. 보나마나 내 욕이나 줄창 하고 있는 거겠지. 아니, 차라리 이 상태가 나을 지도.) 아... (힘겹게 한 쪽 손을 올려 머리를 감싸듯 귀를 막았다. 골이 너무 울리는 탓에 눈도 뜨지 못하고 인상을 쓰고 있는데도 상관 없다는 듯, 다리를 들어 올려 무릎으로 성기를 짓누르며 비벼댔다. 그것에 반응이라도 하듯 작게 신음 소리를 내었다.) 흣, 응... ... 아으... (몸에 힘이 빠져 움직일 수 없으니, 신음 사이에 그만해달라며 말을 덧붙였다. 이 미친놈한테 얌전히 당해주긴 죽어도 싫었으니까. 계속 짓눌려진 채로 있다 보면, 벌겋게 부푼 성기가 희멀건 액을 내뿜었다. 이렇게 치욕스러운 적은 살면서 한 번도 없었는데. 아, 이럴 땐 어떻게 반응해야 하지? 머리도 아픈데 이런 것까지 생각해야 하다니... 드디어 네 바램대로 괜히 왔다는 생각까지 도달하게 되었다. 아, 축하해. 당신이 이겼네. 물론 저 말은 죽어도 입 밖으로 내뱉진 생각은 없었다.)
잭:(겨우 한 대에 나가 떨어질 몸뚱이를 가진 주제에 뭘 믿고 그렇게 뻗대었던 건지. 이해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래서 더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에 감긴다고 생각은 했는데, 예상한 것보다도 한참 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꼴을 보면서 잘못 맞았나, 하는 생각을 잠깐. 그런들 뭐가 중요할까, 입에서는 신음이 터지고 밑에서는 백탁액을 뱉어내는데. 셔츠를 눅눅하게 적셔가는 액을 두 손가락에 묻혀 네 입안으로 쑥 밀어넣고는 입안을 범하듯 쑤셔대었다. 어차피 제대로 말도 못하는 거, 벌려놔봤자 무슨 소용이 있나 싶어서.)
사람이라는 게, 짐승이랑 다를게 없어. 맞기 전까진 정신을 못차리다가 쳐맞고 나면 제 처지를 인식하고 알아서 기기 시작하거든. 맞고 나니까 네 위치를 좀 알겠나보지? (제대로 듣고는 있는지도 모를 상대에게 말을 늘어놓으며 손가락을 꺼내고, 네 허리를 받쳐 들어 구멍이 눈 앞에 놓일 정도로 들어올린 채 일언반구 없이 적신 손가락을 쑤셔넣었다. 두 손가락을 한번에 넣은 것이 잘못이었는지 굉장히 뻑뻑해 움직이기가 힘들었으나, 억지로 내벽을 눌러서 벌려내며 콱콱 쑤셔대었다.)
너 조금 있으면 뒤 따이게 생겼는데, 여기에 대해 할 말은 없고? 아니면, 어쩌면 일어날지도 모를 오늘 같은 사건을 기대하고 있었다던지? 금방 좆 세우고 질질 싸는 걸 보면 그쪽이 더 신빙성 있어보이긴 하네. (들으란 듯 킬킬대며 웃는 와중에도 손가락은 착실하게 내벽을 들쑤셔대었다.)
케인 데이븐포트:('주 예수 그리스도시여, 저의 죄를 용서하시며 저를 지옥 불에서 구하시고 연옥 영혼을 돌보시며 가장 버림받은 영혼을 돌보소서. 어린 양의 죄라고는 단지 물욕이 전부였기에, 부디 가엾고 딱한 저를 봐주시어 이 시련에서 구원하소서.'
사실 그렇게 절실한 신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다 그렇듯, 제일 힘들 때는 기댈 존재가 필요하다. 마침, 크리스천인 나에게는 하늘에 있는 주 예수 그리스도인 거고. 네가 입에 손가락을 넣어 범할 때, 기도문을 얼마나 읊어 댔는지 모른다. 기도문을 읊자니 흐릿했던 머리도 점차 괜찮아졌다. 아, 괜찮아 지는 구나. 그래, 이렇게 마음속으로 열심히 기도하고 있으면 이 방에 누구라도 들어와서 날 구해주겠지. 물론, 입에서 손가락을 빼내고서 그 손가락이 아래 구멍에 쑤셔 넣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 하아윽... 아...! 하, 하지마...!! (어린 양을 가엾게 여기기는 무슨. 점점 상황이 안 좋게 흘러가는 기분이었다. 저택은 이상하게 조용했다. 솔직히 이 정도로 소리 지르면 와봐야 하는 게 맞지 않나? 다 짜고 치고 노는 건가? 왜...? 뻑뻑하게 쑤셔지는 감각과 구멍이 찢어질 것 같은 아픔은 몸 전체로 스멀스멀 퍼져 사람을 굳어버리게 만들었다. 제 멋대로 신음이 나올까 입술을 문 채로 버티고 있었지만... 턱을 잘게 떨며 겨우 입을 열었다.) ...진짜 저, 저... 저한테 왜 그러세요? 이렇게 행동하실 필욘 없잖아요. 흑... ...읏... 도, 돌아... 갈게요. 간다고요... 이제 그림 그릴 마음도 없어졌어요. 그만하세요...
잭:(가엾게도 벌벌 떨며 용서를 구하는 꼴이라니. 이게 겨우 남자의 좆에 뒷구멍을 따이기가 싫어 줄줄 읊는 말이라니. 아까까지 그렇게 바락바락 대들어댈 때는 언제고. 결국엔 이렇게 될 줄 모르고, 한치 앞도 모르는 주제에 자신감만 넘쳐서… 어떻게든 해결이 될 줄 알았겠지. 인생에 있어 최악을 겪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한 거겠지. 이 모든 것이 우스워 계속해서 웃음이 입새를 비집고 나왔다.) 그 말을 조금 더 일찍하지 그랬어. 내가 마음먹기 전에… 그랬으면 이렇게 안타까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어도 될텐데.
아, 신이라도 찾아 빌어보지 그래? 이 좆같은 윙쿨룸에 신 따위는 없겠지만. (보란듯이 비웃으며 네 아래를 쑤셔대다가 불툭하게 튀어나온 전립선이 손 마디에 스치듯 닿으면 그 자리를 무자비하게 힘주어 콱콱 쑤셔대었다. 네가 어떤 반응을 하던 아랑곳하지 않고. 네가 반응을 보이면 보일 수록 더 거세게….)
돌아갈 때 가더라도, 하던건 마저 해야지. 응? 그렇잖아. 그래, …이름이 뭐였지? 데이빗? 비슷한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모든 일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손가락을 끄집어내고 뒷구멍에 침을 모아 뱉은 후에는 제대로 발기했다기 보다는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어 선 정도의 제 좆을 입구에 대고 문질거렸다.)
케인 데이븐포트:(전립선을 찾아 미친 듯이 쑤셔대면, 자기도 모르게 자신의 입에서 나온 거라고는 믿기 힘든 높은 신음소리를 내뱉었다.) 하, 하으, 으응... 싫, 싫어. 하지...마. 읏.. 아-, 아윽, 핫... (이렇게 쑤셔대는 와중에 웃으면서 자신의 이름마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있자니... ...살면서 이런 감정이 든 적은 없는데, 정말 진심으로 죽여버리고 싶었다. 아, 그냥 창문 밖으로 밀어버리면 안되려나. 애초에 창문 근처로 가지도 않는데... 힘들겠지.
네 손가락이 빠지면, 아주 살짝 벌어진 구멍이 네 것을 기다리듯이 벌름거리고 있었다. 그 사이로 네가 뱉은 침도 미끄러지듯이 들어가면 움찔대며 아랫 입을 오므렸다. 그 위로 문질거리는 좆의 느낌은 기묘하다 못해 소름끼치도록 불쾌했다. 결국은 참지 못하고 버둥거리다가 다리를 뻗어 네 얼굴을 발로 차, 급하게 이불로 몸을 감쌌다.) ... ... 제, 제가 그만... ...하라고 했잖아요... (몸을 덜덜 떠는 채로 쳐다보다가 급하게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문 앞까지 향했다.)
잭:(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더니 다시 살아나 펄떡이는 게 신기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네가 더 부러워 미칠 것만 같았다. 윙쿨룸과 아무 상관도 없는 외지인. 한없이 자유로운… 빌어먹을 화가새끼… 얼굴을 걷어차여 코에서 뜨끈한 피가 흘렀음에도 무덤덤하게 피를 흘리는 채로 터벅, 터벅. 문을 향해 가는 너를 뒤에서 콱 끌어안고 콧대를 네 귀에 대고 부비작거리다가 이미 피가 흘러 더러워진 입술을 뺨에 문대고 웃었다. 그러는 사이 울리는 종소리. 멈칫한 채로 잠시간 시간을 보내다가 낮은 한숨을 내쉬고는 이불더미를 잡아채 뒤로 팍 당기며 말했다.)
내가 없다고 그림을 완성하는 날엔,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네가 지금 이 시간에 깨달은 바가 있길 바라. (무미건조하게 말하고는 새하얀 셔츠 자락을 피로 물들이며 옷 매무새를 적당히 가다듬고 너를 쳐다보다가 방을 나섰다.)
때마침 울린 종소리.
벌써 여섯시입니다.
달려들 때는 언제고, 이제는 흥미를 잃었다는 얼굴로 나서는 잭.
당신에게 으름장까지 놓고서 방을 떠나네요.
잭이 나간 방, 당신은 바닥에서 열회 하나가 떨어진 것을 발견합니다.
열쇠 겉면에는 '회랑'이라 적혀 있습니다.
끔찍한 일이 있었지만…
추스리거나 저녁 식사를 한 후 저택 탐사를 할 수 있겠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 ... (네가 떨어뜨린 열쇠를 줍고, 네가 나간 문을 하염없이 노려보다 침대로 돌아가 주저앉았다. 지금이라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벌써 저녁 6시가 다 되었으니 식사는 방에서 먹기로 하였다. 이런 일을 겪은 채로 차마 웃으며 다닐 수가 없었기에.)
식사를 방으로 요청하자,
사용인들이 정갈하게 준비된 식사를 방으로 올려줍니다.
그새 당신의 식성을 파악한 것인지 사용인들이 준비해주고 간 식사에는
해산물로 조리된 성찬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기분이 나아질리 없을진 모르지만, 먹어두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겁니다.
케인 데이븐포트:... (이것만 신경 써주면 다 인가...)
(먹긴 하겠지만 거의 남김...)
준비된 성찬의 대부분을 남겼음에도 사용인들은 별 말이 없습니다.
그저 당신의 눈치를 보다가 조용히 식기를 치우고 나갈 뿐입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새로 주운 열쇠로 '회랑'을 살펴보러 갈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일단 주웠으니 보러는 가야지..)
▌ 8. 둘째날 저택 탐사
2층
이전에 눈치챈 것처럼,
2층에는 욕실이나 여러 객실, 주인어른의 방, 공부방 등이 보입니다.
대부분 문이 잠겨있거나 주인이 있는 방인지라 들어가기 난감한 곳뿐입니다.
그러나 그 중 한 곳, 회랑.
잭이 흘리고 간 열쇠로 진입이 가능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열쇠를 구멍에 끼워 문을 연다.)
회랑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역시나 모든 창문에는 커튼이 쳐져 있습니다.
긴 회랑의 벽면 가득 초상화가 걸려 있습니다.
대체로 이런 곳에는 조상의 초상을 걸어두고는 하죠.
윙쿨룸의 저택이 얼마나 오랫동안 이곳에 있었는지 가늠이 가기도 합니다.
벽을 가득 채운 초상화는 위엄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붉은 커튼벽들 사이로 몇 십 쌍의 눈이 이질적이기도 하고,
소름이 돋기도 합니다.
초상화만 기이할 정도로 가득 있어서 그럴까요?
당신은 이 회랑에 자신밖에 없는데도, 수십 명의 인기척을 느낍니다.
◆:
케인, 이성판정 (0/1)
케인 데이븐포트:
SAN Roll
기준치:50/25/10
굴림:68
판정결과:실패
이성치 1 차감
당신이 들어온 문 바로 왼쪽에는 문만한 초상화가 걸려있습니다.
 ✷  관찰력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관찰력
기준치:80/40/16
굴림:49
판정결과:보통 성공
조상화의 오른쪽 모서리에 난 열쇠 구멍을 발견합니다.
회랑을 열고 들어온 열쇠로 다시 진입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열, 열어봐도 되는 건가...?)
(일단 열어봄...)
열쇠로 초상화로 된 문을 열기 전, 그림이 눈에 들어옵니다.
작품명은 「윙쿨룸의 초대 주인을 기리며」
아무래도 이 그림 속 인물이 초대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세월이 아주 오래 되었을텐데도, 그림은 몹시도 생생합니다.
 ✷  예술(그림)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예술/(그림) Roll
기준치:85/42/17
굴림:50
판정결과:보통 성공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러니까, 방금…
뭔가 눈이 마주친 것 같기도 합니다.
이건 분명히 기우여야 할텐데,
이상하게,
회랑의 그림들을 바라보면
꼭 그림 속 인물들과 하나하나 시선이 맞닿는 기분이 듭니다.
수십 쌍의 눈이 탐사자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이질감이 듭니다.
뒤를 돌면 아무도 없는데도
누군가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케인, 이성판정 (0/1)
케인 데이븐포트:
SAN Roll
기준치:49/24/9
굴림:1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기분 탓이겠죠.
그림은 그냥 그림일 뿐이니까요.
초대의 초상화에 열쇠를 다시 꽂아 넣습니다.
찰각거리며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림이 살짝 들렸습니다.
그대로 열어보면,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이 보입니다.
어두우니 램프 같은 것이라도 챙겨야 할 것 같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밝힐 것이 있나 싶어 주위를 둘러본다...)
주위를 둘러보자 근처에 사용감이 남아있는 램프가 보입니다.
램프의 사용법을 알고 있다면 충분히 사용 가능할 것 같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옆에 놓여진 성냥으로 램프 안의 심지에 불을 붙였다. 중간에 안 꺼지겠지? 하는 걱정과 함께 초상화 뒤의 계단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회랑 ; 비밀의 방
꽤 길게 내려갑니다.
가장 아래까지 닿으면 열린 입구가 보입니다.
천장에서 목까지 닿을 정도의 길이로 천이 커튼처럼 쳐져 있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윗층의 회랑보다 조금 작은 공간이 펼쳐져 있습니다만,
<바닥에 깔린 양초들> 때문에 비교적 밝은 편입니다.
이곳에도 <수많은 초상화>가 벽에 액자로 걸려 있습니다.
다만, 모두 어딘가 익숙한 얼굴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
(몸을 살짝 숙여 바닥에 깔린 양초들을 확인해본다.)
바닥의 양초
규칙적인 간격을 두고 양초가 깔려 있습니다.
길이가 긴 것, 짧은 것, 거의 다 녹은 것으로 다양합니다.
바닥에 떨어진 촛농 자국을 보면 몇 번이고 반복한 것 같습니다.
양초로 그린 원 중앙에는 물이 담긴 접시가 있습니다.
접시 안에 촛대를 두었고, 촛대에는 또 양초가 꽂혀 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불이 꺼지면 양초 불로 다시 살리면 되겠구나... 고개를 들어 수많은 초상화에 램프를 가져다 댔다.)
 ✷  지능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지능
기준치:75/37/15
굴림:89
판정결과:실패
당신은 주인어른을 닮은 초상화를 발견합니다.
닮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주인어른의 모습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그럼 그 사람 초상화도 있지 않을까? 확 태워버리고 싶다...)
 ✷  관찰력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관찰력
기준치:80/40/16
굴림:1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아쉽게도 잭의 초상화를 발견할 수는 없었지만
저택 안의 사람들의 얼굴을 발견합니다.
주인어른부터 몇 번 마주친 사용인들의 초상화까지 즐비합니다.
윗층은 모두 조상들의 초상화라고 해도,
왜 사용인들의 초상화까지 이곳에 보관하고 있는 걸까요?
문득, 당신은 반대편 벅에서 유독 <상태가 좋지 않은 액자>를 발견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상태가 좋지 않은 액자를 확인해본다.)
망가진 액자
누군가가 일부러 찢은 것처럼 얼굴이 날카로운 것으로 난도질 당해있습니다.
소생 불가능할 정도로 구멍을 뚫거나, 물감을 긁어내기도 했습니다.
 ✷  관찰력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관찰력
기준치:80/40/16
굴림:79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이것이 잭의 초상화임을 알게 됩니다.
케인, 이성판정 (0/1)
 ✷  예술(그림) or 지능 or 오컬트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예술/(그림) Roll
기준치:85/42/17
굴림:2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은 이 회랑에서는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음을 느낍니다.
잭의 그림을 망가뜨린 이는 누구일까요?
그런데, 도대체 왜?
뎅, 뎅─
어느새 종이 울립니다.
아마 다들 하루를 마감하기 시작했겠죠.
의문감은 여전히 남지만, 방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흠... 방으로 돌아가자...)
▌ 9. 둘째날 저녁
첫날보다도 더 피곤했던 오늘 하루.
당신은 수마에 빠지듯 잠에 듭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문 잠그고 잠)
당신은 잠결에 무언가 북북 긋는 소리를 듣습니다.
눈을 뜨면 바로 눈앞에 보이는 것은,
높이 손을 들어올렸다가 아래로 내리찍는 실루엣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지, 지금 뭐하는...! (급하게 내리 찍는 이의 팔목을 잡았다.)
다가가 실루엣을 붙잡으면,
잭입니다.
사위가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아무리 허공을 노려보아도 어둠에 신경이 익숙해지지를 않아요.
잭이 잡힌 팔을 털어내며 말합니다.
내가 계속 말했잖아. 너는 부름에 응하지 말았어야 했어.
이 좆같은 윙쿨룸은 저주 받았다고!
살고 싶다면 아무것도 묻지 말고 꺼져.
나가서 이 좆같은, 씨발놈의 구석은 다 잊고 살아…
아침이 되어서도 네가 남아있다면,
…나도 더는 참지 않을테니까.
잭은 그 말을 끝으로 당신의 방에서 도망칩니다.
잭을 쫓아가나요?
혹은 쫓아가지 않나요?
케인 데이븐포트:(급하게 따라 나간다.) 이봐요!!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말을 해요! 알 수 없는 말만 늘어놓지 말고!!!
당신이 잭을 쫓아가기 위해 복도로 나서자
문이 열리는 소리가 소름끼치도록 크게 울립니다.
어디를 가도 어둠만이 당신을 반깁니다.
복도 끝으로 사라지는 잭을 쫓아가지만,
커튼으로 별빛마저 차단된 칠흑 같은 어둠 탓에 앞이 제대로 보이지 않습니다.
 ✷  추적 or 듣기 or 관찰력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관찰력
기준치:80/40/16
굴림:3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은 잭을 뒤쫓아갑니다.
간발의 차로 놓친 잭은 당신의 코앞에서 쾅!
제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군 채 한참을 중얼거립니다.
나가,
날이 밝으면…
날이 밝으면 여기서 당장 나가.
이 소란 속에서도 아무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조용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울리는 것은
당신의 발소리, 목소리,
'돌아가'라고 외치는 잭의 목소리만이…
메아리처럼 울립니다.
▌ 10. 셋째날 아침
어제, 그렇게 대화에 실패하고 지친 채로 돌아와 잠에 들었던가요.
잠을 거의 설친 당신은 피아노 연주 소리에 눈을 뜹니다.
 ✷  예술 or 교육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예술/(그림) Roll
기준치:85/42/17
굴림:4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서정적인 분위기가 어쩐지 마음을 차분하게 하기도 하고,
벅차게 하기도 합니다.
오페라 『조반나 다르코』의 아리아,
‘Sempre all'alba ed alla sera’입니다.
조반나(잔 다르크)가 성모상 앞에서
자신이 무기를 들고 나가 싸울 용기와 힘을 달라 기도하는 내용입니다.
가사는 이렇습니다.
언제나 당신은 자격 없는 저에게 당신의 자비로우신 마음을 열어주십니다, 언젠가 당신이 검 한 자루와 투구 하나를 제게 주신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여전히 햇살 따위 드리우지 않는 답답한 객실 안입니다.
지난 밤의 소란이 꿈이 아니라는 듯
이젤 위의 캔버스는 악의 넘치게 난도질 당해 있습니다.
연주 소리가 계속 이어지는 것을 보니
2층 어딘가에서 누군가 연주하고 있는 듯 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어디에서 연주하는 거지...?)
(일단 연주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나가본다.)
당신이 복도로 나가면
앞을 지나가던 사용인이 꾸벅 인사를 합니다.
누가 연주하고 있는 것인가 묻자,
2층의 공부방에서 잭이 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 오전 내내 연주하실 거예요." 라고 말하고 다시 이동합니다.
그렇다는 말은,
잭의 방이 지금은 비어 있다는 뜻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무 말도 않고 바로 잭의 방으로 향한다.)
잭의 방
당신은 연주 소리를 뒤로 하고 잭의 방으로 향합니다.
방은 잠겨있지 않고 열려 있습니다.
내부는 잘 정리되어 있어 무언가를 건드리면 쉽게 티가 날 정도입니다.
역시나 커튼이 쳐져 있고, 둘러볼만한 것은 책상에 높게 쌓인 책들과 서랍 정도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생각보다 평범한데... (책들을 살펴본다.)
높게 쌓아 올려진 책 중 한 권을 열어 살펴봅니다.
여러 번 펼친 부분이 있는지 3분의 2 지점으로 책장이 넘어갑니다.
안에는 기묘한 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새하얀 "것"은 사람을 닮았습니다.
팔다리가 길쭉길쭉한데,
유독 팔이 이상할 정도로 길어 어깨부터 발 끝까지 쭉 내려옵니다.
손바닥은 물갈퀴처럼 생겼습니다.
뒷통수가 비정상적으로 툭 튀어나와 있습니다.
이 기묘한 것은 뭐죠?
케인, 이성판정 (1/1d2)
케인 데이븐포트:
SAN Roll
기준치:49/24/9
굴림:63
판정결과:실패
(뭐야...? 징그러워...)
◆:1d2 굴려주세요
케인 데이븐포트:2
케인 이성치 2 차감
기묘한 삽화가 담긴 책을 외면합니다.
도대체 뭔가요? 저건.
이제 이 방에서 볼만한 건 서랍 정도 뿐인 것 같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서랍을 열어본다.)
서랍 안에는 가죽커버로 된 노트가 보입니다.
이 노트는… 일기처럼 보이네요.
일기를 읽고나자 뒤쪽에서 <접힌 종이 한 장>이 바닥으로 떨어져 나옵니다.
구겨진 채로 접혀있는 종이는 일기의 필체와 같습니다.
꾹꾹 눌러 쓴 잉크자국이 선연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접힌 종이 한 장을 주워 펼쳐본다.)
이것은 마치 유서처럼 보입니다.
케인, 이성판정 (0/1)
케인 데이븐포트:
SAN Roll
기준치:47/23/9
굴림:74
판정결과:실패
케인 이성치 1 감소
소원을 들어주는 저택.
저택에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사람들.
차라리 죽기를 원하는 잭.
목성을 사랑하는 사람들.
윙쿨룸을 사랑하는 사람들.
그건 목성 따위가 아니라 주장하는 일기 속의 잭.
이곳은 대체 무엇을 하는 곳인가요?
뎅, 하고 종이 울립니다.
정신을 차리면 어느새 연주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다.
잭이 오기 전에 나가야 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 ...아, 연주 소리... ... 이제 그만 나가야 하긴 하는데... 이 일기장에 써있는 것이 전부 사실이라면... 그림을 그려서 뭐... 어떻게 목성을 불러 온다는 거지? 직접 물어보는 건... 몰래 훔쳐본 게 되니까 아무래도 곤란하겠지...)
(꺼내두었던 것들은 원래의 자리에 있던 곳에 되돌려두고, 잭이 오기 전에 얼른 자리를 피한다.)
▌ 11. 그림을 그려야만 해
복도로 나온 당신은 저 멀리,
당신이 묵고 있는 게스트룸 앞에 주인어른이 서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마침 기척을 느꼈는지 주인어른도 고개를 돌립니다.
사람 좋은 얼굴로 웃으며 말을 걸어옵니다.
주인 어른:데이븐포트씨, 그림은 어디까지 진행되었습니까?
케인 데이븐포트:아, 아... 그, 그게. ...(눈을 또르륵 굴리다가 고개를 숙였다.) 이, 이번에도 도련님이 캔버스를 망가뜨려서... 작업이 지금 어려운 상태입니다.
주인 어른:이런… 시간이 이제 얼마 없으니 조금 서둘러주시면 감사하겠군요.
사실 내일 아주 중요한 손님이 오기 때문에, 오늘 남은 시간 동안은 작업에 집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완성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케인 데이븐포트:...?
주인 어른:중요한 것은 '그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 과정이지요.
중요한 것은 '목성을 그리는 것' 자체입니다.
오늘 하루종일 작업에 집중하여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시겠습니까?
케인 데이븐포트:... ... (뭐지? 역시 그 일기장에 쓰여진 것들이 다 맞는 건가? 뭔가 있는 것 같은데...) 아, 네... 알겠습니다.
당신의 대답에 주인어른은 흡족한 미소를 짓습니다.
이렇게 거듭 말을 올리게 되어 미안하지만, 꼭 좀 부탁한다면서요.
당신은 결국 주인어른과 인사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왔습니다.
다시 또 이 캔버스 앞에.
당신이 없는 사이 새 것으로 교체된 캔버스.
방해꾼이 없을 때 서둘러 그리는 것이 맞을까요?
이대로 가만히 앉아있거나, 그림 작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는 동안에도 시간은 계속해서 흘러가니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일단 주인 어른이 지켜보는 것 같으니 뭐라도 그리는  은 해야 할 것 같아, 젯소를 꺼내어 캔버스 전체에 칠했다. 젯소를 말리는 것만 해도 한 시간이나 잡아먹으니...)
그림을 그리는 시늉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젯소가 마른 후에도 붓을 얹나요?
케인 데이븐포트:(젯소를 바른 캔버스를 손 등으로 살짝 만져보았다. 어느 정도 말랐으니 붓을 얹어도 될 것 같은데. ...문제는 일기장을 본 후의 찝찝함이 좀처럼 가시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뭐... 하늘 정도는 칠해도 되지 않나? 목성만 덜렁 그릴 생각은 그 전부터는 없었으니 '밤하늘로 보이는 듯한 우주'를 그리기로 했다. 사용할 물감 몇 개를 꺼내 협탁에 올려두고, 파레트에 남색과 청록색을 섞어 오묘한 빛깔로 캔버스를 칠했다. 그 위로 마른 대형 붓이 캔버스를 칠흑으로 덮으면, 상상과 꿈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우주를 자아낼 수 있었다.)
▌ 12. 폭풍의 눈
뎅, 뎅, 뎅…
종이 여섯 번 울립니다.
벌써 날이 저물기 시작했나 봅니다.
여전히 창문을 가른 커튼 아래로 스멀스멀 노을의 붉은 빛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오래 작업을 해서 그런지 당신의 눈이 뻐근합니다.
조금 쉬어도 괜찮겠지, 하고 붓놀림이 느려질 때…
둔탁한 소리가 등 뒤로 들려옵니다.
이윽고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시선을 돌리자 몹시도 화가 난 표정의 잭이 서 있습니다.
내가 가만 두지 않겠다고 했지.
으르렁거리는 목소리가 울립니다.
잭이 손에 들린 페이퍼 나이프를 꾹 쥐고 성큼성큼 다가옵니다.
분노를 주체하지 못하는 손이 당신의 멱살을 잡았습니다.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냐?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봐!
잭이 던지듯이 당신의 옷깃을 놓으며 창문으로 걸어갑니다.
손을 두꺼운 커튼을 향해 뻗습니다.
절대로 열려선 안 되는 커튼을 잡습니다.
잡아뜯어낼 듯이 두손으로 양쪽 커튼을 잡습니다.
미처 다 표출하지 못하는 분노 섞인 목소리가 당신을 향해 날카롭게 꽂히며,
커튼이 열립니다.
네가 그리는 게 정말 어떤 건지 똑바로 쳐다 봐!
당신은 드디어 이 저택에서 보이는 풍경을 바라봅니다.
붉게 물드는 하늘,
요동치는 구름과 노을,
아니,
아니요…
마치 유화물감으로 덕지덕지 칠해놓은 듯한 풍경.
하늘을 가득 메꾼 꾸덕한 농담의 저택보다 큰 둥근 원,
요동치는 붉은 폭풍의 눈.
저택을 단숨에 집어삼킬 것만 같은 목성이,
목성의 눈이 당신을 꿰뚫어보듯이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마치 살아있는 어떤 것처럼.
◆:
그들은 목성을 불러오겠다고 말했다.
이들은 도대체 무엇을 불러온 건가요?
케인, 이성판정 (1d3/1d6)
케인 데이븐포트:
SAN Roll
기준치:46/23/9
굴림:1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1d3 굴려주세요
케인 데이븐포트:3
이성치 3 감소
잭의 힘빠진 초연한 눈빛이 창문 밖에 닿습니다.
이것은 언제부터 저 두꺼운 커튼 너머로 우리를 주시해온 건가요?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은 저 기괴한 행성은 무엇을 의미하나요?
수많은 의문이 들지만,
누구도 답해주지 않습니다.
잭이 자조적인 어조로 중얼거립니다.
"이래서 외지인이 싫어…"
커튼을 잡은 잭의 손에서 힘이 주르륵 빠집니다.
잭은 창 밖을 쳐다보고 있다가 당신을 보고 말합니다.
열 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화랑으로 오라고.
통보하듯 알리고는 잭은 그대로 방을 나섭니다.
문이 다시 굳게 닫힙니다.
이제 남은 것은 당신과 우주가 그려진 캔버스,
그리고 당신을 깜빡임 없이 집어삼킬 듯 주시하는 붉은 폭풍의 눈 뿐입니다.
▌ 13. 당신이 알아야 할 이야기
종이 열 번 울립니다.
당신의 방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립니다.
"나야."
잭의 목소리 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조심스레 방문을 열어준다.) ...오셨어요.
당신이 문을 열자 잭은 손에 램프를,
반대쪽 손에는 페이퍼 나이프를 쥔 채로 당신을 맞이합니다.
우리는 회랑으로 갑니다.
선두에 선 잭을 따라서.
어두운 복도를 앞서 걸으며 잭은 아무런 말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렇네요.
보폭을 당신에게 맞추어주고 있는 것 같아요.
복도를 가로질러 회랑에 도착한 잭이 문을 엽니다.
익숙하게 초대 주인의 초상화에 열쇠를 꽂아넣고 문을 엽니다.
당신은 또 다시 이 회랑에서 수십 명의 기척을 느낍니다.
잭이 먼저 계단 아래로 내려갑니다.
앞서 걷던 잭이 드디어 운을 뗍니다.
잭:저녁만 되면 아무도 없는 게 이상하지도 않아?
집안에 모든 놈들이 그림에 집착하는데, 그게 이상하지 않았냐고.
케인 데이븐포트:... ...저, 사실 여기 와 봤어요. 어제...
계단 아래에 지금 윙클룸에서 지내고 있는 사람들 초상화가 가득하던데... 뭐, 그림에서 나왔다가 밤 10시엔 들어간다는 뭐... 그런 거예요?
잭은 당신에게 눈길도 주지 않은채 회랑 지하에 망설임 없이 들어갑니다.
안쪽의 풍경은 당신이 이미 본 그대로입니다.
윗층의 회랑보다 조금 작은 공간이 펼쳐져 있고,
이곳에도 수많은 초상화가 벽에 액자로 걸려 있습니다.
다만, 무언가 이질감이 듭니다.
두 사람 외에 누군가가 더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듭니다.
양초는 아직 타오르고 있고,
바닥에 있는 접시의 물은 어느새 바닥을 드러냅니다.
하루 정도가 지나면 모두 증발하겠어요.
잭:윙쿨룸과 윙쿨룸의 사람들은 저주 받았어.
(툭, 바닥에 램프를 내려놓았다.) 윙쿨룸은 사람들의 소원을 들어준다지. 근데 그게 꼭 선한 형태로만 나타나겠어? 이건 소원이 아니라 저주야.
윙쿨룸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 수록, 여길 떠날 수 없게 돼.
윙쿨룸에서 태어나고 만들어진 것들은 저택의 영향을 더 많이 받지. 그리고 난 여기서 태어나 자랐고.
(잠시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너를 쳐다본다.) 윙쿨룸을 떠나려고 하면 살이 녹아내릴 거야. 물감이 녹아내리는 것처럼. 결국 아무도 이곳을 벗어날 수가 없는 거지.
케인 데이븐포트:...이렇게 말하니까 정말 말 안 듣는 사람 같은데... 뭣 좀 물어볼게요. ...윙쿨룸이 지금 제 소원도 들어줄 수 있나요?
잭:너도 물감 더미가 되고 싶은 거야? (네 얼굴을 똑바로 보고 입꼬리를 삐뚤게 올려 비웃었지만 오래 가지 않아 낯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윙쿨룸, 윙쿨룸… 그놈의 윙쿨룸. 윙쿨룸을 사랑해마지않은 것들은 모두 여기서 영원히 살길 원하지. 소원을 빌며 초상화 의뢰를 맡겼고, 그렇게 영영 그림 속에서 윙쿨룸과 함께 살아가길 다짐했다고…
이게 초대 주인 때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풍습이라더군. 믿겨져? 이따위 좆같은 게 풍습이라는 사실이…
저 고릿적 조상들도 뒤지지 않았어. 저 윗층에 있는 그림 속에서 윙쿨룸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거지. 애비도, 다른 사용인들도. 여기에 초상화가 걸린 놈들은 누구나. 그림에 종속되어 밤부터 아침까지 그림 속에 들어가있는데도 그게 좋다고 저러고 있는 거야. 역겹지 않아?
인기척이 느껴지지? 지금 저 안에서 우리를 쳐다보고 있잖아.
케인 데이븐포트:그럼 당신은... (수많은 초상화들 중 가운데 찢어 발겨진 캔버스를 바라보았다.) 저 캔버스 속에서 어떻게 나올 수 있었어요?
잭:몇 년 전에 캔버스를 찢어발겼을 뿐이야. 좆같게도 여전히 난 여기 매여있지만. 여기에서 나고 자란, 내 뿌리가 윙쿨룸이라는 거겠지.
나는 윙쿨룸이 싫어. 역겨워… 윙쿨룸을 경멸해. 다들 사랑한다 떠들어대는 목성이 싫다고.
내가 왜 액자 속에 감옥에라도 갇힌 마냥 틀어박혀 살아야 하는데?
애비가 널 부른 이유를 알려줄까?
케인 데이븐포트:...네.
잭:그건 네가 목성을 그려냄으로써 '목성'을 가까이 불러내려고 한 짓이야.
매번 노래를 부르는 그 좆같은 게 뭔지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너도 봤잖아? 그건 '목성'이라는 행성 따위가 아니었다는 거.
(한 손에 꾹 쥐고 있던 페이퍼 나이프를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가, 초상화 중 하나를 향해 내리찍었다.)
케인 데이븐포트:(...같은 윙쿨룸 사람인데도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 건가? 하긴, 이 집 사람들 중에서 제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은데 좋다고 알려줄 리 없지...)
잭의 손길로 부욱, 하고 큰 소리를 내며 캔버스가 찢겨져 나갑니다.
그 옆의 그림도, 그 옆의 그림도,
그 다음 그림도…
북, 북 원단이 찢겨져 나가는 소리가 마치 비명소리처럼 들립니다.
무던한 표정으로 잭은 망설임 없이 모든 그림을 찢어버리겠다는 듯 서슴치 않습니다.
잭:모든 년 놈들은 나를 보고 미쳤다고 해. 씨발, 누가 액자 속에 틀어박혀 납작한 붓터치를 따라 살고 싶어 하겠어?
저 징그러운 '목성' 따위에 가고 싶겠느냐고.
진짜 미친 것들은 그림처럼 살겠다고 지껄이는 것들 아니야?
저건 절대 목성이 아니야… (잦아드는 목소리로 입을 꾹 다물었다.)
잭은 결국 모든 캔버스를 찢어버리고 맙니다.
그러고나서야 성에 차는지 손에 든 나이프를 바닥에 던집니다.
칼날에 베였는지 잭의 손이 떨리고, 피가 흐릅니다.
잭은 개의치 않은 채 당신에게 말합니다.
날 도우라고, 아침이 되자마자 내게 오라고.
잭:내가 아는 건 윙쿨룸의 저주 뿐이야. 저 목성이 뭔진 몰라. 그러니까… 저걸 쫓아낼 방법을 찾아야겠어. 저건 밤에만 나타나고 아침이 되면 사라져. 이 좆같은 의식도 막바지에 다다랐으니 시간은 내일 아침 뿐이야. (잠시 뜸을 들였다가 너를 똑바로 보고 말했다.)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시간도 내일 낮까지 밖에 없어.
케인 데이븐포트:죄송한데... ... ...제가 왜 당신 말을 들어야 하는데요?
잭:(네 말에 가만히 너를 보고 있다가 낮게 웃으며 얼굴을 쓸어내었다. 손이 닿은 자리가 피로 얼룩진 채 너와 시선을 마주하고 답한다.) 그래, 그럼. 저택을 떠나.
내일 아침이 되면 떠나버려.
케인 데이븐포트:...아니, 그게 아니라... ... ... (고개를 숙여 아래로 시선을 돌렸다. 할 말이 있지만 쉽게 말이 나오지 않는 지, 입술을 달싹이다 다시 시선을 맞춰 말을 이어나갔다.)
...저번 일 사과해주세요... ... ... 그럼 도와드릴게요.
잭:(가여운 소동물 같은 것. 가라앉은 채로 너를 바라보다가 한 걸음 내딛어 손을 뻗는다. 울컥이고 피가 솟는 손으로 네 뺨을 감싸쥐고 입을 열었다.) 너는 너무 물러. 그런 식으로는 세상을 살아갈 수 없다고. 알아? (뚫어져라 네 눈을 쳐다보다가 툭, 무릎부터 무너지듯 바닥에 꿇고 앉았다.)
미안합니다. 제정신이 아닌 미치광이 주제에 멀쩡한 당신까지 끌어내리려고 해서. 그런 주제에 제 목숨 하나 버리기가 아까워 도움을 구걸하는 역겨운 짓까지 하고 있으니, 이런 사과로 마음이 풀리실지 모르겠지만…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너를 올려다보는 눈은 노려보는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죄송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아니 무릎은 왜 꿇어요...?! 일어나세요...! (네 어깨를 잡아 다시 몸을 일으켜주었다. 네가 이전에 했던 행동들과 비꼬는 말들은 싹 다 잊었는지, 눈썹이 처진 채 바라보다 네 어깨를 잡아 몸을 일으켜주었다.) ...만약에 정말 잘... 해결 되어서 윙쿨룸을 나가게 된다면, 저 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전에 했던 날이 선 행동들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당신의 그 날이 선 태도도 점차 바뀌겠지만요. ... ...속으로 '지가 뭔데...' 싶겠지만!! 저는 이렇게 용서해드려도 다른 사람들에게 속 사정을 말하고 용서를 구할 것도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 (네 어깨를 조심스레 어깨를 놓아주며) 약, 약속해요.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고요. (네 앞으로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잭:(힘이 빠져있는 몸이 네 손길에 의해 일으켜졌다. 진심으로 염려하는 듯한 말투와 표정에 기가 찼다. 너 나한테 강간당할 뻔 한 거야. 그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내뱉지 않았다. 내가 잡을 유일한 줄은 너니까. 네가 중간에 끊어 날 떨어트린다해도 잡을 수 밖에 없는 줄. 미련해보이는 너는 그럴 것 같진 않지만… 네가 원하는 게 이런 소꿉놀이 같은 장난질이라면 어울려주지 못할 것도 없었기에.)
…그래. (짤막히 대꾸한 뒤 내밀어진 손가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나는 용서받지 않아도 상관 없는데. 내가 욕을 먹던 하다못해 주먹질을 당하던 네가 무슨 상관이라고. 콧잔등을 찡그렸다가 손을 내밀어 새끼 손가락을 마주 걸었다. 그러고는 풀리지 않게 꽉 쥐며 입을 열었다.) 약속해. 너도. 앞으로는 남에게 이렇게 무르게 굴지 않겠다고. 이미 손가락을 걸었으니, 네가 어기면 나도 어겨도 되는 걸로 간주할 거야.
케인 데이븐포트:저 그렇게 무르진 않거든요... (네가 손가락을 걸면 그대로 손가락을 굽혀 꼬옥- 손가락 약속을 걸었다.) 잘 해결되어서 나가게 된다면... 뭐, 가끔 연락은 하고 지내요. 무난하게 지낸다는 소식만 전해 들어도 저는 만족할 것 같네요. (가볍게 웃었다.) 그래서... 아침 몇 시에 일어나야 해요? 평소처럼 일어나면 되나? 해결 방법은 알고 있어요?
잭:… … (지금 이러고 있는 것 자체가 무른 것 같은데. 이 역시도 속으로만 생각하며 손가락에 힘을 주어 꾹, 약속을 걸고 있다가 풀어주었다. 그런 속편한 소리나 하고 있으니까… 바보 같은 게. 입꼬리 끝을 약간 삐죽였다가 손을 빼내고는 말라 붙어가는 피를 소맷자락에 문지르며 답했다.) 내일부터 찾아봐야지. 목성이 사라지면 바로 나를 찾아와. 다시 말하지만, 시간은 내일 낮까지야. (그러고는 가자는 듯 고개를 까딱이고 램프를 다시 쥐었다.)
케인 데이븐포트:내, 내일부터 찾는다고요? 가능한가...? 이, 일단 알겠어요... (네 뒤를 따라간다.)
그렇게, 언젠가부터 인기척이 사라진 이 방을 떠나
본래의 방으로 돌아갑니다.
잠이 올 것 같지는 않아도 억지로 잠을 청해봅니다.
내일이면, 모든게 끝이 날테니까요.
그래야만 할테니까요…
▌ 14. 넷째날 아침
또 다시 기분 나쁜 아침이 시작되었습니다.
새벽이 되자마자 잭은 당신의 방문을 두드립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방문을 살짝 열어 틈 사이로 널 바라보았다.) ...사라졌어요?
잭:(방문 틈으로 손을 밀어넣어 문을 벌컥 열고 네 팔을 턱, 붙잡아 당겼다가 잠시 멈칫하더니 네 팔을 놓아주고서 멀뚱히 서있다가 주인어른의 방문 앞에 가 서며 오라는 듯 손짓했다. 어제의 네 말을 의식하기라도 했는지….)
케인 데이븐포트:(뭐지? 행동이 조금 달라졌네... 약속을 의식하는 건가?) ... ...약속 지키는 중이에요...? (천천히 네 쪽으로 다가가서는 목소리를 낮춰 물어보았다.)
잭:… … (네가 묻자 미묘하게 침묵이 껴 말 사이가 뜨더니 대꾸를 하지 않고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어차피 아무도 없어. 어제 내가 다 찢어 발겼잖아. 그보다는 애비 놈 방에 분명 뭔가가 있을 거라고. (이상한 소리 할 시간에 찾는 데에 더 신경 쓰라며 미간을 구겼다가 손으로 슬슬 눌러 펴고는 목성이 사라진 게 궁금하면 커튼을 걷어보라는 말을 덧붙였다.)
케인 데이븐포트:네?... ...그, 그럼 다들 죽은 거예요...? 다시 그림 밖으로 나온 게 아니라...?
잭:…왜, 이제 와서 다시 싫어졌어?
케인 데이븐포트:...아니, 어... ... 그냥 저는 다시 그림에서 꺼내는 줄 알고... ...시, 싫어졌단 게 아니고... ... ... ... 이, 일단... 방 먼저 살펴봐요.
잭:(네 반응에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고개를 팩 돌렸다.)
복도에는 늘 이 앞을 지나가던 사용인도 더이상 나타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닙니다.
지나치게 조용한 이 저택의 어느 곳에도,
두 사람을 제외한 사람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 고요함 속에서, 유독 두 사람 분의 말소리가 복도에 크게 울립니다.
주인어른의 방은 문이 단단히 잠겨있습니다.
억지로 열쇠구멍을 따고 들어가거나, 힘으로 밀어붙이거나… 다른 사물을 이용해 부수고 들어갈 수 있겠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 ... (빤히 바라봄)
힘 쎄던데...
잭:… … (같이 시선을 마주하고 있다가 잠시 네 방으로 들어가는가 싶더니… 의자를 질질 끌고 나왔다.) 비켜. (너를 툭 밀어 옆으로 밀쳐놓고 의자를 높게 쳐들어 문을 향해 내려찍었다.)
주인어른의 방
잭의 도움으로 안에 진입합니다.
창문은 여전히 커튼이 쳐져 있습니다.
비교적 깔끔한 안에는 책장이나 <책상>이 보이고, 창문 근처에는 <망원경>이 보입니다.
한쪽 벽 구석에는 <보석함>도 보입니다.
그러나 가장 신경 쓰이고 기괴한 것은, 모든 벽을 가득 채울 정도로 붙어 있는 목성 그림입니다.
유독 두드러지게 그려진 목성의 대적점은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눈처럼 보입니다.
벽에 달린 수십 개의 붉은 폭풍의 눈이 두 사람을 지켜보는 것만 같아 기분 나쁘게 다가올 정도입니다.
잭은 자신이 책장의 책들을 살펴보고 있을테니,
당신은 다른 곳을 봐달라 말하는군요.
케인 데이븐포트:(네 말에 알겠다는 듯 살짝 끄덕이곤 책상을 먼저 살펴봤다.)
책상
책상 위는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습니다.
구석에 작은 <편지함>이 보이고, 책상 아래에 <서랍>이 보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편지함을 열어보았다.)
차곡차곡 쌓인 편지 중 가장 맨 위에 있는 것은 자주색 편지 봉투 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카터가 아버지 이름이에요?
잭:? 카터는 가문의 성이야.
케인 데이븐포트:...죄송합니다. (머쓱한 듯 눈썹 매만져...)
(서랍을 열었다.)
서랍을 열기 전, 편지에 동봉되어 있는 종이를 발견합니다.
서술된 내용은 당신이 회랑 지하에서 본 것과 비슷합니다.
그 외에도 주고 받은 편지의 수가 꽤 많습니다.
봉투 안에는 잘 접힌 또 다른 종이가 들어 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저, 저기. ...이거. (편지 하나를 보여준다.) 무슨 소환...방법 같은데... 한 번 보는 게 좋겠어요.
당신의 부름에 잭이 다가와 내용을 살핍니다.
그동안 당신은 접힌 종이를 살펴보기로 할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접힌 종이를 살펴본다.)
종이에는 삽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기괴할 정도로 마른 사람입니다.
이걸 사람이라 말해도 될까요?
잭의 방에서 본 것과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사실, 그것보다는 더 자세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뒷통수가 툭 튀어나와 있고, 팔다리가 길쭉길쭉합니다.
우뚝 서 있는데도 이것의 팔은 과절이 세 번이나 꺾여야 바닥에 닿을 정도입니다.
얼굴 중앙을 독차지한 커다란 눈알이 있는데,
이번에는 가로로 아주 길게 찢어진 입이 보입니다.
무채색의 몸통에 비해 그 눈알의 색채가 몹시도 강렬합니다.
아니, 잠깐만요.
이 눈은 마치,
케인 데이븐포트:목성...
묘하게…본 적이 있는
그렇습니다.
당신은 이 기괴한 것의 눈을 본 적이 있죠.
어제 저녁 하늘에서요.
케인, 이성판정 (1d3/1d5)
케인 데이븐포트:
SAN Roll
기준치:44/22/8
굴림:50
판정결과:실패
4
케인 이성치 4 감소
케인 <크툴루 신화> + 5%
당신이 그러고 있는 사이,
잭은 자신이 찾은 것을 보라며 당신에게 서류 봉투를 내밉니다.
그 안을 열어보자, 초대 주인이 당부한 말이 적힌 <메모> 와 함께 윙쿨룸의 <땅문서> 가 들어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메모와 땅문서를 살펴본다.)
메모
‘후대에 계속해서 윙쿨룸과 저택의 소유권이 되물림될 것이며, 나의 소망대로 나는, 우리는 저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윙쿨룸과 함께 살아있을 것이다.’
땅문서
저택의 규모와 윙쿨룸의 면적,
언제 누구에게 저택의 소유권이 넘어갔는지 세세하게 적혀 있습니다.
마지막에 적힌 것은 주인어른의 이름입니다.
아마 이 다음은 잭의 이름이 적힐 예정이었겠죠.
잭은 기분 나빠 하겠지만요.
케인 데이븐포트:...초대 당부가 지금까지도 살아있을까요?
잭:윗층에 있던 초상화는 안 찢었으니 거기 그대로 담겨서 살아있겠지.
잭은 시큰둥하게 대꾸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
그럼 찢으면 되지 않을까요... ...?
잭:겨우 그 놈이 사라지는 걸로 내 저주를 어떻게 할 수는 없어. (바닥을 내려다보았다가 고개를 저으며 너를 쳐다본다.)
알잖아, 이건 윙쿨룸의 저주라는 걸.
케인 데이븐포트:... ...그럼 저택을 사라지게... 흠, 일단 더 찾아볼게요!
잭:(고개를 얕게 끄덕였다.)
케인 데이븐포트:(창문 근처로 가 망원경을 살펴보았다.)
날이 밝아 망원경을 통해 창밖을 바라보아도 눈에 띄는 것은 없습니다.
잭은 그 좆같은 놈이 이 망원경으로 매일 목성을 봤노라고 말합니다.
가끔은 사용인들을 불러 직접 보여주기도 했다면서요.
이제 와 생각해보니 그건 처음 발견한 순간부터 목성이 아니었겠지만요.
이제 더 살펴볼만한 것은 보석함과 서랍 정도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확실히 기분 나쁘긴 하네요. (보석함을 살펴보았다.)
보석함에는 값비싼 브로치부터 장신구가 다양합니다.
그러고보니 당신은 아직 주인어른에게서 그림 값을 받지도 못했네요.
이쯤 되면 스스로 챙겨도 상관 없지 않을까요?
케인 데이븐포트:(...결국 완성은 하지 않았으니 그대로 함을 닫는다.)
잭:(네가 하는 짓을 보고 있다가 보석함을 열어 그 안에 든 것들을 마구잡이로 꺼내 네 주머니 안에 쑤셔넣어준다.)
케인 데이븐포트:...!?! 뭐, 뭐예요?!
잭:너나 가져. 이 고생을 했으면 이득도 챙길줄 알아야지.
잭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책장을 살피러 가버렸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아니... 어... (머뭇거리다가 서랍을 열었다. 살펴보는 것과 더해서 주머니에 안에 있는 장신구도 도로 빼내어 서랍 안에 넣어두었다. )
잭:… (이 악물고 저벅저벅. 다시 와서 꿋꿋하게 챙겨준다.) 너 가지라고. 어차피 이제 주인도 없는 물건이니까.
케인 데이븐포트:그, 그럼 당신이 가지면 되잖아요...! 저, 저는 이렇게까지 가지고 싶지 않아요....!!
잭:너랑 내가 나가서 얼굴이나 맞대고 살겠어? 그러니 네가 가져야지. 내 의뢰비라고 생각해. 날 돕는 대신 받는 품삯이라고. (꿋꿋하게 하나하나 다시 다 쑤셔넣어주고난 후에야 너를 곁눈질로 흘겨보며 책장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제멋대로네요.
케인 데이븐포트:아, 아... 네... (결국 챙김...)
어찌 되었든… 서랍을 살펴봅니다.
서랍 안에는 두꺼운 노트 한 권이 보입니다.
안을 열어 살펴보자 연구기록일지처럼 보이네요.
케인 데이븐포트:...아. 저, 하나 더 찾았는데... (손을 흔들어 잭을 불렀다.)
잭:(네 부름에 다시 다가오는 제 손에도 책 한 권이 들려 있었다.) 이거, 소설이 무슨 내용인지까진 모르겠지만… 굳이 책갈피를 끼워놓은 게 수상해. (그러고는 너의 손에 들린 것과 서로 번갈아 바꾸어 들었다.)
잭이 가지고 온 것은 책갈피가 꽂힌 소설책입니다.
책갈피가 끼워진 곳은 소설의 거의 끝부분인데,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핸드아웃위
‘그런데도 이반느는 흔들의자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며 행복감을 느꼈다. 정원을 뛰어다니는 조지를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럴 때 이반느는 꼭 명화를 감상하는 사람처럼 미소를 짓고는 했다. 그녀가 남편에게 말했다.
“꼭 액자 같은 풍경이 나를 즐겁게 해요.” ’
핸드아웃아래
잭:(연구 일지는 이미 다 읽었는지 그를 들고 네 옆을 기웃대며 말을 붙여온다.) 창문을 액자라고 표현했어.
케인 데이븐포트:...그러게요. (서재에서 봤던 동화책이랑... 뉘앙스가 비슷한데...) 아, 혹시... 그 [액자 속 여인] 이라는 동화책... 당신이 찢은 거예요? 그게 갑자기 생각나서...
잭:좆같잖아. 씨발…. (네가 언급한 동화책의 이름을 듣자마자 표정이 팍 구겨졌다. 제 인생이나 다름 없는 꼴을 하고서 결국 돌아온다는 게 캔버스라니. 그 얘기는 더 하지 말라며 눈가를 문지르다가 문득… 무언가가 떠올랐는지 고개를 처들었다.) …난 잠깐 다녀올 데가 있어. 마저 조사하고 있어.
그렇게 잭은 당신을 주인어른의 방에 두고
급한 걸음으로 사라져 어디론가 향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 ... (어느 정도 다 본 것 같은데... 계속 여기 있어야 하나?)
(방 안을 한 번 더 살펴보았다.)
 ✷  지능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지능
기준치:75/37/15
굴림:19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은 생각을 정리합니다.
윙쿨룸의 사람들은 삽화 속 기이한 존재를 불러내려 했고,
이 의식은 '원령을 불러내는 방법'을 변형시켰을 겁니다.
주인어른은 그림을 매개체로 사용하려 했으나,
캔버스에 그린 그림은 실제 '목성'보다 현저히 작아서
단순히 환각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졌을 것입니다.
어제 저녁처럼요.
아마 매일 밤 그렇게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겠죠.
허나, 잭의 말대로 창문이 액자의 역할을 했다면요?
당신이 '목성'을 그리기 위해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목성을 소망하는 이들과,
그림을 그려 저택 창문에서만 볼 수 있도록 '목성'을 부르고,
창문마다 나타난 그 거대한 '목성'이 '매개체 역할'을 했다면요?
'중요한 것은 완성하는 것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과정이다'
주인어른이 말했죠.
애초에 이들에게 당신이 그림을 완성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그림은 이미 저 창밖에서 완성되었으니까요.
우리는 윙쿨룸을 사랑하고, 윙쿨룸도 우리를 사랑하지요.
특히나 이곳에서 태어난 것, 만들어진 것은 각별히 아껴줍니다.
소원을 들어주는 저택.
이곳에서 태어난 것들을 사랑하는 저택.
사랑하는 것을 위해 환각이라도 보여주는….
▌ 15. 윙쿨룸으로부터
그때 갑자기 방 밖이 시끄러워 집니다.
쿠당탕!
요란하고 둔탁한 소리가 1층에서 들려옵니다.
저택에 다른 사람은 없을텐데?
1층으로 내려가볼까요?
케인 데이븐포트:뭐, 뭐지...?! (급하게 1층으로 내려간다.)
1층으로 내려가보자,
잭이 커다란 오크통을 옆으로 굴려가며 바닥에 내용물을 들이붓고 있습니다.
진한 알콜 향이 코를 찌르는데,
위스키처럼 보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뭐, 뭐하는 거예요?!
잭:너도 어제 봤잖아. 의식은 거의 성공하기 직전이야. 접시의 물도 바닥을 보였고, 아마 지금 쯤이면 물이 남아있지 않겠지. 이 빌어먹을 저택의 창문이 액자 역할을 한다면… 오늘 저녁이 오기 전에 결판을 지어야해.
케인 데이븐포트:...저택을 태우려고요?
잭:창문을 깨봤자, 이 저택에 창문은 너무 많고… 창문의 틀 자체가 액자나 캔버스의 역할을 하겠지. 그걸 언제 다 망가트리고 다니겠어?
태우자.
초대 주인의 메모에는 '저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이곳에서 살아갈 것'이러고 적혀 있었습니다.
잭은 저택이 사라진다면 더이상 그 누구도 소원을 빌 수 없을 것이고,
더이상 목성이 보이는 장소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메모를 제외하고는 명확한 근거조차 없지만요.
그저 감입니다.
그러나 잭의 눈빛이 번득거립니다.
독한 위스키 향이 코끝을 찌릅니다.
잭이 바닥에 들이부으며 술이 옷에 튀었는지,
당신의 하의 끝자락이 축축합니다.
금방이라도 취할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이미 취한 걸지도…
윙쿨룸을 싫어하는 사람, 수십 점의 그림을 찢어버린 사람.
기어이 자신이 갇힌 가장 큰 캔버스 마저도 찢어버리자 말하는 사람.
그 사람의 시선 끝에는 붓자국을 남기는,
케인 데이븐포트.
당신이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할까요?
잭을 도와 저택을 불태워야할까요?
아니라면 불 태우는 것을 거부해야할까요?
케인 데이븐포트:(네 팔을 급히 붙잡아 막았다.) ...저택을 태우는 건 안돼요. 말했잖아요, 이 곳을 나가면 몸이 녹아내린다고. ...제가 생각한 방법이 있어요. 그 방법이 맞다면 오늘 저녁에 목성이 오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거고, 당신 또한 이 저주받은 저택에서 나갈 수 있을 거예요.
... ...저 믿어주세요.
잭:내 생각에는 확실해, 저택을 태워야해. (인상을 구기고서 너를 마주했다. 네가 원치 않더라도, 혹은 함께하지 않더라도 이 저택에 불을 지를 듯 확고한 시선이었다. 그럼에도 바로 행동으로 옮기지 않은 것은… 자신을 믿어 달라는 네 말이 걸렸기 때문일지도. 겨우 그까짓 말에 마음이 동요하는 것도 우습다는 생각이 들어 픽, 힘없이 비웃음을 내었다가 눈가를 문질렀다. 어제 찢어진 자리가 비벼져 욱신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저녁이 오기 전에 끝내야해. 수틀리면 이 저택에 불을 지르겠어. 알아 들어?
케인 데이븐포트:...아마 제 생각엔 불 지르는 것보다는... 빨리 끝날 거예요.
잭:(오크통을 발로 찬 뒤 너를 쳐다본다. 할 거면 어서 해보란듯.) 뭘 하면 되는데?
케인 데이븐포트:...그...회랑 계단 아래로 가면 초상화랑 양초들 있는 곳이요. 일단 그 쪽으로 가죠.
잭은 당신을 따라 걷습니다.
회랑의 초상화 아래, 계단으로 향해 지하로 내려갑니다.
당신은 여기서 무얼 하나요?
케인 데이븐포트:(램프를 들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갔다.) ...주인 어른께서 받은 편지 중에 원령을 불러내는 방법이 있었어요.
불러내는 조건은 일단 첫 번째, 매개체. 주인 어른께서는 목성 을 원했으니 저녁부터 나타나는 목성의 환각 을 매개체로 선택했어요. 이거는 저희가 지금 막을 수 없는 상태이니 신경쓰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고...
그리고 두 번째로는... (계단을 내려오면 찢어진 초상화들과 거의 다 닳아가는 원형으로 나열된 양초들, 그리고 가운데의 물이 담긴 접시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이 재단 같은 걸 망가뜨리면 될 것 같아요. (발로 아래의 것을 건드려 그 안의 양초와 물이 엎어졌다. 그렇게 비어진 접시는 땡그르르, 하고 바닥을 굴렀고 바로 가운데에 램프를 놓고는 원형으로 둘러 쌓인 양초들을 하나하나 꺼트리기 시작했다.)
잭:이게 의미가 있어? 이미 물이 말랐다면 소용 없을텐데.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네가 망친 것들을 손으로 뒤적이며 살폈다. 불이 켜진 양초, 꺼진 양초들 사이로 아주 약간의 물이 바닥을 살짝 적신 것이 보였다. 물이 아예 증발한 건 아니었나. 네가 양초를 하나씩 꺼트리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며 생각했다. 나는 여태 이걸 못해서… 이제껏 이 저택 안에 매여서… … 주저 앉아 한참을 네가 촛불을 꺼트리는 모습만 지켜보고 있다가 마지막 남은 양초의 촛불을 손으로 잡았다. 뜨거운 감각은 잠시고, 불이 꺼지고 남은 자리에는 검은 재만이 남는다.)
…이제 남은 건 확인해보는 거겠네.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다가 너를 올려다본다.) … … 너는 떠나. 네가 할 일을 다했잖아. 나가서… 다 잊어버려. 이 저택이든, 빌어먹을 윙쿨룸이든. 모조리 다.
케인 데이븐포트:... ...제가 말했잖아요. 당신 또한 이 저주 받은 저택에서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이건 기대 안 하는 거예요?
잭:… (잠시 생각했다. 이 방법이 성공했다면 나는 멀쩡히 저택 밖을 나서서 맨발로 잔디밭을 거닐 수 있겠지. 하지만 아니라면? 네 앞에서 물감처럼 머리부터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여주란 말인가. 입을 벌렸다가 다물고, 다시 벌렸을 때에 말했다.) …네가 할 일은 끝났다고 했잖아. 저택을 나서건, 나서지 않건. 그건 내가 할 일이야.
케인 데이븐포트:그래도... 살아 생전 한 번도 밖에 못 나가본 거 아니에요? 한 번 쯤은 나가봐야죠. 어차피 이 저택에 당신 혼자 남게 될 텐데... ...
... ...정말 안 믿을 거예요? 그냥 가요?
잭:너는, … (할말을 고르고 고르다가 결국에는 포기한 듯 눈가를 느릿하게 문질거렸다. 그러고는 너를 쳐다보지 않은 채로 말한다.) …너는 너무 여리잖아. 내가 너를 믿고 첫 발을 내딛었을 때 내가 만에 하나라도… 녹아내리는 모습을 보면 견딜 수 있겠어? 그런 모습을 눈에 담고도 잘 살아갈 자신이 있느냐고. 나는, 그냥…!
(눈을 질끈 감았다가 인상을 잔뜩 구긴 얼굴로 너를 올려다보며 네 팔을 콱 잡아챘다.)
…네가 걱정된다고, 빌어먹을 자식아.
케인 데이븐포트:(조금 놀란 눈치로 널 바라보다 눈을 데구르르 굴렸다.) ... ...아. 아... 음. 왠지 모르겠는데 절 너무 막, 어...약하고...여리게 보고 계신 것 같은데. 저, 나름... 강, 강한데... ... ... (갑자기 왜 이렇게 걱정하는 거지? 예전엔 뭐 목 조르고, 때리고 강간하려 난리였으면서... 이렇게 도와준 사람이 처음이라 마음이 쓰이는 건가? 뭐, 나도 그렇게 따지면 그런 일을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도와줬으니 비슷하긴 하겠지만... 이러는 걸 보면 딱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다 생각했다.)
...어쨌던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그리고 이 방법은 제가 없으면 불가능한 방법이라서, 꼭 제가 있어야 해요. 당신에게 알려준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믿어 볼래요?
잭:(그냥 저택에 불이나 지를 걸. 윽박 지르고 겁을 줘서 내쫓아버렸으면 쉬웠을 일을 왜 이렇게까지 돌아왔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고 있던 팔을 내치며 양손으로 얼굴을 덮어 그 안에다 소리를 질러놓고 그대로 쓸어내리며 자리에서 비척대고 일어섰다.) 강하긴 개뿔이, 나가라는데도 여기 붙어서 못 도와줘서 안달이면서… 넌 어디가서 손해만 보고 살 놈이야. (어차피 더 미적거릴 시간도 없다며 너를 마주보고 섰다.) 이제 뭘 어쩔 건데.
케인 데이븐포트:...당신도 알고 있잖아요. 저택은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요. 저는 이 곳에서 소원을 빈 적이 없으니...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이 윙쿨룸에게 소원을 빌어 보려고요.
음... 그냥 빌면 되나? 이 것도 물 떠놓고 빌어야 해요?
잭:(네가 하는 말을 가만히 듣고 있다가 손바닥을 펼쳐 네 얼굴을 텁, 덮어버렸다. 네 눈이 가리어진 사이에 얕은 웃음 소리가 났던 것도 같다.) 너는 저택의 일원이 아니야. 너는 윙쿨룸을 사랑하지도 않고, 이 저택을 품은 것도 아니지. 벽에는 네 초상화가 걸려있지 않으니… 저택은 네 소원을 들어주지 않을 거야. 하지만…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떴다. 더 미룰 시간도 없었고, 내가 녹아내린다해도 어쩌면… 그건 전부터 바래온 나의 바램일지도 모른다고. 마음이 바로 선 후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손을 내려 멍 자국이 남은 네 목덜미를 훑었다가 그대로 타고 내려와 네 손목을 잡았다.) …나가자, 저택 밖으로.
▌ ENDING
잭은 어딘가 체념한 것도 같습니다.
그럼에도 걸음을 멈추지 않습니다.
둘은 지하에서 저택으로, 저택에서 다시 밖으로.
문 바로 앞에서 잠깐 망설였을지도 모를 노릇입니다.
잭은 잠시 멈추어 서서 저택 안을 쳐다봅니다.
그 후에는 남은 미련 따위 없다는 듯 당신의 손목을 힘주어 움켜쥔 채로,
당신의 눈을 바라보고, 천천히 문을 엽니다.
해가 저물어가는 하늘이 온통 붉습니다.
저 넓은 하늘을 뒤덮은 노을빛이 잭과 케인을 감쌉니다.
푸르른 잔디밭으로 먼저 케인이 발을 딛고서 잭을 바라봅니다.
잭은 느릿하게 숨을 들이켰다가…
따라 발을 내딛습니다.
그는 어떻게 되었나요?
그는… 정원을 밟고 서있습니다.
물감처럼 녹아내리지도 않고,
온전하고, 평범하게.
케인 데이븐포트:... ...몸... 괜찮아요?
잭:(이상한 기분이었다. 산들한 바람이 부는, 하늘이 보이는… 잔디밭 위를 내 발로 딛고 서있다는 건… 아무런 말이 나오지 않아 한참을 그 자리에 못박힌 듯 서있다가 천천히, 다시 또 한 발을 떼어 걷고, 저택의 내부가 아닌 공간을 바라보면서…) …믿겨져? 내가, …내가…
케인 데이븐포트:... 축하해요, 잭. (평생을 갇혀 살다 처음으로 자유를 얻은 이의 표정은, 내가 살아서 봐왔던 표정들 중에서 제일 빛났던 표정이었다. 아니, 그냥 사람 자체가 빛난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이제 그에게서 '창문 밖 풍경'은 풍경 따위를 흉내낸 캔버스 같은 것이 아닌 자신이 경험하고 느낄 수 있는 '실제'이고, 자신을 생사를 억압하는 저주가 아닌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는 희망이 되어 주리라.
그가 환하게 웃는 것을 보아하니, 마음 속에 욕심이 생겼다.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어느 방식으로던 응원해 주고 싶었고, 그가 괜찮다면 다시금 그림을 좋아할 수 있도록 바꿔주고 싶었다.)
...밖은 어때요? 당신이 생각하는 것만큼 아름답나요?
잭:(나의 몸 어느 한 곳도 바스러진 곳이 없었고, 나는 여전히 땅을 밟고 서있었으며… 잡고 있는 팔 또한 사라지지 않으니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감각에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이 벅차오름을 뭐라고 표현해야할 지 모르겠어서. 한참이나 무언가를 대답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말이 나오질 않아 인상을 썼다가. 턱이 덜덜 떨려오는 감각에 눈가를 문지르면 이미 뺨이 젖어든 후였다. 해가 너무 눈이 부셔서 그래… 중얼거리듯 말하면서도 심장의 두근거림이 잦아들질 않았다. 이렇게나 따스하고 밝은 것을 두고 태양이라 하는데. 나는 여태 이걸 몰라서…)
사, 살아있어… 모든게 살아있잖아… 나도, 바깥도, 너도… (이제 추하게 질투하지 않아도, 갈망하다 못해 자신을 갉아먹지 않아도 손 안에 주어진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지. 고개를 숙인 채 아이처럼 어깨를 들썩이고 울었다. 소맷자락이 젖어드는데도 멈추질 못하고 계속…)
케인 데이븐포트:그럼요, 모든 게 살아있어요. ( 쏴아아― 바람으로 서로를 잘게 부딪히는 갈대들이 일렁이는 모습은 마치 금빛 파도라 느껴지는 듯 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울고 있는 너. 그 속으로 들어가 울고 있는 이 앞에 서서 눈물을 닦아주고, 들썩이는 등도 쓸어주고, 그리고 조심스레 안아 너를 달래주며...)
고개 들고 봐요. 갈대 밭이 이뻐요... ...저는 이 갈대 밭이 금빛 파도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음, 파도는 알죠? 바다에서 물결이 부딪히면 생기는 건데... 나중에 된다면 같이 보러 가요. 여기와는 다르게 짠 내도 나고... 시원하고... 파랗거든요! 분명 당신도 좋아할 거예요.
잭:(제게 다가와 눈물을 닦아주고, 등을 쓸어주고, 안아서 달래주는 것을 피하지 않았다. 남의 손이 이렇게 따듯했던가. 늘 소름끼치고 닿을 적마다 역겨워 울렁거림을 참을 수 없었던 때와는 달랐다. 네 품 안에 가만히 안겨 눈물을 그치려 훌쩍이려다가도 고개를 들어 갈대 밭을 보라는 말에 고개를 들고 눈 안에 담기는 것들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노을지는 하늘, 바람에 나부끼는 금빛 갈대밭, 그 모든 것을 아우르듯 가운데 서서 오롯이 나를 바라봐주는… 나조차 바래본 적 없는 것을 제 손 안에 쥐어주는 너를.)
…내 소원이야. (손자국이 남을 정도로 여지껏 움켜쥐고 있던 팔목을 놓고 밑으로 천천히 내려 네 손을 조심스레 붙든 채 끌어와 입술을 묻었다.) 네가 내 소원이었어. 이 빌어먹을 저택이 유일하게 내게 준….
(느릿하게 깜빡인 속눈썹 아래 눈꼬리에 매달려 있던 눈물이 툭, 떨어져 네 손을 적신다.) …내가 너를 어떻게 대했는지 알잖아. 너를 그렇게 괴롭혔는데도…
(이제 와서 진심을 담아보겠다고, 볼썽사납게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함께 있을 수 있어?
케인 데이븐포트:... ...당신이 혼자 설 수 있는 날까지 도와드릴게요. (네 의미를 아는 듯, 모르는 듯 여태껏 저택 안에서는 보지 못했던 환한 미소로 대답했다.)
잘 부탁드려요, 잭.
잭:…넌 정말 이상해. (그래서 특별한 거라고 말하지는 못했다. 여전히 심장은 귀에서 울리는 게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두근거렸고, 속이 미묘하게 울렁였으며, 손 끝이 조금 떨리는 감각이 들었으니까. 입안에서 혀를 굴리며 할 말을 찾아내다가 포기하고 네 손에 다시금 입술을 묻었다가 밑으로 내린 후 네 어깨에 고개를 기대었다.)
잘 부탁해… … …
윙쿨룸의 저택을 등지고 서서 우리는 약속을 나누었습니다.
저택은 저 안에 흩뿌려 놓았던 위스키가 문제였는지,
그도 아니면 빠져나올 때 내팽겨쳤던 램프가 문제였는지…
안에서부터 야금야금 타오르던 불길이 저택을 집어 삼키기 시작했습니다.
저 불꽃은 저택을 모두 집어삼켜 잿더미로 만들기 전까지는 꺼지지 않을 겁니다.
저택이 타오르는 소리에도 뒤 한 번을 돌아보지 않던 잭이 말합니다.
돌아가자. 나를 데려가줘…
그림 속에 갇혀 살던 사람,
스스로 캔버스를 찢어낸 사람.
함께 캔버스를 찢고 밖으로 나온 화가
어쩌면 당신이 이곳에 온 건, 정말로 잭의 소원 때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떄론 운명론 같은 건 진부하고 지루하니까요.
소원이 아니라 두 사람이 각자 만들어낸 이야기일지도 모릅니다.
당신 곁에서 새롭게 삶을 살아갈 잭은, 언젠가는…
다시 그림을 좋아하게 되고, 당신의 손길에 닿는 다면 자신의 초상화 마저 달가워하게 될지도 모를 일입니다.
END
『고흐의 목성』
잭 생환, 케인 데이븐포트 생환
이성치 5 회복,
보석함의 장신구들을 챙겼으므로 케인의 <재력> 1d10 성장
케인 데이븐포트:5
2
재력
기준치:5/2/1
굴림:11
판정결과:실패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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