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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온 세상이 얼어 붙을 만큼 매서운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 한 겨울.
모든 것을 삼켜 버릴 듯 살풍경한 겨울의 바다는 그러나 스산한 만큼 운치있고 멋드러진 곳입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파랑, 다소 싱겁게 느껴지는 바닷바람, 핏기 없는 해변의 모래사장.
손가락이 꺾일 것만 같은 매서운 날씨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이곳은 아름답고, 완벽하고, 특별하고.
서건우. 신발 가죽이 젖어드는 감각과 함께 정신을 차립니다.
그보다는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케인의 목소리가 더 빨랐나요.
순서를 가늠할 새도 없이 살을 에는 냉기에 발끝이 곱아듭니다.
거품이 팔 할인 하얀 파도가 복사뼈를 적시고 부서집니다.
아무래도… 한 쪽 발이 통째로 젖은 것 같죠.
케인은 당황한 표정으로 서건우를 끌어당기며 말합니다.
"━갑자기 바다 쪽으로 걸어 들어가서 놀랐어요. 피곤해요? 이만 들어가요."
바닷물이 복사뼈를 적실 때면꼭, 파도가 입맛을 다시는 것 같았다. "━갑자기 바다 쪽으로 걸어 들어가서 놀랐어요."
아무래도 머리까지 꽁꽁 얼어붙을 만큼의 강추위에 잠시 넋을 놓고 걸었던 것 같습니다.
케인은 운전 하느라 피곤한 게 아니냐며, 이 겨울에 얼어 죽을 일 있느냐는 매정한 소리를 덧붙입니다.
혹시 몰라 캐리어에 여분의 신발을 챙겨 넣었던 것이 다행이군요.
체크인 시간보다 이르게 도착해 시간을 때울 겸 점심을 먹고 이 주변을 걷기로 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애꿎은 신발을 버렸다는 생각에 어쩐지 억울한 마음이 듭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검푸른 파랑, 다소 싱겁게 느껴지는 바닷바람, 핏기 없는 해변의 모래사장.
손가락이 꺾일 것만 같은 매서운 날씨도 기꺼이 감수할 수 있을 만큼 이곳은 아름답고, 완벽하고, 특별하군요.
영하로 뚝 떨어진 기온을 이기지 못해 서늘함 만을 간직한 모래사장 위로 오로지 두 사람의 발자국이 점점이 찍혀 있습니다.
하늘은 냉기를 머금은 바다의 색을 반대로 반사한듯 탁하고, 창백하며, 채도 낮은 푸른 색을 띠고 있습니다.
서건우:(바다 쪽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었다고?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며 제 발을 내려다보았다. 정신 차려야지. 오늘은, 이번에는 꼭… 나쁜 기억 같은 건 만들고 싶지 않으니까. 다짐 아닌 다짐을 하고 숨을 크게 들이내쉬었다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날씨가 날씨이니만큼 바닷가를 거니는 사람의 수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케인과 서건우, 저 멀리 떨어져 걷고 있는 젊은 커플 한 쌍, 그리고 홀로 겨울 바다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 여행객 두어 명이 전부입니다.
서건우:듣기기준치: | 50/25/10 |
굴림: | 36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메마른 백사장 위로 파도소리가 밀려 올라왔다가 스며들길 반복합니다.
바다에는 사람을 홀리는 힘이 있다던데, 틀린 말은 아니지 싶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그... 올 때 말한 영화요.
이 바다도 찍었다면 괜찮게 나올 것 같은데 말이죠. 카메라가 없어서 아쉽게 됐어요.
서건우:(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뜨다가 고개를 들어 너를 바라보았다. 미래를 약속하는 일은 늘 어려우면서도 기꺼워서. 천천히 목소리를 내었다.) 다음에 캠코더를 사게 되면… 또 올래요? 그러니까, 이번 여행이 나쁘지 않았다면… 그래서 다음에 또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요. 영상에도 담을 수 있을테고 겸사겸사….
(자신있게 말하려고 생각해도 항상 이런 저런 말이 덧붙는다. 거절 당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볼품없이 드러나는 것이다. 말을 끝마쳐질 즈음에는 시선이 아래를 향했다가 다시 올라와 너를 바라보았다.)
케인 데이븐포트:...뭐, 그러죠. 남는 게 시간인데 못 오겠어요? (주머니에서 폰을 꺼내 들어 바다를 촬영했다. 한 1분 정도 지났을까, 영상을 끊고 찍은 영상을 돌려보면 그림은 좋지만, 잔잔한 파도 소리가 겨울 바람 소리에 묻어져 소음을 녹음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아. (슬쩍 표정을 바라본다면 맘에 들지 않는지 죽은 눈으로 영상을 보다 결국, 폰을 다시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진짜 사야겠어요.
서건우:…네. (목소리가 들뜬다. 그 사실을 아는데도 정리가 되지 않아서 입을 다물었다. 이렇게 일일히 기분 좋은 티를 내는 어린 짓도 그만 해야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되지 않는 탓이다. 네 앞에서는 항상 그랬다. 스스로의 낯섬을 느끼며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너를 기웃거리다가 슬핏 웃었다.) 응, 꼭 사요.
그나저나… 춥지는 않아요? 겨울 바다라 예상은 했는데 생각보다 바람이 더 많이 부는 것 같아서….
케인 데이븐포트:어... ...네. 춥죠. 슬슬 들어갈까요... (휴대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했다.)
지금은… 오후 2시 5분을 지나고 있는 시간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2시가 체크인 시간이었죠? 슬슬 들어가요.
서건우:응, 가요. (은근슬쩍 네 소맷자락을 쥐고 옆에 붙어 걸었다.)
건우는 케인의 소맷자락을 쥔 채로 뒤따라 리조트 쪽으로 몸을 돌립니다.
서건우: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74 |
판정결과: | 실패 |
저만치 뒤따라 걷던 커플 한 쌍과 눈이 마주칩니다.
서건우:(뭘 쳐다봐… 인상을 구겼다가 다시 앞을 볼 때는 멀쩡한 낯이다. 당연하지, 케인이 볼지도 모르는데.)
─────── 1일차 로비───────2038. 02. 27 PM 14 : 13 회전문을 타고 로비에 들어서는 즉시 난방으로 인해 훈훈한 온기를 느낍니다.
빳빳이 굳어있던 손가락이며 양 뺨에 조금씩 감각이 돌아오기 무섭게 케인이 건우를 프런트 데스크 쪽으로 이끕니다.
유니폼을 단정히 차려입은 직원 두 어 명이 업무를 보고 있네요.
프런트는… 이미 체크인을 하기 위해 몰려든 투숙객 두 어 무리로 만석입니다.
겨울 바다만의 운치를 만끽하기 위해 부러 성수기를 피해 투숙하는 방문객들도 적지 않더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면 금세 두 사람의 차례가 옵니다.
고객을 위해 진심으로 봉사하겠다는 양 지어보이는 미소가 퍽 자연스럽습니다.
건우가 예약된 객실의 체크인에 관련된 말을 꺼내면 아주 익숙하게 응대합니다.
"예약 확인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예약자분의 성함을 말씀해주시고, 신분증을 제시해 주세요."
건우의 신분증을 제시하면 직원은 프론트 한구석에 마련 되어 있는 서류를 한 장 건넵니다.
"예약된 객실의 입실 가능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해 드리겠습니다. 잠시 기다려 주시는 동안 서류를 작성해주세요."
흰 색의 서류 위로 검은 색의 볼펜이 올라옵니다.
직원은 데스크 PC의 모니터 자판을 몇 번 두드리고는 어디론가 전화를 겁니다.
서건우:(일부러 사람이 없을 시기를 골라서 온 건데. 잠시 뚱한 표정이 되었다가 서류를 훑어보기 시작했다. 서명을 해야하는 일에는 꼼꼼히 보게 되는 건 어느 날에서부턴가 시작된 습관으로, 꽤 오래된 것이었다.)
여느 숙박업소에서나 받아 볼 수 있을 법한 형식적인 사항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름, 주소, 휴대폰 번호 등을 적을 수 있는 공란과 전염 위험성이 있는 병을 가지고 있지는 않은 지에 관한 여부. 그런 것들.
서류를 적어 내려가면 하단에 리조트 이용 약관, 주의사항, 취소 날짜에 따른 환불 금액 따위가 명시되어 있는 것이 보입니다.
서류를 모두 작성하고 직원에게 건네면 직원은 대뜸 죄송하다는 말을 합니다.
"시설 파손 문제로 인해 예약해주신 객실로의 입실이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
"급하게 입실 가능한 다른 객실을 알아보고 있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시겠어요?"
케인 데이븐포트:...어... ...파손됐다는데... 뭐... 기다릴게요.
순간 확 짜증이 치밀었지만, 갑작스러운 딜레이로 클레임을 걸고 싶어도 죽을 죄를 지은 것처럼 연신 고개를 숙여가며 사과하는 직원 탓에 군말이 쑥 들어갑니다.
어쩔 수 없이 직원의 호출이 있기 전까지 로비에서 잠시 기다리는 편이 좋겠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음... ... ... (들어가서 좀 쉬고 싶은데...)
할 것도 없는데 로비나 둘러볼까요...?
서건우:(네 표정을 흘끔 살폈다. 차를 오래 타고 와서 힘들텐데… 여전히 기가 죽은 채로 고개를 끄덕인다.)
●:로비를 전체적으로 둘러본다면, 은은한 블랙펄과 화이트톤의 대리석 조합을 자랑하고 있어요.
간간이 배치되어있는 우드가 부담스럽지 않은 프라이빗한 느낌을 더합니다.
출입구가 마련되어있는 벽면 전체는 유리로 처리되어 있어 탁 트인 뷰가 가히 인상적이군요.
중앙에 조형물을 올린 커다란 분수가 놓여 있고, 그 위로는 크리스털로 세공한 와인잔을 뒤집어 매단듯 눈부신 샹들리에가 금색의 빛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프론트 데스크 주변에 예비 투숙객들을 위한 라운지 형식의 대기석이 마련되어 있고, 두 사람은 이 곳에 서있습니다.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카페도 눈에 들어옵니다.
서건우:(제일 처음 시선이 닿은 곳은
출입구였다. 큰 이유는 없고, 그냥. 가볍게 훑어본다.)
중앙에는 회전문이, 그 양 옆으로는 자동 문이 설치 되어 있습니다.
바깥을 거닐던 사람들이 체크인을 하기 위해 하나 둘 로비 안으로 들어서는 것이 보입니다.
자동문이 열릴 때마다 서늘한 한기와 함께 짭쪼롬한 바다 냄새가 유통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사람 많이 오네요... 유명한가?
서건우:으음, 평이 좋은 곳을 고르기는 했는데요. (사람이 없길 바랐는데. 그건 안 됐나보다. 뜻대로 풀리는 게 없다 생각하며 속으로 한숨을 삼키고 벽면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바다로 향하는 벽면 전체가 유리로 처리되어 있습니다.
탁 트인 뷰 덕인지 꼭 따듯한 모래사장에 서있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 정도입니다.
서건우:(유리로 처리되어 있는 벽은 어쩐지 케인의 집이 생각나게 해서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5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그러고보니 유리벽의 표면에 음각으로 세공된 물결무늬가 보입니다.
꼭 해양생물의 모습을 새겨넣은 것 같기도 합니다.
서건우:(이게 뭐지? 눈가를 가늘게 좁힌 채로 손 끝을 대고 가볍게 문지르다가 지문이 남는 것을 보고는 조용히 거두었다. 음… 고개를 돌리니 분수가 보여서 네 소맷자락을 가볍게 당긴다.) 분수 같은 건 어때요? 좋아하세요?
케인 데이븐포트:분수요? (뒤돌아 분수대를 빤히 바라보다가 네 눈과 다시 마주한다.) 뭐... 멋지죠. 좋아한다...? 까지는 생각해 본 적 없는 것 같은데...
대리석을 구석구석 깎아 만들어 고아한 느낌을 자아내는 그리스풍의 분수대입니다.
바닷물을 끌어다 사용한 모양인지 가까이 다가서면 약하게 소금 냄새가 맡아집니다.
그 위에 올려진 조형물은 꼭 추상적인 파도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쟁반처럼 생긴 넓은 홈에서 졸졸졸 물이 떨어집니다.
다시 보니 조형물 중앙의 홈에 동전을 던져 넣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오... 여기봐요. (분수대 조형물 중앙 홈을 가리키며) 동전 많다. 저희도 던질까요?
서건우:(예술을 좋아하니 이런 것도 좋아할까 싶었는데. 분수대 대신 분수대를 보는 너를 구경하듯 하고 있다가 시선을 자연스레 분수대로 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해봐요, 재밌겠다.
서건우:있을 걸요? (주머니를 더듬다가 동전 하나를 꺼내들었다.)
케인 데이븐포트:오... (꺼내든 동전을 빼가고는) 좀 빌릴게요.
서건우:(빈손을 쳐다보았다가 너를 본다. 아무렴 어때. 네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케인 데이븐포트:(양손으로 소원을 비는 것처럼 꽉 쥐고 있다가 손을 풀고 동전을 홈 가운데로 던졌다.)
운기준치: | 35/17/7 |
굴림: | 31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얕은 금속음과 함께 동전이 튕겨지고… 정확히 분수대 중앙의 홈에 떨어집니다.
나이스! 소원이라도 빌어보는 건 어때요? [SAN+1]
케인 데이븐포트:오...! 들어갔어요!! 봤어요???
그쪽도 얼른 던져봐요!
서건우:와! (제가 던진 것마냥 기쁜 표정으로 보고 감탄사를 뱉었다.)
소원 빌었어요? 무슨 소원 빌었어요?
서건우:앗… (입 삐죽…) 알겠어요, 안 물어볼게요.
(주머니 뒤적… 동전이 없네. 시선을 굴리다가 프론트 데스크를 슥 살펴보았다. 말이나 돌려볼까 하고.)
동전 안 던져요...?
서건우:으음, …저는 됐어요. 어차피 안 들어갈 것 같아요.
케인 데이븐포트:... ...어... ... ... (약간 실망한 듯 네 얼굴을 보며) 안 들어가면 어때요? 그건 그거대로 빌면 되는 거죠.
혹시 돈 아까워서 그런 건 아니죠?
(우와... 그러면 진짜 구두쇠다... 라며 중얼...)
서건우:(애초에 이런 미신을 믿는 타입도 아니고, 돈이 아까워서도 아니고… 내가 왜 이런 얘기를 듣고 있어야하는 거지? 당신이 마지막 동전을 써서 그렇잖아요. 속으로만 투덜거리며 주머니를 더듬거리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동전이 없어요. 아까 그게 마지막이라.
케인 데이븐포트:...뭐야, 그럼 당신이 던졌어야죠... (결국엔 가방을 열어 지갑에서 10센트를 꺼내 내게 건네주었다.) 자, 이걸로 던져요.
서건우:…주고 싶었어서요. (네게 건네 받은 10센트는 아무것도 아닐테지만, 어쩐지 던지기에는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 사람이 너라는 이유만으로도 오래 품고 싶어지는 기분이 들어서. 괜히 손 안에서 굴리다가 꾹 쥐고 눈을 감았다.) … … 던질게요.
운기준치: | 40/20/8 |
굴림: | 38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당신이 던진 동전 또한, 정확히 분수대 중앙의 홈에 떨어집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와...! 들어갔어요!! 소원 빌었어요??
서건우:(정말 이뤄질까? 그랬으면 좋겠다. 막연한 생각을 하다가 네 반응을 보면 낯에 웃음이 번진다.) 응, 빌었어요. 이뤄질까요?
케인 데이븐포트:들어갔으니 이뤄지겠죠~ (이제야 기분이 나아진 듯 가볍게 웃어 보였다.) 분수대 재밌네요. 다른 곳도 뭐 있나...
서건우:(결국 이러한 기회를 준 것도 너라서. 그 사실에 조금 더 길게 웃었다.) …고마워요. (작게 인사를 건네놓고 미묘하게 쑥스러워져서 시선을 돌렸다. 프론트 데스크로.)
담당 직원은 일사불란하면서도 쉴 틈 없이 한 쪽 손으로 전화를 받고,
한 쪽 손으로 서류에 무엇인가를 적어내리고 있습니다.
새 객실을 구하는데 여념이 없어 보입니다.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서건우:새 객실은 아직인가봐요. (눈을 굴리다가
라운지를 살펴보았다.)
케인 데이븐포트:뭐, 좀 더 기다리면 안내해주겠죠.
테이블이 함께 마련된 라운지의 대기석 듬성듬성 사람들이 앉아 있습니다.
한구석에 목이 마르다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는 보호자도 눈에 띕니다.
서건우:(보호자에게는 아주 짧은 시선이 갔다가 떨어진다. 이런 장면은 그다지 보고 싶지 않아서. 고개를 돌리니
엘리베이터가 눈에 띄었다.)
엘리베이터 측면에 리조트 층별 안내도가 부착되어 있습니다.
서건우:(미리 봐둬서 나쁠 거 없지. 리조트 층별 안내도를 훑어보았다.)
B1 푸드코트&식당, 편의점, 베이커리 및 버블티 전문점
서건우:(속으로 몇 번 읽어내리면 얼추 머릿속에 남는다. 필요할 때 바로 기억해낼 수 있을 정도는 된다. 그걸로 충분한지 시선을 거두고 너를 보았다.) 그러게요. 평이 좋은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나봐요. 괜찮으면 천천히 즐겨봐요, 우리. 아, 여기 카페도 있네. 커피라도 한 잔 마실까요? 아니면 차라도… 어때요?
케인 데이븐포트:전 좋죠. (카페로 발걸음을 옮긴다.) 음... 커피는 오면서 마셨으니 홍차나 마셔야겠어요.
로비의 창가쪽에 자리하고 있는 간소하고도 아담한 카페입니다.
화한 점심의 겨울 햇살이 들어오는 카페입니다.
동시에 청량한 직원의 목소리가 두 사람을 반깁니다.
찝찔한 바다향과 더불어 고소하고 쌉싸래한 원두 냄새가 사뭇 조화롭게 뒤섞여 있군요.
메뉴는 여느 카페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것들입니다.
에스프레소, 아메리카노, 각종 라떼류, 모카, 프라푸치노, 홍차 등등.
쇼케이스 안의 조각케이크와 스콘, 쿠키, 베이글 정도의 디저트도 보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오... 디저트도 있네요. 뭐 드실 거예요?
서건우:(당연히 먹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 …베이글 하나 정돈 괜찮겠지? 네가 이미 아는 사실인 걸 인지하고 있어도 네 앞에서 많이 먹는 건 늘 신경이 쓰여서. 한참 고민을 하다가 너를 흘끔 보았다.) 베이글… 하나 정도, 음. 케인은요?
케인 데이븐포트:음... (쇼케이스 안에 있는 디저트들을 빤히 보다가 위에 적혀있는 잼들의 종류를 보고는 결정을 내린 듯, 눈을 떼고 널 바라 보았다.) 저는 스콘이요. 바질어니언잼이 궁금해요.마실 거는요? 아메리카노?
서건우:(음, 쿠키도 맛있을 거 같은데. 종류가 꽤 많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쇼케이스를 흘끔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응, 아메리카노요. 주문할까요?
케인 데이븐포트:(끄덕끄덕) 그래요. 전 가서 자리 잡아 놓을게요.
서건우:네에. (가벼히 대꾸하고 차근히 주문을 했다. 오래 걸릴 것들은 아니라 나오면 가져갈 요량으로 쇼케이스 옆으로 비껴서서 기다리며 디저트를 쳐다보다가 고개를 돌려 너를 보았다.)
케인 데이븐포트:(카페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창가 근처로 자리 잡아 앉았다. 큼지막한 여행 캐리어를 안 쪽으로 쑤셔 넣고 매고 있는 가방은 옆자리에 내려두다가 네 짐을 잊었는 지, 아! 하고 일어서서 멀뚱히 서있는 네게 다가갔다.) 가방! ...주세요. 갖다 놓을게요.
서건우:(아, 귀엽다. 184cm나 되는 성인 남성의 체구는 모로 봐도 귀엽게 볼 수 없을지 모르겠지만… 제 눈에는 충분히 귀여워보였다. 뽀뽀하고 싶어. 여긴 밖이라 안되겠지. 눈을 꿈뻑, 두어번이나 감았다 뜨다가 짐을 넘겼다.) 응, 금방 갈게요.
케인 데이븐포트:(네 짐을 넘겨 받고는 카페 카운터를 슬쩍 보았다. ) 언제 나올 지 모르는데... (어깨 으쓱.) 알겠어요. 얼른 받고 와요.
케인이 다시 짐을 받고 돌아간다면, 창가에 앉아있는 두 사람의 대화소리가 들려옵니다.
서건우:(음, 아무리 생각해봐도 뽀뽀하고 싶은데… 괜히 손을 꾹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 언제 나와.)
듣기기준치: | 50/25/10 |
굴림: | 16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난 됐어. 그보다 오늘따라 조금 많이 마시는 거 아냐? 그러다 저녁 못 먹고 남긴다?"
"그건 그런데… 오늘따라 목이 좀 마르네. 점심을 짜게 먹었나?"
잔잔한 소음같은 대화가 아무렇지 않게 귀를 스쳐 지나가고…
"주문하신 아메리카노, 홍차, 디저트 두 개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세요. 시럽은 우측 카운터에, 스트로우와 티슈도 함께 마련되어 있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라요."
서건우:(음료를 건네 받아 스트로우와 티슈를 챙겨서 네게로 걸어왔다. 트레이를 내려놓고 맞은 편에 앉으면서─아주 잠깐 옆자리에 앉으면 안되겠지? 따위의 생각을 조금─평이하게 말을 걸었다.) 기다렸어요? 생각보다는 시간이 조금 걸렸네요. 자, 여기… 케인 거. (트레이에서 네 몫을 앞쪽에 내어준다.)
케인 데이븐포트:금방 나왔네. (홍차를 조심히 받고 스콘까지 받아 자기 앞에 두었다.) 고마워요. (받은 홍차를 홀짝 마시고 찻잔을 내려두었다.) 호텔이라 괜찮은 티를 사용하나 봐요. 괜찮네요, 여기.
서건우:그래요? (제 칭찬도 아니고 호텔 칭찬인데 기분이 좋다.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슬핏 웃었다.) 스콘도 먹어봐요, 무슨 맛인지 궁금하다면서요? (자연스레 말을 붙이며 아메리카노를 한 모금 삼킨다.)
케인 데이븐포트:그래요. (함께 나온 포크를 집어 앞의 스콘을 자르면, 버석하게 갈라진 사이로 스콘 덩어리가 떨어져 나갔다. 제일 작은 덩어리 위에 초록빛 잼을 올려 한 입에 넣어 맛을 음미해본다.) 음...음? ...음... 오, 맛있어요. (큰 덩어리 위에 다시 잼을 올리고, 포크 위로 들어 올려 네 앞에 내어주며) 자, 그쪽도 먹어봐요.
서건우:(평소 네가 못 먹는 것도 아닌데, 어떤 기억이 오래토록 각인되어 떠나지 않는 탓에 늘… 네가 잘 먹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고는 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맛있다고 말하는 것 또한 같은 선상에 있는 것이고, 기분이 좋아지고 있다는 뜻인데… 이건, 어?
순간적으로 뒷목에 열이 확 올랐다. 이 사람은 이런 행동을… 알고 하는 건가? 아니면 그냥 무의식적으로? 어느 쪽이어도 상대가 나인 걸 알면서 이렇게 해준다는 건 기쁘지 않을 수 없는 일이고… 버퍼링이 잠깐 길어졌다가 입을 벌려 스콘을 받아 먹었다. 맛은 솔직히 잘 모르겠고, 스콘을 씹을 때마다 기쁜 마음이 점점 번져서 숨기지 못하고 웃음을 내지었다.)
응… 이거 맛있네요.
케인 데이븐포트:하하... 그렇죠? ("따로 병에 안 파려나..." 시킨 잼이 꽤나 마음에 든 듯, 앞의 카운터를 슬쩍 보았다가 눈대중으로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지 금방 포기하고는 다시 너의 시선과 마주했다. 기분 좋은 듯, 수줍게 웃는 네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솔직히 옛날 같았으면 역겹기 그지 없었을텐데, 요즘은 그냥... ... ... ...) ...베이글 먹어요. 그것도 맛있겠네. (갑자기 깨달아버린 사실이 익숙하지 않은 듯, 시선은 다시 창 밖으로 돌리고 찻잔을 집어 홍차를 마셨다.)
서건우:(끄덕끄덕, 고개가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속으로 카페를 나가기 전 잼을 판매하지는 않는지 물어봐야겠다 생각했다. 시선이 닿으면 그를 마주하고 있다가, 그 시선이 떠나가도 아랑곳 않고 웃기나 해보였다.) 크림치즈 받았는데, 한입 드실래요? 반쪽 짜리 베이글을 들어 크림치즈를 발라놓고 네 쪽으로 내밀었다. 먹어주려나? 안 먹어줄 수도… 조금은 긴장이 되는 마음으로 눈을 깜빡였다.)
케인 데이븐포트:... ... (네가 내민 크림치즈 베이글을 앞에 두고 머뭇거리다, 뒤늦게 주위를 바라보았다. 다행히 자신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그래도 조금은 신경 쓰이는지 손으로 사람들의 시선이 닿는 쪽을 가리며 한 입 베어 물었다.) ... ...맛있어요. (시선을 가린 손은 다시 자신의 입가를 가렸다. 우물우물... 아, 맛있긴 한데 자세히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아하니, 역시 이런 상황이 조금 민망한 것 같다.)
서건우:(네가 받아먹어주면 저도 모르게 표정이 확 밝아졌다.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써서 손으로 가리는 것도 귀엽고, 입을 가리며 먹는 것도 좋았다. 예의가 자연스럽게 몸에 밴 사람. 맛있다는 말에 다행이라며 고개를 주억이고 웃었다.) 전체적으로 맛있는 것 같네요. 조식도 기대해봐도 되겠는데요? (다시 크림치즈를 발라 한입을 베어물면, 네가 베어문 옆자리라 괜히 한번쯤 의식하다 고개를 털어내기나 한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그러네요. 호텔이라 조식이 있겠구나... (폰을 꺼내 호텔에 대한 후기를 검색해보았다. 생각보다 좋은 평에 조식도 맛있다 하니, 이 호텔에서 지내는 기간에 대해 약간 기대감을 품었다. 아, 묵을 객실 문제만 해결된다면 말이지.)
(...어느 정도 지났을까. 앞에 있는 이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디저트를 해치우고 마무리로 남은 홍차까지 다 마시고 나면, 먼 길을 온 것을 잊고 기분 좋게 웃고 있는 자신이 옆 창에 비춰지고 있었다. 물론, 본인은 자각을 못한 것 같지만.) 아, 맛있었어요. 시간 좀 지난 것 같은데... 나갈까요?
서건우:(이렇게 평화로운 분위기 그대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낼 때면, 과거를 잠시 잊는 기분이 들곤 했다. 아주 잠깐, 조금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이렇게 대화에 취해있는 동안은…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그렇게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네 덕에 저 또한 입가에는 웃음이 번져 있었다.) 그럴까요? 이쯤이면 해결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짐을 입구에 옮겨놓고 트레이를 치우며 먼저 나가있으라 전했다. 잼을 파는지 물어보려고….)
케인 데이븐포트:네, 좋아요. (짐을 챙기고, 카페 입구 앞에서 네가 나올 때 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서건우:(케인이 웃는 모습을 한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서, 바라건데 잼을 팔길….)
●:이럴수가... 잼은 따로 팔지 않는다네요.
케인이 웃는 모습은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서건우:…. (됐어. 내가 해주면 그만이지. 인상을 조금 구겼다가 펴며 카페 밖으로 나왔다.)
─────── 로비───────PM 14 : 38 카페에서 나오고 다시 라운지로 돌아오면 때마침 담당 프론트 직원이 두 사람을 찾습니다.
서건우:운기준치: | 40/20/8 |
굴림: | 6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오래 기다리셨죠?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사과의 의미에서 기존에 고객님께서 예약해주셨던 객실보다 한 등급 더 높은 프리미엄 객실로 무상 업그레이드를 해드렸습니다."
"금일 2월 27일 정상적으로 체크인 되셨어요. 체크아웃은 3월 1일 정오까지 마쳐주셔야 하며, 1시간이 초과될 때 마다 추가 요금이 합산됩니다. 오후 3시 이후부터는 1박 가격이 추가적으로 부과되오니 유의해주세요."
"모닝콜 및 룸서비스는 객실 내 배치되어 있는 로비폰을 사용해주시면 신속히 도와드리겠습니다. 부디 즐거운 일정이 되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아무리 비수기라지만 혹시나 이용 가능한 객실이 없을까 조마조마 했던 것도 사실이니, 마음을 놓아도 될 것 같습니다.
짧은 안내 멘트를 끝마친 직원은 리조트 팸플릿과 함께 객실의 열쇠를 건네줍니다.
서건우:(표정이 조금 밝아진다. 팸플릿과 열쇠를 건네받고 너를 돌아보았다.) 케인! 그래도 좋게 잘 풀려서 다행이네요. 그렇죠?
케인 데이븐포트:오... 그러게요. 아까의 동전 던지기가 힘을 발휘했나봐요~
오, 여기 카드 키가 아니라 열쇠네요...? 열쇠 이쁘네...
열쇠는 파도 모양의 키링과 카드키가 부착되어 있는 객실 전용 열쇠입니다. 어디보자, 객실은… 1002호.
서건우:그런 걸까요? (눈을 접어 웃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네 손에 열쇠를 쥐어주었다. 대신 짐을 건네받고─알아서 가져간 것에 가깝다─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드문 일인데, 그러게요. 이제 진짜 객실로 가볼까요?
케인 데이븐포트:네, 좋아요. (네 말에 고개를 작게 끄덕이곤 네 걸음을 맞춰 걷는다.)
로비 측면에 자리하고 있는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객실로 이동합니다.
엘리베이터 역시 천장이 높고 시야가 개방 되어 있어 바다의 전경이 너르게 드러납니다.
엘리베이터 역시 천장이 높고 시야가 개방 되어 있어 바다의 전경이 너르게 드러납니다.
방에 몸을 들이기 무섭게 인위적이지 않은 바다 특유의 소금내와, 기분이 좋아지는 시원달달한 향기를 맡습니다.
안에 들어가서 내부를 구경하면, 인테리어 대부분이 대리석이거나, 우드입니다.
차갑고 건조하다는 느낌은 거의 들지 않습니다.
야외 테라스로 향하는 거실 한 쪽은 베란다가 통째로 트여 있어 넘실대는 겨울 바다가 코 앞에서 느껴질 정도입니다.
그 너머로는 경치를 감상할 수 있도록 마련된 커피테이블이 놓여 있습니다.
아일랜드 형식의 주방과, 중심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배치된 킹사이즈의 침대, 한 구석에는 화장대나 욕실 또한 빠짐 없이 존재합니다.
●:[베란다] [주방] [침대] [화장실] [욕실] 을 볼 수 있습니다.
서건우:(시야가 넓게 트인 것이 꽤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며 짐을 들고 들어와 한 자리에 두고
베란다를 슬쩍 살펴보았다.)
어찌나 깨끗이 닦여 있는지 조심하지 않으면 머리를 부딪힐 정도로 투명합니다.
양 옆으로 가지런히 정돈된 쉬폰 커튼이 묶여 있습니다.
가까이 다가서면 유리창 너머로 서늘한 냉기가 느껴집니다. 너머로 난간이 설치된 테라스가 보여요.
서건우:(날이 춥지 않으면 테라스로 나가는 것도 좋을텐데. 아쉽다는 생각을 하며 잠깐 나가봅니다.)
훅. 비린내가 꽝꽝 얼어붙은 바닷바람이 이제야 간신히 녹기 시작한 피부를 할퀴고 지나갑니다.
무시무시한 냉기의 기세에 절로 온몸이 움츠러드는군요.
아무래도 이 날씨에 테라스에서 바다의 정경을 감상하며 간식이나 술을 먹기는 무리가 있겠죠…
서건우:(응, 이 날씨엔 안되겠다. 확신을 얻은 뒤 방으로 돌아와 창을 꼼꼼히 단속하고 커튼을 한쪽만 내렸다. 찬기가 들어오는 것 같아서…. 음, 좋아. 여기까지 와서 해먹을 것 같진 않지만
주방도 한번 살펴볼까 싶어 슬쩍 돌아본다.)
세련된 아일랜드 형식의 주방으로, 취사도구가 빠짐 없이 구비 되어 있습니다.
넓고 쾌적한 주방과 조리대, 요리사인 당신이라면 조금 맘에 들어 할지도 모르겠어요.
테이블은 두 사람이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커보입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작은 사이즈의 냉장고도 눈에 띕니다.
●:추가적으로 [조리대] [냉장고]를 볼 수 있습니다.
서건우:(시설이 나쁘지 않다 생각하며 고개를 까딱인다.
조리대를 살핀다. 이것도 직업병인가? 시덥잖은 생각도 조금.)
두 사람이 함께 요리를 하기에 그 공간에 전혀 부족함이 없어 보입니다.
여느 호텔이나 리조트가 그러하듯 가스레인지 대신 인덕션이 놓여 있어요.
시간이 남는다면 밤중에 간단한 간식거리를 만들어 먹는 것도 좋겠죠.
케인 데이븐포트:(조리대를 둘러보고 있는 네게 다가간다.) 여기 와서는 좀 쉬어요. 집에서도 계속 하는 게 요리인데... 굳이...
서건우:으음, 그런가… 기왕 호텔까지 왔으니 룸서비스나 시킬까요? (뒷목을 긁적이다가 괜히 네 어깨에 치근덕, 살짝 붙었다가
냉장고를 열어본다. 뭐가 들어있나.)
맥주 몇 캔, 내지는 500ml 생수 몇 병인가가 채워져 있습니다.
냉장고를 닫으려는 찰나 케인이 다가와 생수 한 병을 꺼내 '까드득' 뚜껑을 돌립니다.
이후 세모금 정도를 마신 뒤에 냉장고 문을 닫습니다.
서건우:(목이 말랐나? 물끄러미 너를 보다가,) 이따가 밤에 와인이나 샴페인이라도 한 잔 할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어... ... (눈을 굴리다가) 아...어. 음. 저 술 마시면 그냥 자버리는데도요... ?
서건우:(네 반응을 보고 작게 웃다가 코트를 벗어들었다.) 자기 전이니까 괜찮지 않으려나. 침대도 봤어요? 어때요, 좋은 것 같아요?
케인 데이븐포트:침대요? (침대 쪽으로 눈을 돌리며) 뭐...무난하게 좋지 않을까요?
함께 자는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커다란 침대입니다.
토퍼가 따로 깔려 있지 않은데도 누워보면 놀랄만큼 푹신푹신합니다.
침대의 바로 옆에 위치한 협탁에는 스탠드와 로비폰, 객실용 전화기 등이 구비 되어 있습니다.
서건우:응, 좋아보이네요. (허리 아플 일은 없어 다행이란 생각을 하며 매트리스를 꾹 눌러보았다. 누우려면 씻고 누워야겠지… 생각을 하다 문득 협탁 서랍을 열어본다. 아니, 그냥. 뭐어… 열어볼 수도 있는 거잖아.)
●:원하는 게 있다면... [행운 판정] 돌려봅시다.
서건우:운기준치: | 40/20/8 |
굴림: | 2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협탁을 열어보면... 뭐, 굳이 말할 필요가 있나요?
서건우:(음… 그렇군. 흡족한 표정이 0.1초 정도 스쳐지나간다. 협탁 서랍을 닫고 코트를 적당히 걸어두며 네게도 외투를 달라는 양 손을 내밀어보였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코트를 벗고 네게 건넸다.) 여기요.
서건우:(얌전히 코트를 받아 걸어놓고 욕실을 살펴보려다가 그 옆에 있는
화장실을 슬쩍 보았다. 따로 있구나.)
화장실 문을 열어보니 상큼한 시트러스 계열의 냄새가 맵돕니다.
가장 먼저 반투명한 샤워 부스와 커다란 욕조가 보이고, 선반에는 포장지를 뜯지 않은 각종 일회용 세안도구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화장실 옆의 화장대는 나무로 제작된 흰색 계통이며, 서랍 두 개가 붙어 있습니다.
원한다면 드라이기나 빗, 스킨, 로션, 코롱, 티슈 따위의 전자제품과 기초화장품, 위생 용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서랍 중 하나를 열면 가지런히 접힌 샤워가운 두 벌을 발견합니다.
객실을 둘러보고 있을 때쯤 인터폰이 울립니다.
인터폰 화면을 확인하면 당연하게도 일면식 없는 젊은 남성이 서있습니다.
유니폼을 입고 있지 않은 걸로 보아 이 리조트의 직원은 아닌듯 합니다.
서건우:(볼 건 다 둘러봤다 생각하고 있다가 인터폰이 울리자 그리로 슬슬 걸어왔다.) 모르는 얼굴인데… 무시할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어. 좀 급한 기색인데... 열어줘요. (나쁜 사람이면 이 사람이 때려 눕히겠지, 뭐... ... ...아! 맞다. 폭력은 안 돼.)
서건우:으응…. (영 탐탁잖은 기색을 감추지도 않은 채 느릿하게 걸어가 문을 열었다.) 뭡니까?
문을 열어주면 초조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이 건우를 반깁니다.
남자는 자신을 '옆 객실의 투숙객'이라고 소개합니다.
옆 객실의 투숙객:아...시, 실례합니다. 혹시 일곱 살 정도 되는 어린 여자 아이를 못 보셨나요? 제 딸아이인데, 편의점에 다녀온다고 하길래 보냈더니… 세 시간이 넘도록 들어 오질 않고 있어서요.
키는 이만하고…(허리춤 아래 쪽으로 손짓한다.) 머리를 양 옆으로 땋아서 묶고 있어요. 눈이 동글동글하고 푸른 계열의 겨울용 원피스를 입고 있습니다.
리조트 측에 사정을 설명하기는 했는데 가만히 기다리고 있기에는 걱정이 되어서 이곳 저곳에 물어보고 있어요.
서건우:(그러게 뭘 믿고 혼자 보내? 생각도 없는 놈이라 생각하는 동안 표정이 점점 차게 식었다. 욕이나 쏘아붙이고 쫓아내려다가 참고 눈을 감았다 떴다.)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그런 아이를 본 적은 없네요. 다른 분께 여쭤보세요.
옆 객실의 투숙객:아... 네, ...죄송합니다. 혹시 나중에 보신다면 꼭... 알려주세요. 부탁 드립니다.
문을 닫고 다시 방으로 들어오면 케인이 의문을 표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어, 어떡해. 찾으러 다닌 거구나.
애는 어떻게 생겼대요? 혹시 나중에 나갔을 때 볼 수도 있으니까...
서건우:(그냥 말하지 말 걸. 후회가 밀려오는 것을 꾸역꾸역 참아내며 말을 이었다.) 머리를 양갈래로 땋아서 묶고 있대요. 파란색 겨울 원피스를 입고요.
케인 데이븐포트:아... 여자아인가봐요. 빨리 찾아야 할텐데... (맘에 걸리는지 창가 밖 바닷가를 내다 보았다.)
서건우:네에, 뭐어…. (일면식도 없는 애를 왜? 네가 알면 경멸할 마음을 꾸역꾸역 속에 밀어넣으며 답답한 탓에 목티에 손가락을 넣어 당겨 벌렸다.) … … 씻을 거죠? 먼저 씻으실래요? 아니면 제가 먼저 씻을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어... 저 먼저요. (차...에서 처리 못한 것도 있고...) 얼른 씻고 나올게요.
서건우:화장대 서랍에 샤워가운 있어요. (말을 건넸다가 아주 잠깐의 틈을 두고 눈을 깜빡였다.) 같이 씻을까요? (아니라고 하겠지만. 답을 듣기도 전에 픽 웃으며 짐을 정리하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케인 데이븐포트:? 아니요. (네가 알려준대로 서랍을 열어 사워가운을 챙기고 욕실로 들어갔다.)
서건우:(내가 뭘 기대하냐. 그런 생각을 하며 짐 정리를 얼추 하고나서 침대 끄트머리에 덩그러니 앉아있다. 음, 그냥 박차고 들어갈까… 차오르는 충동을 느끼며 셔츠를 벗어 개켜둔다.)
한 20분 지났을까요. 욕실 안에서 물 소리가 끊기고 얼마 있지 않아 가운을 입은 케인이 욕실에서 나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머리의 물기를 탈탈 털어내며 네 앞으로 다가갔다.) 저 다 씻었어요. 들어가세요.
서건우:응, 금방 씻고 나올게요. (머리 말려주고 싶다. 물기를 털어내며 다가오는 모습을 보고 있다가 옷깃을 가볍게 당겨 입술 위로 쪽, 짧게 입맞춤을 남긴 뒤 샤워 가운을 챙겨 욕실로 들어갔다.)
케인 데이븐포트:? (거절할 새도 없이 짧게 입을 맞추고 가버리면, 잠시 넋 나간 표정으로 네 뒷모습을 보다 손가락으로 입술을 문지르며 여운을 느꼈다.) 갑자기 무슨... ...
서건우:(가운은 수건 걸이에 밀어 걸어놓고 몸에 걸쳐져 있는 남은 옷을 벗어나갔다. 욕조를 쓸 일은 아니라 샤워 부스 안으로 들어가 수도꼭지를 돌리면 머리 위에서부터 쏟아져내리는 물이 서서히 온 몸을 적셔나갔다. 안그래도 차분한 머리가 물을 먹어 완전히 내려앉으면, 순서대로 머리를 감아내고 물기로 쓸어넘겨 놓은 뒤 세안과 함께 몸을 씻어냈다. 바디워시의 향은 확실히 평소에 쓰던 것과는 다른 탓에 코가 간지러웠다. 호텔이라 그런가? 향이 있는 제품을 쓰네. 콧잔등을 찡그렸다가 물을 잠그고 양치를 하고… 낯을 살펴보았다. 거울을 보는 일은 좀처럼 없지만, 너와 지내게 된 이후로는 이따금씩 이렇게 거울을 보는 일도 생겼다. 험악하게 째진 눈가를 만지작거리다가 밑으로 내려와 목에 흉하게 자리 잡은 흉터를 훑었다. 이런 건 싫겠지, 아무래도. 조금 우울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짧게 숨을 들이켰다가 적당히 물기를 닦아내고 샤워 가운을 입었다. 이렇게 나오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원래도 무엇이든 빠르게 하는 편이었으니.) ─저 나왔어요.
케인 데이븐포트:(짐 정리를 대충 마치고, 협탁 위에 놓여있는 리조트 내 이벤트 페이지를 읽고 있던 참이었다.) 오... 빠르네요. 이거 보실래요? 저녁에 칵테일 시음회 열린대요.
이 리조트의 최상층인 스카이 라운지에서 특별한 칵테일의 무료 시음회를 진행한다는 내용이에요.
딱 날짜가 맞아 떨어지는데다 별다른 일정이 없는 것도 우연이니 저녁에 스카이 라운지로 가보자는 제안을 합니다.
서건우:칵테일 시음회? (느긋하게 걸어와 네 옆, 침대에 걸터앉아 올려다본다.) 저녁 전까지 방에서 시간 좀 떼우다가 같이 가볼래요? 괜찮으시다면요.
케인 데이븐포트:네, 뭐... 칵테일은 무알콜도 있으니까요.
서건우:응, 기대되네요. (살풋 웃으며 손을 뻗었다. 자연스럽게 네 허리에 감아 너를 당겨본다.)
케인의 체온이 찬 것 치고는 살짝 따뜻한 느낌이 듭니다.
밖에 있다가 안에 들어와서 체온이 높아진 걸까요?
케인 데이븐포트:(네가 허리를 당기는 것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팜플렛도 읽어 보았다.) 음, 이거저거 많이 하네요. 3일 동안 다 즐길 수 있을라나...
서건우:(방이 따듯한 건지, 샤워를 따듯한 물로 했기 때문인 건지. 은근히 따듯하게 느껴지는 너를 한껏 끌어안은 채 등에 고개를 묻었다. 머리를 가볍게 부빗대기도 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해요. 무리할 필요는 없으니까… 그쵸?
케인 데이븐포트:그렇죠. 그래도 왔으니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데... ... 리조트 내부에서도 즐길 게 많기도 하고요. (힐긋, 뒤로 고개를 돌려 네 모습을 보고는) ...뭐... 원하는 거 있어요?
서건우:응, 이것 저것 많이 해봐요. (그래도 마음에 드는 것 같아 다행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숨을 들이키면 평소와는 다른 향이 나서 눈가가 조금 가늘어졌다. 케인의 체향을 덮는 바디워시 향이 마음에 안 든 걸지도 모르고. 미묘하게 뚱한 낯으로 너를 보다가 고개를 내민다.) 키스 해주시면 안돼요?
케인 데이븐포트:...어... ... 네? (아니, 사실 네가 이러는 게 하루, 이틀이 아니긴 하지만 다른 곳이기도 하고, 뭔가 분위기도 묘하고. 괜히 부끄러워지는 느낌에 다시 고개를 돌려 팜플렛 쪽으로 시선을 피했다. ) 시, 싫어요.
서건우:(느릿하게 눈을 한번 깜빡였다. 딱 잘라 거절하지 않네. 정말 싫은 게 아니라 걸리는 거라도 있거나, 부끄러워 하는 거라던지…
정말 싫은 건 아니라는 거지? 자신감이 조금 붙어 입꼬리가 살짝 솟았다.)
그러지 말고요. 해주시면 안돼요? 응? (더 붙을 수 없을만큼 너를 꽉 끌어안은 채 턱선을 따라 입을 맞추었다. 두어번, 그리고 위로 올라와 입가와 뺨 사이 언저리에 한 번. 그 후에 너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케인 데이븐포트:... ...아. (얼굴에 여러 번 입이 맞춰지면 어쩔 수 없다는 듯, 짧게 한숨을 내쉬고 네 얼굴을 한 손으로 살짝 잡아 입술을 맞대 그 사이로 혀를 비집어 넣었다. 따뜻하고 말랑한 혀끼리 섞여 질척이는 소리에 흥분했는지, 자기도 모르게 좀 더 안으로 밀어 넣었다. 이렇게 정신없이 키스할 때마다, 네 입을 온전히 먹어버리는 느낌도 들곤 했다. 숨이 차오르면 입술을 떼고 네 눈과 마주하고는 여유롭게 웃어 보였다.) ...이제 됐죠?
서건우:(제가 밀어붙일 때에는 이렇게 능숙하게 굴지 않으면서, 키스를 해달라 조를 때마다 정신도 못차리게 혼을 쏙 빼놓는 건 어떤 이유에서일까. 중요한 건 아니고, 그만큼 제가 정신을 못 차렸다는 뜻이었다. 두께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혀가 서로 섞여 이젠 누구의 타액인지 알 수 없게된 것이 입술을 번들거리게 했다. 턱을 타고 흐르지 않은 것은, 그만큼 서로 혀를 섞어대며 빨아당겼기 때문이겠지. 어쩌다 입천장에 문질러 질 때마다 볼품없이 움찔거리는 것을 참지 못하며 네게 매달리듯 달라붙어 다리를 바르작댄다.
입술이 떨어지면 저도 모르게 혀가 마중을 나온 채로 더운 숨을 뱉어내었다. 미묘하게 몽롱한 낯을 하고 여유로히 웃는 이를 마주하면 가슴께가 간질거렸다. 내가 좋아하는 얼굴, 내가 좋아하는 사람. 웃는 낯으로 나를 바라봐줄 때마다 이 감정을 참을 수가 없어서. 손 안에 뺨을 기대었다.) …더 해주면 안돼요?
케인 데이븐포트:(아, 이 사람... 딱 봐도 여기서 더 할 것 같은데... 눈을 데굴 굴리다 다시 네 눈과 마주치면 어쩔 수 없다는 듯, 턱을 잡고 다시 천천히 입을 맞춰갔다. 예전에는 이 사람이랑 하는 키스가 세상에서 제일 끔찍했는데... 지금은 익숙해진 건지, 좋아진 건지. 사실 본인도 잘 알지 못했다. 그것에 대해서 자세히 알고 싶지도 않았다. 네 입 안으로 들어간 혀는 방금과 다를 바 없이 입안을 마구 헤집어댔다. 아, 그가 좋아하는 입천장도 한 번씩 살살 간지럽히고 말이다. 이제는 서로가 좋아하는 곳을 자극하는데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당연하게 하는 행동이었고, 안 해주면 섭섭할 지경이었다. 아까보단 조금 길게 혀를 섞다가 입을 천천히 떼면, 살짝 침이 늘어진 가운데 서로의 더운 숨이 서로의 입가에 닿았다.) ...하아. ... ...이만하면 된 거죠?
서건우:(고집을 피울 때면 어쩔 수 없다는 듯 받아주는 것이 좋았다. 네가 정말 학을 떼고 거절하면 더 밀어붙일 명분도 없는데, 너는 늘 이런식으로 받아주고는 했으므로. 그를 믿고 늘 네게 한 두번은 매달리는 것이 습관이 될 지경이었다. 입술이 맞붙어 혀가 입안으로 들어오면 고개를 비틀어 최대한 가깝게 붙어있는데도 더 붙어있고 싶어서 코가 몇번이나 부딪혀 눌렸다. 그래도 좋으니 말 다했지. 입안을 헤집어대는 혀를 잘근거렸다가 빨아당겼다가, 입천장을 훑을 때면 저도 모르게 터져나오는 신음이 서로의 입안에서 채 울리지 못하고 묻혀 사라지곤 했다. 샤워 가운 사이를 파고든 손이 네 가슴께를 더듬어 나가다가 네가 고개를 떼면 멍하니 더운 숨을 들이내쉬었다. 늘어진 얇은 실을 따라 혀를 내어 네 입술을 핥고 어느샌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제 중심부를 밀착해있는 네 등허리에 대고 느릿하게 문질거린다.)
…호텔에서 마저 하자고 했잖아요. 호텔까지만 참으라면서요… 저 열심히 참았는데. 시음회까진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았고……. (말꼬리가 늘어지는 동안에도 허릿짓은 여전히 뭉근했고, 손 또한 가슴팍을 계속 더듬다가 쥐어지지 않는 살을 손아귀에 모아 쥐겠다고 주물거리고 있었다.)
케인 데이븐포트:... (흘긋, 시계를 보면 시계는 3시 30분 조금 넘게 지나고 있었다. 시음회야... 저녁 때니까 널널하긴 하지. 근데 그 다음의 체력이 문제잖아. 항상 하고나면 정신이 쏙 빠져서 지쳐 쓰러지는데 놀 수도 없고 말이지.)
...그렇게 말하긴 했었죠. 그럼... 적당히 해요. 저녁 때 나가야 한다는 거 잊지말고... (말이 끝나자마자 가운을 어깨 아래로 내리면 입고 있는 샤워 가운과 비슷할 정도의 하얀 어깨와 네가 만지고 있는 가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허리 춤에 묶여진 허리끈도 풀어 벗어낸 가운을 옆에 두고, 그대로 시선을 내려다 보면 만질 것도 없는 가슴을 열심히 만지고 있는 네 손이 보였다.) ...그... 너무 쥐어짜는 것 같아서 아파요. 그만 만져요...
서건우:(시계는 쳐다도 보지 않았다. 시음회에 가지 못하게 되면 아쉬워할테니 맞춰주기야 해야겠지만, 그렇다고 안 할 건 아니니까. 시계야 하고 나서 보면 그만이고… 오늘은 조금 급하게 해야되려나. 두 번 할 시간이 될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드러난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이를 세워 갉작이다가 그 자리를 핥고 가볍게 빨아대면 금세 붉은 흔적이 올라와 남는다.)
많이 아파요? (더 가릴 것도 없이 완전히 드러난 네 몸을 한번 빠르게 훑어보고는 시선을 물끄러미 마주하며 판판한 가슴 가운데에 있는 돌기를 살살 건드렸다. 손가락으로 뭉개듯이 눌러 문지르다가 뒷목에서 등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도드라진 뼈를 핥기 시작했다.) 케인, 옆에 있는 협탁 서랍에요…. (말을 다 잇진 않았지만 서랍을 열면 제가 원하는 것이 무언지 너도 금방 알아채리라 생각했다. 준다 해도 콘돔은 쓸 생각 없지만. 네가 서랍 쪽으로 팔을 뻗으며 상체가 기울어지면 둥글게 말린 등 한가운데로 쭉 이어진 척추 뼈를 따라 차근히 입을 맞추고 그 중 하나에 머물러 잇자국을 내었다. 기껏 호텔에 까지 와서 급하게 해야하는 건 아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뷰도 좋은데, 창문을 보면서 하자고 할까. 저 혼자 상상의 나래를 펼쳐가며 네 유두를 비틀어 당겼다.)
케인 데이븐포트:(네 말에 침대 옆에 있는 협탁에 눈을 돌려 협탁의 서랍 손잡이를 당기면... 콘돔은 예상했지만, 여러 기구들까지 눈에 들어와 너를 등진 채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아니, 이런 건 언제 본 거야? 하고 생각할 때쯤, 등을 훑다 척추뼈를 꽉- 하고 무는 감각에 놀라 급히 뒤돌아 네 얼굴을 쳐다보았다. ...표정을 보아하니 퍽도 신났나보다. 짧게 숨을 내쉬고 다시 고개를 돌리는 와중에,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듯이 유두를 비틀어댔다. "히윽..." 하고 작은 신음이 터졌지만, 안 좋은 감정을 가진 채로 했었던 옛날이나 민망해했지, 이 사람과 몇 년이나 해온 것 때문에 이제는 신음 소리를 내는 것에 아무렇지 않아 했다.)
...열었는데... 콘돔 달라는 거예요? 아니면 기구? (답지않게 콘돔 껴서 하는 건가? 나가는 일정 때문에 신경써주는 걸지도. 라고 그가 비웃을 만한 생각을 하며 ,그의 시선에 서랍이 보일 수 있게 몸을 비켜주었다.)
서건우:(급히 고개를 돌려 저를 보는 시선이 느껴졌으나 모르는 척 하던 짓을 이어나가기나 했다. 귀에 와 박히는 작은 신음이 좋아 그대로 조금 더 당기며 남겨놓은 잇자국 위로 혀를 굴리다가 고개를 살짝 들어 서랍을 보았다. 온갖 기구가 널려있는 서랍 속에서 콘돔을 집어 말하는 네 덕에 얕은 웃음을 흘리며 고개를 저어보인다. 아, 로터는 조금 쓰고 싶을지도. 하지만 역시 시간이 모자르겠지… 느릿하게 눈을 한번 깜빡이고는 커다랗고 투박한 손으로 네 가슴팍부터 아랫배까지 쓸어내리며 양손으로 네 좆을 쥐었다.) 아니, 젤이요. 다른 거 뭐… 쓰고 싶은 거라도 있어요? (손바닥으로 선단을 문지르며 남은 손으로는 기둥을 훑어내었다. 고개를 조금 더 위로 들어 네 귓볼을 깨물었다가 귓바퀴를 따라 혀로 훑는다. 재촉이라도 하듯 허리를 들썩이며 지그시 너를 바라보았다.)
케인 데이븐포트:(역시나. 네 대답을 듣고 어느 정도 예상했다는 듯 어깨를 들썩이고, 바로 앞에 보이는 젤을 뒤로 건네주었다. ...다른 쓰고싶은 거라. 이거 솔직히, 본인도 알고 있겠지.) ...콘돔이요. 방금 씻고 나왔는데 안에 싸면... 안에 빼기도 힘들고 치우기도 힘들잖아요.
(안 들어줄 거 알지만, 한번 노파심에 말해보았다. 와중에, 네가 만져주는 대로 정직하게 몸은 빠르게 달아 올랐고, 바짝 선 것의 구멍 위에 투명한 액이 맺혀 있었다.) ...너무 급한 거 아니에요? 차에서도 한 번 뺐으면서...
서건우:(젤을 건네 받아 뚜껑을 열면서 콘돔을 고르는 것에 소리없이 웃음을 짓는다. 그럴 줄 알았지. 그래도 하기 싫은데… 어쩔까. 하지만 콘돔을 끼우고 하면 씻는 시간이 줄어들테고… 잘 하면 빠듯하게 좀 더 붙어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콘돔을 쓸 거면 젤을 많이 쓸 필요는 없는데….) 으응, 마음이 조금 급한가…
(성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네게 대꾸하며 훑어내던 것을 멈추고 손 안에 젤을 짜내고 가볍게 손끼리 비볐다. 젤이 질척이는 소리가 나고, 적당히 데워진 것 같으면 너를 살짝 옆으로 밀어눕히며 손가락을 아래에 꾹, 넣는다. 피부와는 정반대로 열을 잔뜩 지닌 안쪽을 젤 덕에 뻑뻑하지 않게 더듬을 수 있었다. 조금씩 깊게 넣을 때마다 불거진 마디를 따라 미세하게 벌어지고 달라붙는게 좋아 괜히 손가락을 느릿하게 앞뒤로 피스톤질 하다가 손가락 하나를 더 넣어 안에서 손가락 사이를 벌렸다. 피부가 팽팽하게 당겨져 잘 벌어지지 않을 때까지 힘을 주어 벌려내다가 두 손가락을 모아 꾹, 꾹, 꾹… 얕게 솟아오른 자리를 찾아 눌러주었다.) 콘돔 쓸게요. 몇 개 꺼내놔요.
케인 데이븐포트:(손가락이 안으로 들어오면 자신의 안 보다는 찬 것 때문인지 자기도 모르게 힘을 빡 주었다. 당연히 네 손가락은 그에 맞게 꽉 조여졌을테고. 이 인간이랑 몇 번이랑 했는데, 이 정도면 익숙해질만 하지 않나 싶어도 차가운 손가락이 안으로 들어오면, 자기도 모르게 크게 움찔거려 온 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조여졌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안팎으로 피스톤질을 하고, 좀 더 잘 풀어지게 손가락을 벌려 구멍을 넓히고, 또 안 쪽의 그 부분을 꾹 눌러 자극을 주고... 그의 것이 들어오기 전, 매번 해주는 평범한 루틴이다. 사실 몸 섞는 행위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행동인데도, 흥분하고 있는 제 자신을 보면 정말 추하기 그지없다 생각했다. 게다가
생식 활동을 위해서 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그냥
쾌락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잖아? 아, 갑자기 회의감이... 그만 생각하자. 라고 생각할 때 쯔음)
... ...네? 콘돔이요?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네 입에서 나온 것을 듣고는 적잖이 놀라 고개를 살짝 돌려 네 얼굴을 바라 보았다. 무, 무슨 일이지. 콘돔 끼고 했던 적... 진짜 손에 꼽지 않나. 아니 딱 한 번? 사실 기억도 안 난다. 여하튼, 네가 말한 것을 무를까봐 허리를 세워 서랍에서 콘돔 2개 정도 꺼냈다.) 이 정도면 됐죠...?
서건우:(놀란 표정으로 돌아보는 얼굴을 보고 눈을 깜빡인다. 이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그야, 콘돔 없이 하는 걸 좋아하긴 하지만… 그러고보면 콘돔을 끼고 했던 건 언제적 일이더라. 눈을 도르륵 굴리다가 입꼬리를 삐죽 올려 웃으며 네 입술 위로 쪽- 일부러 소리가 나게 입맞추었다.) 모자라면 생으로 할 거예요. (몇 개가 필요할진 나도 모르지. 그러니까 넉넉히 꺼내 놓으시라고요. 입 밖으로 한 말은 아니고, 이미 제가 한 말에서 이정도 뜻은 유추했으리라 생각하며 손가락을 하나 더 늘렸다. 세 개쯤 넣으면 젤을 발랐어도 빠듯한 감이 있었다. 이보다 더 큰 걸 늘 어떻게 삼키고 있는 건지 궁금할 정도로. 젤이 충분치는 않은 탓에 큰 소리없이 손가락이 안쪽을 늘려나갔다. 비어있는 손으로는 네 앞을 쥐어 잡고 가볍게 훑어주면서 연신 닿는 곳마다 입을 맞추어댄다. 이제 그만 넣고 싶은데… 어차피 세 개 이상으로 손가락을 넣는 일은 거의 없었으므로. 손가락을 안에서 빼내고 콘돔 하나를 뜯었다.)
이대로 해요? (그러니까… 이건 체위에 대한 물음이었다. 안쓰럽게 애진작 바짝 세워진 채로 방치가 되던 제 것에 콘돔을 씌워 내리며 답을 듣기 전까지는 앞의 너를 보고 네 허리 흉터 언저리에 대어 문질거린다.)
케인 데이븐포트:(네 말을 듣자마자, 서랍에서 3개 정도 더 꺼내어 침대 위에 던져두었다. 총 5개. 아니, 솔직히 이걸 다 쓰진 않겠지만... 적으면 손해지만 많은 게 손해는 아니니까. 손가락 하나가 더 들어오면 이제 살짝 버거운지 "아..." 하고 짧게 신음을 뱉었다. 손가락을 이리저리 돌려대며 넓혀지는 감각에 안 쪽이 살짝 찌릿찌릿했지만, 이걸로 가는 수준은 아니었다. 솔직히 지금은 시작도 안 한 상태인데, 여기서 더 큰 게 들어와야 만족하던 말던 하겠지.
이대로 하냐는 말에 잠깐 자신의 자세를 돌아보고 짧게 끄덕거렸다. "뭐, 당신 맘대로 하세요." 라는 말을 내뱉고 속으로 '어차피 자기 맘대로 할 거면서...'라는 생각까지 했지만, 굳이 이걸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다. 아래 허리 흉터 위로 문지르는 감각은 몸을 더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어느샌가 얼른 넣어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뒤로 손을 뻗어 차가운 손으로 네 허벅지를 쓸어댔다.) 할 거면 얼른 해요. 그렇게 시간 많지 않을 걸요...
서건우:(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늘어난 콘돔의 개수를 보고 짤막한 웃음을 흘러나온다. 생으로 하긴 죽어도 싫다 이거지. 집에 돌아가면 밤새 붙잡고 늘어져야 겠다는 생각을 하며 웃음을 그쳤다. 제 마음대로 하라는 답에는 이대로 안아들고 창문에 기대서 할까, 그래도 창문은 역시 차가울텐데… 따위의 시덥잖은 고민을 하고 있었으나 서늘하고 온기 없는 손이 제 허벅지에 닿아 쓸어대면 눈가가 조금 움찔, 튀었다. 순수한 재촉이었을까? 이 사람은 정말, 자기가 늘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깨달아야 할텐데. 어쩌면 이미 알고 하는 걸지도…
생각은 흐려지고 행동은 머리를 거치지 않은 채 일을 벌였다. 애널에 대고 선단을 맞추어 입구가 벌어지면 네 양 팔을 쥔 채 당겼다. 동시에 허리는 네 안을 찔렀고, 그러니까… 반동을 이용해 한번에 저 안쪽까지 꿰뚫 듯 콱, 밀어넣었다는 뜻이었다. 빨리 해달라는데, 들어줘야지. 네가 적응할 시간도 주지 않은 채 연신 안쪽을 찔러대었다. 콘돔에 발린 윤활제 덕에 안이 마르지는 않았으나 질척이는 소리가 나지도 않는 것은 새롭다 생각했다. 그래봤자 제멋대로 힘있게 쳐대는 탓에 살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울렸지만. 빠르게 움직이기에는 불편한 탓에 그대로 네 뒷목을 잡아 베개 위로 눌러내렸다. 거칠지는 않았지만, 다정하지도 못한 행동을 하면서도 가책을 느끼지 못한 것은 이미 흥분에 머리가 흐려진 탓일테지. 허리를 들라고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내려치고 다시 팔을 잡아 박아대었다. 어찌나 힘을 주었는지, 네 상체가 미묘하게 침대에 닿지 못한 채로 허리가 휘어 흔들리는 모습은… …제 흥분을 부추기는 데에 도움을 줄 뿐이었다. 고개를 숙여 팔을 짓씹고 빨아댄다. 평소에는 흔적이 남지 않을 자리에 새 흔적을 새기는 것도 제게는 즐거움이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니, 잠깐만... (양 팔이 당겨진 채로 몸이 들어올려짐과 동시에 자신의 안으로 네 것이 들어와 안의 끝까지 콱, 박혔다. 숨을 돌릴 새도 없이 자신의 팔을 잡고 발정난 듯 박아대는 모습이란... 뭐. 바로 앞에 거울이 있는 것도 아닌지라 직접 볼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다급한 허릿짓과 그에 맞춰 짧게 신음을 치는 게, 나이도 있는 사람이 젊은 놈에게 박히는 꼴이 우습기 그지 없을 것이다.) 아, 아윽... 아, 하아, 앗. 그만, 너, 너무 쎈데... ...!
(자신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말이 끝나기 무섭게 뒷목이 잡힌 채로 베개 위로 고개가 박혔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흥분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 와중에 내려간 허리가 거슬렸는지 허리 들라며 엉덩이도 맞고, 다시 팔이 잡혀 미친 듯이 박혀 대고... 아, 젠장. 나이도 있는 놈이 젊은 놈에게 박히는 꼴이 우습기 그지 없다는 말은, 앞이 아니라 여기에서 써야 했다. 팔 잡히고 고개 처박히고 엉덩이 맞고... 이, 이럴 필요는 없지 않나?! 네 거친 행동에 살짝 화가 치밀었는지, 목을 짓누른 손을 꽉 잡으며 고개를 겨우 옆으로 돌려 네게 말했다.) 왜, 왜 이렇게 거칠게 하는 거예요...?! 살살 좀 해요... 이따 올라가기로 했잖아요...!!
서건우:(잠깐만, 이라거나 너무 쎈데, 라거나. 그런 말은 뭐랄까… 의미 그대로가 아니라 추임새로 들린다고나 할까. 흥을 돋궈주는 그런 거. 안을 쑤셔 박으면 갑작스럽게 침입한 것을 밀어내기라도 하려는 것처럼 안이 한껏 조여 좆이 잘릴 것 같은 기분이 들다가도, 몇번 안을 부지런히 찔러주면 그 사이에도 알아서 적응을 해 살이 감기듯 조여오고 풀리기를 반복했다. 아, 씨발… 늘 벅차하는 걸 알면서도 한번에 저 안까지 쳐넣는 짓을 반복하는 건 이 감각이 잊을 수 없을 만큼 좋기 때문일 것이었다. 콘돔을 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텐데. 이 얇은 막이 거슬려 미간이 구겨진다. 제 흥분을 풀어내듯 한껏 허릿짓을 이어나가면서도 주체를 하지 못해 팔을 타고 어깨까지 입질을 해대다가 손을 잡히면 새카만 눈동자가 굴러 네 낯을 향했다. 아, 화났나봐… 안되는데. 번쩍, 잠깐 이성이 돌아오면 네 손을 풀어서 감싸 쥐고는 그 위로 짤막히 몇번 입을 맞추었다.)
…어느 만큼 살살요? (꼴에 미움을 받는 건 싫어서. 확연히 아까보다 힘을 뺀 채로 느릿하게 허리를 움직인다. 너를 끌어안듯 등에 밀착해 붙은 채로 귀에 대고 입술을 오물거리다가 혀를 내어 네 입술을 핥았다. 그러니까 이건, 네 눈치를 보고 있다는 신호였다. 주인에게 혼나 기가 죽은 무엇마냥. 잡고 있던 것을 다 놓아주고 가슴부터 아랫배까지 두어번 쓸어내리다가 좆을 쥐고 가볍게 흔들어주면서 꾸욱, 꾹- 전립선을 눌러댄다.)
케인 데이븐포트:... ...지금 하는 것 보단 살살해요. (거칠던 허릿짓이 잦아들고 자신의 몸을 부드럽게 안아 자신의 입술을 핥는 것을 보아하니, 좀 정신이 들었나 보다. 그렇다고 행동을 멈추는 짓을 않았다. 아껴주는 것 마냥 몸을 몇 번 쓸어주고 자기 것을 잡아 전립선을 느리게 꾸욱- 눌러주면, 강하게 밀려오는 쾌락이란 감각에 무너져내려 몸을 가누지 못한 채로 엎드려 움찔대며 몸을 잘게 떨어댔다. 자지에서도 기분 좋다는 듯, 투명한 액을 뱉어내면 시트 아래로 액이 젖어 들어 지금 느끼는 쾌락의 흔적을 남겼다.
아... 이 사람이랑 이런 짓을 몇 년 동안 했더라. 앞서 말했 듯, 처음 시작은 정말 최악이었다. 몸을 부대끼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남자와의 관계도 생각이 없었고, 게다가 좋은 감정이 오가는 상태로 하지 않으니, 좋게 해줘도 끔찍하단 기억 밖에 남지 않았지만... 언제부터 였지... 정말 언제부터 였더라? 모르겠다. 이 사람이 사랑을 고하기 전부터... ...였나. 아, 이런 거 왜 생각하고 있지, 나.)
서건우:(거칠게 하는 거 좋아하면서. 언제였더라, 부드럽게 하는 게 취향이라고 들었던 것도 같은데. 어쩌면 예전에는 그랬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제와선 그게 취향이란 말을 뜯어 고치는 게 좋을 거라 생각했다. 미적지근하게 해봤자 모자라할 것이 뻔한데. 그러니까… 이건 제가 빚어놓은 것이었다. 네게 침범하고 흔적을 남기는 일. 너는 거기에 길들여져서 이제는 그게 아니면 만족을 못하게 된 거라고. 이렇게 네 삶에서 자신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벅차오르는 기분을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욕과 식욕은 한끗 차이일까? 잇자국을 잔뜩 만들어낼 적에는 너를 씹어 삼키고 싶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이대로 하나가 되면 좋을텐데. 아니, 너를 아프게 하지 않을테니 내가 녹아 모조리 네게 흡수되어도 좋겠다. 그렇게 떨어질 일 없이 너와 하나가 되고 싶다 생각한다. 제 손길에 반응하여 잘게 떨어대며 투명한 액을 흘려대는 좆을 조금 더 힘있게 훑어주었다. 웃음이 입가에서 떠나질 않는다.
애당초 성욕은 별로 없다. 지금에 와서도 성행위를 떠올리면 불쾌하기만 하다. 이것은 과거의 편린이 기억을 장악한 탓일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보면 욕정한다. 몇번이고 네 안을 들쑤시고 싶다고 생각한다. 아니, 네가 원한다면 반대가 되더라도 좋을 만큼. 맨살이 닿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네가 이렇게 빈틈없이 맞붙어 서로가 땀인지 무언지 모를 액들에 젖어든 채로 입을 맞추는 행위가, 꼭, 사랑을 하는 것 같아서… 네가 나를 사랑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알면서도 이럴 때면 꼭 서로가 서로를 애정하여 연인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역겨운 욕심이 고개를 처들면 눈가가 붉어져오곤 했으나, 이를 참아내는 것도 익숙해진지 오래였다. 그저 흥분에 겨워 말단이 발갛게 물든 것처럼, 제 눈가도 그저 그래보일 것이었으므로 구태여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알량한 행위에 매달려 사랑 받는 기분을 느꼈다. 한참이나 허리를 놀리다가 네 전립선을 찍어 누르며 잔뜩 끌어안고 귀에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사랑해요, 케인.
케인 데이븐포트:(말에 반응하듯, 네가 사랑한다고 내뱉자마자 네 좆을 감싸는 내벽에 힘이 들어가 안의 것을 꽈악- 조였다. 네게
사랑까지의 감정은 없었어도, 어쨌던 사랑이란 걸 받으면 으레 기분이 좋아졌다. ...그런데,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네가 아니었어도 자신에게 사랑을 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괜찮았을까? 느닷없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참 잔인하지. 네가 뒤에 떡하니 자리잡고 사랑을 속삭이고 있는데 말이다. 네가 미워서 그런 건 아니고, 그저 단순히 본인이란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었다.
꾸우욱- 끝까지 네 자지가 자신의 안으로 들어오면 언제 저런 생각을 했냐는 듯, 신음이 길게 터지며 여러 생각으로 가득찼던 머릿속이 새하얘지면서 아래의 것도 새하얀 액체를 내뿜었다. 사정한 후에 살짝 힘이 빠져 침대에 엎드려 숨을 고르면서도 빼내지 않은 것이 기분 좋은지 아랫구멍은 네 것을 문 채로 움찔댔다. 아, 아직 안이 꽉 찬게 이 사람, 아직 안 쌌나보네... 네가 움직이는 패턴은 매번 똑같았다. 나름 오래 움직여 쌀 때 쯔음에도 절대로 사정하지 않고 자신이 가는 것을 지켜보다가 지쳐 쓰러지면 그제서야 미친 듯이 박아대며 자신의 차례를 맞이했다. 이번에도 아마 그러겠지. 이런 식으로 해대면, 그 사이에 본인은 한 번 더 세우고 그걸 계속 반복해서 몇 번이나 해대는 거다. 아, 이번에도 몇 번이나 더 하겠네. 밖에 나갈 체력은 남겨 줬으면 좋겠는데...)
서건우:(사랑한다 말하면 안을 조여오는 것, 신음을 터트리며 사정하면서도 제 아래를 문 채로 움찔대는 것. 이런 사소하면서도 큰 부분들이 모여서 마치 내가 사랑을 받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해주었다. 몇번을 의심 당하고 부정 당해도 여전히 네가 좋았다. 저 안에서부터 간지러운 감각이 올라와 심장이 두근대고, 울렁거리는 감각마저 행복하게 느껴지고, 네가 숨 쉬는 것마저 사랑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지금 이렇게 행복할 때 죽고 싶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그렇듯 최악이 나를 다시 덮쳐와 무너지기 전에, 이렇게 도피해서 끝을 맞이하고 싶다고…. …그럼에도 너를 위해 살아야지.
나는 죽음으로 쉽게 도망쳐서는 안됐고, 너는 나의 생을 바랐으므로 내가 살아가야만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자 인생의 영원한 목표였다. 놀랍지도 않을 만큼 평소와 같이 네가 사정을 한 후에야 잔뜩 몰아붙여 저 또한 절정을 맞이했다. 평소와 다른 점이라면, 얇은 막에 감싸져 정액으로 네 안을 채울 수 없었다는 것 정도. 꽤나, 생각보다 조금 더… 아쉬운 일이라 생각했다. 역시 콘돔 같은 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허리를 뒤로 물러 좆을 꺼내어 콘돔을 빼 끝을 묶었다. 툭. 아무렇게나 내던지고 엎드려있는 네 허리, 선명하게 자리잡은 흉터 위로 좆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생으로 닿는 감각이 좋아 낮은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내가 이렇게 행복한 만큼 너도 행복할까. 아주 조금이라도, 행복이라는 걸 느끼기는 했을까. 의도적으로 네 속을 궁금해하는 머릿속을 차단시키며 눈을 감았다. 그런 채 입술 위로 제 입술을 내리 누르고 틈새로 혀를 밀어넣으며 사랑을 갈구했다.)
케인 데이븐포트:(예상했던 대로, 변함없이 지친 자신을 몰아붙인 후에 자신의 차례를 맞이했다. 아래로 시선을 내려 자신의 안에서 빠져나오는 것을 보면 얇은 액이 늘어진 것이, '마치 그와 연결되어있는 실 같다.'라 생각하는 순간 툭, 끊겼다. 콘돔을 끼고 한 것인지라, 안에 채워지는 느낌은 없었다. 그게 딱히 다른 날 보다는 허전하단 건 아니고.
위에서 땀에 젖어있는 자신을 내려보는 이는 무언가를 갈구하는 듯 보였다. 자연스럽게 몸을 숙여 입술을 맞대고 그 틈새로 혀를 밀어 넣어주면, 자신은 자연스럽게 받아 그가 주는 사랑을 받아 먹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상하다. 이 사람은 자신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있는 것이 느껴지는데, 정작 그 사랑이란 것을 받아먹는 것은 케인, 본인이었다. 사랑을 갈구하는 이 밖에 없으면서, 서로서로 갉아먹고 있는 게 마치... ... ■■같지? 그래서 우리가 서로 안 맞는 걸지도 모른다. 사랑을 주는 이가 없잖아. 안 그래?
길었다면 긴 입맞춤이 끝나고 자신의 뒷허리에 문지르는 것을 밀어내어 자세를 바꿨다. 몸을 돌려 마주보는 채로 다리를 벌리고는 눈만 살짝 올려 네 얼굴을 바라 보며 입을 뗐다.) ...이번에도 세게 할 거예요?
서건우:(생각해보면 네가 키스를 거부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네가 늘 지키는 몇가지 규칙─서건우 홀로 케인에게 거슬리지 않기 위해 속으로 정한─을 따르기만 하면, 키스가 아니어도 너는 나를 크게 거부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욕심을 부리며 네 옆자리를 차지하고, 네 말을, 손을, 숨을 차지해놓고 이젠 마음까지 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뼈저리게 알고 있다.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란 사실을…. 새삼스레 오늘부터 추가할 해야할 일은, 욕심을 버리는 일. 네 옆에서 '정상적으로' 존재하기 위해.
입술이 떨어지는 것과 함께 몸이 밀어내지면 저도 모르게 눈썹 끝이 쳐졌으나, 관계의 끝을 알리는 것이 아님을 알면 그대로 풀린 낯을 한 채 웃기나 해보인다. 결국 어떤 체위를 해도 네 얼굴을 볼 수 있는 자세가 가장 좋다는 생각을 하며 가만히 고개를 내려 이마에서부터 눈썹뼈, 눈꺼풀, 콧잔등 위에 차례로 입맞추었다. 어떻게 이렇게까지 좋을 수가 있지. 일부러 빚어놓은 듯 잘생긴, 예쁜 낯을 따라 손가락으로 훑어내리다가 뺨을 감싸쥐고 입술 위에 여러번 입맞춘다.) 아니… 살살….
(말을 제대로 끝맺지도 않고 손으로 허벅지를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쓸어만졌다. 네 무릎 위에 손을 얹어 다리가 벌어진 그대로 상체만 숙여 허벅지 안쪽에 입술을 대었다. 여린 살이 아프지 않도록 몇번인가 살살 빨아물면 금세 붉은 자욱이 올라왔다. 그 자리를 핥다가, 새 흔적을 남겼다가… 고개를 들면 다시 흥분한 낯을 보였다. 네 골반께를 쥐고 뼈를 엄지 손가락으로 슬슬 쓸다가 늘과 달리 천천히 밀어넣기 시작했다. 최대한, 살과 살끼리 맞닿아 비벼질 만큼, 뼈끼리 부딪혀 조금은 아플 정도로 한계까지 안에 밀어넣은 후에야 칭찬해 달라는 것마냥 고개를 내밀고 눈을 감았다.)
케인 데이븐포트:(얌전하게 네가 쓸어주는 것을 받고 있으면 온 몸 가득히 사랑받는 느낌 때문에 기분이 고양되었다. 아, 좋아. 아마도 이 사람보다 날 사랑하는 사람은 없겠지? 이제것 느껴왔던
사랑이라고 불리우는 것들 중, 네 사랑이 제일 크다고 느껴졌고, 동시에 네 거대한
사랑이 자신의 곁에 떠나 버릴까봐 무서웠다. 남들이 알게 되면, 네게 그런 짓을 한 상대의
사랑을 받아 먹고 있냐고, 손가락 질을 받겠지. 그치만 그 인간들이 나에게 사랑을 줄 건 아니잖아? 주위의 사랑을 받으며 자랐지만, 지금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러니 내 옆에 남아있는 더럽고 추악하고 애틋한 그의 사랑이라도 가져야겠다 깨닫고는, 어느 순간부터 그의 사랑도 받아 들이기 시작했...는데?
...
........잠깐.)
.....?
아니. 어.
...왜 콘돔 안... 안 해요?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러니까, 굳이 변명을 하자면 평소에는 콘돔을 한 적이 없었고, 나는 네 얼굴에 취해 있었으며, 또 해도 된다는 듯한 태도로 나와주는 네가 좋아서… … 짧게 요약하자면 제가 등신 머저리 짓을 했다는 뜻이다. 순식간에 낯이 창백해져서는 뒷목에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그, 그게 아니고요…" 볼품없는 목소리가 제 앞에 일어날 일을 예상하기라도 한 듯 떨려왔다. 네 허리를 끌어 안은 채 고개를 가슴팍에 묻는 것은 미워하지 말란 뜻일테고. 차마 얼굴을 볼 용기가 나지 않아서 고개를 묻은 채로 느릿하게 떨어져 저 안쪽 깊이 넣은 것을 빼내면서 옆자리를 더듬었다. 야속하게 널부러져있는 콘돔이 손에 닿는다. 그를 주워와 포장을 뜯으면서 생각했다. 왜 난 제대로 하는게 없지.)
…아직 아무 것도 안 했는데… (그러니까, 이제라도 끼우면 괜찮지 않을까─ 하고. 멍청해보이기 짝이 없는 소리를 하며 미묘하게 침울해진 낯으로 콘돔을 꺼내어 만지작거렸다.)
케인 데이븐포트:(...왜, 왜 이렇게 기가 죽었어? 그래, 네 말대로 한 것도 없으니 지금이라도 빼서 하면 되는 거지...) ...아니 뭐. 제가 화낸 것도 아니고... ...이제라도 끼면 되죠. ... ...
(보면 진짜 바보 같은 구석이 있긴 하다. 예전에 그 지랄맞은 '잭'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말이다. 아... 그건 '잭'이라 그렇고 내 앞에 있는 건 '서건우'여서 그런 건가? 여튼.)
서건우:(사람은 보통 '기대'에 따라 반응이 갈리곤 한다. 그러니까, 예상한 범위 내인지 외인지에 따라 스스로의 감정이 좌우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분명 네가 불쾌해 할 것이라 생각했지만 의외로 그보다는 반응이 나쁘지 않아서, 그 때문에 금세 기분이 들떠왔다는 뜻이었다. 표정이 바보처럼 풀어져 웃고 있는지도 모르고 고개를 끄덕이며 콘돔을 씌웠다. 그러고는 네게 바짝 붙어 밑은 천천히 꾸욱- 밀어넣으면서 네 뺨에 연신 입을 맞추었다. 이번에는 진짜 칭찬해주려나. 아까만큼 다시 밀어넣어 놓고도 계속 아래에 힘을 주어 붙어오니 네 몸이 조금씩 뒤로 밀려나는 것을 보면서도 허리에 힘을 주어 비비적대었다. 눈을 감는 대신 머리를 기울였다가 네 입술 앞에 제 입술을 갖다놓고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케인 데이븐포트:... ... (입 맞춰 달라는 건가? 해주라면 해주는 편이긴 하니, 맞춘 입에 혀를 비집어 넣었다. 서로의 혀를 잡아 먹듯이 빨아 대며 입 안을 섞어 댔고, 서로의 타액이 섞여 질척 거리는 입술 사이로 침이 흘러나와 턱 아래로 흘러내렸다. 딱히 의도하지 않았으나, 붙어있는 혀들이 입천장을 꾹- 건드리면 맞닿은 네 허리가 움찔 거리는 것이 전해졌다.
하, 기분 좋아. 입술을 떼지 않고, 세워져 있는 본인의 것을 잡으며 위 아래로 흔들었다. 다리를 벌린 채로 아래의 구멍에 네 것이 박혀있고, 그 위로 자신의 것을 연신 흔들고 있으며, 서로의 입술은 떨어질 생각이 없는 듯, 미친 듯이 붙어 먹고 있었다. 몸을 부대끼는 것을 싫어했던 과거의 케인 데이븐포트는 어디 가고 발정난 새끼가 누워있는 건지. 저런 생각을 했던 제 자신을 속으로 비웃었다.)
서건우:(욕심을 내지 않겠다 다짐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또다른 의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네가 해주는 일 하나 하나, 네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는 건 나쁜 걸까? 네게 티를 내지 않고 그저 혼자 좋아만 하는 것도, 네가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도 제 좋을대로 해석하는 건… 아무래도 나쁜 일인 걸까? 복잡한 머릿속은 입맞춤이 길어질 수록 머리가 하얘지며 자연스럽게 흩어져갔다.
입에서 나는 것이라 하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외설스러운 소리를 내며 한참이나 혀를 섞었다. 숨이 모자라면 아주 잠깐 떨어져 숨을 삼키고 그 숨을 다시 네 입안에 불어 넣었다. 그럼에도 정상적으로 뇌가 굴러가기에 필요한 산소에는 못미쳐서, 조금씩 몽롱해지는 기분을 느끼며 허릿짓을 이어 나갔다. 이성보다는 본성에 가까운 상태가 되면 네 몸이 흔들릴 정도로 힘을 주어 허릿짓에 박차를 가했다. 입안 만큼이나 열기가 느껴지는 안쪽에 제 것을 삼켜낸 감각이 좋아 그 안을 들쑤시며 고개가 점점 기울어져 네게 기대 눕듯이 엎어진 채 계속 해나갔다. 이런 와중에도 네 흉터를 더듬어 그 자리를 누르고 긁어내는 것은, 이제는 습관으로 굳을 정도로 익숙해진 행위에 가까웠다. 네가 느끼는 얼굴을 좋아해서… 시간이 길어지고 사정감이 몰려와 아랫배가 뻐근해지면, 찌를 때마다 전립선을 힘껏 눌러댄다. 오늘은 너와 같이 가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혀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빨아 문 채 제 혀로 눌러 입천장에 네 혓바닥 전체를 비벼대었다. 낮은 신음이 갈피를 잃고 입새로 연신 흘러나왔다.)
하, 흐으… 케, 인. 케인─ (앓듯이 터져나온 네 이름과 함께 두 번째 사정을 맞이했다. 얕게 바르작거리다 너를 끌어안은 채로 기대어 이제야 모자른 숨을 채우느라 더운 숨을 밭게 내쉬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아, 하윽... 아... ...나올 것 같... (말을 끝맺지도 못한 채 자신의 안에 깊숙히 찔러 넣어 네가 사정을 함과 동시에, 자신 또한 흔들고 있는 좆구멍에서 희멀건 정액이 퓻, 하고 튀어 자신의 배에 흩뿌려졌다. 이어서 맞닿은 배쪽에 울컥울컥하고 뱉어낸 정액들이 배 한 가운데에 동그랗게 고여졌다. 머릿속이 새하얘진 채로 멍하니 너를 안고 있으면 기분 좋은 은은한 온기가 온 몸을 감싸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네 것을 받아내기 위해 힘이 들어갔었던 몸도 사르르 풀려 자신의 몸을 완전히 네게 기대었고 말이다. 아직 네 것을 물고 있는 구멍은 여운이 가시지 않는지 우물우물대며 네 것을 계속해서 먹어 대었다.
'아, 더 하고 싶어...'
...서로 안은 채로 말없이 몇 분 정도 지났을까, 시계를 보아하니 5시정도 지나 있었다. 아... 이렇게나 지났나. 솔직히 빼지 않고, 안고만 있으니 이렇게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았지만... 제가 먼저 저녁 때 올라가자 한 것 때문에 정신차리고 일어나야 했다.) ...건우 씨? 저희 씻어야 해요. 지금 씻으면 6시 정도에 나갈 수 있을걸요.
서건우:(이런 말을 하긴 뭐하지만… 이 사람은 왜 이다지도 야한 걸까. 정액이 흩뿌려진 모습을 보고 있으려면 무언가의 구미가 당겨서 입안이 달게 느껴질 지경이었다. 지나칠 정도로 욕정하는 데에는 크고 작은 많은 이유들이 있겠지만, 이러한 이유도 분명한 한몫을 하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물끄러미 너를 노골적으로 훑어보았다. 콘돔을 빼야하는데. 생각은 하면서도 네 구멍이 제 자지를 놓아주지 않고 계속해 먹어 삼키는 것에 다시 아래 쪽에 피가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이제는 제 좆의 모양이 되어버린 듯한 안에서 빠지지 않을 만큼의 크기가 유지되는 건, 다 이런 이유였다. 내 탓이 아니라니까.
'아, 더 하고 싶어…'
낮부터 시작 했다지만, 이대로 침대에서 붙어 먹으며 아침 해를 맞이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배가 고프면 룸서비스를 시켜먹고… 호텔까지 왔으니 별달리 할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 여기에 묵는 동안 이 짓만 해도 좋을텐데. 물론 나만 이겠지만. 파렴치한 생각이나 하며 서로가 서로에게 기댄 채 누워서 노닥거리고 있으면 시간을 확인 했는지 저를 채근하는 목소리에 정신이 든 듯 눈을 두어번 깜빡였다. 알아요, 알아. 그런데 일어나기가 싫으면 어떡해요? 조금 더 붙어있고 싶어요. 그런 말 대신 고개를 네 목덜미에 느릿하게 부비작대며 얕은 앓는 음을 내었다. 안되겠지, 고집 피우면… 속으로 한숨을 삼키고 네 머리칼을 쓸어 넘겨 이마에 짧게 입맞추었다. 그 후에야 겨우 아래에서 제 것을 꺼내며 몸을 일으켰다.)
… …같이 씻을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이 사람, 꼭 이런 상황에서 앓는 음을 내더라. 이거, 뭐였더라... 앙탈이었나. 이런 걸 보고있으면 참 어리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몸을 뒤로 빼내어 자신의 안에서 네 것을 빼내면, 네 것을 물고있던 구멍이 다시 넣어달라는 듯, 콘돔에 묻혀있던 소량의 애액을 질질 흘려대며 뻐끔뻐끔댔다. 일정때문에 여기서 더 할 수 없는 걸 어떡해? 네 몸이 자신의 품에서 완전히 떨어지면 벌렸던 다리를 오므렸다. 그리고는 침대 아래 바닥으로 발 끝을 내려 짚어 이 행위가 끝났다는 사실에 마침표를 찍었다.) ...네? ...어, 그러죠. 뭐...
(뭐, 이따 올라갈 건데 씻으면서 더 하지는 않겠지. 짚은 발에 중심을 싣고 천천히 일어나 네 손을 잡아 일으켜 주었다. 욕실으로 걸음을 옮기면 기분 좋은 시트러스 향이 코 끝을 찔러댔고, 아까 씻었던 것이 다 마르진 않았는지 바닥에 물기가 살짝 남아 있었다. 샤워 호스를 들고 따뜻한 물이 나오는 쪽으로 수도꼭지를 돌리면, 얼마 되지 않아 바로 기분 좋은 온도의 물이 손을 적셨다. 힐끔. 욕조에서 몸 좀 녹일지, 아니면 빠르게 샤워나 할지 고민되는데...) ...샤워할래요, 목욕할래요?
서건우:(이건… 의도한 건 아니겠지. 시선이 자연스럽게 네 아래로 향해 구멍이 뻐끔대는 것을 보았다. 콘돔을 하지 않았더라면 정액이 새어나오는 모습을 볼 수 있었겠으나, 오늘은 그렇지 않은대로 말간 애액이 흘러나오는 모습을 보는 것도 꽤 나쁘지 않다 생각하며 눈 한번을 깜빡이지 않고서 계속 바라보았다. 노골적인 시선이 거두어진 것은 제 의지는 아니었고, 네가 다리를 오므려 바닥에 발을 대었을 때에야 겨우 미련을 버리고 콘돔을 빼어 묶었다. 아까 던져놓았던 것을 이불 속에서 찾아내며 두 개를 다 비치된 휴지통에 넣어 버리다가 네 답을 들으면 입꼬리가 슬금 솟았다.
네가 손을 잡아 일으켜주면 얌전히 그 손을 잡고 일어나 허리에 팔을 감고 나란히 걸어 욕실로 향했다. 시선은 오로지 네게만 향해 있었으므로 주변 환경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다 네가 제 쪽을 바라볼 즈음에야 태연히 시선처리를 하며 고개를 기울여 네 어깨에 기대는 것이었다.)
그래도 아직 시간 있으니까요. 목욕해요, 우리. 따듯하게 몸 좀 풀고… 그래야 남은 일정 더 즐겁고 가볍게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요? (애교인지, 뭔지. 살면서 이런 걸 부려본 적은 없지만─돈을 받고 아양을 떤 적이 있기는 하지만 노카운트다. 생각하면 역겨우니까 그만두자─ 네 옆에만 있으면 계속 어리광이 피우고 싶어진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부비작대었다. 그러다가 제가 먼저 욕조에 가 앉으며 이리 들어오란 양 다리를 벌려 자리를 만들어놓고 너를 바라본다. 호텔의 욕조는 충분히 넓어 두 명이 겹쳐 앉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면서도. 기대 서린 눈망울로 너를 바라보며 얌전히 기다렸다.)
케인 데이븐포트:(...뭐지? 저기에 앉으라는 건가? 욕조가 널널한 데도 불구하고 양 다리를 벌려 들어오라는 것 마냥 있으면, 어깨를 작게 으쓱거렸다. 그리고 네가 원했던 것에 답하 듯, 네 다리 사이로 자리를 잡았다. ...따뜻하다. 들릴랑 말랑한 작은 말을 내뱉고는 네게 몸을 기대어 어깨에 고개를 툭, 떨궜다. 따뜻한 게 기분 좋은 건지, 너와 보내고 있는 지금이 좋은 건지 잘 모르겠지만, 어쨌던 간에 기분이 좋았다. 사랑 받는 기분이 이런 건가.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여행 오는데... 괜찮네요.
(뭐, 더 지내봐야 알겠지만...은 일단 목 안으로 밀어넣고. 내게 기댄 몸을 부비적거리며 자세를 바짝 붙여나갔다. 네 온기가 기분 좋아서? 아니면 사랑 받는 느낌을 더 받고 싶어서? 아마 네 생각이 곧 내 행동의 정답일거다. 그러니 네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길. 지금의 케인 데이븐포트는 아마 온전하게 네 것일테니 말이다.)
서건우:(솔직히 조금은, 네가 반대편에 가서 앉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현실은 그와 정반대로, 제 다리 사이로 자리를 잡는 것으로도 모자라 제 품에 온전히 기대어 부비적거리는 것에 아주 잠깐 몸이 굳었던 것도 같다. 사람은 왜 너무 좋으면 바보가 되는 걸까? 머릿속에 든 것이라고는
케인, 좋아, 행복해, 기분 좋아, 사랑해… 따위의 단어들 뿐이고 생각으로 이어지지도 못했다. 그저 단어가 머릿속을 꽉 채워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너를 한껏 끌어안아버렸다. 욕조가 이렇게 넓은데도 둘이 한껏 밀착해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아 입술에 꾹 힘을 줘보지만, 얼마 안가 저도 모르게 배시시 웃기나 하며 네 머리 위로 고개를 살짝 기대어 부비적대었다.) 마지막까지 좋은 여행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케인은 즐기기만 해주세요.
(물이 따듯해서인지, 서로의 온기가 맞붙어있기 때문인지. 평소와는 달리 따듯하게 데워진 체온이 좋았다. 이런 시간들이 영원하면 얼마나 좋을까. 붙어있는 것이 오로지 저만의 의지는 아니라는 사실로 이렇게까지 행복할 수가 있는 건지…. 사랑까지는 아니어도, 너도 안정감을 느끼고 있길 바라며 눈을 감았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끌어안는다. 그런 네 행동이 나쁘지 않은 듯, 네가 몸을 더 밀착해도 가만히 있었다. 그래, 당신도 내가 이렇게 좋다는 듯이 부비적거리니 기분 좋겠지.
당신이 좋다면 나도 좋아. 입엔 저도 모르게 은은한 미소가 배어있었다.
그렇게 한참 껴안고 있다가, 그 말만 있으면 지금이 완벽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랑한다 말해 줄래요?
서건우:(온통 검은 와중에도 네 낯이 떠다닌다고 하면 믿을까, 혹은 비웃음을 살까. 실없는 생각을 하다가 들려온 목소리에 눈을 뜨면 은은한 미소가 배어있는 네 얼굴이 시야에 들어찼다. 그러니까, 이건… 나만 너를 사랑하는게 아니라 서로 사랑을 주고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주고 있는 것은 오로지 나였고, 너는 받기만 하는데도 그게 너무 행복해서…. 고개가 푹 숙여지니 입술이 네 목께에 닿아 문질러졌다. 그대로 입술을 오물거려 목덜미를 간지럽히듯 하다가 그대로 턱가에, 귀에 얕게 입맞추었다.)
…케인, 당신과 이런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어요. 당신 없는 하루는 상상조차 할 수가 없어요. 심장을 꺼낼 수만 있었다면 당신께 쥐어줬을텐데…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 걸까 싶을 정도로 벅차게 행복해서… 당신도 이 기분을 함께 느꼈으면 좋겠어요. 좋아해요. 내 마음을 온전히 당신께 전할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요. 사랑해요, 케인…
케인 데이븐포트:(... ...우리가 함께하는 시간이 영원할 수 없고, 내가 없는 하루가 당신의 인생에서 더 길어질 테고, 네가 심장을 꺼내도 수명이 다한 육체는 움직이지 않을 것이고, 네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온전하게 전해 받진 못해도 지금 이 순간의 감정만큼은 아마 내 인생에 온전히 느껴본 '깊은 사랑이라고 생각되는 감각'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래야 나는 이 감각으로 죽을 때까지 네 사랑을 기억하여 너에게 사랑을 갈구하고, 네 마음, 네 정신, 네 애정을 갉아 먹어가며 살아가겠지. 그래, 나는 이런 사람이다. 사랑을 이해 못하면서도, 네 사랑을 독식하며 널 죽여나가는 ■■.)
...하하. 그 말 기분 좋아요. 당신은 정말 나를 사랑하는구나... (내가 과거에 널 증오했던 만큼 네게 사랑을 갈구하고, 과거를 들먹이며 내가 죽어도 날 잊지 못하게 할 것이며, 다른 사람에게 애정을 빌려 살아갈 수도 없게 나만 기억하며 살아가게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 또한 온전히 널 사랑해야 하는데... 없는 말은 지어내기 싫으니, 나중에라도 진심으로 '사랑'이란 감정, 감각. 그 모든 것이 나의 조건에 충족했을 때, 네게 사랑한다 말해주리라.)
서건우:(너도 나와의 미래를 떠올려본 적 있을까? 너는 몇번이나 내 사랑을 의심하고, 마음이 돌변했으리라 여기면서도 늘 사랑을 갈구했다. 변치 않는 이 마음을 증명할 길이 없어 네게 몇번이나 불신을 샀음에도 불구하고 날이 갈 수록 네가 더 좋아지면 좋아졌지, 식는 일은 없었다. 그러니까… 내 사랑을 갈구하는 당신을 사랑해. 당신이 나를 포기하지 않아주어서, 나를 놓지 않아서, 나를 움켜쥐고 영영 당신께 목 매여 살게 해줘서, 그래서 나는 당신을 더 사랑하고, 이 사랑에는 끝이 없을 것이었다. 네가 원한다면 몇번이고 사랑을 속삭이고, 증명하고, 네게 바치며 살리라. 다짐할 필요도 없을 만큼 확고한 마음이었으나 구태여 다짐을 하고서 웃음을 흘려내었다.)
내 사랑이 전해진다는게 기뻐요. 사랑을 쏟으면 쏟는대로 온전히 받아주는 게 너무 행복해서… 당신 덕에 살아있음을 느껴요. (너와 나의 시간은 다르겠지. 이는 원치 않는대도 제 능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나는 너를 더 사랑하는 법을 택하겠다. 네가 가는 길 끝까지 나의 온 마음을 담아 사랑을 쏟아 붓겠노라고. 그래서 네가 눈을 감는 순간에도 사랑 받음을 실감할 수 있기를. 내 사랑이 너에게 안정을 주길. 너의 마지막에, 내가 함께할 수 있기를.)
─────── 스카이 라운지───────PM 17 : 13 깨끗이 닦인 자동문이 양 옆으로 몸을 기울입니다.
라운지에 입장하면 비수기임에도 연말인지라 사람이 꽤 몰려 있습니다.
때문에 어느 곳으로 시선을 돌려도 먹먹한 겨울 하늘이 시선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서로의 깊이를 마주 반사하듯, 하늘과 바다가 이어진 절경이 황홀의 극치입니다.
그 중앙에 마찬가지로 둥근 형식의 카운터겸 바bar가 놓여 있습니다.
유니폼을 차려 입은 바텐더 두 명이 손을 바삐 움직여 음료를 제조하고 있어요.
서건우:케인, 어디 앉을래요? (네 쪽으로 고개를 기울며 고민을 하는 척, 자연스럽게 네게 기대었다가 떨어졌다.)
케인 데이븐포트:아무데나 상관 없는데... 바다가 잘 보이는 곳이면 좋겠죠.
자리를 물색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라운지 한구석에 대기하고 있던 리조트 직원 한 명이 두 사람에게 다가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칵테일 시음회... (팜플릿을 내보인다.)
칵테일 시음회 이벤트에 관련된 말을 꺼내면 직원은 두 사람을 바다가 가장 잘 보이는 창가 쪽 테이블로 안내합니다.
친절히 양해를 구한 직원은 테이블을 떠나기 전, 본 칵테일 시음회가 인기리에 진행되고 있으며, 운이 좋으면 여덟 시간 코스의 크루즈 무료 승선권을 얻을 기회도 잡을 수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는 멘트도 잊지 않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오... ... 하하... 크루즈...
...관심 있어요?
서건우:… …음, (무어라도 대답하려 입을 열었지만 얼마 안가 다문다. 두 번의 크루즈 여행 모두 처참한 결과를 맞은 탓일테지.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고 시선을 내리 깔며 미묘한 울렁거림을 참아낸 뒤 다시 너를 바라보았다.)
글쎄요. 크루즈는 탈 만큼 탄 것 같기도 하고… 케인은요? 관심 있으세요?
케인 데이븐포트:...저요? 없... 없죠. 아무래도... ... (뭐, 이쪽도 마찬가지로 몇 없던 크루즈 승선이 모두 처참했기 때문에 말을 아끼도록 한다.) ...저희 그렇게 운 좋은 편은 아니니 별 상관 없겠네요...
서건우:하하, 그런가. 하긴 이런 것도 아무나 당첨이 되진 않겠죠. (뒷목을 두어번 긁적이다가 고개를 끄덕이고 괜히 바다를 쳐다보다가 시선을 네게로 돌렸다.) 시음회니까, 이것저것 마셔봐요. 어차피 오늘은 여기가 일정 끝일 것 같기도 하고…
케인 데이븐포트:저는 술 못하니까... 도수 낮은 거나 무알콜로 마실게요. 그쪽은 뭐, 잘 마시니까 상관없나... 아니, 잘 마시나...? 잘 마시죠?
서건우:(여기서 의문형인가. 내가 술을 잘 마시는지 모르나, 이 사람은? 느릿하게 눈을 한 번 깜빡였다가 웃음을 짓는다.) 잘 마셔요. 걱정 마세요. 어디… 아, 이건 어때요? 바다를 닮은 칵테일이라는데 논알콜도 된다네. (하고, 칵테일 하나를 짚어 네게 묻는다.)
케인 데이븐포트:아...오. 좋아요. 그럼 ...이걸로 주문하면 되겠네요. 건우 씨는요...?
서건우:아, 저는 이걸로 마셔볼까요…. (메뉴판을 쭉 훑어보다가 맨 마지막 칵테일을 고르고 흘끗 너를 보았다.)
케인 데이븐포트:오... 좋아요. (손을 흔들어 웨이터를 불러 주문한다.)
잠시 대화를 나누며 기다리다보면 직원이 칵테일을 가져다 줍니다.
짙은 남색의 칵테일 위로 흰색의 크림소다 층이 얕게 쌓여 흔들리고,
다른 한 잔은 붉은 칵테일 위로 설탕을 머금고 있어 특별한 느낌을 자아냅니다.
붉은색과 푸른색이 석양과 파도 같다는 생각을 할 때 쯤... 친절한 직원이 설명을 덧붙입니다.
국내외 최고의 서비스를 책임진다던 팸플릿 속의 포부가 거짓은 아닌듯 쏟아지는 말들이 청산유수입니다.
보드카 1온즈와 블루큐라소, 레모네이드를 채워 넣은 칵테일에, 달콤한 크림 소다를 얹어 겨울 바다의 깊은 맛을 구현했습니다. 그리고 키스 오브 파이어는 보드카, 슬로 진과 베르무트의 새콤하고 쓴 맛이 가미되어 한 모금 마시면 목이 후끈 달아오르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입맛에 맞으셨으면 좋겠어요."
"이벤트 당첨 여부는 글라스를 픽업카운터에 반납해주실 때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하늘과 바다와 가장 가까운 라운지에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부디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설명을 끝마친 직원은 막 스카이 라운지에 들어서는 또다른 투숙객에게로 이동합니다.
서건우:(설명은 딱히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이런 데에서 나불대는 것들이 다 똑같지 뭘… 그저 잔을 만지작거리며 칵테일을 들여다보다가, 잔에 일그러진 채 비친 네 인영을 보고 미소를 머금으며 네쪽으로 시선을 돌렸을 뿐.)
그렇대요. 맛이 어떨지 기대돼요? (하고는 어서 마셔보라는 듯 손짓을 해보인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오. 마셔볼게요. (꿀꺽, 바다를 머금은 칵테일을 한 모금 마셔본다. 오, ...크림 소다가 얹어있어서 그런가 생각보다 부드럽고 상큼한데. 나름 괜찮다는 듯 어깨를 으쓱대며 당신도 마셔보라는 말을 얹었다.)
서건우:(네 표정이 나쁘지 않음을 확인하고 너의 으쓱임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에는 제 몫의 잔을 쥐었던가. 우스운 이름이라 생각하며 잔을 입에 대면, 설탕이 먼저 닿아왔다. 들어간 게 뭐랬더라. 보드카, 슬로 진, 베르무트… 속으로 이름을 읊으며 한 모금 삼켜내었다. 도수가 꽤 높네. 가볍게 입맛을 다시다 콧잔등이 구겨진 것은 레몬의 새콤함 때문일 터였다.) 이건… 케인은 절대 못 마실 것 같은 맛이네요. 그래도 혀 대보실래요? (짧은 농담.)
케인 데이븐포트:(잔을 내려놓자마자 너와 동시에 다시 들어 꿀꺽. 무슨 급한 일이 있는 사람 마냥, 빠르게 잔을 비웠다.) ... ...네? 어... 도수가 높아서요? 참나, 저도 도수 높은 거 마실 수 있거든요? 한 번 줘 봐요.
서건우:(가벼운 농담, 내지는 그저 지나가는 도발… 쯤 되었으려나. 네게 단단히 들어먹힌 것에 눈을 조금 크게 떴다가 바깥을 보고, 다시 너를 보며 잔을 내밀지만 꾹 쥔채 놓진 않았다.) 마실 수… 있으시던가? 이거 정말 도수가 높은데요. 괜찮으시겠어요?
케인 데이븐포트:(가져가려는 찰나, 네가 잔을 꽉 쥔 것이 느껴졌다. 걱정되는 건지, 놀리는 건지. 안 줄 거면 괜한 도발은 하지 말던가. 뾰루퉁하게 널 바라보았다.) 이거...저 우습게 보는 거죠?
서건우:(네 반응을 보고는 웃음이 비집고 나오려는 것을 겨우 참아내며 입꼬리에 꾹 힘을 주었다. 네 앞이면 표정 관리가 안된단 말이지… 힘을 확 풀면 잔을 쏟을까 싶어 네쪽으로 천천히 손을 옮기다가 잔을 놓고는 턱을 괸 채 너를 쳐다보았다.) 걱정이죠, 걱정.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목소리가 조금 가볍다.)
케인 데이븐포트:...네. 뭐... 오히려 도수 높은 게 안 취한대요. (건네받은 칵테일 잔을 들어 올렸다. 괜히 긴장이 되는지, 입술을 우물거리다 잔에 입술을 가까이 하여 살짝, 맛만 보았다.) ... ...콜록. (도수 때문인지 숨이 턱 막혀 연달아 기침을 해댔다. 역시 도수가 높은 건 받질 않는 구나... 이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며, 네 잔을 돌려주었다. ) ...왜 이렇게 높은 걸 마셔요...? 콜록... 콜록...
서건우:(도수가 높으면 안 취한다고? 뭐, 취하기 전에 한번에 훅 가긴 하겠지. 실없는 생각을 하며 눈을 깜빡이고선 네가 마시는 모습에 집중했다. 아, 그럼 그렇지. 기침을 하기 시작하면 등을 토닥이듯 쓸어주다가 한쪽 눈썹을 들썩였다.) 뭐, 기왕 마실 거라면 마신 기분이 나는 편이 좋잖아요. 달달하고 도수 낮은 건 음료 같은 기분이 드니까…. (하고 괜히 네 눈치를 흘끔 보았다가 돌려 받은 잔을 입에 물었다. ─정확히 네가 입을 대었던 부분으로─ 한 모금, 두 모금. 홀짝이다가 다시 잔을 내려놓는다.) 괜찮아요? 물을 좀 달라고 할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켈록... ... ...어... 아뇨. 아까 그 칵테일 한 잔 더 달라하죠. 맛있었어요. (지나가는 직원에게 칵테일을 하나 더 부탁한다. 얼마 있지 않아 주문한 칵테일이 다시 나오면, 직원이 완전히 자리를 뜨기 전에 방금 갖다 준 것을 한 번에 들이켰다.)
서건우: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91 |
판정결과: | 실패 |
케인 데이븐포트:...벌써 다 마셨는데, 한 잔 더 달라기엔 너무 좀...... 그럴까요...
서건우:(이 사람… 원래 이렇게 들이키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술이 아니어도, 그게 차거나 커피거나… 하다못해 물이었어도 이렇게까지 들이키는 사람은 아닌데.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물끄러미 너를 보다가 네 손 하나를 끌어와 가볍게 주물러주었다.) 갈증나요? 몸이 안 좋은가… 감기 드는 건 아니죠? 드시고 싶으시면 상관 없을 것 같긴 한데… 물을 마시는 게 안 낫겠어요?
케인 데이븐포트:(자연스럽게 손을 내주어 주물러지는 손을 빤히 쳐다보았다. 이어서 네가 하는 말을 듣고는, 그런가... 싶은 마음과 기묘함을 느껴 괜히 자신의 목을 만져 댔다.) 물... 그래요? 물이 낫겠네요. 그러고 보니 뭔가... 오늘 하루 종일 목이 마른 것 같기도 하고. 바다 짠 내가 나서 그런가? 그건 아니겠죠?
서건우:찬 바람이 불어서 그런 걸 수도 있고, 컨디션이 안 따라주는 걸 수도 있고요. (이상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덧붙이며 너를 진정시키고는 손을 조금 더 주물거리다가 지나가는 웨이터를 불러 물을 주문했다.)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바로 물을 갖다 줍니다. 빠른 서비스네요.
케인 데이븐포트:(꿀꺽꿀꺽... ... 아까처럼 급하게 잔을 비워냈다. 이상하네, 이렇게 갈증이 난 적은 없었는데... 게다가 갈증도 가시지가 않아. 하지만, 여기서 더 마시면 좀 많이 과한 걱정을 받을 것 같았기에 그만 마시기로 한다.) ...이제 좀 괜찮아요. (안심하라는 듯 웃어 보이며) 그나저나 바다가 진짜 이쁘네요~ 역시 오길 잘 했어요.
서건우:(역시 이상해. 그런 생각을 하며 물끄러미 너를 바라보고 있다가 따라 웃음을 지어보였다.) 다행이네요. 물을 좀 넉넉히 사갈까… 마시고 싶을 때 모자라면 좀 그렇잖아요.
(자연스럽게 잡고 있던 손을 굳이 놓지는 않은 채 너를 바라보다가 바다로 시선을 옮겼다. 이런 바다 보다는 네가 훨씬 아름다운데. 너는 모르겠지….) 응, 같이 와줘서 고마워요. 캠코더가 없는게 아쉽네… 핸드폰 뿐이지만 사진 한 장 정도는 찍어 갈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음? 당연히 그래야죠. (네 말을 듣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어 밖의 바다 풍경을 몇 장 찍어냈다. 아직 영화 감독의 경력이 남아있는지 사진 하나하나에 생동감이 느껴졌다. 물론, 네가 원하는 것은 이런 게 아니겠지만 말이다. 네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뿌듯한 웃음을 지으며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자~ 어때요?
서건우:(네가 찍어낸 사진은, 제 실력이 어디 가지 않는다는 것을 주장하는 것만 같이 생동감이 담겨있어서. 느릿하게 웃음을 지어보였다가 잡고 있는 손을 비틀어 깍지를 끼었다.) 어째 보이는 것보다 더 예쁘게 찍힌 것 같기도 하고… 직접 찍고 싶지는 않아요? 어두워져서 너무 추우려나. (네가 좋으면 좋은 거라고, 웃는 낯을 보니 그게 뭐든 다 좋다 싶어져서. 여전히 웃는 채로 너를 바라보았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나가서 찍자고요? 아무렴, 저는 좋죠~ 그래도 바닷가에 나가서 찍는 바다와 위에서 찍는 바다는 다르니까요.
●:다시 카메라를 창가에 대고, 여러 각도로 돌려 찍는 와중에...
[관찰 판정]
서건우: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88 |
판정결과: | 실패 |
오션뷰 아래 해안선을 따라 백사장을 걷는 관광객들이 보이는군요.
아까보다 그 수가 조금 늘어난 것 같기도? 춥지도 않은가봐요.
케인 데이븐포트:음... 추우니까 물 속에 들어가는 건 무리겠죠? 아쉽네...
그나저나 칵테일 다 안 마셔요? 저는 지금 잔을 몇 개나 비워냈는데...
서건우:추우면 내일 낮에 찍으러 가도 되는 거고… (말을 잇다가 바다를 쭉 내려다보았다. 날씨가 꽤, 정도가 아닐 정도로 추웠던 것 같은데. 사람이 많네. 그를 눈여겨보다가 그만 두고 너를 바라보았다.)
뭐어, 여름에 다시 와야 들어갈 수 있지 않겠어요? 발만 담궈도 엄청 시렵던 걸. (짤막히 웃으며 대꾸하고는 제 앞의 잔을 한 번에 비워내고 빈 잔을 밀어냈다.) 그러게요. 마음이 다른데 가있어서 그런가… 다른 칵테일은 안 드세요? 뭐 다른 것도 많던데.
케인 데이븐포트:아하하... ...저 너무 많이 마신 것 같은데... 그럼 마지막으로 딱 한 잔만...마실까요? 당신도 마실 거죠?
서건우:응. (네 물음에 가벼히 고개를 끄덕이고 메뉴판을 꺼내와 네게 내밀었다. 뭐가 좋으려나. 블러디 메리… 별 고민도 없이 칵테일을 고르고는 네게 내밀면서 웃는다.) 천사의 키스라는 칵테일도 있네요. 논알콜이라는데. 어때요? 드셔보실래요?
케인 데이븐포트:오... 카카오... 생크림... 체리? 무슨 케이크 조합 같네요... 좋아요. 건우 씨도 정했죠? 시킬게요?
서건우:네에-. (말꼬리가 조금 길어지는 것은 별 의미도 없는 것이다. 네 앞에서만 종종 나오곤 하는 말버릇 따위였으니. 천사의 키스… 다시 픽 웃으며 메뉴판을 밀어놓고 웨이터에게 칵테일을 두 잔 부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블러드 메리와 엔젤스 키스를 갖다 줍니다. 나오는 속도 하나는 빠르네요.
[행운 판정] 을 해봅시다.
운기준치: | 36/18/7 |
굴림: | 18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케인의 잔 아래 덜그럭거리는 푸른색의 원석이 드러납니다.
바다를 담아놓은 듯 찬란한 푸른 빛이 무척 아름답습니다.
잔...에 뭔... 보석 같은 게 있는데요...
서건우:(보석… 눈을 깜빡이다가 아, 하고 짧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잔을 내려놓는다.) … … 크루즈 당첨?
아.........................
오..............
음..~
와~
와하하... 오~
서건우:아하하, 운이 좋으시네. (웃으며 박수를 쳐주지만 속이 울렁거렸다. 이걸 뭐 어떻게 해야…)
케인 데이븐포트:... ...음... 하하. 감사해요... 이거 운이... 참 좋네요. ...와...오~ 기분 좋은데... 하하.
... ... 다... 마셨으면 나갈까요... ...
서건우:뭐어… 그럴까요? (눈을 이리저리 굴리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칵테일도 즐길만큼 즐긴 것 같고. 방으로 갈 거죠?
케인 데이븐포트:...음, ...그냥 가기엔 좀 아쉬운데 나가서 바다 좀 걸을까요?
서건우:(네 몸상태와 날씨, 기온… 머릿속으로 이것저것 정리를 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이면 괜찮겠지. 놀러왔는데 안된다고 하는 것도 좀 그렇고…. 추워하면 옷을 덧입히고 바로 방으로 데려가야겠다 생각하며 걸음을 내딛었다.) 옷깃 좀 더 여며요. 밖은 추운 거 알잖아요, 응?
케인 데이븐포트:어... 네. 그럴게요. (자리에서 일어나 코트 단추를 잠궜다. 뭔가 과하게 걱정하는 느낌이었지만... 네 말을 안 들을 이유는 없었다. 다 자신이 몸이 약한 탓에 나오는 말이니 어느 정도 이해가 갔다. 그리고 자신에 대한 관심과 사랑에서 나오는 행동이니 그걸 거부할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오히려 그런 걱정이 오히려 맘에 들었다. 단추를 다 잠그고, 마신 잔을 들었다. 하나, 둘, 셋, 넷... 뭐 이리 많이 마신 건지.) ...다 챙겼죠? 가죠.
스카이 라운지에서 퇴장하기 전, 픽업 카운터로 빈 잔을 가져다 주면, "축하합니다!" 글라스 안의 원석을 확인한 직원이 박수를 칩니다.
그 뒤를 따라 함께 있던 또 다른 직원도 박수를 칩니다.
역시나... 그 원석은 크루즈 무료 승선권에 당첨 표식인가 봅니다.
떨떠름한 채로 직원이 건네는 티켓을 받습니다.
티켓 뒷면을 살피면 승하선이 가능한 선착장의 위치가 약도로 표기 되어 있습니다.
차를 끌고 20분 가량 이동해야 하는 거리예요.
차가 없는 이용객을 위해 리조트 측에서 셔틀 버스를 운행한다고 하니 그 쪽을 이용하는 것도 좋을 법 합니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면 말이죠, 겨울 바다가 운치있고 아름답긴 해도, 2박 3일 내리 바다 감상만 하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는 뭐든 낫지 않겠어요?
훌륭한 무료 칵테일도 마셨겠다, 더불어 크루즈 승선권도 얻었겠다....
─────── 밤바다 모래사장───────PM 20 : 56 바람은 여전히 매섭고, 파도 소리는 아침에 들었던 것보다 더욱 거셉니다.
숨을 뱉을 떄마다 서리가 낀듯 희뿌연 입김이 퍼졌다 즉시 자취를 감춥니다.
해가 완전히 진 이래임에도 낮보다 인구가 많습니다.
잠깐 사이에 어디서 갖고 왔는지, 스파클라
2개를 든 케인이 짠-하며 건우 앞에 나타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저기 불꽃놀이 하시는 분들한테 남았다고 얻었어요~
라이터 있어요? 저는 방에 두고 온 것 같은데...
서건우:(크루즈. 별 거 아닌 한 단어에 온 속이 술렁였다. 복잡한 건 가슴 속이었는지, 머릿속이었는지. 차가운 바닷가의 바람을 크게 들이마시고 파도가 계속해 넘실대는 것을 보며 진정하려는 일은 좀처럼, 마음따라 되지는 않았지만… 네가 스파클라 따위를 들고 제 곁에 다가와주는 것만으로도 모든 것들이 옅어지는 기분이 들었다. 네 걱정에 담배를 끊은지가 벌써 꽤 되어가는데도 몸은 습관을 기억해서, 코트 주머니를 뒤적이다보면 안주머니 안에서 라이터가 굴러나왔다.) 이런거 해본 적 있어요?
케인 데이븐포트:어... ... 네. 대학생 때... ... (했었나... 사실 구경만 했었던 것 같은데.) ... ...그쪽은요? (이런 생각해서 미안하지만, 딱 봐도 없었을 것 같다.)
서건우:글쎄요, 뒷정리는 했었던 것 같은데. (제가 하는 일이 다 그렇다. 남의 비위를 맞추고, 남은 것을 치우고, 온갖 일이 다 뒤처리 뿐이지. 이제와 새삼스러울 것은 없었기에 라이터의 불을 켜 내밀며 웃는 낯으로 너를 보았다.) 신기하네요. 이렇게 하게 될 날이 올 줄은 몰랐는데… 이거 가만히 들고 있기만 하면 되는 거죠?
케인 데이븐포트:(...뒷정리 했었다는 네 말에 짧은 정적. 아, 갑자기 사람 미안하게 만드는 데 뭐 있다. 어색한 공기 속에서 다시금 네가 말을 건네면 아무렇지 않은 듯 반응했다.) 아..., 네. (라이터 쪽으로 스파클라를 가져다 댔다.)
스파클라에 불을 붙이면 쨍한 주황색의 빛이 사방으로 튑니다.
몸을 태우기 시작한 스파클라의 빛이 꼭 잘게 부서지는 별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모래사장 도처에 두 사람과 같은 스파클라를 가지고 불꽃놀이를 즐기거나, 이따금 허공에 싸구려 폭죽을 쏘아 올리는 무리도 심심찮게 보입니다.
부서지는 파도에 녹는 모래, 떠내려가는 조개껍질의 무덤.
무언가를 훌훌 털어낸 것처럼… 가끔 이렇게 여행을 오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 무의식중에 그런 생각을 할 때쯤.
쏟아지는 저온의 불빛을 받아내며 케인이 읊조립니다.
서건우: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60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서건우: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다시보니 스파클라를 보고 한 말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시선은 저 너머 넘실대는 겨울 밤바다에 고정되어 있어요.
―그래요. 케인의 눈이 꽤 오래 전부터 그곳을 향해 있었음을 깨닫습니다.
느릿느릿 스파클라의 몸통을 좀먹고 들어가던 빛의 파편이 그 수명을 달리하고…
시간을 떼우다 보면 어느 순간 주변이 소란스럽습니다.
그러고보니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한데? 무슨 일일까요.
케인 데이븐포트:...? 무슨 일이라도 난 것 같은데요...?
서건우:(바다를… 이렇게까지 좋아했었나. 눈 앞에 튀고 있는 불꽃을 두고 바다를 보다니. 그런 생각을 하며 물끄러미 너를 보다가 고개를 기울인다.) 웬 사이렌 소리가… 누가 다쳤나. (이쪽은 별 관심도 없지만. 네가 관심을 갖는 것 같으면 자리서 조금 벗어나 사이렌이 울리는 쪽을 둘러보았다.)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모래사장 어드매에서 붉은색 불빛이 번쩍입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설레던 스파클라의 불꽃과는 새삼 다른 형태의 것.
구급차뿐 아니라 경찰차도 두어 대 도착해 있군요.
그 주변에 듬성듬성 호기심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인산인해를 이룹니다.
●:가까이 다가가 살피거나, 선 자리에서 [관찰 판정]
서건우:(경찰차까지 와있는 걸 보고는 심상치 않다 생각했는지 미간을 구겼다. 이거 치안 괜찮은 호텔 맞아? 네게 가벼히 손짓하며 걸음을 옮겼다.) 저쪽에서 사고가 난 모양인데. 이리 와봐요, 케인.
케인 데이븐포트:어...? 사고요...? (네 뒤를 졸졸 따라가며)
서건우:(네가 따라오면 네 등에 손을 얹어 나란히 걸으며 사고 지점에 가깝게 다가가 주변을 살펴보았다.)
인파의 틈 사이로… 들것에 들린 무언가가 구급차에 실려 올라가는 것을 봅니다.
서건우: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93 |
판정결과: | 실패 |
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85 |
판정결과: | 실패 |
서건우:듣기기준치: | 50/25/10 |
굴림: | 25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낮부터 종일 고요하기만 하던 리조트 앞바다가 온통 떠들썩합니다.
그 소란에 객실에 머물던 리조트 투숙객들이 테라스 바깥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기도 합니다.
건우는 요란의 틈바구니에서 '여자 아이의 익사체가 떠밀려 올라왔다'는 내용의 대화를 듣습니다.
서건우: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76 |
판정결과: | 실패 |
문득, 객실 체크인 직후 두 사람의 방에 찾아왔던 젊은 남성이 떠오릅니다.
분명 어린 딸을 잃어버렸다고 했었죠. …설마?
"거 찍지 마시라니까 그러네. 물러 서 주세요!"
조끼를 착용한 경찰 두어 명이 몰려드는 구경꾼들을 제지합니다.
앰뷸런스가 서둘러 자리를 뜨자 밀집 되어 있던 인원 몇 명은 무리에서 이탈합니다.
마침 혀를 차며 뒷짐을 지고 리조트로 돌아가려는 중년의 여성이 눈에 들어옵니다.
●:롤플레잉으로 중년의 여성에게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싫으면 말어
건우야정말괜찮다네가싫으면지나가도된단다
서건우:(아, 뭐. 낮의 그 남자가 찾던 애가 죽었나보군. 덤덤히 여기며 별 감흥없이 돌아나오는 길에 눈이 마주친 이를 자연스레 스쳐지나갔다.)
사고가 있었나봐요. 바다… 더 볼래요? 바람이 좀 차기도 하고, 들어가는게 나으려나 싶은데. (너에게 말을 걸며 고개를 기웃대는게, 너를 볼 때가 되어서야 낯에 걱정스러움 따위가 깃든다.)
케인 데이븐포트:어... 이런 분위기에서 바다를 보는 건 좀 그런 것 같아요. (아쉬운 듯 바다를 빤히 보다가 다시 너와 마주한다.) 들어가요. 춥다.
서건우:그럴래요? (그럼 그렇게 하자고, 가벼히 대꾸하고는 고개를 마주했다가 웃음을 그려내고 네 등을 껴안듯 팔을 두른 채 호텔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코트 덮어드릴까요?
케인 데이븐포트:...네? 그럼 당신은... ... 어차피 바로 앞이 리조트인데 괜찮아요. (안은 네 손을 살짝 잡고서) 추우면 얼른 들어갑시다. 감기 걸릴라.
원하지도 않은 크루즈 당첨에, 사고 현장을 목도한 탓일까요.
두 사람은 시간이 늦었으니 남은 시간을 객실에서 보내기로 합니다.
서건우:기왕 여행왔는데 감기 들어서 앓아 누우면 아쉽잖아요. (추운 것과 별개로 네게 달라붙어 춥다는 핑계를 대며 총총, 객실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방에 난로를 틀어둔 것도 아닌데, 일단 실내인지라 확실히 밖보단 따뜻하긴 하네요.
케인 데이븐포트:(코트를 벗어 옷걸이에 걸어두고, 여행 가방에서 잠옷을 꺼내어 욕실로 향한다.) 저... 먼저 씻어도 되죠?
서건우:(따라 코트를 걸고 난방 온도를 확인하다가 네 물음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먼저 씻고 와요. 아, 룸서비스 좀 시켜놓을까요? 마신게 칵테일 뿐이라 뭘 좀 먹으면 좋을 것 같은데….
케인 데이븐포트:어... 음 좋아요. 어차피 약도 먹어야 하니까... 일단 씻고 나올게요.
서건우:(알겠다는 양 다시금 고개를 주억였다. 이어 샤워가운을 꺼내놓고 룸서비스 메뉴를 훑어보다가 가벼운 빵 종류, 스프, 샐러드, 리조또까지… 적당히 네가 뭘 먹을지 몰라 이것저것 시키면서 물과 도수가 매우 낮은 샴페인, 와인 한 병을 주문했다. 그러고나서 네가 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자하면 일정이라도 정리할까 싶어 굴리던 머릿 속에서
크루즈가 떠오른다. 물어는 봐야겠지. 가겠느냐고. 멍하니, 천천히… 매몰되어가는 기분을 느끼며 너를 기다렸다.)
케인 데이븐포트:(한 20분 쯤 지났을까, 다 씻고 문을 열면, 샤워 가운이 문 앞에 걸려 있었다. 아, 저 사람이 걸어둔 거겠지. 네가 걸어둔 샤워 가운을 자연스레 걸쳐 입고 나오면... 눈에 띄게 우울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네 모습을 마주할 수 있었다. 뭐지? 놀러 왔는데 왜 저런 표정으로... 아까 사고 때문에 그런 건가? 그렇게 감수성이 있는 사람은 아닌 것 같던데 말이지. 이런 생각이나 하며, 슬쩍 다가가 네 옆에 앉았다.) ...무슨 일 있어요?
서건우:(크루즈 다음에는, 바다, 식당, 이벤트, 다시 크루즈… 무슨 생각을 해도 계속해서 크루즈로 돌아오는 탓에 딱히 진전은 없었다. 네가 욕실에서 나와 제 옆에 와서 앉았다는 사실 조차 깨닫지 못했을 만큼 정신이 팔려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쓸데없는 곳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생각을 하며 너를 보고 웃음을 지어냈다.) 아, 내일은 어떻게 할까 싶어서… 일정 정리 좀 하는 중이었어요. 룸서비스는 이거… (태연히 메뉴를 네게 내밀어 시킨 것들을 짚어 보여주고는 다시 밀어놓고 고개를 기울여 툭, 어깨 위로 기댄 채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응, 맞다. 크루즈는 어떻게 할래요? 기왕 당첨된 거 기분 좋게 다녀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고 해서요.
케인 데이븐포트:아... (아, 크루즈 때문에 그런 거구나. 뭐, 기분이 찝찝한 건 본인도 마찬가지였으니 말이다. 잠깐 생각해본다. 뭐, 이제 피하고 싶은 사람도... ... ...없고. ... ...괜찮을 것 같기도. 싶지만...) ...저는 괜찮아요. 당신...은요? 좀 찝찝하면 안 가도 되고요.
서건우:찝찝? (네가 말한 단어에 양 눈썹을 들어올렸다가 짤막히 웃음을 뱉고는 고개를 저었다. 그런 채로 네 허리를 끌어안아 조금 더 네쪽으로 기댄 채 답했더라지.) 케인이 괜찮은데 제가 괜찮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어요. 그렇잖아요. …제 걱정해주신 건가? (그렇다면 기분 좋네요. 작게 덧붙이며 감았던 눈을 뜨고 어깨에 고개를 조금 부볐다.)
가요, 크루즈. 볼 것도 즐길 것도 많겠죠. 재밌을 거예요. 분명…. 안 가면 아쉽지 않겠어요?
케인 데이븐포트:... ...네... 하하하... 그 때보단 아마 재밌을 것 같기도 하고요. 즐긴 것도 별로 없었으니... ... (옛 트라우마가 스멀스멀 올라온다. 이제는 있지도 않은 오른손이 괜히 욱씬대며 아파왔다. 아니, 이 정도 시간이 지났으면 괜찮아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닌가? 통증이 몰려오는 탓에 고개를 숙여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눈치 빠른 이가 바로 옆에 있어 계속 고개를 숙일 수는 없었지만...) ...룸서비스는 시킨지 얼마나 됐어요? 배고픈데...~
서건우:크루즈는 다 거기서 거기려나. 모르겠네… 재밌는 게 많으면 좋겠네요. (즐거운 기억도 있었던 것 같은데. 머릿속을 되짚으며 무언가를 꺼내놓으려고 해도, 울렁이는 속이 모든 걸 검은 진액으로 뒤덮는 기분이 들었다. 깜빡. 눈꺼풀이 여닫힌 사이에 고개를 숙였다 드는 이의 낯을 본다.
그만, 그만하자. 그냥 그만두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누구를 위한 대화야… 이상한 소리가 튀어나올 것 같아 억지로 말소리를 참아내고 너를 보고 있기만 하다가 아─ 하고 막힌 숨이 트이는 듯한 호흡을 뱉은 후에 답했다.) 케인이 들어간지 얼마 안 됐을 때 시켰으니까 아마 곧… 언제 오는지 확인해볼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아, 아뇨. 뭐... 기다리면 오겠죠. (...이후로 짧은 적막. 역시 불편하기만 하다. 아, 이상한 곳에서 운이 좋아서... 아니, 운이 나쁜 편이려나. 머리도 지끈거리고, 목도 타 들어가는 것 같고, 환상통도 점점 팔 위로 올라오는 듯 했다. 첫날인데 이렇게 컨디션이 별로면 안되는데. 그래... 배에 뭐라도 들어가야 나아지겠지. 끌어안은 네 팔을 밀어내며 자리를 벗어났다. 단순히 폰 좀 찾겠다는 이유로.)
서건우:(불편한 기색이 느껴졌다. 네가 티를 내지 않으려 하는 것과는 별개로 그런 냄새를 맡는 데에 타고난 탓에 모르려고 해도 저절로 느껴져왔다. 일전에 네가 말했지, 환상통을 느낀다고. 다만 그에 대해 자세히 말해준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알 수 있었다.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그러니 이
'크루즈'라는 대화 주제는 우리 둘, 모두에게 독이 되는 것이었고 다른 주제로 대화를 바꾸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입이 쉬이 떨어지지 않아 어정쩡한 자세로 침대를 짚은 채 네가 앉아있던 자리를 쳐다보기만 했다.)
…저, 씻고 올게요. 생각해보니까 안 씻은 것 같네. (결국 할 줄 아는 거라고는 이렇게 도망치는 것 뿐이지. 코트 주머니를 잘 찾아보라 덧붙이며 조용히 욕실 안으로 몸을 숨겼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네... (네가 욕실에 들어가면, 어색한 공기가 방안을 감쌌다. ...역시 아무렇지 않은 척이라도 해야 했나. 아니... 이게 최대한으로 아무렇지 않은 척 한 거였어. 이보다 더 자연스레 넘어갈 순 없었다고. 사실 이미 일어난 일인데 더 생각해봤자 바뀌는 건 하나도 없었다. 고개를 젓고 잡생각을 떨쳐냈다. 원래 목적인 폰을 찾기 위해 네가 말한 대로 벗은 코트 주머니를 뒤져보면 주머니 안에 보란 듯이 존재했다. 뭐, 밖에 나갔으니 주머니에 있는 게 당연하겠지만, 왠지 자신에 대해 모든 걸 아는 기분이라 묘한 느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럼 내가 불편해 하던 것도 눈치챘겠지... 하. 역시 가지 않는 게 맞나? 하지만 가지 않으면 계속 예전 일을 계속 신경 쓰는 것 같아서... ...
띵동 불안한 생각을 끊어준 건 다름 아닌 룸서비스였다. 시킨 음식들이 뭐 이리 많은지, 탁자 위로 음식들이 줄줄이 놓여졌고 마지막으로 샴페인과 잔을 놓고 "맛있게 드십시오." 라는 말을 잊지 않고 방을 떠났다. ...그래, 음식 냄새라도 맡으니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쓸데없는 옛 생각을 정리하고, 네가 앉을 쪽으로 식기와 커틀러리를 놓고 욕실에서 나올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서건우:(이 욕실 밖을 나가면, 나는 이 모든 잡 생각을 잊은 사람이야.
이 욕실 밖을 나가면. 할 수 있어.
이 욕실 밖을 나가면…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네가 불편해하는 것을 보았으니. 너를 위해 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 그러니까, 나는… …. 온 몸에 검은 진액이 쏟아져내리는 기분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물을 맞았다. 얼음장처럼 차가운 물 아래 옷을 입고 서있었다는 걸 알아챈 건, 그로부터 몇분이나 흐른 뒤였다. 뒤늦게 옷을 벗어 내리면서 내일은 못 입겠군, 따위의 생각이나 했을까. 알고 있다. 이 문 밖을 열고 내가 나갔을 때 평소와 다름없는 시간을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하는 건 나 뿐만이 아니라는 것을.
씻는 시간이 오래되면 기다리는 네 입장에선 불안하겠지. 양 손목에 선명하게 새겨진 자상을 따라 시선이, 그 다음으로는 손 끝이… 훑어만지다가 그 위를 손바닥으로 덮고 손목을 꾹 쥐었다. 눈을 꾹 감았다가 몸을 빠르게 씻어내고 문을 나서기 전에 거울 앞에 서서 웃는 낯을 그려내었다. 너무 가식적이지 않게, 너무 딱딱하지 않게… 속으로 읆조리며 온기는 커녕 냉기만 감도는 욕실 문을 열고 슬쩍 고개를 내민다.)
저어, 케인─ 괜찮으면 샤워 가운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가져오는 걸 깜빡했네요. (목소리는… 그럭저럭. 네가 눈치를 챌 정도는 아닌 것 같아서. 이만하면 됐다고 생각하며 손을 내밀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가운이요? (네 부탁을 듣고 자리에서 일어나, 파우더룸에 있는 새 가운을 갖다 주었다. 잠깐 마주친 얼굴을 보아하니 나름 괜찮아 보이는 것 같다. 사실은 괜찮은 척 하는 걸 수도 있지만... 굳이 파내진 않았다.) 룸서비스 시킨 거 왔어요. 얼른 나와요.
서건우:오래 씻은 거 같진 않은데…. (괜히 말 한마디를 덧붙이며 네게 가운을 받고 머리에서 떨어지는 물기를 털다가 가운을 입은 채 욕실 밖으로 나왔다.) 으아, 식지는 않았죠? 어디보자… 응. 시킨대로 왔네요. 뭐 먹고 싶어요? (맞은 편에 앉아 네가 준비해주었을 식기를 만지작거리다 웃으며 포크를 들었다.)
케인 데이븐포트:어... ... (차려진 음식들을 보다가 빵과 스프를 자신의 앞쪽에 가져갔다.) 저는 대충 이렇게... 리조또는 건우 씨 드세요. 맛있겠다. (식사 시작할 때, 하지도 않는 말을 꺼내보며 분위기를 환기 시키려 애썼다. 이게 과연 먹히나 싶겠지만. 일단 입에 먹을 걸 넣으니, 아까처럼 우울한 기분은 약간 가시는 듯했다. ... ...하지만, 역시나 제일 신경 쓰이는 건 제 앞에 있는 서건우였다. 괜찮은 건가? 분명 괜찮은 척 하고 있는 것 같은데... 별 일 없는 표정으로 보이긴 하지만, 이게 정말 괜찮은 건지, 괜찮아 보이는 건지 알 수 없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별 문제 없이 구분했겠지. 기분이 나아진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다시 가라앉았다.) ...그... 괜찮아요?
서건우:(음, 그럴 것 같았어. 네가 빵과 스프를 가져가는 모습을 보며 샐러드와 스프가 아니라 그나마 다행인가, 정도의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너의 말에 고개를 주억이고 슬핏 웃은 뒤 샐러드와 리조또를 가져와 포크로 샐러드를 뒤적였다. 연어 샐러드인데. 그래도 한 입 정도는 먹어주려나…. 싱싱해보이는 양상추에 드레싱을 잘 묻혀 연어 한 점을 함께 포크로 찍어 네 앞에 내밀었다.)
…응? 뭐가요? (그러니까, 가끔은… 이런 부분 때문에 속이 쓰렸다. 네 앞에서 괜찮은 척 하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너를 위해서라면 괜찮지 않아도 괜찮고 싶은 게 제 마음이기도 했고. 다만, 너는 이런 일을 내 고집이나 억지, 따위로 받아들일 때가 있어서…. 그냥 모르는 척 묻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솔직하겠다던 약속과 더불어 네 표정을 살피다보면 그것도 어려워지고는 해서. 어서 먹으란 듯 포크를 살짝 흔들며 너를 보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냥, 좀… 알잖아요. 신경이 안 쓰일 수는 없겠더라고요. 그래도 냉수마찰 하고 나니까 괜찮아졌어요. (거짓말도, 틀린 말도 아니니까 이정도면 됐겠지. 눈을 한 번 깜빡였다가 다시금 웃어보였다.) 저 팔 떨어지겠어요, 응?
케인 데이븐포트:아... ... (역시.. 안 괜찮았던 거구나. 표정을 잘 숨기는 건지, 아직도 내가 표정을 읽지 못하는 건지. 답답한 심정이었지만 뭐. 여기서 할 수 있는 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네 말에 고개를 들어서, 제 입 앞에 내민 샐러드를 빤히 보았다. 어쩔 수 없이 입을 벌려 합, 하고 건네준 음식을 받아 먹었다.) ...저 그만 챙기고, 당신도 얼른 먹어요. 어서~
서건우:너무 신경쓰지 마세요. 당신이 신경쓰지 않았으면 좋겠거든요. 기왕 온 여행 즐겁기만 했으면 좋겠어서… (여기까지 덧붙이고서는 입을 다물었다가 네가 샐러드를 받아먹는 모습을 보았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현재의 우리는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고 밥을 먹으면서 음식을 입에 넣어줄 정도는 되는 거니까… 욕심 부리지 말아야지. 이미 제가 받기에 과분한 행복을 거머쥐고 있는 거라고 되뇌이며 웃어보였다.)
케인이 배부르면 나도 배부른데. 한 입만 더 드실래요? (한 소리 듣기 전에 냉큼, 리조또를 한 수저 먹으며 덧붙인 말이었다.)
케인 데이븐포트:...저희 할머니랑 똑같은 말을 하시네요. (아무래도, 네 장단에 조금 맞춰줘야 기분이 풀리겠지. 원래라면 그만하고 당신이나 챙겨 먹으라고 했을 터지만 마음 좋게 먹은 겸, 한 입 더 받아 먹었다. 어때요, 만족해요? 라는 눈빛으로 바라보는 건 덤이고.)
서건우:으하핫, 케인 할머니께서 한국 분도 아닐텐데 신기하죠. (이 웃음은 진심이었다. 억지로 낸 소리도 아니었고. 그저 네가 이렇게 한 입, 두 입… 제 바램에 맞추어주는 게 기분이 좋아서. 그렇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이다가 저도 두어수저를 입에 넣는다.) 맛있었죠? 아, 그렇지. 도수 낮은 걸로 시켰으니까 샴페인도 한 잔 해요. 응?
케인 데이븐포트:(어... 웃었다. 이거, 진심으로 낸 웃음인가 보다. 약간 격식 차리는 톤이랑 다른 것 같았는데... 뿌듯한 듯이 웃으며 네 술 권유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한, 한...두 잔 정도... (앞에 있는 잔을 내밀어 널 바라보았다.) 많이 주진 마시고요...
서건우:많이 안 줘요. 알잖아요. (제가 그럴리 있겠느냐며 슬핏 웃고는 샴페인 뚜껑을 타서 잔에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양을 따라주었다. 이어서 제 몫의 잔도 채운 후에 병을 내려놓고 잔을 든다.) 건배할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할래요? 건배. (건배사까지는 바라지 않을테니 잔이나 부딪히자고 웃으며 잔을 살짝 네쪽으로 내밀었다.)
케인 데이븐포트:뭐... 건배가 별 거 있나요. 하고 싶으면 하는 거지. (잔을 네 쪽으로 들어 짠- 하고 가볍게 부딪혔다.)
───────2일차───────2038. 02. 28 AM 08 : 03 전 날 맞춰 두었던 알람이 울리기도 전의 이른 시간입니다.
건우가 잠에서 깨어나면 먼저 아침을 맞이한 케인이 침대 끝에 걸터 앉아 창 바깥의 어딘가를 바라 보고 있습니다.
집요한 시선을 따라간 끝에 걸리는 것은 당연히도 바다입니다.
이 객실의 창 바깥에서 볼 수 있는 것은 기껏해야 시푸른 바다, 혹은 하늘 뿐이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죠.
한겨울인지라 어둠이 완전히 가시지 않아 사방이 어슴푸레합니다.
서건우:듣기기준치: | 50/25/10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잔잔하고도 희미하게 부서지는 파도 속에 섞인…
서건우:…웬일이에요. 안 피곤해요? (전 날 마신 알코올이라거나, 평소 일어나는 시간을 따지기만 해도 네가 일어날 시간은 아니었다. 눈을 한 번 깜빡였다가 네 쪽으로 몸을 끌어와 어깨에 툭, 고개를 기댄다. 기묘한 감각.
웬 군침 삼키는 소리?)
케인 데이븐포트:아, 음... 버틸 만 해요. 아마도...
살짝 드리운 역광, 묘하게 부산스러워보이는 머리칼…
서건우: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양 눈 아래가 퀭한것이 어딘가 아파보이고, 정신이 없어 보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피곤한 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기댄 네 머리에 살며시 손을 얹어 머리칼을 정리해주었다.)
서건우:(여행에 와서 들떴다는 이유로, 술을 조금 마셨다는 이유로. 별 같잖은 이유들로 네가 잠들지 못하는 동안 저 혼자 편히 잠을 청했던 걸까. 평소보다도 더 좋지 않아보이는 낯에 표정이 어두워진다. 네 손길에 얌전히 굴면서도 속은 어지럽게만 느껴졌다. 역시 찬바람을 오래 쐐게 하는 게 아니었는데. 뒤늦은 후회를 하며 고개를 떼고는 몸을 비켜 자리를 만들어 손으로 툭툭 두드린다.) 더 자요, 아직 일정까진 시간이 있으니까… 응?
케인 데이븐포트:아... 아니에요. 모처럼 놀러 왔는데 자느라 시간 보내면 아깝잖아요... 그냥... 씻고 나오면 괜찮지 않을까요? 내려가서 조식 먹어요. ...음, 저 먼저 씻을까요? 아니면 건우 씨 먼저...?
서건우:(여기서 고집을 부리는 것도 어려웠다. 네가 피우면 모를까, 내가…… 굳이 네 기분을 상하게 하고 싶지 않아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무리하지 말아요. 여행은 다음에도 올 수 있는 거니까….
기다리고 있을게요, 먼저 씻을래요? 아니면 같이 씻어도 되고… (평소와 같이 장난스럽다거나 기대하는 투가 아니라, 평이한 투였다. 네게 향하는 걱정을 감추기 위해.)
케인 데이븐포트:어... 음. 어제 저녁에 샤워했으니, 아침에는 세수랑 양치만 하려 했는데요? 샤워는 이따 저녁에 하죠. (슬쩍 일어나 네 시선과 마주했다. 그렇게 크게 걱정하는 표정은 아니지만... 보나마나 숨기는 중이겠지.) 양치 정도는 같이 할 수 있지 않나... 칫솔 갖다 줄까요?
서건우:(느릿하게 눈을 한 번 깜빡였다가 평소와 다름없는 웃음을 그려냈다.) 이따 저녁에 같이 하는 거예요? (가벼운 농담 후 너를 따라 몸을 일으켰고.) 같이 가요. 성인 남성 둘이 들어간다고 좁을 만한 크기는 아니니까 괜찮죠?
케인 데이븐포트:뭐, 같이 하고 싶다면야... (굳이... 같이 씻고 싶나? 뭐, 시간이야 단축되긴 하니까.) 네, 당연히 괜찮죠. (걸음을 옮겨 욕실로 들어 서면, 거울에 성인 남성 두 명이 꽉 차게 들어선 것을 볼 수 있었다. ...같이 세수는 좀 유난이겠지? 얌전히 양치나 하는 게 좋겠다. 가져온 칫솔에 치약을 짜주어 내게 내밀었다.) 여기요.
서건우:(네가 내밀어준 칫솔을 바로 입에 물면서 거울을 흘끔 보았다. 괜히 뻗쳐있는 머리를 두어번 쓸어내리며 머쓱한듯 뒷목을 긁적였다가 양치질을 하기 시작했다.) 잠자리가 좀 불편해요? 자는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가…
케인 데이븐포트:(네게 칫솔을 건네고서, 본인 또한 입에 물었다. 피곤한 눈으로 멍하니 칫솔질을 하다, 네가 건넨 물음에 거울너머로 시선을 맞췄다.) 어...우움... 아깜맘요... (거품을 퉤, 하고 뱉고) ...잘 때 이상한 소리 들리던데요. 건우 씨는 잘 때 안 들렸어요? 하긴... 그런 소리 하나도 안 들리는 것 마냥 잘 자긴 했었는데... (말이 끝나자, 다시 칫솔을 입에 넣어 양치질을 계속했다.)
서건우:(잠깐정도는 귀엽다는 아주 평화롭디 평화로운 생각을 했던 것도 같은데… 이어지는 말에 순간 표정 관리를 못할 정도로 기가 죽었다. 눈썹 끝이 축 처지며 눈동자가 굴러 세면대를 쳐다보았던가. 제가 생각만 하는 것과 그를 네 입에서 실제로 전해 듣는 것은 무게의 차이가 굉장히 크다 느끼며 입을 꾹 다물었다가 조용히 양치질을 이어했다. 거품을 뱉고 물로 헹구고… 일련의 과정 뒤 흘끔 너를 본다.) …죄송해요. ……무슨 소리가 들렸는데요?
케인 데이븐포트:(... ...이 사람, 기가 죽었는데? 왜지? 내가 또 잘못 말했나? 입 안을 물로 헹구고, 양치를 마치고 나서 네 얼굴을 마주하면 묘하게 내려간 눈썹이... 아, 이거 우울한 표정인가?) 아, 어... 어... ...제대로 생각은 안 나는데... 그냥 중얼중얼 거리는 소리도 나고... 옆 방에서 떠들었나 보죠.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오늘 푹 자면 되잖아요~ 하하하...하하... ... (어색해진 분위기에 웃어 넘기려 했으나 웃으며 넘어갈 기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덩달아 시무룩해지는 찰나에 세면대 위에 있는 일회용 팩 두 장이 눈에 들어왔다. 아, 이거다!) ...모, 모닝팩 할래요?! 같이해요. (팩을 냉큼 집어 올렸다.) 이제 건우 씨도 슬슬 피부에 신경 써야죠. 안 그래요?
서건우:(그렇게 방음이 안 될리가 없는데. 이상하다 생각은 하면서도 동시에 어떻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있겠냐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아냈다. 그래요, 하고 작은 목소리를 내 대꾸하며 고개를 주억인 것이 전부였더라지.)
…팩이요? (괜히 표정 관리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해 너까지 신경쓰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피어오를 즈음에 들려온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꿈뻑였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탓일테다. 네 말을 듣고 제 피부를 살짝 더듬어 만지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해서 나쁠 거 없으니까. 팩이라도 하고 나면 네 눈에 저도 조금이나마 예뻐보일까, 가망없는 생각을 하면서도 조금은 두근거려왔다.) 세수하고… 얼굴에 그냥 붙이면 되는 거예요?
케인 데이븐포트:어...? 응? 네... ...? (어, 설마 한 번도 안 해본 거야? 근데, 왜 당신 얼굴은 주름 없이 깨끗해... ...?) ...어... 팩. 네... 그렇죠? 세수하고 붙여야 해요...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서건우:응? (네 반응에 뭔가 잘못 말했나 싶어 잠시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주억였다. 해본 적 있다고 할 걸 그랬나. 그래도 이런 걸로 속이는 것도 좀…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눈을 꿈뻑이다가 세면대의 수도꼭지를 틀었다.) 해볼 일이 없었다고 해야하나… 팩이라는 건 뭔가 여유있는 느낌이잖아요. 그쵸?
케인 데이븐포트:아니, 그 문제가 아닌데... (네가 세수하는 것을 빤히 지켜보았다. 세수에 그렇게 신경 쓰는 타입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기초를 좋은 걸 쓰는 것도 아니고. 이거 진짜 동양인이라서 그런 건가?) ... ...그, 이런 말 해서 죄송한데요... 건우 씨가 그... 같은 동양권 사람들 사이에서도 동안인 거죠?
서건우:(문제? 네가 하는 말에 귀를 쫑긋 거리면서도 빠르게 세수를 마치고 턱에서 흐르는 물을 팔로 훔쳐내다가 두 번째로… 또 다시 생각치 못한 말에 동그랗게 뜬 눈을 꿈뻑인다.) 어…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듣고 보니까 그런 편인 것 같기도 하네요. 음… 네, 아마. (눈을 데굴 굴리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반대로 굴리고 잠시 머뭇거리다 묻는다.) …그건 왜요?
케인 데이븐포트:...허허. (네 질문에 헛웃음을 지었다. 모르고 하는 말이겠지?) ...아뇨. 나이에 비해 젊어 보여서... 쩝. (일회용 팩 비닐을 까서 네 얼굴 위로 조심스레 팩을 얹었다. 주름진 부분을 펴주며, 네 얼굴을 조심스레 만져주고는) ...부럽네요. 저는 이런 거 해도 주름이 계속 생기는데... 음. 이대로 15분 동안 냅두면 돼요. 저도 세수하고 팩 붙이고 나갈게요. 먼저 나가있어요.
서건우:(그러고보면 눈가의 주름이 콤플렉스라고 했던가. 제가 무심했던 것 같아 마음이 쓰이던 와중에도 제 낯을 조심스레 어뤄만져주는 손길이 좋아 입꼬리가 미미하게 삐죽였다. 그저 팩을 얹어주는 것 뿐이래도 좋으니 어쩔 수 없는 수순이었다.) 제가 이런 쪽으로는 잘 몰라서… 관리하시는 걸 돕는 편이 나을까요? (그런거 안 해도 예쁘기만 한데. 본인이 잘 생겼다보니 보는 눈도 높은가 보다, 생각하며─약간의 위기감을 느끼긴 했다─ 눈을 데굴 굴리다가,) …구경하면 안돼요?
케인 데이븐포트:네? 뭐... 세수 하는 거요? 뭐... 안 될 이유는 없지만... 별 걸 다 구경하시네요. (물은 미지근한 온도로 맞추어 가볍게 얼굴을 적셔준다. 폼클렌징을 손바닥 위에 짜, 최대한 많은 거품을 만들어주고. 그 거품으로 살살 마사지 해준다. 1-2분 정도 마사지 후에 물로 거품을 깨끗하게 닦아내면... 일단 이게 기본적으로 하는 세안. 원래 집에서는 더 하지만... 뒤에서 시선이 느껴지니 이 정도만 해야겠다 생각했다. 팩을 붙이려다 네 눈과 마주하면, 잠깐 눈을 굴리다가 슬쩍, 들고있는 것을 네 앞에 건네주었다.) 이거 붙여줄래요?
서건우:(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고서 너를 바라본다. 네가 하는 게 무어든 그게 너라면 한순간도 빼놓지 않고 보고 싶은 내 마음을 알까. 아니, 이런 건 몰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네게 부담스럽기만 할테니. 그저 물을 끼얹고 비누칠을 하는 자신과는 다르게 잘 모르는 제가 봐도 신경을 많이 쓰는 구나, 하고. 새삼 깨달음을 얻으며 물끄러미 보다가 시선이 마주치면 너무 빤히 봤나 하는 고민을 잠깐 했다.)
어, 저, 제가요? 잘 못 붙일지도 모르는데… (그럼에도 손은 이미 팩을 건네 받았다. 두근, 두근. 눈치도 없이 뛰는 심장을 애써 모른척하며 네 얼굴 위로 조심스럽게 팩을 얹었다. 손 끝이 조금 떨리는 것도 같았다. 실수하면 안되는데… 조심, 조심… 네가 해주었던 것처럼 주름이 없게 붙여주려 조금 더 길게 매만지다가 겨우 손을 떼었다.) …어, 어때요?
케인 데이븐포트:오... (거울로 주름 없이 잘 붙어있는 걸 확인하고 만족한다는 듯 끄덕거렸다. 거울 뒤로 몸을 빼다가 두 남성의 희멀건 비주얼이 적잖이 웃겼는 지, '푸흡' 소리를 내며 웃음을 자아냈다.) 하하하... 건우씨, 거울 봐요. 저희 완전 웃기게 생겼지 않아요?
서건우:(두 남성의 희멀건 비주얼이 웃기기보다는, 그에 웃는 네가 귀여워서. 네가 웃는 일이라면 그저 자신도 좋아서. 속에서부터 간지럽게 차오르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따라 소리를 내어 웃으며 어깨를 얕게 들썩였다.) 가끔은 같이 하는 것도 좋겠어요. 그쵸?
케인 데이븐포트:(네 말에 짧게 끄덕거리다가) 오... 그럼 제가 무슨 팩 사오던 같이 해줄 거예요?
서건우:(팩에도 종류가… 많겠지? 무엇 때문에 묻는지는 몰라도 당연한 물음이라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케인 데이븐포트:... ... ...! 좋아요. 집에 가서도 같이 해요~
서건우:(한치 앞도 모른 채 기쁜 낯을 감추지 못하며 다시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다 씻고나와 옷을 차려입고 객실 밖으로 발 걸음을 옮깁니다.
리조트 내의 식당에서 간단하게 배를 채운 뒤, 시간을 확인하면 막 오전 11시가 지나가는 이릇.
선착장까지는 차를 타고 20분 가량이 소요됩니다.
15분 전인 12시 45분까지 도착해야 할 것을 감안하더라도 꽤 여유롭군요.
●:두 사람은 크루즈가 띄워진 선착장까지 자차를 타고 갈지, 혹은 리조트에서 운행하는 셔틀 버스를 타고 갈지를 결정해야 합니다.
뭘 타고 갈까요?
서건우:(자차를 타고 가는 편이 편하지 않을까. 막연히 생각하다가 너를 돌아보았다.) 케인, 차로 갈까 하는데… 아니면 차는 두고 버스를 타는 편이 낫겠어요?
케인 데이븐포트:어... 음, 저는 상관 없는데... 차 끌고 가는 거 귀찮지 않아요?
서건우:전혀요. 그럼 차 타고 가는 걸로 해요.
케인 데이븐포트:좋아요. 차 어디다 뒀어요? 기억 나요?
서건우:(고개를 끄덕여 답한다.) 제대로 기억하고 있으니 걱정 말아요.
셔틀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썩 나쁘지 않은 선택이지만…
역시 바다까지 여행을 왔다면 드라이브를 포기할 수는 없죠.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좋습니다.
조금 더 쾌적하고 빠른 이동을 위해, 두 사람은 차에 올라탑니다.
도로는 오가는 차 없이 한적하고, 잘 포장된 아스팔트는 차갑고 견고하기만 합니다.
히터가 쏟아내는 뜨거운 공기는 더없이 건조한데다 무겁고요.
분간이 힘들 정도로 묘하게 꿉꿉한 먼지의 냄새가 나는 차 안.
찬 바람이나 시린 말단부위 만으로도 느끼지 못했던 겨울을 먼지 냄새 나는 히터 바람 하나로 되새길 수 있다니.
광활하게 펼쳐진 수평선 저 너머 어딘가에 끝이 존재하기는 할까요.
꼭 세상의 가장자리를 달리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차에서 이동하는 내내 케인은 잔기침을 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창문 너머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숙여 작게 기침을 해댔다.) 콜록, 콜록...
서건우:(차 안이 건조하다 싶을 때부터 걱정하기는 했지만, 역시나. 잔기침을 하는 네 모습을 흘끗, 흘끗… 곁눈질을 하다가 앞을 보며 능숙하게 콘솔박스에서 생수를 꺼내어 네 쪽으로 내밀어주었다.) 괜찮아요?
케인 데이븐포트:아... 네. 괜찮아요, 별 거 아니에요. (네게 물을 받자마자 뚜껑을 열어 입에 가져다 댔다. 꿀꺽 꿀꺽. 아까 받은 물이라는 것이 무색하게도 한 병을 전부 비워냈다.)
서건우:응급처치기준치: | 55/27/11 |
굴림: | 3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기껏해야 한 두어 모금 마시고 넘겨주던 것이 보통인데. 목이 말랐나, 라고 하기에도 기묘한 이 감각이… 어떠한 기시감을 불러일으켜서… 잠시 시선을 네게 두다가 운전에 집중하지만 찝찝한 기분이 들었다.)
물을 마셔도 나아지지 않는 마른 기침이 차체를 가릅니다.
감기는 아닌 것 같은데, 밤새 잠을 자지 못했을테니 단순한 컨디션 난조일지도 몰라요.
케인 데이븐포트:(그래도, 네가 준 물 때문에 기침이 조금 잦아들자, 고개를 창에 기대고 멍하니 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조금 이상한 점은 자신 쪽에 있는 창이 아닌, 굳이 네가 위치해있는 창 너머를 바라보는 것. 물론 네가 위치한 쪽에 바다가 있긴 것을 생각한다면, 그다지 이상한 점은 아닐 수 있겠지만 말이다.)
서건우:(바다를 자주 보시네. 바다로 오길 잘 했다, 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 기묘한 느낌은 뭘까. 찝찝한 기분이 금세 털어지지 않아 이상하단 생각을 하며 관자놀이께를 긁적이다가 앞을 주시한 채로 네게 묻는다.) 제가 너무 가리는 건 아니죠? 바다 어때요, 드라이브 하면서 봐도 좋은가?
케인 데이븐포트:(네가 말을 건네자 고개를 살짝 들어 괜찮다는 듯 웃어보였다.) ...네, 좋죠. 언제 이렇게 바다 볼 기회가 오겠어요... (말을 끝내고, 시선은 다시 푸른 바다로 옮겼다. 그래도 씻고 밥을 먹었을 때는 상태가 괜찮았는데, 찬 바람을 맞아서 그런가 상태가 갑자기 나빠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열도 살짝 오르는 것 같고... 눈이 뜨거워지는 느낌에 손 등으로 눈을 꾹 눌러 열을 식혔다. 잠깐... 눈이나 감고 있을까.) ...자는 거 아니에요. 눈 좀 감고 있을게요.
서건우:(상태가 영 안 좋아보이는데. 오늘은 역시 쉬는 게 나았을까. 아니면… 어쩌면, 가고자 하는 장소가 또 네게 무언가를 불러일으킨 건 아닐지. 불안은 불안을 먹고 몸집을 키워갔다. 침착하게 운전을 하면서도 손이 미미하게 떨려왔던가. 네가 눈을 감고 있어 다행이라 생각했다.) 오래 가는 것도 아닌데요. 잠깐이지만 눈 좀 붙여도 되겠어요.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저도 컨디션이 좀 오락가락 해요. (부러 네가 덜 신경쓸만한 말을 골라서 하고는 입을 꾹 다물었다.)
케인 데이븐포트:(이유 없이 마른 침을 삼쳤다.) ...네. 그래야겠어요... ... (잠깐 눈 좀 붙이려다, 네 마지막 말에 다시 눈을 떠 네 얼굴을 바라보았다.) ...건우 씨도 어디 아파요?
서건우:(아, 말을 잘못 골랐나.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지자 곁눈질로 너를 흘끔이다가 고개를 젓는다.) 전 괜찮아요. 튼튼한 게 장점이잖아요. 신경쓰지 말고 어서 눈 붙여요.
케인 데이븐포트:... ...어디 아프면 말해요.
밖에서 들리는 바닷 소리와 차 엔진 소리만이 차 안을 가득 채웁니다.
그래요, 워낙 추운 겨울이니 단순한 컨디션 난조일 겁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을 안심시키고, 쭉 뻗은 도로를 횡단할 때 쯤―
…별안간 깨어난 케인이 바다 쪽으로 핸들을 꺾습니다.
딱딱한 돌바닥을 너르게 달리던 바퀴가 갑작스레 방향을 달리하고, 속도를 이기지 못한 차체가 불안정하게 뒤틀리며 가드레일 쪽을 향해 기웁니다.
서건우:SAN Roll기준치: | 40/20/8 |
굴림: | 1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서건우:자동차 운전기준치: | 60/30/12 |
굴림: | 59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근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61 |
판정결과: | 실패 |
핏기가 가실만큼 우악스래 핸들을 거머쥔 케인의 손을 떼어낼 겨를은 없어요.
건우는 가까스로 겹쳐쥔 핸들을 반대 쪽으로 꺾습니다.
차체의 어딘가가 가드레일과 마찰하며 소름끼치는 쇳소리가 잠시간 지속됩니다.
정적 속에 파묻힌 고요에서 찾을 수 있는 것은 두 사람의 거친 호흡소리만이 전부예요.
갑작스러운 사고에 손이 떨리고, 입술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가드레일 너머로 턱이 낮은 모래사장이 있긴 하지만… 하마터면, 큰 일 날 뻔 했습니다.
가까스로 정신을 다잡고 케인을 살피면, 케인은…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입니다.
서건우:(정신이 들자마자 다급히 너를 살피며 다친 곳은 없는지 더듬어보았다. 갑자기, 무슨… 정신이 멀어지려는 것을 겨우겨우 붙잡으며 한참 너를 살피다가 겉으로 보이는 외상이 보이지 않자 그제야 몸에서 힘이 빠져 등을 등받이에 기대었다.) 케인, 괜찮아요? 의식이 있어요? (그런 와중에도 네 손을 붙잡고 쓸어주며 너를 살핀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어... 네? (자기가 벌인 행동이면서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당황한 표정을 지은 채 널 바라보았다. 적잖게 당황한 목소리로 왜, 왜... 그런 거지? 내가 이럴 리가 없는데...라는 말들을 하다가 뒤늦게 네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고개를 숙인 채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죄... 죄송해요. 제가... ...왜, 그랬는지... 저도 모르겠는데. (다시 고개를 올려 얼굴을 마주하면, 진심으로 네게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디 안... 안 다쳤죠? 괜찮은거죠? 네?
서건우:괜찮아요, 괜찮아. (안전벨트를 풀어 네 쪽으로 상체를 기울여 너를 끌어안아주었다. 차가 가드레일에 부딪혔고, 핸들을 꺾은 쪽은 나였으니 몸에 데미지가 없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아파도 아프지 않기로 다짐한다. 우는 낯을 보니 속이 쓰려와서, 육체의 고통은 중요케 여겨지지 않는 탓이다. 등을 쓸어주고, 머리를 쓰담아주다가 살짝 떨어져 네 눈물을 조심스럽게 살살 닦아주었다.) 안 다쳤으면 됐어요. 정말 다친 곳 없어요? 아픈데 없는지 잘 봐요, 응? (걱정 서린 투로 말하며 고개를 기울여 네 눈가에, 이마에 차례로 살며시 입맞추고는 시선을 마주했다.) 다 괜찮아요. 앞으로 안 이러면 되잖아요, 그렇죠?
케인 데이븐포트:(천천히 생각해보니 꿈에서
네가 바다 쪽으로 핸들을 꺾는 것을 막는다는 것이, 꿈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해 일어난 일인 것 같았다. 기분 좋게 여행 와서 죽을 일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무슨 정신으로 그런 짓을 한 거지? 차라리 네가 화를 내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다정하게 건네는 위로의 말들은 더욱 더 자신을 몹쓸 사람으로 만들었다.) ...죄송해요. 놀러 왔는데 이런 짓이나 하고. 그, 그냥 돌아가도 되니까... 윽... (갑작스런 사고에 몸이 놀랐는지, 스멀스멀 허리 통증이 올라왔다. 몸까지 아픈 거야? 무를 수 없는 상황에 눈물은 그칠 생각이 없는 듯 계속 흘렀다. 아, 진짜 뭐하는 거지... 손으로 우는 얼굴을 급하게 가렸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흐읏...으...
서건우:케인, 저 정말 괜찮아요. (네 양뺨을 감싸쥐고 시선을 마주하며 단호히 말했다. 너를 울게 하고자 한 말들이 아니었으므로. 이렇게까지 우는 모습은 실로 오랜만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심장의 통증을 느꼈다. 네가 아파하는 모습만 봐도 이렇게 아픈데… 다시 너를 품에 안고 등을 쓸어주다가 허리 쪽으로 내려와 조심스레 살살 허리를 만져보았다. 혹여 잘못되기라도 했을까봐.)
케인, 우선 호텔로 돌아가요. 진정하고나면 의무실에 들러보고… 상태가 많이 안 좋은 것 같으면 병원에 가는 거예요. 알았죠? 여행은 또 오면 되니까 괜찮아요. 다음에도 같이 와주기로 했잖아요. 그거면 됐어요. (평소보다 사근히 말하려 노력하며 살짝 떨어져서 네 손을 잡아 조심히 내렸다. 눈물로 범벅이 된 낯 여기 저기에 입을 맞추고 손을 깍지 껴 쥔 채 묻는다.) 케인, 저 보고… 응. 차 계속 탈 수 있겠어요? 힘들면 말해요. 솔직하게 말해줘야해요.
케인 데이븐포트:호... 호텔로 돌아가자고요...? ... (이런 일이 없었다면, 함께 배에 올라서 이전 일들을 이겨낼 수 있었을 텐데. 자기 때문에 모든 것이 망쳐진 것 같은 괴로움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차... ... 못 타겠어요. 리조트에서 꽤 멀리 온 것 같은데. 걸어가기는 무리니, 조금 쉬었다가 돌아가요. ... ...정말 죄송해요. 정말로... ... (네 품에서 조용히 고개를 묻고 숨 죽인 채로 네 옷을 적셨다. 괜찮다고 다독여주어도 눈물은 쉴 새 없이 흘렀다. 과거에 처음 겪은 차 사고도 자신 때문에 일어났고, 이번 사고도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정말 잘못되었으면 지금 자신이 기대고 있는 이마저도 잘못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괴롭지 않을 수가 없었다.) ... ... ...죄송해요, 몇 번을 사과해도 모자란 것 같은데... 진심으로 죄송해요...
서건우:(살면서 생사가 오갔던 순간은 많았고, 죽음은 늘 나와 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순간 중 지금은 부정적인 감정대신 오로지 너에 대한 감정만이 넘쳐흘러서. 그래서 나는 괜찮지 않았지만 역설적으로 괜찮았다. 나 자신에 대해서는 아무 문제도 없었지만, 오로지 네 안위에 좌우할 뿐이라는 거다. 지나치게 슬퍼하는 이유를… 아마 차 사고가… 의도하지 않아도 빠르게 도는 머릿속에서 몇몇가지 이유들을 찾아냈으나 모른척 눈 감아주기로 했다. 이미 혼란스럽고 괴로울 네게 무언가를 더 얹어주고 싶지 않아서. 머리칼 사이로 손을 넣어 살살 쓸어내주다가 너를 억지로 떼어놓고 입을 맞추었다. 무언가를 더 하는 것도 아니고, 정말 단순히 입술끼리 겹쳐 맞붙인 채로 너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떼었다.)
…사과 그만해요. 저 정말 괜찮아요. 차는 보험사를 부르면 되고, 나는 지금 케인이 괜찮은 지가 가장 중요해요. 여행을 망친 것도 아니고, 나는 여전히 당신이 괜찮으면 다 괜찮아요. 그러니까… 그만 울고, 그만 사과하고… 내 말 알아 듣겠어요? (당신이 우는 게 더 속상해요… 작게 덧붙이고 눈가에 살며시 입 맞추었다가 달래듯 뒷목을 슬슬 문질러주었다.) 등받이에 기대서 조금 쉬고, 심호흡해요. 진정된 것 같으면 다시 돌아가고… 걷기 힘들면 말해요. 업어줄 수도 있고, 내키지 않으면 부축해줄게요. 알겠죠, 케인?
케인 데이븐포트:(스멀스멀 올라오는 죄책감, 자괴감, 트라우마가 끊임없이 자신을 짓누를 것 같았으나, 네 입술이 닿자 거짓말처럼 그 복잡한 감정들이 녹아내렸다. 호흡도, 맥박도 점점 안정을 되찾았고 등받이에 자세를 고쳐 누우면 쌓고 있었던 피곤함이 점점 밀려와 자신의 눈꺼풀을 무겁게 만들었다.) ...그건 힘들잖아요. 한... 10분만 쉬었다 차로 되돌아 가요. 저 이제 괜찮아지는 것 같아요... 정말로요.
서건우:(괜찮아지고 있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닌 것처럼 안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게 느껴졌지만, 네가 정말 괜찮아진 건지, 방어기제로 몸이 수마에 잠기는지 구별해낼 수가 없어서. 그저 너를 가벼히 토닥여주고 손을 잡아 손등을 쓸어줄 뿐이다.) 정말 괜찮은데. 만약 힘들면 혹시라도 무리하지 말고 꼭 말해줘야해요. 저는 케인이 안 괜찮은데 괜찮다고 하는 게 더 속상할 것 같으니까… 쉬어요, 케인. (이마 께에 살며시 입맞추고 네가 잠에 드는 모습을 천천히 지켜보았다. 잠에 들면 살짝 업고 걷기 시작해도 괜찮겠다, 그런 생각도 조금 했던 것 같고.)
───────객실───────2038. 02. 28 PM 13 : 36 업어서 가는 건 극구 만류하는 바람에 겨우겨우 차로 돌아왔지만...
객실로 돌아오자마자, 바로 냉장고를 열어 물을 몇 병이나 비워내는 이상 행동까지 하기 시작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바닥에 비워져 있는 물병이 한 2병... 지금 마신 것 까지 3병인가. 몇 병을 비워내어도 미친 듯이 목이 타들어갔다. 본인도 본인이 이상한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 왜지? 왜, 마셔도 마셔도 목이 마른 거냐고...) ...물 더 없어요...?
서건우:(물이 더 없느냐고? 세 병을 마셔놓고, 아니… 차에서 마신 걸 합치면 벌써 네 병이나 되어가는 참이었다. 네 양팔을 붙잡고 침대로 끌어와 앉혔다.) 케인, 목이 말라도 그렇게 한꺼번에 마시면 안 돼요. 케인도 알겠지만… 사람 몸이라는 게 귀찮고 복잡해서 그러면 안되더라고요. 아시죠? (목 많이 말라요? 덧붙여 물으며 네 뺨을 살살 쓸어주었다.)
그의 뺨이 손에 닿으면, 보통 사람의 체온보다 훨씬 뜨거운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저도 알아요... 저도 아는데...! (목이 타 들어가는 것이 상당히 괴로운지, 손으로 목을 쥐어 짜냈다. 콜록, 콜록! 이유를 모르겠는 마른 기침은 계속 되었고, 열 때문인지 식은 땀이 송글송글 맺혔다.) ... ...저도 아프기 싫어요. 놀러와서 이런 모습 보여주기 싫다고요. 왜, 저한테만 계속 이러는 건지 모르겠어요... 왜...
서건우:(갈증의 원인은 열이었나. 물을 더 마시는 건 위험할 것 같으니 해열제를 먹여야겠다 생각했다. 소매춤으로 네 이마께의 땀을 훔쳐주고 짐 가방 안에서 약 더미를 꺼냈다. 그러니까… 아, 그렇지. 챙겨오지 않았을리가. 차분히 약을 건네며 말한다.) 물 없이 삼킬 수 있겠어요? 찬 바람을 많이 쐐서 몸살이 드나봐요. 많이 아파요?
케인 데이븐포트:(많이 심란한 지, 눈물을 뚝뚝 떨구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게 약을 건네 받고는 한참 쳐다보다가 다시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었다.) ... ...물, 한 모금만 마시게 해주세요. 그냥 먹는 건 무리예요...
서건우:(뺨을 적시는 눈물을 문질러 닦아주었다가 눈가를 얕게 좁혔다.) 딱 한 모금이에요. (어제 한 모금 마셨다가 넣어둔 물을 꺼내어 네게 건네주었다. 아픈 사람이 가장 힘들겠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케인 데이븐포트:(물을 받아 들고는, 잠깐 아쉽다는 생각을 했다. 다 채워진 병이라면 조금이라도 더 마실 수 있었는데... 이윽고 네가 준 해열제를 입에 넣어 조금 남아있는 물과 함께 삼켰다. 꿀꺽. 삼킨 후엔 작은 한숨. 잠깐 숨을 고르다가도, 아프다는 죄책감에 또 다시 눈물을 흘렸다. 나이가 드니 눈물샘이 고장이 났나, 울지 않으려 해도 계속해서 눈물이 났다.) ...죄송해요. 계속 이런 모습 보여서... ...그만 울기로 마음 먹었는데 계속 눈물이 나요. ...이러고 싶지 않았는데... 다 제 잘못이에요. 전부 다 제 잘못 같아요. 저도 그만 아프고 싶은데 마음처럼 잘 되지가 않아요...
서건우:(네가 한 모금을 삼키면 자연스레 그 병을 다시 가져가 뚜껑을 잠그고 협탁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는 사이에 다시 눈물을 흘리는 네 모습을 보고는 코트를 벗어 짐 위로 걸쳐놓고 네게 돌아와 너의 팔 아래로 제 팔을 밀어넣고 그대로 안아 쭉, 침대 한가운데로 들어와 함께 누웠다.) 울고 싶으면 울어도 돼요. 너무 울면 힘들테니까 그게 걱정이지… 케인, 여기에 당신 잘못은 없어요. 놀랄 만한 사건을 겪었을 뿐이고, 사람은 누구나 아플 수 있는 거잖아요. 아픈 건 정말 속상한 일이지만, 그게 당신 잘못은 아니에요. 당신도 그걸 좀 알아야해요. (한쪽 뺨에 두어번 정도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가 눈가에서 흐르는 눈물을 손가락으로 살짝 훔쳐주었다.) 다 괜찮아요. 해열제를 먹었으니 갈증도 조금 있으면 나아질 거예요. 한숨 자는 것도 괜찮겠는데… 어디 더 아픈 데는 없는 거죠?
케인 데이븐포트:... ...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내 잘못은 없다고 생각할까? 아무래도 진심이겠지. 이 사람은 이런 걸로 괜한 거짓말은 하지 않으니까...) ...처음으로 둘이서 여행 와서는 아프다고 울고 자기만 하고... 당신도 속상할 거 아녜요... 좀 더 버티고 있을래요... (큰 몸으로 꾸물대며 네 품에 좀 더 깊이 들어갔다. 안겨있으니, 기분이 조금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옛날에는 이런 스킨십조차 기분 나빠 했었는데... 언제 이렇게 익숙해진 건지. 특히나, 그 누구도 아닌 '서건우' 에게 이럴 줄은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무렴 어때. 지금은 달라졌으니까... 과거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서건우:응, 그럼 다행이네요. 하하, 저는 케인이 절 그렇게 생각해준다는 사실 만으로도 충분히 기쁜 걸요. (이불을 좀 덮어줄 걸. 그럼에도 네가 제 품 안에 안겨 있는 지금이 좋아서 가만히 있기로 한다. 느릿하게 등을 도닥여주다가 뒷머리칼을 살살 쓸어주기도 하고… 네 머리 위로 자신의 머리를 기대어 얕게 부비다가 나른하게 숨을 뱉었다. 이제와 하는 말이지만 모든 긴장이 풀리고 나니 온몸이 뻐근하다못해 쑤시기 시작해서. 외상이 없는 게 기적이라면 기적인가. 몸에 멍이 잔뜩 들겠군… 따위의 시덥잖은 생각을 하다가 너를 조금 더 끌어안았다. 불안 따위 느낄 시간도 없었으면 해서. 귓가에 얕은 입맞춤을 남기면 아주 작은 웃음이 따라 붙었다.)
케인 데이븐포트:웃... (조금 꽉 안았는지 작은 신음을 내뱉었다. 그렇게 둘이 꼭 안고 있으면, 뚝뚝 흐르던 눈물은 어느새 그쳐 있었고 불안했던 마음도 조금 진정이 되는 듯 했다. 이렇게 좀 안정이 되니 슬슬 잠이 오는 것 같기도...) ...건우 씨... 저, 졸려요. 약 먹어서 그런가...
서건우:그럼 좀 잘래요? 저도 조금 자고… 일어나면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 바다 구경도 하고… 호텔 내부에도 볼 게 많던걸요. (잠이 깨지 않도록 낮고 작은 목소리로 사근거리며 네 뒷머리를 헤집어 살살 쓰다듬어주다가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 여행을 망친 것도, 여행이 끝난 것도 아니니 네가 조금이나마 마음을 놓길 바라면서. 네가 잠드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
둘은 꼭 껴안은 채로 곧장 깊은 수마에 빠집니다.
휴양을 위해 방문한 바다인데 피곤함과 불안함이 허파에 가득 얹힙니다.
그래도 자고 일어나면 저녁일테니, 저녁 일정이라도 즐기기로 합니다.
───────밤의 바다───────2038. 02. 28 PM 11 : 47 서건우:듣기기준치: | 50/25/10 |
굴림: | 55 |
판정결과: | 실패 |
근처에서 무언가 부스럭 거리는 인기척을 들었던 것도 같습니다.
반사적으로 눈을 뜨면 밤 12시가 다가오는 늦은 밤입니다.
뒤척이며 몸을 돌리거나, 케인의 자리를 살피면 잠결에 들었던 소리의 원인을 밝히기라도 하듯 텅 비어 있군요.
그저 주름진 침대 시트만이 케인 이곳에서 잠들어 있었음을 설명합니다.
손으로 만져보면 온기가 전부 날아가지 않았음을 눈치 챕니다.
서건우:(옆을 더듬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네 흔적을 찾아나섰다. 몸도 안 좋으면서 어딜 가신거지?)
객실 안의 어느 곳에서도 케인의 흔적을 찾을 수 없습니다.
서건우: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27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주위를 둘러보면 활짝 열린 현관문을 발견 수 있습니다.
서건우:(객실 안에서 너를 찾지 못했는데 신발이 그대로 있으니 여간 걱정이 되는게 아니었다. 급히 폰으로 네게 연락을 하면서 바깥으로 뛰쳐나와 너를 찾기 시작했다.)
케인에게 전화를 걸며, 문 밖으로 나가려는 찰나.
이런, 폰은 객실 안에 그대로 있는 것 같습니다.
서건우:(돌아버리겠네. 순식간에 제 키 만큼 커진 불안감을 억지로 억누르며 너를 찾아나섰다.)
●:나가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경우 [행운 판정]
●:현재 9층... 운 나쁘게도 8층에서 내려가는 방향을 띄우고 있습니다.
비상 계단으로 내려가는 게 더 빠를 것 같습니다.
서건우:(씨발. 기다릴 시간이 없는데! 벽을 주먹으로 쳤다가 바로 비상 계단으로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급하게 비상 계단으로 내려가 리조트 바깥으로 뛰쳐나옵니다.
얼음을 굳혀 만든 소금이 목구멍을 틀어막는 듯 묘연한 바다의 냄새는 숨막힐 정도로 짜고, 무겁고, 소름끼쳐요.
파도의 노랫소리가 꼭 모독적 존재의 속삭임처럼 느껴집니다.
사방에는 불이 들어와 있는 가로등 하나 보이지 않아 한치 앞을 구분하기 힘듭니다.
서건우:관찰력기준치: | 70/35/14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모래사장에 점점이 수놓여 있는 누군가의 발자국을 발견합니다.
찍힌지 얼마 되지 않은듯 선명하기만 한 자욱. 케인의 것입니다.
이동 방향을 살피면 저 너머 바닷가 쪽으로 지체 없이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발자국을 따라가면 금세 파도 앞에 당도합니다.
밀려드는 파도가 야금야금 먹어 치우고 있군요.
불안함에 떨리는 눈으로 이곳저곳을 급히 둘러보면 얼음장처럼 차가운 바닷물과 불안정한 파도를 가르고 바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 케인을 발견합니다.
서건우:SAN Roll기준치: | 39/19/7 |
굴림: | 96 |
판정결과: | 대실패 |
●:각종 기능, 또는 [근력] 대항 판정을 통해 뭍으로 건져 올릴수 있습니다.
서건우:(네가 도대체 왜, 거기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질렸다가 까맣게 물들기를 반복한다. 점멸하듯 머리가 아프고 복잡한 와중에도 단 한가지 만은 명확했다. 너를 구해야한다는 것. 나는 너를 살려야만 한다고. 그게 바로 내가 살 길이라고… 스스로가 어떤 상탠지 인지를 하기도 전에 몸이 앞서 나가 너를 붙들었다.) 케인,
케인─! 근력기준치: | 60/30/12 |
굴림: | 10 |
판정결과: | 극단적 성공 |
케인 데이븐포트:(어딜 보고 있는 지 모르겠는 멍한 눈을 한 채로 바다에 발을 들였다. 찰박대는 물소리는 점점 첨벙 소리로 바뀌었고 파도는 그의 가슴께 까지 삼키려 들었다. 바다가 점점 그를 삼키려는 찰나...
"케인---!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뒤에 바로 몰려오는 살을 꿰뚫는 것 같은 차가운 온도. 파도에 휩쓸릴 것 같은 불안감. 그리고 자신 뿐만 아니라 자신을 구하러 온 그마저도
바다의 혀에 먹힐 것 같다는 공포심이...) 오, 오지 마세요!!! (그를 만류하려 했으나, 바로 자신의 곁으로 와서 팔을 끌어내어 자신을 뭍으로 데려갔다.)
체온을 모두 빼앗긴 몸은 사시나무처럼 떨려오고, 곧 죽을 것처럼 창백하게 질린 피부가 자꾸만 어둠에 좀먹힙니다.
간신히 뭍으로 건져 올린 케인은 이상한 말을 중얼거립니다.
"자꾸 저를 불러요. 시끄러워서 잘 수가 없어서... 당신은 안 들려요? 지금도 절 부르고 있는데. 저만 들리는 거예요? 왜 당신은 안 들려요? 왜..."
정상이 아닌 케인의 상태에 혼란스러운 건우, SANc 0/1.
서건우:SAN Roll기준치: | 37/18/7 |
굴림: | 72 |
판정결과: | 실패 |
케인, 도대체 무슨 소리가 들린다는 거예요? 아니, 다 상관없어요. 무슨 소리든, 당신을 부르고 있든… 신경 쓰지 말아요. 몸을 녹여야겠어요. 안 그래도 성치 않은데… 가요. 이대로는 안돼요. (너를 안은 채로 등을 쓸어주다가 그대로 너를 부축해 호텔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발을 잠깐 담궜을 뿐인 저조차도 몸이 사시나무 떨듯 떨려와서, 더더욱 네가 걱정되는 탓에 걸음을 재촉했다.)
말 했잖아요. 본디 인간의 감이란 인간이 진화를 거듭한 만큼 그 어떤 다른 감각보다도 예리하며 발달되어 있기 마련이라고요.
서건우:지능기준치: | 60/30/12 |
굴림: | 99 |
판정결과: | 실패 |
한번에 많은 일들을 겪은 탓에 머리는 생각 하는 것을 거부합니다.
서건우:(여기 오는게 아니었는데. 머리가 굴러가지 않는 와중에도 추운 것과는 별개로 몸이 오싹해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네게 느끼던 기묘한 면들만이 떠올랐다. 이상해, 뭔가 이상해. 나는 여기…
왜 한시도 더 못있겠지? 호텔로 가던 방향을 틀어 주차장으로 향했다. 짐은 방안에, 차는 견인이 되었음에도 지금 당장 떠나지 않고는 견딜수 없는 역한 감각에 억지로 걸음을 떼었다. 후에는 뜀박질이나 다름없이 너를 안은 채로 몸을 관성적으로 움직였다. 꼭 네가, 물을 탐하다 못해
바닷속으로 사라져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만 같아서. 울렁이는 속을 무시한 채 아무 차 앞에 서서 억지로 차 문을 열었다. 경보음이 울렸지만 조수석에 너를 밀어넣고 문을 닫은 뒤 운전석 문까지 열어 차에 타서는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차를 몰았다. 사고만 안 내면 돼. 사고만. 호텔 부지 바깥으로 빠져나오면서 남의 차 안을 뒤적여 옷가지나 담요 따위를 네게 덮어주고 마저 엑셀을 밟았다.)
심각해 보이는 케인의 상태가 걱정 되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담요를 덮어주었으니 버텨 줄 수 있을 거예요.
끝도 없이 펼쳐질 것만 같던 바다가 모습을 달리하고, 옷감과 차체에 달라 붙어 있던 소금 냄새가 옅어질 무렵…
은은하게 푸른 하늘이 차오를 때쯤 케인의 떨림도 점차 멎기 시작합니다.
색색거리는 비교적 안정적인 호흡소리에 마음이 놓입니다.
방지턱을 밟은 차가 흔들림과 동시에 라디오 너머에서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흘러나옵니다.
아무래도 뉴스 채널에 맞춰 두었던 모양이에요.
긴급 속보입니다. 모 호화 리조트의 앞바다에서 새벽결에 떠밀려온 30대의 익사체가 발견되었습니다. 경찰 및 관계자들은 사인을 자살이라고 추정하고 있으나, 발견된 유서가 없는 점을 미루어…
"…어디 쯤 이에요?" 빠르게 흘러가는 뉴스의 소음 너머로 잠에서 깨어난 케인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창백했던 피부에 혈색이 돌며, 어쩐지 개운해 보입니다.
───────END1. 바다가 보이지 않는 곳으로.───────즉시 리조트를 떠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