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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24
TRPG 백업 적의 요람 2024. 4. 24. 18:49

 

 

적의 요람 w.성경
 

[CoC 7th 시나리오] 적의 요람 : 포스타입 포스트

영원한 봄철아!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도래하는구나 윤회하듯 돌고 도는 사계절이 평생 너를 그린단다 언제든 그대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길 염원하며, /200일을 함께해준 이진안에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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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all of CthulhuCoC 7th fanmade scenario
─────── SCENARIO ───────적의 요람
GM MIKKI| PL SODA
KPC 서건우| PC 케인 데이븐포트
Written by 성경
2023.09.14
───────  ───────
천둥 소리가 들려요.
추적한 빗 내음에 정신이 듭니다.
이곳은 어디일까요, 아는 장소인가요?
당신은 이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생각나는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심지에 불이 붙은 고작 촛불 몇 개가 벽에 걸려있는 정도로는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습니다.
천장을 바라보면 당신이 알고 있는 장소는 아닌 것 같습니다.
당신이 혹여나 몸을 움직이려 하면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귓속을 찌르고 들어옵니다.
고개를 돌리면 손목이 수갑으로 묶여있어요.
케인, 이성판정 (0/1)
케인 데이븐포트:
SAN Roll
기준치:50/25/10
굴림:9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케인 이성치 감소 없음
케인 데이븐포트:(뭐지 이 상황...?)
당신이 당황으로 가득 차 주변을 살펴보려는 찰나,
서건우:정신이 듭니까?
소름 끼치듯 공기를 긁고 기어들어 오는 목소리가 귀를 찌릅니다.
고개를 들어보면 서건우가 지팡이를 한 손으로 짚은 채
하릴없이 누워있는 당신을 내려다봅니다.
그러더니 고개를 기울여 가만히 입을 열어요.
서건우:우리, 약속 하나만 해요.
이런 무례한 인간이 다 있나요,
사람을 가둬놓고 갑자기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지.
당신의 손목께에서 절그럭거리는 수갑 소리가 생생합니다.
열린 창밖에서 들어오는 비가 당신의 옷깃을 적시는 것 같아요.
그는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요?
혼란스러운 와중, 서건우는 당신에게 한 종이를 건넵니다.
... 이런.
당신이 서신을 다 읽은 듯 하자 서건우가 다시금 입을 엽니다.
서건우:죽이지 않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지. 나와 약속 하나만 하면, …그것만 지켜주면 풀어줄게요.
내게 맹세한다면 당신께 어떠한 고통도 주지 않을 겁니다.
찾아낸 증거를 가져가 모두 고발해도 좋고요.
케인 데이븐포트:(입술을 잘근 깨물었다. 뭐, 불안한 감은 없는 것은 아니었다만...) 거절하면 죽이실 건가요...?
서건우:… (가만히 너를 쳐다보고만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슨 약속인지는 듣지도 않고 벌써 거절할 생각을 하나본데…
진심인가?
케인 데이븐포트:아, 아뇨. 그냥 궁금해서... ...제가 들어드리기 힘든 약속일 수도 있잖아요?
서건우:그건 약속을 듣고나서 결정해도 될 것 같은데. 내 말이 어려워요?
케인 데이븐포트:...알... 알겠습니다. 그래서... 그 약속이 뭔가요.
서건우:(손을 뻗어 네 입술 위로 얹으려다가 그만두고 거두었다. 느릿하게 감았다 뜬 눈은 바닥을 향해있다.) 사흘간 나가지 않을 것. 주는 음식을 제대로 먹을 것.
어렵지 않지?
케인 데이븐포트:(거둔 손을 내려다보고 다시 앞에 있는 이의 얼굴을 마주했다. 이렇게 쉬운 약속일 리 없는데.) ...? 뭐... 이상한 거 주는 건 아니죠?
서건우:당신이 이 약속을 지키는 한 해를 끼칠 생각은 없으니… 머리를 굴릴 줄 아는 사람이라면 내 말을 들어. 그러면 될 겁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니, 제가 물어봤잖아요. 사흘 간 나가지 않는 것은 이해해요. 하지만 주는 음식을 제대로 먹는 것에 대해서는... 그 음식에 독이 섞여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다른 식으로 제 목숨에 해를 입힐 수 있는 조건인데, 이 부분은 확실히 해야죠. 안 그런가요?
서건우:해를 끼칠 생각 없다고 했잖아. (목소리가 한 톤 낮아진다. 잠시 숨을 가다듬듯 조용해졌다가 고개를 살짝 들어 너를 보았다.) 음식에 독을 섞을 생각은 없습니다. 그저 얌전히, 그 조건만 지키면 됩니다.
다시 말하지만… 반대로 이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면 내가 어떻게 나올지는… (눈으로 너를 쭉 훑다가 지팡이로 바닥을 쾅 내리쳤다.) 아시겠죠.
케인 데이븐포트:(뭐. 어찌 되었던 간에, 이 상황을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그의 약속을 들어야만 했다. 거미줄 마냥 쉽게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채로 이 곳에 발을 들여야 했기 때문에 찝찝한 것은 당연했다. 한숨을 작게 내쉬었다. 제 아무리 머리를 미친 듯이 굴려도 앞의 이에게 굴복해야 했다. 받아들이자. 4일만 버텨서 나가면 된다.) ...알겠습니다. 약속할게요.
서건우:…좋아. (가만히 고개를 주억이고 천천히 숨을 들이내쉬었다. 약속하겠다는 말에 네 손목을 쥐고, 수갑을 풀어냈다. 절그럭… 툭. 손목에 새겨진 수갑 자국을 손가락으로 살살 쓸어내다 가만히 읊조리기를, 아팠겠네요…. 그저 혼잣말이었는지 네 답을 기다리기보다는 그 손목을 놓아주었다.)
자신이 가둬놓고 저렇게 말하는 것을 보면, 정상적이지 않은 사람임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제 손목을 쓸어 내린 것이 기분 나빴는지, 살짝 인상이 구겨진 채로 만졌던 손목을 다시 제 손으로 쓸어 내렸다.) ...뭐 이상한 거 시키는 것도 아니죠? 4일 동안 가만히 있으면 되는 거고요?
서건우:저택 안을 돌아다녀도 되고, 주민을 해치고 있다는 증거를 찾아내도 괜찮고. 하고 싶은 걸 해요. 다만, 나가지만 말아. …그게 우리의 약속이니까. (네 인상이 구겨지는 것을 지켜보다가 지팡이를 그러쥐었다.)
더 묻고 싶은 것은 없고?
케인 데이븐포트:...증거를 더 찾아내도 괜찮다고요? 진심인가요?
서건우:(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가 픽 웃으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찾아낸 증거를 가져가 모두 고발해도 좋다니까. 찾고 싶으면 찾아요.
케인 데이븐포트:... ...아, 알겠습니다. 더 묻고 싶은 건 없어요.
서건우:(가만히 너를 눈에 담듯 지켜보고 있다가 몸을 돌려 걸음을 떼었다.)
서건우는 나가면서 문을 닫고 나갔지만,
따로 잠그는 듯 절그럭거리는 소리가 딱히 들리지 않은 것을 보니 정말 나가도 될 것 같습니다.
당신이 있는 방은 아마도 2층인 것 같습니다.
거세게 들려오는 빗소리가 흔드는 나뭇가지가 창문을 간간이 때리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비가 와서 지금이 오전인지 저녁인지는 딱히 감이 오지 않네요.
고개를 돌려보면 당신이 입고 있던 의복이 잘 개어져 있고, 묵주가 놓여 있습니다.
몸을 돌려 살펴보자니 당신에게는 부드러운 소재의 가벼운 옷이 입혀져 있고요.
밖으로 나가보나요?
케인 데이븐포트:(문이 열렸으니 나가는 봐야지...)
(밖으로 나간다.)
당신이 서건우와 약속하고 난 뒤, …
이곳에 제 발로 걸어들어온 기억이 있나요?
없다면 유감이지만, 어쩔 수 없겠습니다.
석연치 않은 구석이 여러 가지 있잖아요.
당신의 목적이 들켜 기절시킨 뒤 감금해두려는 것이면
아마 서건우의 속에도 걸리는 것이 있었을 겁니다.
다만, 당신이 자신도 모르게 붙잡혀 갇혀있던 상황을 떠올리면…
굳이 뜻을 거스를 필요는 없을 것 같죠.
아마 더한 일을 겪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하물며 폭풍우가 부는 밖을 바라보면 섣불리 나갔다가는 화를 입을 것 같기도 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저택 안에서는 딱히 터치하지 않겠다 했지만... 조심하는 편이 좋겠다.)
…당장은 말을 들을 수밖에요.
저택 벽의 곳곳에 초가 놓여 어두운 고성 안을 비추고 있습니다.
서건우가 청년들을 실종시킨 증거를 찾아볼까요.
2층
성의 다른 곳으로 통하는 통로는 가볼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문들의 손잡이들에 쇠사슬이 감겨있어요.
현재 파악할 수 있는 곳 외에 다른 장소로 향해볼 순 없을 듯합니다.
3층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으나, 이 또한 부서진 가구들 탓에 건너갈 수 없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갈 곳이 없잖아)
방1 / 방2 / 방3 / 응접실 을 조사할 수 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첫번째 방에 들어간다.)
방1
서건우의 방입니다.
발을 들이는 순간 지독한 머스크 냄새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질 정도입니다.
정면으로 크게 놓인 창문은 미닫이 형식인 것 같습니다.
테라스가 딸린 것 같아요.
그 옆에는 침대와 협탁이 놓여있습니다.
벽지는 새로 발린 듯 매끈하며, 한편에 커다란 거울이 자리해있습니다.
그 옆에는 문이 있네요.
케인 데이븐포트:향이 왜 이렇게 쎄... (창문 쪽을 내다본다.)
창 밖에는 거센 폭풍우가 내리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환기를 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머리가 아프다면 테라스에 잠깐 나가볼까요?
케인 데이븐포트:(테라스에 나가본다.)
철제 테이블과 간이 의자가 놓여있습니다.
테이블 위에 마실 것이 하나 올려져 있네요.
와인… 일까요?
바깥을 바라보면 정원이 눈에 띕니다.
그런데 ...
... 잔디와 나무의 깎인 모양새가 이상합니다.
무언가의 형상 같아요.
…뭐죠?
케인, 이성판정 (0/1)
케인 데이븐포트:
SAN Roll
기준치:50/25/10
굴림:65
판정결과:실패
...뭐지?
케인, 이성치 1 감소.
꺼림칙하고 불쾌한 감각이 듭니다.
비도 몰아치고 있으니, 방으로 돌아와요.
케인 데이븐포트:(방으로 돌아온다.) 기분이 이상해... (침대 쪽으로 다가가 둘러본다.)
좋은 소재의 나무로 지어진 침대가 놓여있습니다.
성인 남성 두 명이 누워도 거뜬할 만한 크기입니다.
별 다른 게 있진 않습니다.
폭신합니다.
당신이 용감한 편이라면 낮잠을 자면 아주 편안할 것 같네요.
케인 데이븐포트:(아니 싫어요)
(협탁을 봅니다.)
ㅠㅠ
붉은 꽃이 장식되어있는 협탁입니다.
랍을 열어보면 종이 한 장과 작은 초상화가 놓여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서랍 안의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어서 본다.)
연필로 무언가의 글씨가 급하게 휘갈겨진 종이입니다.
<영혼을 취하는 법> 핸드아웃 배포
케인 데이븐포트:(살점을 취하라고... 아, 이래서 주는 것은 다 받아 먹으라 한 건가?)
(이어서 초상화도 꺼내 본다.)
누군가가 그려져 있는 물건인 것 같아요.
끝이 살짝 내려간 일자 눈매, 조금 둥근가요?
전체적으로 서글하고 처연한 느낌이 드는 낯입니다.
눈가에 있는 눈 주름이 자연스럽게 눈에 띕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누가 봐도 나잖아?)
 ✷  지능 or 역사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지능
기준치:80/40/16
굴림:5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옷은 거의 n백 년 전의 복식인 것 같습니다.
당신이 아는 한에서는요.
케인 데이븐포트:
관찰력
기준치:80/40/16
굴림:85
판정결과:실패
초상화를 자세히 들여다봅니다.
이 초상화… 마치 복식 만큼이나 낡은 느낌이 드네요.
케인 데이븐포트:(데굴데굴. 눈을 조용히 굴린다. 이 서랍에 있는 것 만으로 추측한다면, 아주 옛날에 알던 사람이 날 닮아서 이런 제안을 내놓은 거고, 그 4일 동안 주술로 영혼이라도 묶어 놓겠다는 그런 소설 같은 흐름으로 굴러가는 건가? 아, 물론 더 찾아봐야 뒷사정을 자세히 알 순 있겠지만, 대충 이 느낌으로 상황이 돌아가는 것은 맞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증거를 뿌린 채로, 마음대로 돌아다니며 증거를 찾아도 된다니... 다른 변수가 있을 지도 모르고...) 음, 흥미롭네...
(일단 쪽지와 초상화를 내려놓고 벽지를 본다.)
발라진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 벽지입니다.
이 고성에서 얼마 되지 않은 건 이것뿐만인 것 같기도 합니다.
급하게 발랐는지 틈이 조금 나 있습니다.
열어보나요?
케인 데이븐포트:오... (열어본다.)
그 아래에 발려있는 벽지에서 좋지 못한 기운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관리가 되지 않아서라기보단,
어쩐지 소름 끼치는 기분이 듭니다….
이만 관심을 끄는 것이 좋겠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거울이나 봐야겠다...)
그냥 큰 거울입니다.
당신의 모습이 온전히 보이고서도 천장까지 비추고 있습니다.
당신, 지금 어떻게 생겼나요?
 ✷  외모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외모
기준치:75/37/15
굴림:2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평소에도 신경을 많이 쓰는지, 관리가 매우 잘 되어있네요.
누구에게나 호감을 살법한 외모입니다.
거울을 한참 들여다봐도 여전하네요.
케인 데이븐포트:(거울을 빤히 보다가 눈 밑에 있는 주름을 늘려 쫙쫙 폈다가 급 현타와서 손을 내려놓는다. )
(...문 쪽으로 간다.)
들어서면…
바닥이 돌로 이루어진 장소입니다.
욕실인 것 같아요.
물을 데울 수 있게 불을 지필 수 있는 은제 난로가 놓여있으며, 그 위에는 주전자가 있습니다.
욕조가 있는 바닥의 한구석에는 구멍이 나 있고,
벽에 걸린 받침대에는 유리병이 줄지어 놓여있습니다.
전반적으로 깔끔해 보이는 곳이에요.
주전자, 바닥의 구멍, 유리병을 살펴볼 수 있겠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주전자를 봅니다.)
뚜껑을 열어보면 물은 없습니다.
주전자 안쪽이 검게 변해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타서 그런가?)
가까이하면 혈향이 나고, 손이라도 닿으면 핏가루가 떨어져 나오네요.
케인 데이븐포트:(아니잖아)
ㅋㅋ
케인 데이븐포트:(급하게 내려놓고 손을 닦는다.) 더럽게... (손을 탁탁 털고 바닥의 구멍을 내려다 본다.)
욕조 물을 빼는 하수구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살펴보면 머리카락 뭉치가 나오네요.
서건우의 것과는 다른 색입니다.
사용인들이 이곳에서 목욕할 리도 없는데 말이에요…
케인 데이븐포트:... (죽은 사람들의 것일지도...)
(유리병을 본다.)
어쩌면요.
유리병은 욕조에 넣을 수 있는 향료들로 보이네요.
말린 잎 따위도 나란히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개중 하나를 잘 보아하니…
허브네요.
요리에 쓰는 종류인데, 뭘까요?
케인 데이븐포트:
교육
기준치:75/37/15
굴림:17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이건… 바질인가요?
도대체 왜 욕실에 요리에 쓰일 허브가 있는건지…
케인 데이븐포트:(호밀빵에 바질페스토 발라 먹으면 맛있는데...)
(볼 거 없는 것 같으니 나감)
서건우의 방은 얼추 다 둘러본 것 같습니다.
다른 방으로 가볼까요?
케인 데이븐포트:(두번째 방으로 가봅니다.)
두 번째 방
닫혀있는 여러 개의 방 중에 그나마 찾아볼 수 있는 공간입니다.
벽 한 면이 거울로 이루어져 있고, 창문이 작게 놓여있어서 어두워요.
사방으로 걸려있는 것들은... …
옷가지입니다.
아마 옷방인 거겠죠.
마네킹이 몇 개 놓여있고, 양옆으로 가득 걸린 옷가지들을 둘러보면 분위기가 언뜻 다른 것 같습니다.
 ✷  관찰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관찰력
기준치:80/40/16
굴림:92
판정결과:실패
이 옷들… 가까이서 한번 살펴볼까요?
케인 데이븐포트:(가까이 가서 살펴본다...)
가까이 가서 꺼내 만져보면 비로소 알게되는 사실이 있습니다.
분위기가 다른 옷 몇 가지들이,
당신의 몸에 딱 맞는 사이즈라는 사실을요.
그 외에는 더 볼 게 없어보이네요.
케인 데이븐포트:(아, 이 곳에 계속 잡아 놓으려고 옷까지 준비하셨나? 대단하시네...)
(옷방에서 나와 세번째 방으로 들어간다.)
세 번째 방
당신의 방과 비슷한 구조의 장소입니다.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여요.
방 안에 있는 것은 서건우입니다.
서건우는 책상 앞에서 무언가를 보는 듯하더니,
고개를 들어 당신을 돌아봅니다.
서건우:…잘도 돌아다니고 있네. 참 좋아보여요.
(눈동자를 굴리다가 다시 너를 본다.) 여기는… 그저 여분의 방일 뿐이에요.
 ✷  관찰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관찰력
기준치:80/40/16
굴림:11
판정결과:극단적 성공
이런저런 물건들이 전부 검은 천으로 덮여있습니다.
언뜻 실루엣을 보아하면,
마네킹 두어 개, 이젤 등등이 놓여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고보면 고성 곳곳은 관리되지 않은 채로 먼지가 가득 차있지 않았던가요?
기이합니다.
이 방은 유달리… 깨끗하네요.
케인 데이븐포트:...여분의 방이라기엔 엄청 깨끗한데요.
지금 보고 있는 건 뭔가요?
서건우:(네가 나가기는 커녕 안을 둘러보며 질문을 던지기까지 하자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이내 걸음을 재촉해 너를 문 밖으로 밀어내고… 방은 방대로 비게 둔 후에 등지고 문을 잠근다.)
참으로 어두컴컴합니다.
꼭 무언가를 상실한 사람처럼…
서건우는 여전히 당신을 등진 채지만,
원한다면 동행할 수 있겠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그... 왜 그래요? 잘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서건우:… 내가 봐도 된다고 한 건 이 성이지, 내 속이나 들쑤셔보란 뜻이 아니었습니다.
나한테도 개인적인 부분이 있는 거지.
(툭툭, 말을 뱉고 고개만 살짝 돌려 너를 흘겨보았다.)
케인 데이븐포트:...딱히 속을 들쑤신 적은 없는 것 같은데요... 질문 밖에 안 했어요, 저는.
서건우:그러니까, 하지 말라고요. 그 질문. (시선이 다시 또 바닥으로 떨어진다. 네게 오래 붙어있는 법이 없다.)
케인 데이븐포트:...? 제가 어려운 질문을 한 건 아니잖아요.
서건우:물어보지 말라고요. 제가 어려운 말을 한 건 아니잖아요.
케인 데이븐포트:... ...아, 네. 죄송하네요. (입이라도 다물고 있으란 거야 뭐야...)
서건우:… (얼굴을 양손으로 느릿하게 쓸어내리고 로브를 깊게 눌러썼다.) …됐어요. 가세요, 하고 싶은 거나 하러.
케인 데이븐포트:음~... 하고 싶은 걸 하려 했는데, 문에 쇠사슬이 감겨있는 방들도 많이 있고, 3층 진입 계단은 부서진 가구들 때문에 올라갈 수 없더라고요. 괜찮으시다면 치워줄 수 있으신가요?
서건우:(네 말을 듣고 나른하게 숨을 삼켰다가 내뱉었다. 마치 피곤한 마냥 눈가를 손으로 꾹꾹 누르며 답해온다.) 더이상 쓰지 않는 방이라 폐기했기 때문입니다. 3층 역시도 그렇고. 치우는 것도 귀찮아 방치해놓은 거니까 원한다면 치워줄 수는 있겠으나… 시간이 걸릴 뿐더러 건질 건 없을 겁니다.
(뒤집어쓴 로브가 만들어낸 그림자와 손으로 가린 사이로 언뜻 보이는 눈이 너를 향해있다.) …다른 방을 둘러봐요.
(하고는 턱짓으로 한쪽 방을 가리켰다. 응접실이었다.) 아니, 벌써 보고 오셨나.
케인 데이븐포트:...아직이요. (그를 가로질러 먼저 응접실로 발걸음을 옮긴다.)
당신이 먼저 걸음을 옮기면 그 뒷모습을 하염없이 쳐다보다가 느린 걸음으로 따라붙는 이가 있습니다.
응접실
커다란 테이블과 의자가 가운데에 놓여있는 장소입니다.
이곳에서 손님을 맞거나 응대했을 텐데, 살펴보면…
오랜 시간 쓰지 않은 것 같습니다.
검은 천으로 여러 가지의 물건들이 가려져 있고,
다른 곳으로 통하는 문이 놓여있습니다.
 ✷  지능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지능
기준치:80/40/16
굴림:46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러고보니, 지역의 유지라면 다른 이들과 교류가 있을 법도 한데요.
서건우의 집안이 바깥에서 보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케인 데이븐포트:... ...(눈동자를 올려 그를 힐끔 쳐다본다.) 물어보면 대답 안 해줄 거죠?
서건우:(시선이 느껴져도 마주하지 않고 멀거니 허공을 바라본다.) …뭘 묻고싶은데요?
케인 데이븐포트:고성에 뭐 주술이라도 걸어 놨어요? 밖에서는 보인 적 없는 것 같아서요.
서건우: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느릿하게 눈을 깜빡였다가 그제야 너와 시선을 마주했다.)
워낙에 조용하니 다들 의식하지 않을 뿐인 거겠지. 나는 남들과 교류하는 건 질색이라서요. (손을 뻗어 네 머리칼에 닿기 직전에 다시 멈추고, 손을 거두고.) 특별히 그리한 적은 없어요.
케인 데이븐포트:...아. 그렇군요~. ...(거둔 손을 따라 시선이 천천히 옮겨진다. 아까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고... 그의 행동은 '과거의 인연이 자신을 닮아 이런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라는 가설에 확신을 더하고 있었다.) 그렇군요. 대답 고마워요. 다른 사람들과 교류하는 건 왜 피하는 거죠? 아, 이것도 대답하기 곤란하다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서건우:(제 손을 바르작, 스스로 만지작거리다가 지팡이를 꾹 쥐었다.) 그냥… 나는 원래도 사람을 좋아하지 않거든. 어차피 가식을 두르고 서로의 이익만 탐내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녀석들과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며 기분을 잡칠 필요는 없잖아. …그렇죠? (지팡이, 혹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하다가 눈동자를 굴려 너를 바라보았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하하하. (한쪽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그럼 저랑 있는 건 기분이 안 잡쳐요? 그렇게 사람을 싫어하는 데, 4일이나 있으라니... 영광으로 삼아야 하는 거 아닌가?
서건우:… (입을 꾹 다물었다. 시선은 언제 그랬냐는양 바닥으로 떨어져 올라올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 …어차피 당신은 내게서 이익을 탐하러 온 게 아니니까. 그뿐이에요.
케인 데이븐포트:이익을 탐하러 온 게 아니라, 소문이 진실인지 캐내러 온 거죠. 이쪽이 더 최악 아닌가요?
서건우:…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 없어. (목소리가 조금 작아졌다.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뜨고는 지팡이를 옆으로 짚어 몸을 반쯤 돌렸다. 명백히 대화를 거절하는 제스처였다.)
케인 데이븐포트:... (대화 거부에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살짝 올렸다 내린다. 걸음을 옮겨 문 쪽으로 다가가 본다.) 여기 들어가도 되나요?
서건우:(시선은 발치에 있는 채로 네 발 쪽을 잠깐 쳐다보았다가 다시 돌려놓는다. 별 다른 답은 않았으나, 너를 막지도 않았다.)
케인 데이븐포트:(자신의 질문에 대한 그의 반응을 보았다. 자신의 행동을 막지 않는 것을 보고, 침묵의 뜻은 긍정이겠지, 라는 마음으로 문고리를 돌렸다.)
안으로 들어가면, 먼지 냄새가 매캐하게 섞여듭니다.
창문이 없기 때문인지 퀴퀴한 기운이 가득하네요.
검고 두꺼운 소재의 천으로 가득 가려져 있는 것을 슬쩍 들어보면 책인 것 같습니다.
벽의 양면이 전부 책꽂이인 것 같아요.
바닥 곳곳에 놓여있는 천 쪼가리들의 아래에도 서적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서재인가 보군요.
 ✷  자료 조사 판정 ✷ 
판정 3회 진행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
자료조사
기준치:75/37/15
굴림:73
판정결과:보통 성공
자료조사
기준치:75/37/15
굴림:49
판정결과:보통 성공
자료조사
기준치:75/37/15
굴림:32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당신은 서재 안을 거닐며 자료를 몇 찾습니다.
맥베스 5장
서건우:
그녀가 이 다음에 죽었어야 했는데 그런 소식을 언젠가 한 번은 들었어야겠지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내일도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음절까지 하루하루 더딘 걸음으로 기어가는 거지 우리의 어제는 어리석은 자들에게 보여주지 우리 모두가 죽어 먼지로 돌아감을 꺼져라, 꺼져라, 덧없는 촛불이여! 인생은 걸어다니는 그림자일 뿐 무대에서 잠시 거들먹거리고 종종거리며 돌아다니지만 얼마 안 가 잊히고 마는 불행한 배우일 뿐 인생은 백치가 떠드는 이야기와 같아 소리와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결국엔 아무 의미도 없도다
영생
서건우:
맥베스 5장, 영생 핸드아웃 배포.
백의 서
백지로 된 책입니다.
 ✷  지능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지능
기준치:80/40/16
굴림:62
판정결과:보통 성공
간혹 은밀한 서신을 보낼 때 레몬으로 글씨를 쓰곤 한다는 사실이 떠오릅니다.
불이 없어서 어떤 글이 쓰인 건지 찾아볼 순 없을 것 같습니다.
당신이 책을 들여다보고 있자면,
갑자기
옆에 걸려있던 서적 하나가 떨어집니다.
갑작스레 검은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그 연기는 점차 신체와 비슷한 모양을 갖추기 시작하더니
팔과 대가리, 그리고 뿔 같은 형상을 머리에 달고 형형한 붉은 눈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것 같습니다.
실로 악마의 형체입니다.
무언가를,
무언가를 계속 중얼거립니다.
At illi obstupefacti exterriti putabant phantasma videre. Dixit eis iesus. Quid haesitas? Quid dubitas in corde tuo? vide manus et pedes Ego est me tangere Manes carnem et ossa non habent, sed videtis. Luc!
 ✷  라틴어 or 지능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지능
기준치:80/40/16
굴림:53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들은 놀라고, 무서움에 사로잡혀서, 유령을 보고 있는 줄로 생각하였다. 예수께서는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어찌하여 너희는 당황하느냐? 어찌하여 마음에 의심을 품느냐? 내 손과 내 발을 보아라. 바로 나다. 나를 만져 보아라. 유령은 살과 뼈가 없지만, 너희가 보다시피, 나는 살과 뼈가 있다.
누가복음 24장 37~39절
악마가 성경 구절을 외고 있습니다.
이내 그것이 팔로 기어 오듯, 움직이며, 빠르게, 당신을 덮치더니,
연기가 되어 사라집니다.
케인, 이성판정 (1/1d2)
케인 데이븐포트:
SAN Roll
기준치:49/24/9
굴림:95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2
(
1
)
=
1
케인 이성치 1 감소.
케인 데이븐포트:(...정말 악, 악마인가?)
사라진 연기가 흩어진 당신의 발치에,
무언가의 문양이 그려진 쪽지가 하나 놓여있습니다.
기하학적인 무늬가 그려져있네요.
당신을 따라 서재 안으로 들어오지 않은 서건우는 여전히 응접실에 있습니다.
이 꺼림칙하고 공포스러운 공간에서 더 둘러볼 것은 없어보이네요.
케인 데이븐포트:기분 나쁜 곳이군... (서재 밖으로 나간다.)
서건우:…만족해? (서재 밖으로 나온 너를 쭉 훑어보다가 툭 뱉은 말이었다.)
케인 데이븐포트:...네? ...만족하고 말고 할 게 뭐가 있어요, 이 상황에서.
서건우:원하는 게 있어서 계속 찾아다니는 거 아닙니까? (한쪽 눈썹을 들썩였다가 로브를 꾹 눌러썼다.)
케인 데이븐포트:뭐... 그렇긴 하죠. 근데 얼추 다 얻은 느낌이라... (앞에 있는 이를 올려다본다. 안에서 얻은 정보를 끼워 맞춘다면... 그는 인육으로 영생을 얻어 살아가고 있다. 그러기에 많은 사람들이 희생되어 왔고... 여기에서 그 방에서 얻은 조각들을 끼워 맞춘다면 그가 살아온 시기와 오래 전에 그려진 초상화의 시기도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것 같다. 아... 뭐지? 알아주기를 바라는 거야? 왜 이렇게 대놓고 알려주는 기분이 드는 거지...)
서건우:… (별 말 없이 너를 보던 시선을 거두고 지팡이에 지탱해 걸음을 옮겼다.) 저는 좀 쉬어야겠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네. 쉬세요.
그렇게 서건우는 정말 눈 앞에서 사라져버립니다.
이제 어떻게 할까요?
1층으로 내려가는 길은 막혀있지 않은 것 같은데요.
케인 데이븐포트:(그럼 내려가야지...)
1층을 향해 내려가다보면,
로비 한복판에 초상화가 있습니다.
고개를 들어서 시선을 위로 두자니
눈매가 날카롭고 길게 째진 이가 입을 꾹 다문채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당신의 시선 위에 걸려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그 사람이네...)
복식이나 그려진 시기 등을 가늠하면 몇 백년… 혹은 그 이상일 수 있겠네요.
그 덕분에 이 정도의 위세를 떨치고 있는 것이겠죠.
그러고보면,
지역의 유지라고는 하나 서건우의 집안이 전면으로 나서서
사교활동이나 정치에 참여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아까 서건우가 말했던 이유 때문일까요?
물론 당신은 성직자이니 잘 알아볼 일이 없었을 수도 있겠지만 말입니다.
초상화는 참 기이합니다.
지금의 서건우와 완전히 같게 생겼네요.
유전자의 힘이 강한 걸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음~...)
그렇게 초상화를 뒤로 하고 계단을 마저 내려옵니다.
1층
당신이 1층에 발을 딛자마자,
사용인이 불쑥 나타나 시간이 늦었다고 만류합니다.
그래도 궁금하다면… 사용인을 뒤로하고 둘러볼 수도 있겠습니다.
뭐 어때요? 약속만 지키면 된다고 한 건 서건우, 그인데.
케인 데이븐포트:... 괜찮습니다. (둘러볼래요)
사용인은 당신을 보고 쩔쩔매다가 결국 물러섭니다.
식당과 주방을 둘러볼 수 있겠네요.
케인 데이븐포트:(식당을 둘러본다.)
식당은 매우 평범합니다.
이 저택이 늘 그렇듯… 사용감은 많지 않아보이지만요.
그래도 다른 장소에 비해서는 사용감이 느껴집니다.
식사를 요청한다면 소정의 식사를 할 수도 있겠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딱히... 이 곳에서 하고 싶지 않음...)
그래라
당신은 굶고.
마저 움직입니다.
어디로 갈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주방으로 향한다.)
주방 역시도 평범합니다.
자리를 지키고 있던 사용인들이 당신을 보자마자 화들짝 놀라며 뿔뿔히 흩어져버립니다.
덩그러니, 당신 혼자 남아버렸네요.
양송이 스프와 빵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 ...(그렇게 놀랄 필요는...)
(배고파)
맛있을텐뎅
케인 데이븐포트:(조... 조금만 먹어야겠다...)
(먹어요...)
사용인들도 모두 물러가고 없으니 조금은 편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겠습니다.
주방이니만큼 식기도 찾기 어렵지 않은 곳에 보이네요.
스프를 덜어와 빵과 함께 먹을까요?
케인 데이븐포트:(네...)
당신은 접시에 스프를 적당히 덜어와 빵과 함께 듭니다.
스프는 끓인지 오래되지 않았는지 아직 따듯하네요.
재료들이 적당히 어우러진데다 스프가 잘 풀어져있어 먹기 좋습니다.
빵과도 조화를 이루네요.
케인 데이븐포트:(...맛있어.............)
그렇게 당신은 당신만의 조그마한 식사시간을 보냅니다.
깨어난 후부터 물 한모금 마시지 못했으니,
뭐라도 먹어둔 건 좋은 선택일 겁니다.
식기를 정리하고 돌아가는 길에
사용인의 숙소가 눈에 띕니다.
들어가볼까요?
케인 데이븐포트:(들어가도 되나?...하면서 들어간다.)
사용인의 숙소
당신은 문을 열자마자 긴 복도를 발견합니다.
사용인 각자가 머무는 장소 같습니다만….
 ✷  행운 or 관찰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기준치:75/37/15
굴림:65
판정결과:보통 성공
당신은 유독 더럽혀진 방을 하나 발견합니다.
그 방 안에 들어가면 썩은 내에 절로 인상이 찌푸려지고 욕지기가 쏟아져나오는 기분이 듭니다.
…무언가의 자루가 있는데요.
케인 데이븐포트:(뭐... 뭐야?)
확인해볼까요?
케인 데이븐포트:(...확인해본다.)
자루 안에는…
정체불명의 고깃덩어리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고기는 아마도… …
식사에 고기가 들어있지 않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우욱... ... (입 막고 얼른 자루를 닫는다.)
케인, 이성판정 (1/1d3)
케인 데이븐포트:
SAN Roll
기준치:48/24/9
굴림:23
판정결과:어려운 성공
케인 이성치 1 감소.
… 피곤하네요.
종일 폭풍우가 몰아치는 탓에 여전히 낮인지 밤인지 감이 오지 않습니다.
사용인들의 말로 미루어 보아 저녁에 가까우리라 추측할 뿐입니다.
비바람으로 가득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시야가 어두워진 경험을 한 적이 있었나요?
마치 이 고성이 세상과 차단된 것 같기도 합니다.
밤이 가까워져 옵니다.
우선 방으로 돌아갑시다.
케인 데이븐포트:(... 속이 안 좋아진 채로 방으로 돌아간다.)
이상합니다.
허술해도 너무 허술한걸요.
사라진 이들이나 시체가 어딨는지 정확히 찾아볼 순 없었어도 말이에요.
비단 그것뿐만이 아니더라도 증거가 너무 많습니다.
어째서 모든 것들을 전부 보여주는 걸까요.
이러다 당신마저 죽음을 맞게 된다면 어떡하죠?
대체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서건우는 당신과의 약속을 정말 지킬까요?
아무렴, 당신에게는 은제 묵주가 있긴 하지만요.
케인 데이븐포트:(나한테 인육을 먹여 영생을 살게 할 생각인가... 와, 끔찍하네.)
이런 와중에도 밤은 가까워져 오고,
긴장으로 가득 찬 몸은 저도 모르게 힘듦을 감지했는지 뻐근하기 그지없습니다.
잠이 올까요?
밤이기에 벌어질 수 있는 일도 있으니까요.
잠에 들 수도 있고, 등불을 들고 돌아다녀 볼 수도 있겠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나이가 있어서 더 움직일 수 없음...... 잘래요................)
당신이 이불을 덮고 눈을 감으면,
끼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느릿하게 문이 열리는 듯합니다.
자는 척 하는게 좋을까요?
누구일까요.
눈을 감은 당신의 시야 속으로 주홍색 빛이 들어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일단 자는 척 한다...)
서건우:… (등불을 든 채로 너를 내려다보고 있다. 눈을 감고 있는 너를 보고도 자리를 뜨지 않은 채 한참이나.)
케인 데이븐포트:(눈썹을 작게 꿈틀거리다 결국은 게슴츠레 눈을 뜬다.) ...말 할 거 있어요?
서건우:… (네가 눈을 뜨자 등불을 옆 협탁에 내려놓았다. 침대에 걸터 앉으면, 손에 든 유리잔 안의 액체가 가볍게 찰랑였다.) 잠은 잘 자는지, 궁금해서.
케인 데이븐포트:...별 게 다 궁금하시네요. 잘 자려던 참인데 당신이 들어왔어요. 됐나요?
서건우:… (무슨 말이라도 하려는지 입을 벌렸다가 얼마 안가 힘없는 얼굴로 다물고서 가만히 너를 바라보았다. 마치 네게 건네어주려고 가져왔던 것 같은 주홍빛 액체를 한모금 삼켜냈다.) 그래, 하루종일 돌아다니던데… 찾고 싶은 건 다 찾았어요?
케인 데이븐포트:...네. 다 찾은 것 같아요. (딱히 필요 없는 것도 찾은 것 같지만...)
서건우:(천천히 손을 뻗어, 네 머리칼에 닿으면 그대로 잠시 멈추었다가 살살 쓸어넘겨주었다. 안광조차 들지 않는 눈이 한참이나 너를 바라보다가 느릿하게 눈을 감았다.) …누군가에 대해 알아간다는 건 참… 좋은 일이잖아요.
비록 그게 실종사건에 연루되어 가해자로 확정된 귀족 가문의 자제라고 해도.
(눈을 다시 뜬 후에는 손을 거두었다. 대신에 얼음이 잘그락대는 브랜디가 담긴 유리잔을 네게 내밀어보인다. 마시겠냐 묻는 것처럼.)
케인 데이븐포트:...저 술은 못 마셔서요. 사양할게요.
...의심 받는 것에 대해 억울한 건 아니죠?
서건우:(사양하겠다는 말에 잔을 협탁 위로 올렸다. 상체를 조금 웅크리고서 너를 보다가 소리없이 짧게 웃음이 떠올랐다 사라진다.)
글쎄, 억울해야할 필요가 있나… 나는 당신이 나에 대해 알아가주는 것 자체가 기쁜걸요. … (이 말은 하지 말 걸 그랬나. 내뱉자마자 후회로 물들고나면, 가만히 입을 다물고 시선을 돌렸다. 끝자락에 피딱지가 고인 손이 볼품없이 떨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그 손을 숨기듯 저 혼자 팔짱을 끼고 조금 더 몸을 움츠린다.)
어떻게 생각해요? … …나에 대해.
케인 데이븐포트:...제가 당신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생각하시는 데요? 그것에 따라서 대답이 달라질 것 같은데.
서건우:… (고민이라도 하는지 잠시간 답이 없다. 말을 고르고, 눈을 깜빡이다가 슬금 시선을 굴려 너를 보았다.) 실종사건의 가해자로 지목된 귀족 가문의 자제겠지. 그를 뒷받침하는 증거를 찾았을테고.
…보기 역겨운가?
……그렇겠지. (네게 듣기도 전에 저 혼자 답을 내리고 고개를 떨구었다.)
케인 데이븐포트:...뭐...역겹다고 묻는다면 역겨울 수 있을 테고... ... (몸을 일으켜 침대에 앉는다. 고개를 떨군 네 모습을 느리게 훑어보다가 피딱지가 고인 손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안쓰럽기도 하고요.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사람 같아서...
당신이 생각하는 저는 누구인가요?
서건우:(역겹다는 말에 덤덤하려 애써도 몸이 얕게 움찔한 것이 네 눈에도 보였을까. 네가 몸을 일으켜 앉으면 마치 로브에 의지해 저 자신을 숨기기라도 하려는지 점점 더 움츠러들었다. 이어지는 말에는… 어깨가 조금 떨렸다. 그러니까, 네가 한 말은 전혀 이럴 일이 아니라는 걸 아는데도… …흐르는 눈물을 차마 닦아내지 못하고 다리를 올려 고개를 파묻었다.)
…케인.
(울음에 잠겨 네게 겨우 닿을까 싶을 정도로 조그마한 목소리가 이름을 읊조렸다. 제가 할 답은 그게 다라는 듯 더이상의 말이 이어지진 않았다.)
케인 데이븐포트:... ... (이런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는데. 데굴데굴, 눈이 굴러간다. 이런 상황은 달갑지 않은데 말이다. 본인 혼자서 자신에게 그리움과 애틋함을 느끼는 상황은 정말 어떻게 행동 해야 할 지 모르겠다. 안아주기라도 해야 하나? 그렇게 까지 하기는 싫다. 그럼 손이라도 잡아줘야 하나? 그 전에 손 좀 깨끗하게 씻고 왔다면 가능성이라도 있었을 텐데 말이다.)
...울지 마세요. (짧은 말 한마디가 전부였다. 눈물이라도 닦아줘야지. 이...사람과 4일 동안 버텨야 하니까.)
서건우:(내가 대체 왜 우는 거지? 뭘 잘했다고 울어. 스스로를 속으로 다그치고 있으면, 아무것도 알리 없는 네가 울지 말라며 제 뺨을 훑어주었다. 눈에서 떨어져나온 물이 네 손을 적시고 얼룩진 뺨을 닦아준 것이다. 너는 알까, 네 이런 행동에 더 눈물이 난다는 걸.
주체할 수 없이 두 갈래, 세 갈래로 나뉘어 쏟아지기 시작한 눈물이 턱을 타고 떨어지고, 네 손을 완전히 적셔냈다. 우는 소리를 조금 조차 내지 못해 어깨를 크게 들썩이며 윽… 하고 억눌린 음이 새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네 손을 잡아 밀어내놓고, 그 손을 놓지 못해 힘없이 붙든 채로 겨우 입을 연다.)
…미, 미안해요. … …미안해요.
케인 데이븐포트:...? 뭐... 뭐가 미안한데요? 냅다 자는 사람 방에 들어와서 이렇게 우는 거? 아니면 뭐... 못 볼 꼴 보인다는 그런 마음에서 나온 말인가요? (잠깐 할 말을 생각해 내느라 입을 다문 채로 눈썹을 매만졌다.) ...사제 일 하다 보면, 우는 사람 많이 만나요. 그런 걸로 너무 걱정 마세요.
서건우:(뭐가 미안하냐면… …수많은 과거의 기억을 더듬다 땅이 꺼지는 기분을 느낀다. 몸이 추락하거나, 내 몸이 모두 녹아 걸을 수 없는 기분. 혹은 스스로의 추악함을 견디지 못해 삶에서 달아나고 싶은 기분…. 숨이 막혀 제 목을 매만져도 방해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제 목이 졸리는 기분이라 양손으로 목을 긁어내며 벅찬 숨을 내뱉는다.)
아, …케, 인. 케인… 흐, … (미묘한 울음 소리와 함께 거친 호흡 끝에 자리서 고꾸라지듯 일어나면, 보이는 그대로 엎어져 바닥에서 바르작거리다가 기듯이 몸을 일으켜 문을 향한다. 네 안부가 궁금해 왔다더니, 잘 자라는 인사 한 점없이 도망치듯 떠나는 것이었다.)
케인 데이븐포트:(앞에 우는 이를 붙잡으려다 자신의 품에서 도망치듯 가버려 손 끝에 허공 만이 남아버렸다. 가슴 속에서 미묘한 감정이 올라오는 기분이 들었다. 무슨 기분인 지는 알 수 없으나, 이게 어떠한 감정에서 생겨나는 기분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그가 떠나간 자리는 차갑고 공허감 만이 느껴졌다. 이런 식으로 감정을 토해내고 갈 거면, 지금 자신이 느끼는 감정도 무엇인지 알아채 말해주었다면 좋았으련만...)
얼음이 담겨 차가운 브랜디가 든 잔도, 주홍색으로 빛을 내는 등불도,
언제 차지했었냐는 양 남겨두고 가버린 빈자리도.
지금만큼은 이상하게 들려오지 않는 빗소리에 방은 고요할 뿐입니다.
당신은 결국 지금 드는 기분도, 어디에서 기인한 것인지 모를 감정도 알아낼 수 없었지만
자야겠죠.
아직 그와 약속한 시간이 남아있고, 내일을 또 맞이해야할테니까.
등불을 끄고, 다시금 자리에 눕습니다.
눈꺼풀이 내려앉고…
기이한 밤이 지나갑니다.
당신의 시야 속에 회색빛이 들어옵니다.
비구름에 가려져 확인할 순 없지만, 해가 뜬 것 같아요.
아마 아침이겠죠.
당신은 그대로 기절해서 잡혀 온 것 치고, 굉장히 신사적인 대우를 받는 듯합니다.
당신의 치부를 드러내러 왔음에도 서건우는 당신에게 난폭하지 않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어쩌면, 당신은 어렴풋하게 짐작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딘가에 생존자가 있진 않을까요?
아직 죽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찾아볼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  지능 판정 ✷ 
케인 데이븐포트:
지능
기준치:80/40/16
굴림:75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러고 보니, 당신이 발견했던 쪽지에 그려져 있던 문양은 제법…
당신이 테라스에서 본 정원에 새겨진 무늬와 흡사했던 것 같습니다.
신에 반하는 모독적인, 악마의 주술이라도 사용하고 있는 걸까요?
무엇 때문에 그런 걸까요?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당장에 바람이 너무 거센 탓에 나가볼 순 없겠지만…
서건우의 말은 모두 진짜일까요?
케인 데이븐포트:(그거야 찾아보면 알겠지...)
고민하고 있노라면 누군가 당신이 있는 방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들어오세요.
사용인: 식사 올리겠습니다.
공손한 말과 함께 문을 열고 들어온 사용인은
음식을 내려놓다가,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당신을 계속 바라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왜, 왜 그러세요?
사용인: 아, 죄, 죄송합니다. 너무 닮아서….
… 이 말씀을 드린 건 주인님께 비밀로 부쳐주세요.
케인 데이븐포트:(알고 있는데...) 네. 걱정마세요. (안도하라는 듯 작게 웃는다.)
누구를 닮았다고 말하지도 않았으면서 말입니다.
저 혼자 말을 얹던 사용인은 화들짝 놀란 듯 주위를 바라보며 눈치를 살폈습니다.
계속해서 당신의 눈치를 보고 있으니, 궁금한 게 있다면 이 사용인에게 물어도 되겠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정말 괜찮은데...)
여기선 언제부터 일하셨어요?
사용인: 저는 다른 사용인 분들에 비하면 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이 저택의 사용인들은 다들 계속 이 저택에서만 일을 해요.
주인님께서는 사교성이 좋으시거나 좋은 성격을 가지신 분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돈을 정말 많이 주시거든요. 한 달 분의 급여로 식구 다섯의 입을 일 년 동안 채우고도 남을 돈을요.
이 저택의 사용인들은 모두 주인님께 충성해요.
케인 데이븐포트:...그건 좀 부럽네요. 저희는 무보수로 성당에 있는 거라서~ (^^...) 그럼 다른 것도 물어봐도 되나요? 그... 주인...되시는 분은 사람을 거의 안 만나나요? 나가는 일도 없고?
사용인: …주, 주인님께서는… (말하기를 주저하다가 천천히 목소리를 내었다.) 당신이 오기 전까지 이 고성은 누군가의 흔적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당신… 당신과 닮은 사람이요.
주인님께서는 대외활동을 일절 하지 않으시고, 누구에게도 관심을 두지 않으신 채 그 분을 계속 그리거나…
항상 슬퍼하고 계셨어요.
물론 저희 중 그 이유를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케인 데이븐포트:오... 근데 그럴 것 같았어요. 안타깝네요. 몇 년 동안 그래 왔던 건지는 모르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잃지 못하고 그렇게 망가져 가는 건 슬픈 일이에요. 그렇죠?
그래서 말인데, 당신들 주인은 나이가 어떻게 되나요?
사용인: …저희는 주인님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진 못해요. 겉으로 보이는 것을 주워 조용히 입을 다물 뿐이니까요.
이곳에 조사를 하러 오신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도… …말마따나 평민 한둘쯤 죽는다고 누가 신경을 쓰는 것도 아닌데요.
잘못됐다는 건 알지만, …다들 그러려니 눈을 감아요.
굶어죽지 않으려면 방법이 없는 걸요.
저희는 그렇게 주인님에 대해 알고자 하지 않고, 자리를 지키며 충성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아... (생각보다 어느 정도 알고 있는데...?) 그렇군요. ...그럼 제가 여기서 더 질문을 하는 건 실례일까요?
...사용인 숙소에 놓여져 있는 고깃덩이도 그... 흔적인가요?
사용인: (사용인은 주저하듯 머뭇거리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후에 여전히, 주변을 둘러보다가 조급한 채로 네게 열쇠 하나를 건네주었다.) 주인님이 계속 바라고 찾던 이와 관련된 것은 이 방 한 곳에 다 몰아넣어져 있어요.
당신이 이곳을 찾은 후로 모두 거둬버렸거든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절대 제가 알려드렸다고 말씀하시면 안 돼요…!
케인 데이븐포트:...네. 약속할게요. 감사합니다.
사용인: (주변의 눈치를 살피다못해 네 말을 채 듣지도 않고 뒤돌아 허겁지겁 나가다가 문을 닫기 직전에 한마디를 남겼다.) … 항상 그리워하셨어요.
'항상 그리워하셨어요.'
그 말을 끝으로 열쇠만 쥐어준 채 나몰라라 가버린 사용인입니다.
이 열쇠는 아마 여러 방을 열 수 있는 열쇠인 거겠죠.
케인, 잠긴 곳이 떠오르나요?
케인 데이븐포트:
지능
기준치:80/40/16
굴림:80
판정결과:보통 성공
그러고보니 어제, 당신을 방 밖으로 밀어내고 서건우가 직접 문을 잠궜던 방이 있었죠.
어쩌면 그 문을 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우선 식사를 하나요?
아니면, 바로 방을 살피러 갈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설마 그 고기 주는 건 아니겠지? 그 사용인한테 오늘 식사 메뉴나 물어볼 걸...)
(갖다 준 음식 슬금 열어봄)
음식은 질 좋은 스테이크와 곁들여진 식전 스프와 바게트, 도수는 거의 없는 탄산이 든 와인 정도입니다.
어쩐지 꺼림칙하지만, 고기를 잘 살펴보면 굉장히 신선해보이네요.
부위를 따져봐도 가축의 것으로 보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그래도 찝찝하니 스테이크는 옆에 빼두고 다른 음식만 먹는다.)
슬픈 스테이크...
당신은 그렇게 가볍게 배를 채웁니다.
아마, 이대로 방에 두면 사용인이 와서 치워줄 것 같네요.
케인 데이븐포트:(...밥 먹었으니 씻고 싶은데...)
(욕실 있나요)
방에 딸린 욕실이 있습니다.
크지는 않지만 씻기에 무리는 없어보이네요.
케인 데이븐포트:(물 틀었는데 피 나오면 어쩌지? 안 씻는게 나을지도?)
확인해보면 되지 않을까요?
물을 틀어봅시다.
케인 데이븐포트:(.....; 슬쩍 틀어봄)
멀쩡하게 물이 나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 ...음. 물은 잘 나오네. 아, 칫솔이 없는데.
사용인에게 부탁하면 갖다줄 것 같습니다.
씻지 않고 찝찝한 채로 돌아다녀도 괜찮겠으나,
어떻게 할까요?
케인 데이븐포트:...
(부탁해야겠다...)
아까와는 다른 사용인입니다.
칫솔을 비롯해 씻을 때에 필요한 여러 가지들을 함께 올려두고 갑니다.
케인 데이븐포트:...(그냥 세수랑 양치만 하려 했는데...)
(물을 틀어 욕조에 물이 점점 채워져 가면, 입고 있던 옷을 벗고 욕조 안으로 들어간다. 물의 온도는 몸의 피로가 풀리기 좋을 정도로 따뜻했다. 수증기로 가득 채워져 앞이 선명하지 않은 욕실 내부는 그의 머릿속과 비슷할 지도 모르겠다. 갑자기 닥친 감금 상황이라던가, 미래가 안전한가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갑자기 생판 모르는 남이 자신에게 그리움을 느끼고 가버린 뒤의 남겨진 자신의 감정은... ... 이 상황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다 생각했으나, 생각할 수록 진실에 대한 확고함과 그에 대한 감정은 정확하게 알 수 없었다.)
그렇게 많은 생각과는 반대로 몸만은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나옵니다.
어떻게 할까요?
여태 입고 있던 옷을 다시 입을 수도,
잘 개켜져있는 당신의 원래 옷을 입을 수도 있겠습니다.
정 내키지 않는다면 옷방에서 하나 골라 입을 수도 있겠네요.
케인 데이븐포트:(깨끗하게 씻었으니 새 옷을 입고 싶은데...)
(문 살짝 열어서 밖에 사용인 있나 둘러봄)
마치 당신이 있는 곳은 피해다니는 것처럼,
사용인들은 머리카락 한 올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허리에 수건 둘둘 말아서 얼른 옷 방으로 향한다.)
옷방
그 때 봤던 그대로입니다.
당신의 몸에 맞는 사이즈의 옷도 있습니다.
골라 입어볼까요?
케인 데이븐포트:너무 복잡한 옷은 무리고... 입을 만한... 옷이... (이것저것 둘러보는 중...)
복식은 현재 시대와는 조금 거리가 있어보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이거 입고 다니면 살아 돌아왔냐면서 우는 거 아닌가?)
(일단 제일 가벼운 옷으로 갈아입는다.)
옷은 마치 계속 관리를 해온 것처럼,
복식으로 따지면 오래되었어도 입었을 때 그런 느낌이 들진 않습니다.
새 옷으로 갈아입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진짜 딱 맞네... (바로 잠겨진 방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당신은 옷 사이즈에 대해 신기함을 느끼며 잠긴 방으로 향합니다.
세 번째 방
이 방을 몰래 열고 들어가면,
전날 서건우가 있던 그대로의 장소가 펼쳐집니다.
온통 검은 천으로 감싸져있는 그의 그리움.
고성 안에 가득 걸려있었다던 누군가의 흔적.
검은 천으로 감싸인 물건들이 가득 놓여있습니다.
마치 그 물건들이 상처라도 입을까 걱정되는 것이 느껴지듯,
바닥 전체에 부드럽고 붉은 카펫이 깔려있습니다.
하나, 둘, 셋, 넷… 거기에 커튼이 있네요.
케인 데이븐포트:(...검은 천을 하나 둘 씩 전부 걷어본다.)
처음 것을 걷어보면,
이젤입니다.
이젤 위에 놓여있는 캔버스에는 익숙한 사람의 얼굴이 놓여있습니다…
당신 같은데요.
이목구비가 조금 다를 순 있겠지만, 이렇게까지 비슷하긴 힘들 겁니다.
1층으로 가는 길목에 놓여있던 초상화와 비슷한 시기의 복식을 취하고 있어요.
두 번째 것을 걷어보면,
마네킹입니다.
여기저기 해진 옷을 입혀놓았네요.
전시라도 해놓은 것 같습니다.
고개를 돌려 캔버스를 바라보면, 모델이 입고 있던 옷인 것 같아요.
세 번째 것을 걷어보면,
종이 묶음이 있습니다.
연필로 그려진 그것은,
여러 가지의 각도로 당신과 꼭 닮은 이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차를 마시는 모습,
그림을 그리거나
가만히 잠에 든 모습,
그저 책상을 짚고 기대 서있는 일상적인 모습까지.
이상하게도, 웃고 있는 그림은 한 점도 없네요.
네 번째 것을 걷어보면,
나무상자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열어봐도 되나?)
열어보면 그곳에는 붓, 펜, 종이 따위부터 여러 장식, 자잘한 물건들이 들어있습니다.
뭘까, 생각해보면…
전부 낡다 못해 세게 쥐기라도 했다간 바스러질 것처럼 오래된 것들입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다시 있던 자리에 조심히 놓아둔다.)
모두 오래되어 바랜 흔적들 뿐입니다.
커튼을 걷어보나요?
케인 데이븐포트:(커튼을 살짝 쥐고 걷어본다.)
커튼을 걷어보면,
벽에 여러 가지의 그림들이 걸려 있습니다.
당신과 서건우의 모습이 함께 그려진 것은…
모두 미완성이거나 서건우가 찢겨 나가있고,
그렇지 않은 것 또한 온통 물감으로 뒤덮여 원래의 모습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 해져서 읽을 수도 없을 것 같은 편지 몇장이 붙어있고,
개중에 하나는 유달리 당신과 닮은 이의 모습이 크게 그려져 있습니다.
그 아래에…
검은 손바닥 자국이 가득 나있습니다.
마치 붙잡으려 발악이라도 한 것만 같은 느낌이 듭니다.
온 방이 한 사람으로 가득합니다.
마치, 하나의 세상처럼요.
이는 마치… 당신의 전생인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케인 데이븐포트:(그래, 대충 전생인 건 알겠는데... 묘하게 숨 막혀.)
복잡미묘하고 불쾌한 감정이 듭니다.
케인, 이성판정 (0/1)
케인 데이븐포트:
SAN Roll
기준치:47/23/9
굴림:36
판정결과:보통 성공
케인 이성치 감소 없음.
전날 서건우가 있던 책상 위에는
편지 묶음이 놓여 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편지 묶음을 들어 하나 씩 읽어본다.)
살핀다 한들 제대로 읽히지 않는 문장들 아래에 적힌 FROM JACK,
수신인의 이름을 읽어냅니다.
개중 하나는 최근에 쓰인 편지인 것 같습니다.
FROM JACK 핸드아웃 배포
케인, 이성판정 (1/1D2)
케인 데이븐포트:
SAN Roll
기준치:47/23/9
굴림:93
판정결과:실패
rolling 1d2
(
2
)
=
2
케인 이성치 2 감소.
그 편지 안에는, 당신이 다음 날이면 죽는다는 내용이 쓰여 있습니다.
폭풍우는 여전히 멈출 길이 없고,
편지의 내용을 살펴보아도 서건우의 세상은 오직 당신뿐인 것 같습니다.
오직 당신만…
그는 당신과 마지막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기라도 하고 싶었던 걸까요?
당신은 그가 누구인지 모르는데도요.
그는 홀로 지금은 없는 모습인 당신을 기억하면서 …
그는 지금 어디 있을까요?
지금도 당신 생각을 하고 있을까요?
전날의 대화를 떠올립니다.
수갑이 채워졌던 당신의 손목을 어루만지며 읊조리던 당신의 아픔을 걱정하던 목소리,
차마 당신에게 손을 얹지 못하거나, 말을 아끼던 모습들.
결국은 버티지 못하고 당신 앞에서 무너졌던 일.
돌이켜보면 그의 태도가 가리키는 것은 하나였습니다.
사랑. 어쩌면, 그랬을 겁니다.
당신은 아무것도 모르니 말할 수 없었겠죠.
혹은…
그런 마음을 품는 것만으로도 당신에게 불쾌감을 주리라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를 찾아가봐야 할까요?
케인 데이븐포트:(...찾아가 봐야지...)
(방 밖으로 나선다.)
당신은 그를 찾다가 열린 방문을 발견합니다.
바로, 당신의 방입니다.
방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축축하고 비릿한 향이 풍겨옵니다.
검은 연기가 문틈 새로 빠져나오는 것만 같습니다.
침대도, 폭풍우가 창문을 때리는 소리도,
모든 것이 여전하지만 다른 것이 단 한 가지 있습니다.
서건우.
서건우는 당신의 방 침대 언저리에 엎드려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해요…
그는 신음을 연신 흘려대며, 마치…
녹아내리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축 늘어진 손끝에서 살점이 투둑, 둑 하고 떨어집니다.
그의 발치 아래에 피가 흥건하게 고여있습니다.
케인 데이븐포트:(급하게 달려가 그의 상태를 살핀다.) ...저, 저기요!? 괜찮아요...?
울음 섞인 목소리 사이로 그가 외는 소리가…
당신의 이름을 하염없이 되풀이해 부르다가, 당신이 다가오자 놀란 낯이 됩니다.
서건우:나, 나, 나는, 나는… 아, 안 돼… (도망가기에 적합하지 않은 몸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움직이지 않을 때에도 고통으로 좀먹던 것은, 억지로 움직여내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크기로 돌아와 제 자신을 억눌렀다. 낮고 갈라진 목소리가 비명을 지르며 쿵, 옆으로 쓰러져 힘없이 발발 떨어대기나 한다.)
케인 데이븐포트:...뭐, 뭐 하는 거예요?! (다가가서 그의 팔을 잡아 자신의 품 속으로 끌어 안는다.) 몸은 왜 이래요? 뭐... 약이라던가... 아무튼 나아지는 방법 없어요?
서건우:(멎지 않는 눈물을 흘려내며 남은 몸을 바르작거릴 뿐, 네게 어떠한 말을 건네지도 않았다. 품 속에 안기자 그 온기에 취해 눈을 감고 싶어졌다가도, 온통 더러운 오물이 네게 묻어난다 생각하니 어떻게든 몸을 비틀어댔다. 뒤따르는 고통에 숨 조차 제대로 내뱉지 못하고 밭은 호흡과 함께 흐느낄 뿐이었다.)
분명 방법이 있을 겁니다.
그의 몸에 관한 문서를 읽기도 했던 것 같은데요.
이를테면, 영생을 취하는 방법.
그에게는 대가가 필요합니다.
기억나나요, 케인?
케인 데이븐포트:... ... (자신의 팔을 흘끔 내려다보고 다시 그의 얼굴을 본다.) ... ...이거, 먹으면 낫는 거죠? (그의 입에 자신의 팔을 들이밀어 꾹 누른다.) 먹어요. 마음 바뀌기 전에.
서건우:(몇번이고 뒤로 넘어가려던 눈동자가 언뜻 너와 마주친 것도 같다. 아… 속으로 탄식을 뱉는 동시에 입에는 달콤한 살결이 와닿는다. 어떻게든 고개를 틀어내려 애써봐도 결국 욕망을 이기지못해 팔에 이를 박았다.
날카로운 이가 살을 뚫고 갈라, 솟아나는 피를 핥아 삼켰다. 아까까지 거절하려 애쓰던 모습이 거짓말인 것처럼 절박하게 매달려 피를 삼키고, 살을 짓씹어대며 고개를 박고 더운 숨을 흘려내었다.)
당신의 피를 삼키자,
뼈밖에 남지 않았던 것 같은 손목부터가 살점으로 차오르고,
발치에 가득했던 피 웅덩이들이 진득하게 요동치다 그의 신체로 회귀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소름 끼치는 장면이네요.
당신은 어렴풋하게 그가 그저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치는 않았겠지만
막상 눈 앞에서 직접 목격하니 끔찍할 수밖에요.
그는 명백히 인간이 아닙니다.
괴물이에요.
그 괴물은 당신의 피를 제 얼굴 곳곳에 묻힌 채,
일그러진 얼굴로…
서건우:(그친 적도 없지만, 터져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 없었다. 아직도 네 혈향이 온통 가득했다. 숨을 삼킬 때마다 느껴지는 향이, 입안에 맴도는 점도 있는 액체로 하여금 절망을 느낀다.
이런 짓, 다시는 하고 싶지 않았어. 나는 당신에게 아무런 짓도 하고 싶지 않았어… 어울리지도 않게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 고개를 떨구었다. 몸은 더이상 녹아내리지 않는데도 점점 바닥으로, 아래로… 되는 한 한껏 웅크린 채로 눈물을 쏟으면서 제 머리를 쥐어잡았다.)
미안해요, 다 내 잘못이야… 미안해요… 당, 당신은… 당신은 어째서 항상… … (말을 채 다 잇지 못하고 바닥에 머리를 크게 박고서 눈물만 흘려낼 뿐이었다.)
케인 데이븐포트:(그에게 물린 팔뚝은 살점이 떨어져 붉은 핏덩이가 보였고, 그로 인해 새 옷은 완전히 붉게 젖어있었다. 갑자기 피가 빠져나간 것 때문인지 속이 메스꺼웠고 머리는 깨질 듯이 아픔과 동시에 어지러웠다.) ...괜, 괜찮ㅇ... (미안하단 그의 말에 답해주려 했으나, 크게 온 빈혈에 몸을 가누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 꿈뻑꿈뻑.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한다. 죽는 건 아니다. 그냥 많이 어지러울 뿐... 괜찮다고 대답해주고 싶은데 빌어먹을 머리인지, 입인지 지금 상황에선 마음대로 가눌 수 있는 게 없었다.)
서건우:(쿵. 사람이 떨어지는 소리에 퍼뜩 고개를 들었다.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긴박했다가 점점 애절하게 흐려지는 목소리로 끊임없이 중얼거리며 네게 기어와 너를 품안에 안아들었다. 속절없이 떨리는 손으로 네 머리칼을 쓸어넘기고 뺨 위로 겨우 손을 얹으면, 툭, 두둑… 눈물이 네 뺨을 적셨다. 그를 훑어내듯 손가락으로 뺨을 쓸다가 너를 끌어안는다. 요동치는 심장 박동이나 달뜬 숨이 그가 얼마나 긴박하고 놀랐는지를 증명해주는 듯했다.)
케인, 안돼요… 내가 잘못했어요… 죽, 죽지 말아요… (웅크린 채 너를 끌어안고 한참을 숨죽여 울다가 고개를 다시 들어 낯을 살폈다.)
당신은 이제 살아 행복하면 돼. 이번마저 실패할 수는 없어요… (영문모를 소릴 중얼대며 네 뺨을 문지르다 셔츠 끝자락을 찢어 네 팔을 묶어주었다.)
케인 데이븐포트:... ...아...니, 안 죽는...다니까요... ... (불안해 하는 그를 보자니 이유 모를 감정 때문에 힘겹게 입에서 말을 뱉었다. 사람은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데, 왜 이렇게 바보같이 걱정하며 울고 귀찮게 구는지. 영생을 살아온 사람이면서 이런 것엔 하염없이 나약해지다니. '사랑'이란 것은 참으로 알 수 없는 감정이었다.)
서건우:(아, 아아… 죽지 않는다는 말에 안심해버린다. 몸에 맥이 풀려 네 가슴팍 위로 힘없이 고개가 처박힌다. 너를 조금 더 애틋하게, 소중히 끌어안고 심장 박동을 들었다. 시끄러운 제 것 말고, 확실하게 귀에 들려오는 네 심장 소리를… 네 옷을 적시던 눈물이 차츰 멎어가는 것도 그 쯤이었을 것이다.
네 품에 얕게 뺨을 부볐다. 머리칼이 네 턱에 닿아 간지럽게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네 가슴팍 위로 입맞춤을 남기듯 한참이나 입술을 묻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너를 안아 들고 천천히 침대 위로 눕혀주었다.) …케인, 쉬어요.
그렇게 당신을 눕혀놓고도 한참을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습니다.
그저 옆에 웅크리고만 있어도 좋으니 함께 있게 해달라고, 당장이라도 말할 것만 같은 모습으로…
그럼에도 그는 결국 돌아갑니다.
그가 떠나고 어지러운 상황이 차츰 가라앉습니다.
끔찍한 광경이 계속 당신의 시야를 맴돕니다.
눈을 감고 있어도 그의 살점이 바닥에 떨어지는 소리나 촉감이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진실로 괴물이 살아가는 곳에 오다니.
그저 살인귀가 아니었단 말이에요.
당신의 혈액을 취해 수복되는 팔다리를 보았습니다.
제 아무리 당신을 애달프게 부르고,
온 방 안을 홀로 울음으로 채워 그리움에 스러져도…
당신을 사랑하고, 바라고, 그려왔어도
그는 괴물입니다.
여전히 당신에게 애정이 남은 듯한 낯을 감추지 못하던 이라 하여도.
하루만 눈 감으면 모든 것이 끝납니다.
본래라면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떠밀리듯 몰려온 운명은 가눌 새도 없이 파도가 되어 두 존재를 박차고 거세게 밀쳐 넘어트립니다.
작별의 시간이 다가옵니다.
세상에서든, 당신에게서든, 그 무엇에게든…
잠에 들어있다 보면 서늘하고 축축한 기운에 눈이 절로 떠집니다.
당신이 몸을 일으키면 이 장소에 있는 내내 덜컹거리던 창문이 활짝 열려 비가 실내로 가득 들어옵니다.
저택 하나가 거대한 폭풍의 눈이 되어버린 것 같아요.
이토록 심한 날씨는 본 적이 없습니다.
가히 재난이라 부를만 하네요.
그런데, 창밖을 바라보면…
번개 사이로 검고 큰 그림자가 일렁입니다.
그것은 촉수처럼 거대하게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있어요.
다른 이들은 어떻게 된 건가요?
서건우는요?
케인 데이븐포트:(전날보다 훨씬 무거워진 몸을 힘겹게 일으킨다. 침대에서 일어나 문을 열고 고성의 복도를 둘러본다.)
복도의 온 창문과 문이 전부 열려있습니다.
유리가 깨지고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당신의 몸 주변에 정원에서 넘어온 나뭇잎들이 스칩니다.
마치 종말 같아요.
당신이 무거운 몸을 이끌어 힘겹게 로비로 내려가면,
현관은 활짝 열려있습니다.
공격이라도 하듯 안으로 퍼붓는 비가 카펫을 적시고…
서건우의 발치까지 삼켜버립니다.
그는 새하얀 빛의 앞에 곧게 서,
당신의 방향으로 몸을 틀고 있습니다.
실내가 어두워 표정이 보이지 않아요.
눈살을 찌푸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흩날리는 머리카락만이 빛을 머금고 그의 형태를 비추고 있을 뿐입니다.
서건우:케인…
당신의 인생을 대신하려 드는 괴물이,
서건우:나를 처벌할 증거는 모두 모았잖아요. 당신이 할 일은 그것 뿐이겠네요. 들고 돌아가 나를 고발하는 일.
웃음기가 섞인 목소리로 외칩니다.
서건우:사흘 감금당한 대가로는 괜찮잖아요, 그렇죠?
케인 데이븐포트:...네. 모았긴 한데... 이걸 모아서 고발하면... ...
딱히 저한테 득이 되는 것도 없는 것 같아서요.
제가 당신을 고발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 이후에 어떻게 되나요?
서건우:나를 고발할 여지를 주는 건, 오로지 당신을 위한 일이에요. 이 빌어먹을 성에 사흘이나 갇혀 증거를 찾느라 애를 썼던 당신을 위해. 고발을 하고, 하지 않고는 크게 중요하지 않아요. (그저 너를 위해 남겨둔 선물 같은 거라고, 짧게 덧붙이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연다.)
그래, 이 말이 좋겠어… 케인, 지금 해야할 일을 하지 않으면… 사람이 죽을 거예요. 한 둘 따위가 아니예요. 수십, 수백…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이요. 막을 수 있는 쉬운 방법이 하나 있다면, 당연히 선택하지 않겠어요? (적어도 내가 아는 당신은 그럴텐데. 너를 마주한 이래 가장 차분한 목소리로 네게 묻고서 답을 기다렸다.)
케인 데이븐포트:...그건 좀 곤란하겠네요. 많은 사람이 죽어가는 것은 곤란할 테지만... (또륵, 눈을 굴린다. 그래, 원래 하려던 일이 있었다. 그 일 때문에 여기 오게 된 건데... 사실상 그런 일로 내가 보내진 것은 아닌 듯 하니 그 것에 연연해 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했다.
케인 데이븐포트의 직업은 분명히 '사제'였다. 하지만 편지에 쓰여있듯이 사실은 사제의 역할로 온 게 아닌 것 같다. 그렇다면... 자신도 '그들의 약속을 어겨도 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사제복을 벗어버렸고, 앞에 서 있는 이가 갖춰 놓은 옷을 입고 누구보다 자신을 원하는 그의 앞에 서있었다.)
...저는 딱히 상관 없는데요. 저를 놓아버린 건 줄 곧 믿어왔던 하느님 아버지가 먼저인 것 같아서요. 저도 그냥 제 맘대로 결정하려고요. 안 되나요?
서건우:(네 말에 맥없이 웃음을 흘렸다. 그렇지, 나는 단 한 번도 당신을 이해해본 적 없으니까… 애를 써도 당신을 이해할 수 없었으니까. 이번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광이 들어 네게는 아무 표정도 보이지 않을 지라도 웃음 소리만은 전해졌을테다. 짧게 목을 가다듬고 입을 열었다.)
그 말은 꼭 그 많은 희생을 치뤄서라도 살아 돌아가겠다는 말로 들리거든요. (그러니까, 너 뿐만이 아니라… 나까지 살리겠다는… 그런 말. 입안이 쓰게 느껴져 잠시 혀를 굴리다가 입을 열었다. 고개가 힘없이 바닥을 향해 기울어졌다.)
그런건… 바라지도 않아요. 저는 갚을 죄가 많거든요. 하하, 게다가 제가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사람들을 갈취해 살아왔잖아요. 알죠? (네가 여지껏 찾은 증거들이 모두 그것이었으니. 숨을 들이키고 천천히 뱉었다.)
…다 끝낼 때가 됐어요. 주제에 맞지 않게 너무 오래 살아왔으니… …나 같은 놈의 끝으로는 거창하다 생각해요. 이만하면, 그래도, … (네게 있어서의 '서건우' 가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고. 하다못해, 너를 살리기라도 했으니까. 그러니까, 너는 이제 마음 놓고 살아가기만 하면 될테니. 계속해 숨을 고른 것은 속이 먹먹해 꼭 눈물이 차오를 것 같아서였다. 가슴팍을 손으로 꾹 쥐고서 말을 잇는다.)
어차피 괴물이잖아요. 살아있어봤자 피해만 끼치는, 더럽고 추악한 쓰레기. 잠시만 가만히 있으면 모든게 끝날 거예요.
케인 데이븐포트:...그럼 조금 더 욕심 부리면 안되는 건가요? 솔직히 저보다 당신이 더 아쉽지 않아요? 그렇게 꿈에 그리던 상대를 만났는데 고작 사흘 가지고 되겠어요? 살아있는 겸 좀 더 갈취하자고요. 옆에서 같이 있어줄 테니까.
...멍청하게 거절하진 않을 거죠? 거절하려 했다면, 유감이고요. 근데 좀 더 머리 굴리면서 살아요. 당신이 착취해왔던 기간하고 저와 다시 재회한 기간을 좀 비교해서 효율적으로 살아가라고요.
서건우:(몇백 년을 기다려도 좋았다. 너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아니, 거짓말이다. 그저 바라보기만 하려던 마음은 제 자신을 집어먹고 크기를 키워 네 모든 것을 욕심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를 보내주려한 다짐이, 몇백 년을 쌓아온 그 다짐이… 네 말 몇마디에 볼품없이 무너져내린다. 얕게 떨리는 어깨는 곧 눈물을 의미하는 것이었고, 네게 보일리 없음에도 양손으로 낯을 가린다.)
나, 나는 욕심 부리면 안되는 놈이에요… 그러니까 그런 말 말아요….
(언제는 미치지 않은 적 있던가. 제정신으로 살아온 나날이 없으니, 이를 핑계대고 네 말대로 모든 걸 놔버린 채 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어졌다. 그 시간이 단 하루라도, 그렇대도 행복할텐데. 언제나 내 삶을 쥐고 펴는 것은 너였다. 나는 네 말 한마디에 늘 죽고 싶었고, 말 한마디에 벅찬 삶을 살아내고… 줏대도 없이 휘청이며 다시 또 네 말 앞에 무릎 꿇는 것이다. 그러면 안된다는 걸 알면서도…)
왜… 왜 나를 살려주는 거예요? 난, 당신에게 아무… …아무 것도 아니잖아요.
케인 데이븐포트:...그렇긴 하죠. 근데 그렇다고 딱히 당신한테 나쁜 감정은 없거든요. ...싫어요? 아, 좋아하는 상대에게 죽고 싶은 변태적인 취향이라도 있는 건가? 그런 경우면 어쩔 수 없겠지만... ... (손을 올려 눈썹을 매만진다. 나도 이 감정이 뭔지 모르겠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 걸까? 아니, 애초에 설명할 필요는 없긴 하지만... 어찌 되었던 간에 감정을 뒤로 한다 해도, 돌아가기는 싫었다. 조금이라도 본인을 아껴주는 쪽에 마음이 가는 것은 당연하니까.)
저는 당신이 절 좋아하는 감정으로 충분하다고 봐요. 좋아하는 감정은 다른 사람의 마음도 움직이잖아요? 지금도 충분히 그렇고요. 안 그런가요?
서건우:(네 말을 듣고 더는 버티고 설 재간이 없었다. 속절없이 무너져내려 바닥을 짚은 팔이 덜덜 떨렸다. 네게서 들을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죽었다가 다시 태어나더라도 들을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말들이… 벅찬 속을 이겨내지 못해 결국 팔도 무너져내린다. 앓는 소리가 입 밖으로 터져나왔다. 아픈 곳도 없는데 참 이상한 일이었으며, 이유를 알지 못한 채 뻐근한 가슴에 손으로 가슴팍을 쥐어잡고 눈물을 쏟았다. 이 마음은 네게 품어서는 안 될 마음이었다. 진작에 모두 털어냈어야할 이 감정을… 그럴리가 없는데 마치 네가 허락해주는 것만 같아서. 입을 몇번이나 벙긋대다가 겨우 목소리를 짜내어 물었다.)
…내가, 내가 살아도 돼요? 내가… 살아서, …정말 당신을 좋아해도 되나요…?
케인 데이븐포트:... ...안 될 이유라도 있어요? 아, 물론 죽었는데도 계속 그리워하며 한 방을 저로 가득 채운 건 조금 소름 돋지만... 뭐, 이제 제가 앞에 있으니 그런 건 줄겠죠, 뭐.
계속 절 원했던 만큼 좋아해도 괜찮아요. 됐나요?
서건우:(윽, 우윽… 끝끝내 참아내던 소리가, 그 몇백 년간의 삶에서 단 한 번조차 소리를 내어 울지 못했으나, 결국 입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소매로 연신 눈을 닦아내도 젖어들기만 할 뿐 눈물이 그치지는 않았다. 저 혼자 웅크린 채 눈물을 쏟아내다가, 울음으로 온통 엉망이 된 볼품없는 이가 제 몸을 이끌어 사랑하는 이에게 다가간다. 바닥을 짚고, 무릎을 딛어 네 발치에 다다른 후에는… 발 위에 고개를 묻는 것조차 감격스럽고, 또 사랑스러워서. 네 다리 한쪽을 조심스레 그러쥐고 손가락에 걸린 옷자락을 힘껏 잡았다.)
좋아, 좋아해요… 사랑해요… 케, 인, 케인… 케인, 사랑해요…
케인 데이븐포트:아, 알겠으니까... 진정해요. (다리가 붙잡혀 어정쩡하게 서 있다가 조심스레 몸을 숙이고 손을 뻗어 네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준다. 눈물을 닦아 줄 만큼 애틋한 감정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냥 흐르니 닦아주는 것 뿐. 하지만 감정은 변하는 것이기에, 다음에 흘릴 눈물을 닦아준다면 지금과는 다른 감정으로 네 눈물을 닦아줄 수 있겠지.) ...그만 울라니까요. 인간은 그렇게까지 울면 탈수 올텐데. 그쪽은 안 그러나?
서건우:(진정하라는 말도, 그만 울라는 말도. 네 말이라면 모두 들어주고 싶은데 좀처럼 따라주지 않는 몸이 답답해 미간이 찌푸려졌으나 얼마안가 팔자로 풀려 내려가며 입을 꾹 다물기나 했다. 울음을 속으로 삼키려니 훌쩍임이 들썩임으로, 어깨가 들썩이며 네가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 뺨에도 얕은 떨림이 느껴져왔다.
손길이 퍽 다정하게 느껴져서… 너는 그저 마음을 허락해준 것 뿐인데도 나를 받아줄 것만 같아서. 느릿하게 눈을 한번 깜빡였다가 눈물을 닦아주는 손 안에 뺨을 기대 가볍게 부빗거렸다. 닿아오는 온기가 좋았다. 방금까지 그리 서럽게 울었으면서도 바보같이 웃어버리는 것이 그런 이유였을 것이다.) …고마워요, 정말… 자, 잘 할게요. 진짜 잘 할게요…사랑해요, 케인.
케인 데이븐포트:...잘 할 필요는 없고요. 아니다. 잘해야 하나... (자기도 모르게 짧게 웃음을 흘렸다.) 일어나요. 이렇게 있는 거 불편해요.
서건우:(끄덕끄덕, 고개를 열심히 끄덕여 답하고 몸에 힘을 주었다. 비틀대며 자리에서 일어나 제 손을 옷에 문질러 닦고는 바닥을 보며 눈을 굴리다가 조심스레 네 손가락 하나에 제 손가락을 걸어 그러쥐고 너의 눈치를 살핀다.) 케인… (한참을 주저하다가 겨우,) …영생에는 관심이 없죠?
케인 데이븐포트:...무슨 영생을 종교 권유 하듯이... ... 그냥 적당히 살래요.
서건우:(네 말에 긴장이라도 풀린 듯 야트막한 웃음을 흘린다. 조금 더 용기를 내서, 손가락이 아닌 손을 붙잡고… 고개를 주억인다.)
괴롭고 외로운 시간을 보냈었을 겁니다.
보고 싶었고, 쓸쓸했겠죠.
한 사람을 잊지 못해 제 몸에 저주를 퍼붓고 몇백 년간이나 기다려왔다는 사실이 믿겨지나요?
밝게 부서지는 빛은 더이상 얼굴을 가리지 못합니다.
케인 데이븐포트:(비어있는 손으로 그의 뺨을 매만져준다.) 이제 그만 울어요. (그 오랜 시간을 안고 지내온 안쓰럽고 가여운 괴물. 자신이 살아있을 때 만이라도 만족하며 살길 바라는 마음이 들었다. 연민까지는 아니다. 아니다, 맞을지도. 그냥 앞에서 울고 있는데 그만 울었으면 하는 마음은 다들 존재하지 않나.)
당신의 말을 듣고 그 손 안에 뺨을 기대 웃는 이는, 그 여느 때와도 견줄 수 없을 만큼 말간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 웃는 건우의 얼굴에는 그 어떤 우울도 깃들지 않아 보여요.
폭풍우를 머금은 빛이 점점 퍼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더 퍼지기도 전 현관이 닫히고
고성은 다시금 고즈넉한 차가운 장소로 돌아옵니다.
당신이 없는 그 긴 세월, 하고픈 이야기가 많기라도 했는지 마음이 급해보입니다.
그렇게 둘은 한참,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눴을 겁니다.
전생의 당신은 어떤 사람이었는지,
그간 어떻게 지내왔는지,
당신은 어떻게 살아왔는지…
창문을 때리는 폭풍우 따위는 언젠가 인간들이 많이들 죽고 나면 멈출 겁니다.
괜찮아요, 그런 것 따위를 신경 썼다면 당신이 이런 선택을 하지도 않았을테니까요.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벅참을, 간지러운 가슴을 참을 수가 없어서
당신을 힘껏 끌어안습니다.
짖은 혈향에 질식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놓지 않습니다.
당신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면, 손가락 사이가 간지러워 저도 모르게 웃음이 샙니다.
아,
가슴이 뛰어요.
이 모든 감정이 서건우에게 비롯된 것일지라도
언젠가는 당신이 느끼는 감정이 바뀌어가기를, 그 감정을 이해할 수 있기를.
─────── ENDING ───────두 존재의 요람은 서로였다는 사실을
서건우 생환, 케인 데이븐포트 생환
둘 중 아무도 제물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종말을 막기 위해 수천만 단위의 사람이 죽음을 맞습니다.
세월이 지나 케인이 죽음을 맞이하게 되면…
괴물은 그의 환생을 기다리는 대신 기꺼이 죽음을 맞이할 것입니다.
사랑은 죽음 같이 강하고 질투는 스올 같이 잔인하며 불길 같이 일어나니 그 기세가 여호와의 불과 같으니라 많은 물도 이 사랑을 끄지 못하겠고 홍수라도 삼키지 못하나니 사람이 그의 온 가산을 다 주고 사랑과 바꾸려 할지라도 오히려 멸시를 받으리라
/아가 8장 6-7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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