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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 of CthulhuCoC 7th fanmade scenario ─────── SCENARIO ───────닫힌 문을 열어라 열대야가 성질을 돋군 것도 벌써 수십 일째입니다.
밤낮 가리지 않고 울리는 매미 소리는 사람을 가장 무기력하게 하면서도
케인 데이븐포트:(무기력에 더 가까울지도...)
전례가 없던 이상기온 탓에 별짓을 다 해봐도 열기가 쉽사리 잡히지 않더랬죠.
이 열기에 뒤따라오는 당신의 무기력함 역시 같았습니다.
이 야심한 시간까지 정신이 멀쩡한 이유도 이 열기 때문이겠죠.
케인 데이븐포트:(새벽 3시 40분. 오늘의 작업을 끝내고... 씻고, 정리된 침대에 들어가서 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좀 이상하긴 하다. 이렇게 늦게 깨어있는 날은 드문데...)
창밖은 어둡고, 창문을 열어도 바람 한 점 들지 않을 날씨입니다.
거슬리는 의식을 타고 당신의 시선이 이끌린 곳은 현관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이 시간에? 설마... (침대에서 일어나 조용히 방문에서 나가본다. 그 사람은 아니겠지? 하는 생각과 함께...)
케인 데이븐포트:(소리를 죽이고 문 쪽으로 다가가 조심스레 문구멍을 들여다본다.)
입을 움직이는 것이 뭔가를 말하고 있는 듯하지만
케인 데이븐포트:(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 새벽에 온 적은 없었기에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미친 새끼.. 갑자기 무슨 일로 이 시간에 찾아온 거지? 라는 생각을 하며, 느리게 뒷걸음을 쳤다.)
매미 소리를 뚫고 계속해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계속되는 노크 소리에 정신이 나갈 것 같았다. 이 인간... 내가 열어주지 않아도 알아서 따고 들어오니, 안 열고 버티고 있어도 결국에는 열고 들어오겠지. 떨리는 손으로 문 고리를 잡고 밖으로 문을 열었다. 열자마자 마주친 기분 나쁜 얼굴,
서건우다. )
...이 새벽에 왜 찾아온 겁니까?
서건우:(언뜻 보기에 네가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수척한 낯을 하고 있다. 다크써클이 조금 진해진 건지, 피곤해보이기도 하고. 그런 와중에도 네가 문을 열어주면 웃는 낯으로 너를 마주해보였다.) 당신이 필요해요. 시간이 늦은 점은 미안하게 생각하는데… 어쩔 수 없었어요. 난 지금 당장 당신이 필요하거든.
케인 데이븐포트:(필요하다는 말은 또 뭐지? 이런 식으로 매번 자신에게 이상한 것을 요구해왔다. 이번엔 또 무슨 짓을 하려고...) ...이상한 짓 할 거면 그냥 가세요.
서건우:(가볍게 눈을 굴린다. 도르륵… 그 후에는 다시 또 웃음을 지었다.) 이상한 짓이 아니에요. 당신이 아니면 안되거든… 눈 딱 감고 도와줘요. 부탁할게요. 무릎이라도 꿇을까요?
케인 데이븐포트:...무슨 부탁인데요? 무리한 것이라면 거절할 겁니다.
서건우:무리한 부탁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얕은 숨을 뱉고는 숨겨두었던
새빨갛게 녹슨 칼을 꺼내들었다.)
배 속에 나비가 있어요.
케인 데이븐포트:... ...네? (이게 무슨 미친 소리야...?)
서건우:배 속에 나비가 있다니까요. (평범하게, 마치 밥이라도 먹자는 듯한 평온한 투다. 제가 가져온 칼을 내려다보다가 조금 더 밑으로,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고는 다시 너를 올려다보았다.)
저는 이 나비를 꺼내야겠어요.
도와주세요, 케인.
케인 데이븐포트:... ...저보고 지금 이 칼로 배를 가르라는 소리...인 거죠?
서건우:(고개를 가볍게 끄덕인다. 그러고는 얕게 웃는다.) 안심하세요.
약속을 지켜달라고 온 게 아니니까. 정말… 이 나비만 꺼내면 되거든요. 도와주실거죠?
케인 데이븐포트:아니... 뭐 나비가 들어갔으면... 알아서 소화되겠죠. 정 거슬리면 응급실을 가던가. 왜 저한테 찾아온 겁니까? 이런 말로 제가 당신을 죽이길 바라는 거면 그냥 가세요. 그럴 생각 추호도 없으니까.
서건우:진짜예요… 제 뱃속에서 살고 있다니까요. 꺼내야해요. 나는 당신에게 죽어야 마땅한 몸인데… 할 수만 있었으면 저 혼자 했을 거예요. (빈 손으로 가볍게 제 배를 쓸어내리다가 아, 하며 입꼬리를 올린다.)
만져보시겠어요? 배 안에 나비, 심장이 뛰고 있는데.
서건우의 배는 언뜻 보기에는 딱히 뭔가가 안에 있는 것 같진 않습니다.
뱃가죽이 움직이거나 배가 부른 것도 아닙니다.
케인 데이븐포트:... ... (경우 없이 새벽에 찾아와서 한다는 말 하고는... 미친 개 헛소리만 지껄이고 있어...) 알아서 해결하세요. 칼은 또 왜 이렇게 녹슨 걸 들고 온 거에요? 파상풍 걸려서 죽고 싶은 건가? (짧게 혀를 찼다.) 진짜 가지가지 하시네...
서건우:혼자서 할 수 있으면 했다니까요. 배를 갈라야하잖아요. 찌르는 거면 제가 했어요. (미묘하게 인상이 구겨진다. 이어서는 네 말에 칼을 둘러보다가 가볍게 고쳐쥐었다.)
무슨 소리예요? 멀쩡한 칼인데… 새벽이라 피곤하신가봐요. (되려 네가 이상한 사람인 양 대꾸하며 고개를 기운다.)
케인 데이븐포트:...무슨 말이에요? 빨갛게 보일 정도로 녹슬었잖아요. 미쳐서 칼이 어떻게 생겨 먹은 지도 안 보이는 겁니까? 아니면 뭐... 이상한 꿈 꾸고 착각해서 온 건가요? 제발 정신 좀 차려요...
서건우:대체 무슨 말이에요… (진심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네가 그렇게까지 주장하니, 칼을 샅샅히 살펴보지만 여전하게 보이는지 한쪽 눈썹을 들썩이며 네게 시선을 두는 것이다.) 전 지금 제정신이에요. 아니, 원래부터 제정신인 적 없으니 반대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적어도 그대로의 서건우라는 뜻이에요.
(잠깐의 침묵. 가만히 너를 바라보다가 왼손을 덥썩 잡아 제 배에 갖다 눌렀다. 꾹…)
서건우의 배 안쪽에서 무언가 두근, 두근 하는 것이 느껴집니다.
케인 데이븐포트:(그의 뱃 속에서 느껴지는 기분 나쁜 고동에 황급히 손을 떼었다.) 뭐지 이거... 기, 기분 나빠요. 뭘 먹고 다니는 거에요???
서건우:(네가 황급히 손을 떼고 하는 말을 듣다보면 얼굴에 웃음이 번진다.
이제야 믿어주는구나. 네 물음에 대한 답은 그 다음이다.) 모르겠어요. 나비가… 언젠가부터 제 뱃속에서 살고 있었거든요. 날개짓을 할 때마다 꼭 심장이 뛰는 것 같은 느낌이나서… 알았어요. 도와줘요, 케인. 당신 뿐이에요.
케인 데이븐포트:... ...그냥 그대로 키우거나, 정 거슬리면 응급실 가요. 제가 무슨 전문 의사도 아니고...
서건우:꺼내기만 하면 돼요. 병원은 싫어요. 빨리 꺼내고 싶어요. 제가 도와드릴게요. 배를 가르면, 그뿐이에요. (평소보다 순순히, 얌전한 태도와 낯으로 양손을 공손히 모았다. 비록 칼이 들린 손일지라도.)
케인 데이븐포트:... ...제가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찾아온 거에요? 저 말고 다른 사람을 찾아봤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서건우:죽여달라는 것도 아니잖아요. 제게 위해를 가하거나 폭력을 저질러달라는 게 아니라, 정말 필요한 도움을 달라는 거예요.
약속할게요. 전 오늘 여기서 죽지 않아요. 당신이 마땅히 약속한 바를 지켜 구원을 내려줄 때까지 나약하게 죽어버릴 생각 없어요. 내가 어떤 마음으로 여태껏 꾸역꾸역 살아남았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내가 끔찍하게 싫겠지. 역겹겠지. 내 말 따위를 믿을리가 없다는 것도 알아. 아는데, 한번만 눈 감고 들여보내주세요. 그리고, …배를 갈라주세요.
(양손으로 각각 네 팔을 콱 쥐고 눈에 힘을 준 채로 점점 고개가, 허리가 내려와 밑에서 너를 올려다보다가 눈을 꾹 감고 깊게 숨을 들이내쉰다. 후에는 잡고 있던 팔을 놓아주고 다시 처음과 같은 모습으로 돌아간다.) 도와주실거죠?
케인 데이븐포트:... ... (아, 그래. 이 사람 항상 그러하듯 자신이 원하는 게 있다면 죽어도 그냥 돌아가지 않는 인간이었다. 그가 하는 부탁은 거진 강요나 다름 없지. 애초에 문을 열어준 것부터 잘못이었다. 질질 끌어봤자 어차피 들여보내게 되어있고, 안 된다고 버텨도 강제로 밀어 붙일 게 뻔했다.
그의 모습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려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알겠어요. 그대신 이 칼은... 너무 녹슬어서 안 될 것 같아요.
서건우:(네가 기세를 누그러뜨리고 받아들여줄 법한 태도를 보이면 표정이 풀어진다. 푸스스, 상황에 맞지 않게 웃음을 지어보이며 고개를 주억인다.) 아무래도 좋아요. 번거롭지 말라고 준비한 것 뿐이니까… 이제 들어가도 될까요?
(한발짝, 두발짝. 네 지척에 서서 너를 본다. 미묘하게 올려다보는 시선이 너의 눈동자에 집요하게 달라붙는다.)
케인 데이븐포트:(기분 나쁘게 왜 이렇게 바라보는 거야...?) ...드, 들어와요.
서건우:(눈을 가늘게 접는가 싶더니 그대로 웃는다. 후에는 허락해줘서 고마워요, 따위의 가증스러운 말을 하며 마치 제 집처럼 편히 몸을 들였다. 네게 어서 들어오란 듯 손짓을 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었다.) 칼은 어딨어요? 역시 주방?
케인 데이븐포트:...네. 그렇겠죠. (집주인도 아닌 그를 따라 간다. 집을 얼마나 드나들었으면 익숙하듯이 주방을 찾는 건가. 아무렇지 않게 걸어가는 뒷모습이 참으로 가증스럽다 생각했다. )
서건우:(자연스럽게 칼을 찾아든다. 개중 가장 크고 날이 잘 벼려진 것으로. 한참 칼들을 들여다보다가 너를 겨누며 묻는다.) 이거면 되겠어요?
케인 데이븐포트:(자신을 향해 겨누어진 칼날 끝을 내려보다 다시 고개를 들어 네 눈과 마주한다. 뱃속에 나비가 있다는 소리 하며, 배를 칼로 가르라는 말 하며... 확실히 제정신이 아닌 눈이다.
칼을 보니 몇 년 전의 일을 떠올렸다. 데려다 놓고 자신을 죽이라며 지랄, 개지랄을 떨었을 때와는 다른 패턴이긴 하지만... 내가 행동하지 않는 경우는 어떻게 되는 거지? 그때와 같이 살인 누명을 씌울 건가? 아,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간다. 확실한 건 이 모든 행동이 정상 범위는 아니란 것이다. 그럼 자신 또한 정상 범위에서 행동하는 것을 어느 정도 내려놔야 하겠지.)
네. (칼을 받아 날붙이 끝을 살짝 만져보았다. 그의 배에 시선이 간다면 아까 느꼈던 기분 나쁜 고동을 다시 기억할 수도 있겠다.) 어쩌다 나비가 들어간 건지는 당신도 모르는 건가요?
서건우:(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가만히 너와 시선을 마주했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칼이 제 손을 떠나 너에게 건네지면 그제야 느릿하게 눈을 한번 깜빡였다. 시선이 내려와 자신의 배를 향했다.) 모르겠어요. 그냥, 어느 순간부터… 뱃속에 있다는 게 느껴졌거든요.
(두근, 두근. 울렁… …목울대가 움직일 만큼 크게 침을 삼키며 눈가를 조금 찌푸렸다가 제 배를 쓸어내렸다.) 어디가 좋겠어요? 당신이 정해주세요. 평평한 곳이면 좋겠는데…
케인 데이븐포트:...이런 것까지 정해줘야 해요? 몰라요. 그냥 바닥에서 하던가... ...
서건우:그래요? 그럼 전 당신의 방이나 작업실이 좋겠어요. 허락해주실 건가요?
케인 데이븐포트:...그건 싫어요. 그냥 여기서 하죠... ...
서건우:(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양, 얕게 웃는가 싶더니 네 팔을 살짝 잡아끌어서 거실에 나왔다. 주방보다 트인 실내를 쭉 둘러보다가 너를 본다.) 칼날에 피를 떨어트려요. 순서는 당신이 먼저, 그 다음은 저예요. 그럼 적어도 제가 비명을 지르는 일은 없을 거예요. 영 꺼림칙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나비를 꺼내는 법 │ 깨끗한 도구가 필요하다. 도구가 주체와 객체의 피를 차례대로 머금으면 두 존재를 각인한다. 이후 도구는 객체로부터 ‘나비’를 완전히 제거할 때까지 객체에게 어떠한 고통도 주지 못한다.
케인 데이븐포트:...제. 제 피까지요? 왜... ... ...?
서건우:한 방울이면 돼요. (잠시 조용해진다. 내가 이런 걸 왜 알고 있더라? 원래부터 알고 있었지 참. 허공을 보던 눈이 돌아와 너를 향한다.) 싫으면 됐어요. 제가 좀 아파하기야 하겠죠.
케인 데이븐포트:...제 피 떨어뜨리면 안 아픈 거 확실한 거죠? 아, 아니... 아픔은 안 느끼는데 죽으면 어떡해요? 역시 병원에 가는 게...
서건우:네, 당신의 피를 한 방울… 그다음에 제 피를, (말이 뚝 끊긴다. 아, 주저하네. 네 턱을 그러쥐고 시선을 맞춘채 입을 열었다.) 괜히 많이 찢지 말고, 조심해서 하고 계세요. 전 펜을 가져올테니까. 방에 있죠?
케인 데이븐포트:... ...펜...이요? 펜은 왜요?
서건우:그냥 가를 수 있겠어요? (옷 위로 제 배를 툭툭, 검지 손가락을 들어 가리킨다.) 따라 그을 선을 세워드릴게요. 아, 절취선이라고 하면 이해가 되시려나.
케인 데이븐포트:아. (와... 미친놈...)
서건우:(이해했느냐는 양 웃는가 싶더니 손바닥을 들어 까딱인다. 말한대로 하고 있으라는 듯한 제스처였다.)
케인 데이븐포트:(그가 펜을 가지러 자리를 비우면 칼 한 자루를 쥔 자신의 손을 멍하니 바라본다. 뭐, 자해라도 해야 하는 건가? 저 인간 때문에...? 아니, 생각해보니 저 인간 때문에 자해하는 것은 처음이 아니긴 하다. 그 전에도 여러 번 있었지만, 이건 그 이전과 다른 느낌이니까. 저 사람의 고통을 덜기 위해서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저 인간을 위해 행동하는 것 같아 자신에게 역겨움을 느꼈다. 이것 또한 처음은 아니지만.
왼손으로 들고 있었던 칼을 오른손에 옮겨 잡는다. 의수는 피가 나올 리 없으니 당연한 행동이었다. 손가락을 상처 내기엔 많이 사용하는 부위라 상처가 나면 따가움이 더할 테고, 손목은 마치 제대로 된 자해 같고. ...팔 윗쪽으로 칼날을 가져다 세우고...
스윽
팔에 상처를 내면 그어진 상처에 방울방울 핏방울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 사이에 칼을 눕혀 상처에 맺힌 피를 묻힌다.)
이 정도면 되는 거겠지...
서건우:(펜을 가지러 가겠다는 목적을 두고 방에 들어왔으나,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칠 수 있으랴? 눈을 감았다 뜰 때마다 네 방 구석구석을 훑어보게 되는 것은 자신의 의지가 아니었다. 펜을 찾기 위해 책상을 살펴보면서 괜히, 물건을 조금씩 만져보는 것이다. 펜을 찾으려는 거야. 그러고선 펜을 발견한 후에도 살에 긋기 적당한 펜을 찾아 여러 펜들을 고르고 만져대다가 겨우 플러스펜 하나를 쥐고 손에서 굴리며 마지막까지 방을 둘러보다 나왔다.
펜 하나를 가지러 갔다기에는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그렇다고 네가 뭐라 하겠는가? 입꼬리가 올라가려는 것을 참아내며 너를 바라보면, 이미 다 끝내기라도 했는지 걷어올린 소매 아래 피가 송글히 맺히고 있는 팔이 보였다. 아, 핥으면 안되겠지? 나른하게 혀로 입술을 훑다가 아쉬운 마음을 감추며 네 뒤에서 나타나 말을 걸었다.) 잘 하고 계셨어요?
케인 데이븐포트:(뒤에서 목소리가 들리면 고개를 들어 뒤돌아 그를 바라본다. 약간의 살짝 상기된 것 같은 얼굴, 그리고 손에 들린 플러스 펜. 뭐... 배 가를 생각에 신이라도 난 건가? 진짜 미친놈이 따로 없다.
상처 난 팔과 피 묻은 칼을 들어 보여준다.) ...이렇게 하는 거 맞아요?
서건우:예, 잘 하고 계셨네요. (그대로 네 손을 겹쳐 잡아 칼을 끌고와서는 제 손목 언저리를 가볍게 그었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건 아닌지 인상을 찡그리기는 했으나, 그 뿐이었다. 피가 흐르면 칼을 밑으로 붙여 핏방울이 닿게 했다. 후에는 제 손목을 가볍게 핥아 입술을 붙이고 있다가 천천히 떼며 네 손을 놓아준다.)
왜 거길 그었어요? (태연하게 웃옷을 들어올려 입에 물고는 펜의 뚜껑을 열며 너를 한번 쳐다보았다가 시선을 내렸다. 조금 흔들리기는 해도 적당히, 삐뚤어지지 않게 선을 죽 그어 내린다. 가슴 아래부터 배꼽 위까지 이어진 긴 줄은… 대략 13cm가 될까 싶어보인다.)
자, 절취선이에요. 이제 누울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왜 이딴 걸 물어보지...) 그냥... ... 뭐. 여기가 제일 나아 보여서... ...
(옷을 물고 펜으로 배에 절취선을 긋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정말 제정신이 아니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왜 이렇게 까지 행동하는 거지? 하나부터 열까지 이해가 안 간다. 뭐, 이해할 생각도 없지만...) ...나비가 그렇게 커요? 이 정도면 그냥 장기 하나 빼낼 수 있는 길이라고요.
서건우:아하.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이다가 천천히 자리에 누웠다. 옷을 말아올린 채로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너를 본다.) 옷을 벗는게 낫겠어요? 차라리 벗어서 바닥에 깔아둘까요. 나비는 그렇게 깊지 않은 곳에 있어요. 피부를 들어내면 바로 보일 것 같아요. (네 말에 대한 대답 대신 제가 할말만 쏟아내며 앉으라는 듯 눈짓을 해보였다.)
케인 데이븐포트:...벗어서 깔아두면 피로 얼룩질 텐데, 갈 때 뭐 입으려고요? 됐어요. 일단 벗고 수건이나 하나 깔죠. (자리에서 일어나고, 욕실에서 수건 하나를 들고 와 바닥에 깔아둔다. 이어서 네가 수건 위로 맞춰 눕는다면, 나비를 꺼내기 위한 작은 수술대가 완성되는 것이다. 조촐하고 볼 품 없는 수술대라고 생각했으나 정작 누워있는 이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듯 했다. 이윽고 칼날을 세워 그려 놓은 절취선 윗쪽에 살짝 갖다 댄다.) ...진짜 해요?
서건우:네에…. (네 행동이 나를 챙겨주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도 표면적으로 그런 기색을 띨 때마다 가슴이 뛰고는 했다. 어쩌겠는가? 신이 기꺼이 한낱 자신을 굽어살펴주겠다는데. 누구라도 그런 기분이 들겠지. 좋아하는 티를 내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하며 옷을 벗어 옆에 개켜두고 얌전히 수건 위에 맞춰 눕는다.
두근, 두근, 두근… 제 심장 소리인지 힘찬 날개짓인지 알 수 없는 두근거림을 느끼며 가만히 너를 바라보다 웃는다.) 예, 진짜로요.
케인 데이븐포트:(칼을 제대로 쥐고 끝을 세운다.) ...할게요.
케인 데이븐포트:관찰력기준치: | 85/42/17 |
굴림: | 65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우드득 잘리는 소리를 낸 생살에 붉은 핏방울이 아름답게 맺힙니다.
뱃가죽 아래에서 들리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환호처럼 다가옵니다.
서건우:(전혀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지, 제 배가 갈라지는 것을 보면서도 별 표정이 없더니 너를 볼 때에야 웃음이 번졌다.) 요즘 날씨가 엄청 덥더라고요. 이럴 때 냉방병 조심하셔야하는 거 알죠?
케인 데이븐포트:(생 살을 칼로 가르는 소리, 그 사이로 보이는 미끄덩해 보이는 장기들, 배 밑에서 새어 나오는 기분 나쁜 웃음소리,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대화하는 네 모습에 기함을 토해냈다. 이 씨발. 이딴 걸 왜 나한테 시킨 거지? 이 새끼는 뭐가 좋다고 아무렇지 않게 떠들고 지랄이고... 그냥 이 모든 것들이 짜증나고 불쾌했다, 아니 역겨워 죽을 것 같았다.)
SAN Roll기준치: | 35/17/7 |
굴림: | 34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케인 데이븐포트:관찰력기준치: | 85/42/17 |
굴림: | 1 |
판정결과: | 대성공 |
서걱거리는 소리를 묵직하게 낸 고기가 완벽한 직선으로 오려집니다.
서건우:날씨가 더워서 그런지 매미 소리가… 시끄럽지 않아요? 지금도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여전히 태연한 낯이다. 눈을 굴리다가 너를 쳐다보며 웃었다.)
케인 데이븐포트:저기요... 집중하고 있으니까 입 좀 닥쳐요...
SAN Roll기준치: | 35/17/7 |
굴림: | 96 |
판정결과: | 대실패 |
주의깊게 바라보고 행동하는 것만으로는 무리가 있죠.
이번에는 좀 더 다른 방식으로 수술을 이어가볼까요?
케인 데이븐포트:교육기준치: | 85/42/17 |
굴림: | 96 |
판정결과: | 실패 |
서건우:건강기준치: | 60/30/12 |
굴림: | 94 |
판정결과: | 실패 |
살이 갈라지며 빛이 들자 내부가 비명을 지르며 저항합니다.
울컥 터져 나온 핏물이 수건을 엉망으로 만들고 절개 부위를 가려버립니다.
심한 출혈 탓에 고약한 냄새가 나 두 사람의 기분이 급격히 나빠집니다.
서건우:… … 이거 내 몸에서 나는 냄새예요? (인상을 찌푸렸다가 짧게 웃는다. 신기하네.)
케인 데이븐포트:...피, 피가 나는데... (심한 출혈에 당황한 탓에 일단 칼질을 멈췄다. 다시 욕실로 달려가 새 수건을 꺼내어, 갈라진 복부에서 울컥하며 터지고 있는 곳을 막아냈다. 당황해서 눈치를 못 챘는지, 뒤늦게 피에서 나는 냄새에 인상을 찌푸렸다. 피에서 이런 냄새가 난다고? 비어있는 손을 올려 손등으로 코를 막는다. 뭔가 이상하다. 아니, 이 모든 상황이 이상하긴 하지만 말이다.) 당신, 안 아파요?!
서건우:(네 말에 몸을 내려다본다. 피가 철철, 아. 이거 이러다 죽는 거 아니야? 죽지 않기로 했는데. 이렇게 죽어버리면… … 안되는 게 맞나? 고통은 느끼지 못해도 그저 평범한 신체를 가진 채라는 건 여전했기에, 십수년 전 정말 죽기 직전까지 피를 쏟아냈던 때를 떠올렸다. 그 모든 순간에 살아남아 여기까지 왔지만… …멍하니 너를 보다가 목께를 손으로 짚는다. 장갑을 낀 채로는 제대로 긁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흉터가 덧그려져 흉하게 번진 흉터더미를 긁어댔다.)
하나도 안 아파요. 안 그랬으면 소리를 질렀겠죠. 하하, 저 바깥의 매미랑 비슷했을지도 모르겠네. 그럼 수건을 거기가 아니라 입에 쳐박으셨으려나? 뭐어… 얼마 안 남은 것 같으니 빨리 끝내주세요.
케인 데이븐포트:(...저것도 말이라고 들어줘야 하는 건가...)
SAN Roll기준치: | 33/16/6 |
굴림: | 49 |
판정결과: | 실패 |
케인 데이븐포트:교육기준치: | 85/42/17 |
굴림: | 62 |
판정결과: | 보통 성공 |
살이 와드득 깎이며 불쾌한 효과음을 내지만 절개 자체는 훌륭합니다.
날카롭게 잘린 가죽의 단면이 수술의 정확도를 말해줍니다.
절단부를 만져보면 부드럽고 말랑한 것이 기분 좋습니다.
SAN Roll기준치: | 32/16/6 |
굴림: | 46 |
판정결과: | 실패 |
케인 데이븐포트:(끔찍한 소리와 비주얼에 속이 메스껍고 울렁거린다. 구토감을 참아내기 위해 침을 꿀꺽 삼킨다.) ...조, 조금만 하면 끝일 것 같아요.
당신의 숭고한 노력 덕에, 배가 길게 갈라지며 절개가 끝납니다.
여름이라 그런지 유독 피 냄새가 고약한 것도 같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하아... (진하게 풍기는 악취에 코와 입을 막고 급하게 일어나 창문을 연다. 창 밖을 열자마자 구역질을 해댔지만, 입에서 무언가가 나오는 것은 가까스로 참아냈다.)
서건우:(시선이 계속 너를 따라간다. 느릿하게 굴러가 코와 입을 막고 급히 창문을 여는 모습. 아, 그야 이런 악취는 감당하기 힘들지. 그래도 네가 구역질을 하는 모습을 보는 것은 왜인지…
기껍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눈을 깜빡인다. 다시 돌아오겠지. 기다리며, 얌전히.)
구역질 소리는 매미 소리에 묻히니, 다행일까요?
서건우:(네가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기다리다가 자신의 배를 내려다보기 시작했다. 꼭 남의 무언가를 보고 있는 것 같은… 갈라진 살, 중간에 네가 실수라도 했는지 잘못 찢겼던 자리 따위를 보다가 집중해서 틈을 주시한다.)
서건우는 갈라진 배를 내려다보며 그 틈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틈의 너비가 좁기 때문에 안을 들여다보려면 갈라진 살을 잡고 벌려야 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 ... (다시 돌아와 배가 갈라져 있는 이를 내려다본다. 들고 있던 칼을 바닥에 툭 떨구면, 칼날은 그의 몸을 향해 떨어지지만 아슬하게 네 몸을 빗겨 나가 바닥으로 내쳐진다.) 저는 할 거 다했어요. 그 쪽이 가른 배 벌려서 꺼내던가 알아서 해요....
서건우:(손에서 빠져나간 칼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꼴을 본다. 버려진 것을 한참 보다가 네게 답하듯 고개를 끄덕이며 틈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넣는다. 장갑끼리 빡빡하게 마찰되는 소리가 들리고, 억지로 살을 벌려내면…)
서건우:모르겠어요… 나비? (원래도 창백한 편이었으나,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핏기가 가신다. 시야가 흐려지자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가 뜬다. 다시 돌아온 후에는 태연하게 반응했다.) 잘 보여요? 여기선 잘 안 보여요. 좀 봐줄래요?
케인 데이븐포트:... (네 안색을 보는 건 뒷전이었다. 자세를 낮춰 코를 막고 안에 있는
장기 같은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확인해보았다.)
색색의 다양한 장기가 제자리에 차곡차곡 놓여있지 않습니다.
내장을 제거한 뒤 뱃속을 커다란 고깃덩이로 채워둔 것 같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SAN Roll기준치: | 31/15/6 |
굴림: | 54 |
판정결과: | 실패 |
근육처럼 표면이 축축한 덩어리가 꿈틀거립니다.
케인 데이븐포트:... ... 우욱... (보자마자 입을 막고 인상을 찌푸리더니, 올라오는 구토감을 참지 못했는지 곧바로 입 밖으로 희멀건 신물을 토해낸다. 다행인 것은 급하게 고개를 돌린 덕에 토해낸 것이 네 장기로 들어가지 않은 것이다. 장기
-장기라고 하기엔 역겨운 고깃덩이- 를 훤히 드러내고 누워있는 뭐 말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데, 이걸 뭐라 설명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 미친놈은 배에 뭘 처 넣고 다니는 거지...?)
서건우:(네가 기어코 속에 있는 것을 토해내는 모습을 보며 입꼬리가 절로 솟는 것을 참기가 힘들었다. 입꼬리 끝이 조금 떨렸으나, 나른히 불안정한 숨을 뱉는다. 몸상태 때문이라고 오해할 수 있도록.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딱히 지금 제 상태가 정상인 것 같진 않았다. 손가락을 까딱거리다가 눈을 굴린다.) 저기, 바빠보이는데 죄송하지만… 그래서 뭔가요? 좀 꺼내서 보여주시겠어요?
케인 데이븐포트:... ... 꺼, 꺼내 달라고요? (입에서 신물이 마르기도 전에 들은 말이 '꺼내서 보여주시겠어요?' 라니. 저 역겨운 고깃덩이와 다시 마주하란 건가? 애초에 왜 이러고 있어야 하는 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도망치고 싶다. 애초에 내가 왜 이딴 새끼를 도와주고, 살리기 위해 전전긍긍 해야 하는 지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죽어버리면 나도 편하고 이 인간도 편할 텐데... 왜, 이러고 있지?) ... ... 몰, 몰라요. 못 해요. 저는...
(이성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데 도저히 그렇게 머리가 안 굴러간다. 눈앞에 있는 것부터 비현실적인 것을 내가 현실적으로 행동한다고 되는 일인가? 아니 애초에 현실은 버려진 지 오래 같지만.)
서건우:(표정만 봐도 알겠다. 내 안에 들어있는게 무엇이건 간에, 네가 역겨워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 만큼은 모를 수가 없었다. 그것도 그저 그런 정도가 아니라는 것까지. 손가락을 배 안으로 집어넣어
'나비'를 만져보았다. 음, 좀 말랑한가. 아니, 그보다는 좀 더…
생고기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장갑을 끼고 있으니 감각을 느끼는 것이 좀 더 더딘 건지,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인지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손을 거두고 너를 쳐다보았다.) 꺼내주세요. 이걸 꺼내야해요. 뭔진 모르겠지만… 배까지 가른 마당에 뭘. 그냥 당기면 될 것 같아요. 꺼내주시겠어요?
케인 데이븐포트:배까지 가른 마당에...? ...그렇게 쉽게 말할 수 있으면 그 쪽이 당기면 되겠네요! 저한테 이딴 거 그만 시키고 당신이 행동해요. 이런 거 잘할 것 같은데 굳이 저한테 시키는 이유가 뭐에요? 저 엿 먹이려고요?
서건우:아… (네 반응을 보며 마치 탄식이라도 뱉는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눈이 굴러간다. 허공에서 네게로 돌아오면 벌려있던 입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은데… 미안해요. 제가 왜 굳이 이런 걸로 당신을 자극하고 기분 상하게 하겠어요. 알아요. 갑작스러운 상황이고, 당신이 이런 것들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도. 그래서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꺼내기가 불편해서 그래요. 뭔지 잘 보이지도 않고… 안되겠어요? 도와주실 수는 없을까요?
(굉장한 저자세로, 조곤조곤 목소리를 낮추어 살금히 네게 건넸다. 마치 너를 달래는 것 같기도 한 태도였다. 섣불리 너를 자극하거나 흥분하게 만들 생각은 아닌지 조용히 입을 다문 채 네 답을 기다려보인다.)
케인 데이븐포트:싫어... 그만 할래요... 몰라요. (보기도, 듣기도 싫다는 듯 고개를 젓다가 일어났다.) 알아서 하세요. 몰라요... 힘들어요... 저는 당신이 말하는 대로 팔에 상처도 냈고, 배도 갈랐어요. 염치가 좀 있으면 이 정도는 알아서 하라고요. 아니, 염치가 없는 사람인 건 아는데... 그냥... 아... (양 손을 얼굴 위로 감싸 마른 세수를 한다. 칼을 잡았던 왼손은 피가 묻어 있었기에, 왼쪽 얼굴에 핏길이 그어졌다.) 그래, 염치가 있던 없던 그냥 당신이 알아서 해요.
서건우:(네가 자리에서 일어나면, 그대로 사라져버릴까 바짓자락을 붙잡았다.
나비를 만졌던 손이라 그런지 네 바지에도 핏자국이 생긴다.) 진짜 꺼내야해요. 억지로 시키고 싶진 않았지만, 가만히 둘 수는 없어요… 이걸 꺼내야 배를 다시 봉합하지 않겠어요? 정말 죄송해요. 도와주세요. 케인, 도와줘요. 제발…
(연기인지 아닌지 분간이 가지 않을 만큼 절박한 투로 애원하며 네 바짓자락을 그러쥐고 몸을 꿈틀거렸다. 눈이 절로 뒤집히려는 것을 힘주어 내리며 기어코 이 상태로 네게 질질 기어가 양손으로 발목을 쥔다.) 케인, 제발… 버리지마세요. 도와줘요…
케인 데이븐포트:(그가 기어온 자리로 핏길이 선명하게 찍혔다. 배가 갈라진 이가 남긴 바닥의 핏길과 배를 가른 이의 얼굴에 그어진 핏길이 미묘하게 이어지는 것이, 어찌 되었던 간에 배를 가른 것은 '케인 데이븐포트' 라는 것을 증명하는 낙인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가른 배를 이끌고 바닥을 기어와 바짓가랑이를 잡은 이에게 안쓰러움이라도 느꼈는가? 그건 아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그 자리에서 자세를 낮춰 그와 시선을 마주했다.) ...뭐해줄 거에요?
제가 이거 꺼내주면 당신은 저한테 뭐 해줄 거냐고요...
서건우:(제 애원이 그 뜻 그대로 먹히리라 생각한 적은 없다. 너는 그렇게 여리거나 아둔하지 않으니까. 그럼에도 네 관심을 끄는 것에는 성공했으니, 이만하면 되었다. 자꾸만 벅차오는 호흡에 잠시 숨을 고르다가 너와 시선을 마주한다. 잠시라도 흐려지는 것이 싫어 몇번 금세 눈을 깜빡여대며 집중했다.)
원하는 게 있으시겠죠. 그게 뭐든지 간에… 제게 한동안 접근 금지령을 내리셔도 좋고요. (결국 입꼬리가 솟는 것을 참지 못한다. 입을 벌려 웃으며 네게 요구한다.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고. 그러고는,)
물론… 영원할 순 없어요. 알잖아요, 우린 그런 사이라는 거. 영영 나를 떼어놓을 수는 없어… … 그래도요. 최대한 다 들어드릴게요…. (힘을 주어 말하는 것 같은데도 목소리가 자꾸 늘어진다. 발목을 잡은 손에서 힘이 조금 빠졌다. 아, 제 앞의 이의 왼손에 입맞추고 그 품안에서 눈을 감는다면 참 황홀한 마지막이 될 수도 있을텐데. 아득해지는 정신을 붙잡았다. 난 이걸 꺼내야해.)
케인 데이븐포트:(데굴데굴, 눈동자를 굴린다. 말귀를 바로 알아들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그의 모습을 보아하니, 여기서 바로 꺼내지 않으면 죽어버릴 수도 있겠지만... 애석하게도,
그와 연결된 유일신은 그것을 바라지 않는 듯 했다.) ... ...그래요. 그렇게 하죠. 1년은 어때요?
서건우:(1년? 기가 차네. 숨을 헐떡이며 웃었다. 아… 기특하고 안쓰러워. 가여운 케인 데이븐포트… 그 잘난 예수도 핍박을 받아왔다지. 오만 고난과 역경과… 하지만 결국 이겨내잖아. 당신도 할 수 있어. 그리고 난 그 고난과 역경의 배경이지만 동시에 당신을 응원하는 사람이거든. 얼마나 걸려도 좋아. 기다릴테니까. 중얼중얼중얼, 머릿속이 시끄러웠다. 뭐, 적당히 시간을 끌려거든 이게 나았다. 1년을 덥썩 받아 무는 건 누가 봐도 거짓말 같잖아. 한참이나 생각을 하고, 또 고민을 하듯 입술을 짓씹고. 제 배를 내려다보며 조금 초조해하다가 결국 네 발목을 다시금 힘주어 잡은 후에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이깟 연기 따위는 어려운 것도 아니니까.)
…연락은 해도 돼요? …아, 물어, 그냥 물어보는 거예요. (마치 네가 철회해버릴까 조급한 모습으로 눈을 굴렸다.)
케인 데이븐포트:연락... ... 그래요. 해요. 근데 받아줄 지는 모르겠네요. (손을 열린 네 안으로 살짝 집어넣었다. 두근두근. 붉은 고깃덩이의 고동이 느껴졌다. 이걸 그냥 뽑아내면 되는 건가? 칼 없이 뽑아내는 게 가능한가? 여러 의문을 품은 채로 안에 있는 고깃덩이를 살짝 움켜쥐었다.) 자, 어쩔 거예요?
서건우:… (결국 하는 건 상관 없지만 받아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는 소리로 들리는데. 이렇게 나오시겠다? 눈동자가 또 느릿하게 굴러갔다. 1년 동안 나와 교류를 일체 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밖에 보이질 않으니 이걸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애초에 1년을 다 채울 생각도 없었지만 네 반응을 보니 속에서 반발심 같은 것이 꾸역꾸역 차올랐다.)
… 차단하면 안돼요. 그래도 한번씩은 받아줄 수 없어요? 자그마치 1년이에요. 1년은 너무 길잖아요… (주장하는 목소리에는 힘이 없다. 그야, 내가 너에게 부탁하는 입장이니까. 조심히 말을 꺼내놓으며 네 눈치를 살피듯 얼굴을 훑고 눈을 깐다. 제 뱃속에 들어와있는 너의 손이 시야에 잡혔다. 하하, 이거 진짜 기분 이상하네…)
케인 데이븐포트:...저 1년 동안 여행 갔을 때도 잘 참았잖아요? 문자는 계속 보내도 된다고요. 누가 아예 보내지 말래요? ("하..." 한쪽 입꼬리만 올려 헛웃음을 뱉어냈다. 그놈의 연락, 연락, 연락. 분리불안 걸린 개새끼도 이렇게 달달 볶진 않아. 차라리 귀여운 개라면 다행이지, 그 상대가 앞에 있는 범죄자 새끼라니. 불쾌함이 스멀스멀 올라와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제 제안이 싫다면 손 뺄게요.
서건우:…아, 아니, 아니야. 그런 뜻이 아니라…! (네 한쪽 손목을 덥썩 잡는다. 양손으로 잡아도 평소같은 힘이 쥐어지진 않았다. 아, 이거 익숙한데… 고통이 느껴지지 않아 잊고 있었지만 나는 지금 배를 갈라 피를 내며
죽어가고 있는 중이었다. 하하, 씨발…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뜬다. 끝이 떨리는 손으로 너의 손목을 부여잡고 있다. 내가 그 1년을 무슨 마음으로 어떻게 버텼는지도 모르면서 저렇게 쉽게… 그 때를 떠올리고 보니 돌아버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울렁울렁. 어차피 꺼내면 그만이야. 꺼내기만 하면, 꺼내고 나면…)
…계, 계속 미국에 있을 거죠? 외국에 나가면 연락이 잘 안 닿잖아요… 화내지 말아요. 그냥, 나는, …불안해서 그래요. (나를 또 버리려고? 절대 그렇게는 못 두지. 아아, 케인 데이븐포트… 나의 신… 신과 신도는 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떼어놓을 수 없는 사이라는 걸 알아야할텐데.)
케인 데이븐포트:...네. 계속 미국에 있긴 할 거예요, 아마도. (눈을 살짝 굴린다. 지킨다는 말만 해 놓고 어겨버리면 그만인 것을, 내가 뭘 믿고 네 허울 뿐인 대답을 믿겠는가? 무슨 확실한 방법이 없을까. 이 방법은 별로야, 저 방법은 어기면 그만이고. 머릿속에 여러가지 방도를 나열하여 네가 무시할 수 없는 잔인한 결과를 도출해 낸다면...)
... ...이 모든 약속을 무시하고 저에게 찾아올 것을 대비해서 한 가지 조건을 걸려 하는데. (고깃덩이를 놓고 네 반대쪽으로 넘어가 떨어진 칼을 쥐어 든다. 그리고 턱 밑으로 칼 끝을 세운다면, 그 위로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
당신이 나타나면 어떠한 방식이던 간에 저는 자살해버릴 겁니다. 어때요? 이러면 당신을 죽여줄 사람이 없어지겠네요.
서건우:(아마도. 애매한 답이어도 우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어 네가 하는 행동이, 귀에 꽂힌 말이. 처음에는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아 멍한 얼굴로 너를 쳐다보기만 했다. …무슨, …무슨 말이지? 기껏 오랜만에 보는 웃는 얼굴이… … …그렇게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네가 뱉은 문장을 이해해버리는 순간 얼굴이 절망으로 물들고 만다. 핏기가 가셨는지 되려 열이 오르는지도 모르겠다.)
왜, 왜… 하, 하지마세요… 그거 내려놓으세요…. (지금 당장 하겠다는 말이 아닌 건 나도 아는데, 그런데도 이런 말을 멈출 수가 없었다. 혹여나 잘못 건드렸다가 큰일이라도 날까 허공에서 허우적대던 손은 갈피를 잃고 바닥에 떨어져 잘게 떨릴 뿐이었다.)
1년은 너무 길잖아요… 제가 잘못했어요. 그래도… 아니에요, 약속 잘 지킬게요, 죽지마세요… 머, 멀, 멀리서 보는 것도 안돼요? 눈치 채지도 못할 만큼 멀리서요. 말도 안 걸거고, 당신 눈에 보일 일도 없을 거고… 그냥, 잘 살아있는 거 보기만 할게요… 제가 이 약속을 어길리가 없다는 거 알잖아요…
(절박하게 내뱉기 시작한 목소리는 끝으로 갈수록 애원을 하다못해 목이 잠겨 먹먹해지기까지 했다. 시야가 흐려지는 게 출혈량 때문인지… 빠르게 깜빡이면 눈에 고여있던 것이 뺨을 타고 흘렀다. 연기 따위도 꽤 쓸만했으나 진심과는 이런 차이가 있는 것이다. 가령, 내가 원치도 않았는데 흐르는 눈물이라던지…)
케인 데이븐포트:(그래, 이 반응이지. 간단한 행위와 말 뿐으로 그의 거짓된 혀를 뽑아내 버렸다. 그를 굴복 시키는 데에는 굳이 큰 힘을 쓸 필요가 없었다. 위협, 폭력, 강간? 나는 말 몇 마디로 너를 무너뜨릴 수 있어. 그게 나와 네 차이겠지. 입꼬리가 내려가지 않았다. 그의 처절한 진심을 보니 안쓰러울 지경까지 다다랐다.
이제 진실을 받아냈으니 약속을 지켜 줄 차례다. 턱 아래에 세운 칼 끝을 내리고 네 열린 복부를 바라보았다. 꽤나 힘든 모양인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있었다. 아닌가? 다른 이유 때문에 질렸을 지도 모르겠다.) ...이제 슬슬 뽑아드려요?
서건우:멀, 멀리서 보는 건 괜찮은 거예요? (답을 듣지 못했으니 되묻는 것 정도는 괜찮겠지. 네가 집착이라 생각해도 어쩔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어, 정말… …시야가 흐릴 때마다 눈을 깜빡여대니 속눈썹이 점점 젖어드는 것이 느껴졌다. 아, 너를 보는데 방해가 되어 기분이 좋지 않다. 닦아낼 소매가 없어 손등으로 눈을 쓸어내고 바라보면, 여전히 웃고 있는 너의 얼굴에 이쪽도 입꼬리가 조금 떨렸다. 병신같이. 웃을 때도 아닌데 따라 웃음이 번진다는 건 도대체 뭔 짓인지…)
아아… 빨리 꺼내주세요. 너무 뛰어… 날개짓이 너무 거세요… (중얼중얼. 분명 너를 향해 있으나 마치 다른 것을 보는 듯한 눈을 하고서 제 가슴팍 위로 손을 툭 얹었다. 내 심장보다 더 큰 박동이라니. 이 따위 것이 없었더라면 계속해서 너를 만날 수 있었을텐데. 억울함에 가슴팍을 긁어내렸다가 고개를 돌렸다.) …꺼내주세요.
케인 데이븐포트:...흠, 네. 그 대신 저한테 정말 머리카락 한 올도 보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알겠죠? (그냥 뜯어내면 끝나는 건가? 여전한 악취 덕에 미간이 찌푸려졌다. 잠깐 숨을 참고 내부를 들여다본다. ...또 다시 속이 울렁. 일단 떼어내면 되니 뜯어내던, 잘라내던 상관은 없겠지. 뜯어내는 것이 더 기분 나쁠 테니 칼로 써는 것이 낫겠다. 그나마 냄새가 덜 나는 반대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 참았던 숨을 다시 내뱉는다. 다시 숨을 들이마시고 합. 고개를 되돌려 네 복부에 시선을 고정 시킨다. 고깃덩이를 움켜쥐고 살짝 들어 올린 채로 칼날을 새워 조심스레 떼어내기 시작했다.)
불쾌한 고깃덩이가 박동을 흉내내며 조금씩, 조금씩…
칼을 쓰지 않았더라면 살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바깥으로 꺼낼 수 있었겠죠.
덩어리는 눈으로 봤듯이 뱃속에 딱 들어갈 만한 크기입니다.
덩어리를 목격한 서건우는… 그 표정이 적잖이 기묘하게 변질됩니다.
순식간에 몸을 일으킨 서건우가 당신에게 얼굴을 가까이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네 움직임에 놀라 뒤로 살짝 기울임과 동시에 등이 벽에 살짝 부딪혔다.) 뭐... 뭐예요?!
다행히 머리를 강하게 부딪히는 일은 없었나보네요.
어째서인지 힘이 다빠졌어야할 저 치는 평소보다 힘이 셉니다.
덩어리를 빼앗아 한 손에 움켜쥔 서건우가 당신을 붙잡으며 묻습니다.
손질된 생선같이 비어버린 배가 당신을 향해 입을 쩍 벌립니다.
어떻게 살아있는지 고민할 틈 없이, 역겨운 덩어리가 얼굴 가까이 다가옵니다.
서건우는 당신의 입에 덩어리를 쑤셔 넣습니다.
끔찍한 피 맛과 익지 않은 내장의 축축한 질감이 느껴집니다.
앞니가 안쪽으로 부러질 듯 짓눌리고 입 가장자리 피부에 균열이 옵니다.
이런 게 몸속으로 들어왔다간 죽을 거라고,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끔찍한 악취와 비릿한 피의 맛. 역겨울 정도로 축축하고, 물컹거리는 붉은 고깃덩이가 입 안으로 들어오자마자 위액이 역류했다. 그러나 고깃덩이가 입을 막고 있었기에 급하게 올라왔던 위액은 다시 있던 곳으로 돌아가 버렸다. 그 핏덩이가 살짝 섞인 채로.) 으붑... 욱... (눈물이 고였다. 씨발, 아까 한 말 때문에 갑자기 이러는 건가? 아니면 이 고깃덩이에 영향이 있는 건가? 입에 처넣어지는 와중에도 계속 생각해야 했다. 이딴 걸 내 몸속에 들일 수는 없으니까! 일단 급한 대로 그의 팔을 힘껏 잡아 밀어냈다.)
서건우:(나와 같은 걸 느꼈으면 해. 나와 같은 걸 느껴줘. 나와 같은 마음이 되어줘. 왜 나만 이렇게 힘들고, 나만 괴롭고, 나만… 나는 눈을 뜨고 감는 그 순간까지 너를 떠올리지 않을 때가 없는데 너는 왜? 너를 향한 마음이라면 누구에게든 질리가 없는데. 난 왜 네 곁에 없지. 함께 있자. 나랑 같은 걸 느끼자. 이, 불쾌하고 소름끼치는 감각. 여기에 지배당해 하루종일 나를 떠올렸으면 좋겠어. 잊을 수도 없을만큼 지독한 이 기분에, 나를 계속…) (아까와 같은 사람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힘이 세다. 피를 그만큼 쏟고 장기는 모두 사라져 텅 빈 배를 하고서 너와 마주 서있는 이는 네가 밀어내는 힘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양, 되려 힘을 주어 네 입안으로 덩어리를 밀어넣었다. 계속, 계속. 네가 구역질을 하는데도 불구하고 조금씩 입안으로 삼켜지는 덩어리를 보고 활짝 웃으면서…)
케인 데이븐포트:(
'나비'라고 일컫는 것은 그의 한껏 벌어진 입에 들어와 천천히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는 듯 했다. 나비가 자신에게 먹히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자신이 나비에게 먹혀지고 있는 건지 분간을 할 수가 없었다. 괴로움에 눈물이 툭 하고 흘러내렸다.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런 일을 겪어야 하지? 그것도 이 짐승 만도 못한 인간에게 매번 시달려서. 그의 팔을 더욱 쎄게 잡았다. 의수가 아닌 왼손으로는 손톱까지 세워 그의 살점까지 뜯어냈다.)
서건우:(드득, 드드득… 팔에서 뜯겨나간 살점이 네 손톱 아래를 가득 채우고 있을 거라 생각하면 그것도 좋았다. 아픔 따위가 느껴지진 않았지만, 아팠다고 하더라도 좋았을 거야. 울지마. 왜 울지? 이건 정말…
행복한 순간인데. 고개를 가까이 붙여 턱에 맺힌 눈물을 가볍게 핥아내었다. 입에서부터 턱으로 흐르는 피와 섞인 침까지도 달게 핥았다. 아, 좋아. 이렇게 우리는 서로 연결되는 거야. 우리는 떼어놓으려고 해도 떼어놓을 수 없는 그런 사이가 되는 거지… 웃음이 멎질 않았다.)
케인 데이븐포트:근력기준치: | 40/20/8 |
굴림: | 46 |
판정결과: | 실패 |
서건우:근력기준치: | 85/42/17 |
굴림: | 29 |
판정결과: | 어려운 성공 |
입을 찢고 들어온 매끈한 덩어리가 목구멍을 비집고 내려갑니다.
강한 구토감이 올라오지만 아래로 짓누르는 압도적인 힘에 조금도 밀려 올라가지 않습니다.
확장된 식도가 가득 차고 다른 기관을 눌러 숨이 턱 막힙니다.
물체가 두세 개로 보이더니 곧 하얗게 변합니다.
원래 있던 것들이 밀리고 짓이겨지고 터집니다.
케인 데이븐포트:... ... ... 켈록... (힘 없는 기침을 했다. 속이 이상하다. 울렁거림과 어지러움. 그 밖에도 느껴본 적 없는 불쾌한 감각 때문에 몸을 겨누기 힘들었다. 그대로 네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욱... ... 웨엑... (네 품에서 무언가를 토해냈다. 끈적한 핏덩이 같은 게, 앉아있는 다리들 사이로 바닥에 툭툭 떨어졌다. 역겨워... 죽을 것 같아.
내 뱃속에 뭔가 있어.)
서건우:(아까까지 냈던 힘은 어디에서 났던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피를 죄다 쏟고 뱃속이 텅 비어버린 한낱 인간으로 돌아온다. 기침 소리, 내 품 안으로 쓰러지는 몸, 게워내는 소리와 뭔가가 닿고 떨어지고… 느껴지는 감각이 점점 무뎌진다. 기대오는 너를 받아내지 못하고 몸이 힘없이 기울어져 바닥에 쳐박혔다. 품 안의 이를 안으려는 것처럼 팔이 조금 꿈틀거렸을까, 결국 손가락 끝이 파르르 떨리는 것이 전부였다. 눈을 감은 적 없는데도 시야의 암전이 찾아오고, …
아, 케인… 나의, … …나의 케인… …)
포개진 채로 쓰러진 시체 두 구는 이전의 상황을 설명해주지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